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녀가> 계열의 작품들에서 ‘귀녀’라는 긍정형 인물을 사용하여 독자들
88) 그리고 이 자료는 대중들을 겨냥하여 출판, 유통되던 방각본의 간기(刊記)처럼
“ 긔양신판 ”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기도 하다.
에게 어떻게 주제를 구현하고자 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귀녀가> 계열의 작품들은 모두 귀녀의 출생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일생 전부를 다루고 있다. 특히 그녀의 일생을 청자에 게 ‘보고’한다는 점에서 소설의 담론 특성과 무척이나 유사하다.
세월이 여류하여 이삼세 돌아오니 엉금엉금 기는양은 규수즁의 기인이요 주적주적 서는양은 거군중의 학립이리 어디그리 기이한고 이딸아이 거동보소 (중략)
효우난 천성이요 재질은 절인하다 기역니은 가르치면 가갸나냐 벌써알고 두어줄에 군두목에 정자초서 다능케 다글배워 문장하기 여자직분 아니무로 고금치란 흥망사를 대강만 들어알고 (중략)
남녀복 바느질 수품도 좋을시고 깃도련 제도할즘 고금처격 다갖추었다 그렁저렁 가는세월 십오세 넘어지니 체신은 귀격이요 용모는 덕부로다
위는 전통문화의 맥 소재 <귀녀가(貴女歌)>의 일부이다. 귀녀의 출생 을 다루고 있는 서사 이후 귀녀의 외모와 행실, 문장과 여공 등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귀녀의 모습이 서술되어 있다. 여느 사람과 다른 특별한 본보기로서의 귀녀의 모습은 <귀녀가> 계열의 모든 작품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귀녀의 면모는 그녀를 비현실적인 존재로 보이게 만들지만 동시에 청자의 흥미를 자극함으로써 청자들이 귀녀의 삶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후 매작(媒妁)을 통해 명문가와 혼인을 맺는 내용이 이어지고, 여기에 이르러 서술자는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로, 1인칭 화자가 되어 자신의 심정 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명문죡 귀집의 작이 오단말가 문벌이 상당고 년긔가 상젹
니 무어스로 혐의할가 두집이 뇌형고 쥬의양 왕고 길일 이 당거날 우례일 죠흔날에 남젼안 온후의 친졍의 교니 남에업자미로다 신낭의 모은 계화가지 넘노듯 신부의 머 리우의 봉황이 휘드난듯 군슉녀 샴슉여 녹슈의 원앙이라 길고 긴 쳥홍로 연긔냑 믜져도다 ㉠얼시고 죠흘씨고 지야 죠흘 시고 억츔이 졀노난다 쥰슈우리외 현낭도 현낭다 뇨죠 한 우리라 현졀함도 현졀다 길너 회보기 마다 건마
오날 의미 비할곳지 젼혀업다 삼일후 도라가셔 를 마져오니 금실노 벗슬고 죠흔걸노 낙을삼어 ㉡시예가의 자란남 녀 군의 호구로다 만셩의 시쵸되고 복의 근원이라 어화미 그지업다
위는 실록 소재 <귀여가>로, 서술자는 사주단자(四柱單子), 납폐(納 幣), 전안(奠鴈) 등 혼인의 과정과 그에 따른 절차를 간략하게 설명한 다 음89) 신랑과 신부가 처음 대면하여 맞절을 하는 교배례(交拜禮) 순간 이들 의 모습을 화려하게 묘사한다. ㉠에서 화자는 아름답고 현철한 딸을 시집 보내 어질고 준수한 사위를 맞이하는 일은 딸 가진 부모가 누리는 제일 큰 재미라며 그 무엇에도 비할 바가 없는 일이라고 자신의 기쁜 심정을 드러 낸다. ㉡에서는 자신의 딸과 사위를 숙녀와 군자로 칭송하고, 부부가 되는 일은 만성의 시초가 되고 백복의 근원이 된다는 구절을 빌려 이들의 혼인 이 갖는 중대함을 말한다.90) 이 작품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일은 예삿일이 아니라며 더할 수 없는 경사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것은 모두 1인칭 화자 인 나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고대본 귀여가 소재
<귀여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91) 혼인과 관련하여 이 같이 기대와
89) 조선시대 혼인과 관련하여 각각의 절차와 풍습은 다음 책을 참조했다. 이종묵, 부부
, 문학동네, 2011.
90) 위의 책에 따르면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만나 맞절의 의식을 치르는 교배례에서 신 랑 신부가 절하는 자리인 교배석 양쪽 머리에는 ‘이성지합 만복지원(二姓之合 萬福之 原)’이라는 글귀를 수놓았다고 한다. 이 글귀는 동몽선습을 비롯한 여러 경전과 문 집에서 확인된다. 동몽선습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남편과 아내는 두 성이 합한 관계이다. 백성들이 태어난 시초이며 모든 복의 근원이니 중매를 시행하여 혼인 을 의논하며 폐백을 들이고 친히 맞이하는 것은 그 구별을 두터이 하기 위한 것이다 (夫婦, 二姓之合. 生民之始, 萬福之原. 行媒議婚, 納幣親迎者, 厚其別也)” 동몽선습(童 蒙先習).
환희를 한껏 드러낸 계녀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혼인에 관한 낙관적 인식 과 그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표현한 점은 <귀녀가> 계열 작품들의 특징이 라고 할 만하다.92) 딸의 혼인에 대해서 더할 수 없는 만족감을 표현한 이 부분부터 귀녀를 바라보는 전지적 또는 관찰자적 시점은 그녀를 ‘우리 딸’
또는 ‘내 딸’로 바라보는 나의 시점으로, 작품 속 화자와 청자의 관계는 매 우 가까운 직접적인 관계로 전환된다. 더욱이 딸이 시집으로 떠나는 부분 에 이르러서는 이전까지 불분명했던 서술자의 모습이 딸을 시집보내는 부 모로 바뀌게 된다. <귀녀가> 계열의 작품들은 소설과 가사의 형식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계녀를 전하는 부분에 이르러 소설의 시점과 어법이 가사 의 시점과 어법으로 변하는 것은 계녀에 관한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 달하기 위해서이다. 1인칭 화자가 현상적 청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자 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사의 소통 방식은 청자에게 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양상은 필사기에서도 엿보인다. 고대본 귀여가의 작자는 <귀여 가>의 필사기에서 작품의 내용이 우스워 베껴 썼다면서 남에게 보이기는 부끄럽지만 자손만대에 남겨 주라고 당부했다. <귀여가>를 책이라고 말한 점과 그 내용이 우습다고 한 점은 소설책에 관한 인식과 유사하다. 그런데 자손만대에 전하라는 주문은 <귀여가>를 세책 소설과 다르게 인식한 지점 이다. 이는 <귀여가>를 창작하고 향유하던 이들이 <귀여가>를 진지한 대
91) 밑줄 친 대목에서 1인칭 화자인 내가 느끼고 있는 기쁨과 만족을 알 수 있다. “명문 거쥬 귀한집의 작이 오단말가 문벌이 상당고 연치가 상젹니 무어슬 험리오 두집의 졍샤 쥬의양 예고 길일 졍긔날 우길시 조흔날의 납젼안 온후 의 셕가부 흘기소리 남의업경로다 어와 이야 남의업미로다 신낭의 사 모희 겨화가지 넘느난돗 신부의 슈식우희 용봉이 넘노난닷 군슉녀 삼숙녀 녹슈 의 원양이라 길고긴 쳥홍로 년가약 도다 쥰슈한 우리회 긔특함도 긔특다 아람다운 아기 현쳘도 현쳘다 길너 회보기 예일노 알건마난 오날 우 리경비바이업다” 고대본 귀여가 소재 <귀여가>.
92) 혼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그에 따른 정서 표현은 녀계약언경계한말이라 소재
<귀녀가> 등의 다른 이본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드러온다 드러온다 우리회 드러온다 셔산나귀 슌금안장 두려시 안난시비난 나렬고 구경군이 한빗칠다
쥬관듸 셔각난 일품온 상이라 쳐모의게 쥬당잇셔 피여 드러가니 시각이 밧
즁의 궁금도 도할쥬렴즁여러보니 우리회 동탕다 숙모려 부탁되 우리 아기 조심소 젼안후 교고 교후 합환할졔 덕담으로 축원고 쳥홍로 젼
고 신낭의 어진인물 쥬슈즁의 긔린이요 신부의 어진양비금즁의 원낭이니 민의 쳐음이요 복의 근원이라 오날〃 셩혼니 나의팔긔지업다 귀녀나 츌가니 나 의미 깁흘씨고” 녀계약언경계한말이라 소재 <귀녀가>.
상으로 인식했음을 말해 준다.
그리고 <귀녀가> 계열의 작품들은 귀녀의 탄생과 성장 이후 시집에 도 착하기 전 친정에서 가마에 오른 장면부터 처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 제에 관련하여 가르침을 전한다. 첫째 유형에 해당하는 작품들처럼 사구고 (事舅姑) 즉 시부모를 섬기는 일에서부터 계녀에 관한 내용을 전하지 않는 것은 작자와 독자의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신부례 택일하여 신행길 차릴적에 사랑받칠 폐백이요 인사받을 정성이라 교자문에 들어갈적 조용히 경거하되
㉠교현없이 잘가거라 조심하여 잘가거라 하처에 들어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긍긍히 조심하여 조금도 실례마라
㉡편백을 드린후에 정재히 팔장질러 절하고 일어날적 내몸을 요량하랴 자리에 돌아설적 전도할가 조심하라 대례를 마친후에 네방에 들어가서 자리를 주는대로 단정히 바로앉아 눈을높이 뜨지말고 낯빛을 화히하여 모이시니 출입할제 기거하기 이질세라 음식물 주는대로 수량하여 잘먹어라 입입이 앉아시면 몰풍정이 되나니라 문안적 위를보고 하당할적 땅을살펴 행여나 전패할가 일동일정 상심하라 신혼에 정성할적 극진히 공경하야 일월이 많을수록 더욱조심 할작시면
㉢시가의 어르신네 엇지아니 기쁘시랴 삼일주하 드러가서 적근일도 뭇자와다 족히능히 할말삼도 조용히 바삐마라 층층의 어르신내 사랑이 깊을수록 일심으로 공경하여 시각을 놓지마라 말삼을 높이하면 왕왕히 여길세라 우삼을 과히마라 가증히 여길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