입양인 문학에서는 입양인들이 주변화되는 삶을 피하기 위해서 다수자화 전략을 택한다. 입양인들은 자신들을 이민자들과 차별화하며 백인들과 ‘거의 똑같은’ 유럽인이라는 점을 여러 방편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입양인들 은 ‘비유럽적 신체’로 인해 주류사회로 편입하려는 욕구를 일정 부분 좌절한 다. 본 절에서는 트롯찌와 티옌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다수자가 되지 못한 채 소수자로 남는 입양인의 삶을 탐색한다.
(1) 좌절된 다수자화
적지 않은 입양인들은 ‘소수자화’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이민자들과 거 리를 취하며 ‘다수자화’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종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서 저마다 소수자나 다수자가 되는 사회에 서 입양인들은 인종 차이로 인해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현실을 깨닫는
을 때 서로 자신의 마을이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말고 상호존중과 중용을 추구하 라고 권한다. 얀테의 법칙은 오늘날 북유럽에서 샤리아와 비견될 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북유럽 특유의 집단심성으로 계승되고 있다.
1. Du skal ikke tro at du er noe.
2. Du skal ikke tro at du er like så meget som oss.
3. Du skal ikke tro du er klokere enn oss.
4. Du skal ikke innbille deg du er bedre enn oss.
5. Du skal ikke tro du vet mere enn oss.
6. Du skal ikke tro du er mere enn oss.
7. Du skal ikke tro at du duger til noe.
8. Du skal ikke le av oss.
9. Du skal ikke tro at noen bryr seg om deg.
10. Du skal ikke tro at du kan lære oss noe.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2.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3. 당신이 더욱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4. 당신이 더욱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라.
5. 당신이 더욱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6. 당신이 더욱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7. 당신이 무엇이든 잘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8. 우리를 비웃지 말라.
9. 모두가 당신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10.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다.160)
입양아들은 입양된 이후 얼마간 자신이 양부모와 똑같은 백인으로서 양부 모가 출산한 혈연자식이라고 착각한다. 입양아들은 파란 눈과 금발머리를 소 유한 장신의 양부모를 이마고로 설정하며 자신도 조만간 양부모처럼 아름다 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입양아는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서 타인과 자신의 외모를 비교하며 주변 인물들과 다르게 생겼 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후 입양아들은 자신의 이마고를 좇는 것이 현실에 서 불가능하다고 깨달으며 신체에서 결함을 발견한다. 입양아들은 자신이 내 면적으로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신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각성하게 된 이후 쉽게 해결하기 힘든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입양아는 아시아인의 몸이 라는 낯선 집에 백인이 거주하는 기이한 상태를 체험한다.
라캉에 따르면 아이는 거울단계에서 상상계의 동일시를 경험한다. 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응시하며 자기애와 공격성이라는 대립적이면서 도 상호보완적인 동일시를 체험한다.161) 나르시시즘적인 동일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이미지를 자신과 전적으로 동일시하며 부재를 부인하고 나아가 부재를 현존으로 위장하는 은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주체는 이미지가 자신과 같지 않다는 차이를 인식해서 적대시하며 신체 일부를 전체로 대체하는 환유적 방식을 일으킨다. 라캉의 동일시는 타 자와의 차이와 결핍을 통해서 주체가 구성한 자기 동일성의 환상이 위협받고 깨지는 과정을 뜻한다.162) 이 과정은 주체의 분열과 소외를 수반한다. 동일시 는 욕망의 충족을 가능하게 하면서 상상적 관계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타자 와의 동일시가 오인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허구와 기만을 조장한 다는 것이다. 순수한 기원을 향한 주체의 욕망이 상승할수록 주체의 분열로 인한 위협도 증가한다. 주체가 원하는 타자의 고정된 이미지는 끊임없이 강 박을 통해 구성된다.
라캉의 이론은 입양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 다. 영유아일 때 입양된 유아들은 상상계 단계에서 자신을 길러주는 양부모 와 동일시를 시도한다. 아이들은 비록 거울을 응시하지 않아도 아이를 응시
160) Dorthe Staunæs, “From Culturally Avant-gard to Sexually Promiscuous:
Troubling Subjectivities and Intersections in the Social Transition from Childhood,” Feminism Psychology vol. 15 no. 2 (2005): 155.
161) 이경원, 『검은 역사 하얀 이론』, 한길사, 2008, 397쪽.
162) 이경원, 앞의 책, 398쪽.
하는 양부모의 얼굴을 이상적인 이마고로 설정한다. 입양아는 거울에 비친 양부모의 하얀 얼굴을 보며 자신도 양부모와 같은 얼굴을 금명간 갖게 될 날 을 동경하며 거울보기를 지속한다. 그러나 아이는 머지않아 그 ‘거울’이 자신 과 동일시될 수 없다는 현실을 파악한다. 아이는 자신이 주변에 다수를 차지 하는 백인들과 다르며 부모에게 확연한 백인성이 자신에게 부재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입양아는 동일시하려는 부모와의 차이를 깨달으며 심란해진다. 아 이는 비록 얼굴이 부모와 다르더라도 다른 유사성을 의도적으로 발견하며 환 유의 방법으로 인위적인 동일시를 시도해본다. 입양아는 양부모와 생김새가 다르지만 여러 습관이나 말투가 닮아있다는 데 의미를 두며 동일시를 지속한 다. 그러나 아이는 양부모와의 동일시를 통해 ‘분신’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 에 고독해진다.
라캉은 아이에게 필요와 요구, 욕망이라는 세 가지 심리 기제가 작동한다 고 진단한다.163) 필요는 보통 생리적 본능을, 요구는 언어적 표현을 가리킨 다. 필요와 요구 사이에 필연적으로 간극이 발생해서, 필요가 일시적으로 충 족되자마자 새로운 필요가 생긴다. 아이는 필요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기를 바 라는 요구가 타자(양부모)에 의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행되지 않으면 결여와 여백을 동반해서 욕망을 좌절할 수밖에 없다. 입양아는 집이나 음식, 수면, 병원 진찰, 장난감 등의 필요를 양부모를 통해서 상당 부분 해소한다. 아이는 단지 필요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나 보살핌, 교육처럼 좀 더 지속적이 고 강렬한 것을 요구한다. 입양아들은 상상계 단계에서 이미 자신과 부모와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신의 내밀한 요구를 양부모가 제대로 이행 할지를 불안해한다. 아이는 자신이 양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입양되 었다는 출생 배경, 만일 자신이 무리하게 많은 것들을 요구해서 더 이상 사 랑을 받지 못하면 파양되어서 고아원으로 돌아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 양부 모가 추가적으로 입양해서 대체물이 생기거나 자연 임신을 해서 양부모와 닮 은 아이를 낳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인해 요구를 성취하는 데 지속적으 로 방해를 받으며 궁극적으로 욕망을 실현하기 어렵다.
입양아의 동일시 과정은 비입양아들에 비해서 일반적으로 더욱 힘겨워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입양아는 자신의 각종 명령(필요를 해소해 달라는 신호)을 동일시될 수 없는 타자(양부모)에게 전달한 이후 요구가 이루 어질지 초조하게 시험한다. 아이는 양부모가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면 자신의
163) 이경원, 앞의 책, 406쪽.
필요를 적절하게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기다린다. 그러나 양부모는 아이의 명령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거부하거나 명령 자체를 숫제 인식하지 못하기 도 한다. 입양아들의 동일화 과정은 일단 신체(유당불내증, “중국사람” 같은 외모, 양부모와 전혀 닮지 않은 얼굴)를 통해서 촉발되어서 종국에 차별(일상 적 인종주의, 출생국으로 돌아가라는 인종주의 공격)과 불안(파양 걱정, 사랑 을 받지 못하리라는 일상적 공포)으로 이어진다. 입양아들은 인종 차이로 인 해 양부모들에게 동일시할 수 없으며, 아시아 이주자들이 비교적 드문 북유 럽에서 역할모델로 삼을 만한 아시아인들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동일시를 하기 어려워서 더욱 고독해지기 쉽다.
『중국남자』의 주인공은 주변에서 동일시할 만한 아시아인들이 존재하지 않 자, 온통 백인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신의 인종 차이를 거울을 보지 않는 한 망각하며 성장한다. 입양인들은 다른 아시아 태생 입양인들과 마주칠 때 양가적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입양인들에게 다른 아시아 출신 입양인들과의 동일시는 자신들의 아시아적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과 동시에, 동일시 대상 간의 인종적 소수자성을 확인시켜주므로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입양 아들은 자신의 아시아적 정체성을 수용하기 힘들어서 ‘아시아 포비아’가 되기 도 한다.164) 『중국남자』의 주인공은 브레께 가정의 구성원들 중 유일하게 백 인이 아니어서 인종 문제를 홀로 감내한다. 평생 백인으로 살아왔던 양부모 는 인종적 소수자로서 인종주의를 종종 겪기도 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것이 어렵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거울에서 자신의 외모를 미의 관점에 서 보는 것과 달리, 자신의 낯설고 외계인 같은 외모를 놀라움과 걱정으로 바라본다. 주인공은 소수인종에게 잘생기거나 못생긴 것이 무의미하다고 보 며 가장 추한 백인의 외모라도 갖고 싶어 한다.
나는 작년에 찍은 가족사진을 바라본다. 평평한 코, 널따란 입술, 가늘고 찢어진 눈, 검은 머리, 황금빛 피부, 내가 전에도 보던 방식. 그리고 나는 엄마와 아빠를 부른다. 곁에 있는 부모님에게 “보세요, 보세요. 제가 사진에 나온 것을 보세요.”
라고 말한다. 부모님은 미소를 짓고는 ‘응, 너는 이 사진에서 아주 잘 나왔구나’
라고 답한다. 나는 ‘그런데 부모님은 제가 다르다는 것을 보실 수 없으세요?’라 고 묻는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나를 바라본다. 그들은 사진을 보
164) 입양인들은 거리에서 아시아인들을 마주치면 거울에서 ‘낯선’ 자신을 응시하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 화하기도 한다. 입양인들은 동일 인종 존재에 대해서 동일성으로 인한 애증을 양 가적으로 느낄 수 있다. Eleana J. Kim, 앞의 책, 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