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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형에서 먼저 살펴볼 것은 규방가사 I 소재 <계여가>로, 이른바 전형계녀가 유형에 속하는 작품이다.3)

아​야 드러바라 내일이 신​​이라 친졍을 ​직하고 시가로 드러가니 네마암 어더할고 이심사 갈발업다 우마에 짐을실고 금반을 구지​ 부모​​날적에 경계할말 하고만타

첫 구절인 “아​야 드러바라”를 통해 우리는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상하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화자가 청자를 “아​”라고 부르는 데에 는 상하 관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인 청자는 호칭 그대로 화자보다

3) 규방가사I에 수록된 14편의 계녀가류 중에서 인위적으로 교합구성한 <권본 계녀 가>와 전반부가 훼손된 <훈시가>를 제외한 12편 중에서 권영철이 전형계녀가로 꼽 은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권영철은 이 작품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본가사는 권본 전형계녀가에 준하는 가사이다. 전형계녀가의 13개 항목이 다 있으며 내용도 몇 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다.” 권영철 편, 규방가사I, 한국정신문화연 구원, 1979, 14면.

나이 어린 존재를 뜻한다. 그런데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는 청자가 화자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미성 숙한 존재라는 것을, 반대로 화자는 청자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는 존재 라는 것을 의미한다.4) <계여가>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며 지식이 부족 하고 덕을 갖추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를 향한 화자의 전언은 애당초 자상 하고 따뜻할 수밖에 없다.

“내일이 신​​이라 / 친졍을 ​직하고 시가로 드러가니”라는 구절을 통해 우리는 청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알게 된다. 작품 속 청자는 내일이면 정든 집, 가족과 친구를 떠나 낯선 시집으로 가야한다. 여기에서 신행(新行)이란 신부가 친정을 떠나 시집으로 가는 것으로, 예전에는 ‘해묵이’ 또는 ‘달묵 이’라 하여 해를 넘기거나 달을 넘긴 후 신랑의 집인 시집으로 갔다.5) 예 전의 풍습을 고려할 때 혼인 이후에도 오랜 시간 친정에 머물었던 청자는 드디어 내일 시집으로 가야하기에 슬픔과 두려움,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청자를 향해 화자는 “네마암 어더할고 이심사 갈발업 다”라며 청자의 마음을 묻고 자신의 심사를 둘 데 없다고 말한다.6) 화자가 이와 같이 말한 것은 여자라는 이유로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청자를 위로하면서 동시에 화자 또한 청자와의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대해서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화자가 청자에게 이와 같은 태 도를 취한 것은 화자와 청자가 매우 가깝고 친밀한 관계임을 시사한다.

4) 교훈을 의미하는 영어의 didactic의 어원인 그리스어 Didaktikos는 가르침과 배움이라 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고 한다. Alex Preminger and T. V. F. Brogan, ed. The New Princeton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3, p. 230.

5) 경상북도교육위원회 편, 전통문화의 맥, 1987, 88면.

6) 이본에 따라 다음과 같이 여러 양상을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일 시집으로 떠나는 딸의 마음과 부모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안동지방 <계녀가>에서는 ‘​마음 엇더​며 / 너심사 갈발업다’로, 안동과 성주 지방 <계여가라>에서는 ‘네마음 엇​ 요 내심​갈발업다’로, 봉화와 영양 지방에서는 ‘너마음 어떠한요 내심사 둘대업다’

로, 영주와 의성 지방 <여아경계가>에서는 ‘내마음 엇드튼고 내심사 갈바업다’로, 경 주 지방 <계녀가>에서는 ‘너마음 엇​할고 너심사 갈바업다’로, 안동지방 <기녀가>

에서는 ‘너마암 엇더할고 ​심사 갈발업다’로, 의성지방 <게녀가>에서는 ‘네​​​엇더

​랴 ​심​갈발업다’로, 성주지방 <계녀​라>에서는 ‘너망암 엇덧튼고 ​심사 갈발 업다’로, 영주지방 <계여가>에서는 ‘​심사 갈바업다 네마암 엇더​​요’로, 경산지방

<계여가>에서는 ‘너의마음 엇더​며 ​의마음 엇더​랴’로 되어 있다. 권영철, 「규방 가사연구 (3) - 계녀교훈류를 중심으로 -」, 효대논문집14, 효성여자대학교, 1975, 14-17면 참조.

이와 같이 작품의 서두에서 화자가 시집으로 떠나는 청자를 위로하고 자 신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는 장면은 가​ 소재 <계녀​>7), 경계가라 소재 <경계가라>8), 경북 내방가사 1 소재 <게여가>9), <경게가>10),

<경​사라>11), <계여가>12) 등에서도 확인된다. 이 모든 작품들이 규방가 사 I 소재 <계여가>의 이본이다. 이들 전형계녀가 작품의 화자는 여성 화자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Ⅱ장의 필사기 분석에서 가​ 소재 <계녀

​>가 아버지가 시집가는 딸에게 준 계녀가인 것처럼 실제 작품에서도 이 작품의 화자를 여성으로 설명해야 할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 여러 면에서

가​ 소재 <계녀​>를 비롯해 규방가사 I 소재 <계여가> 등 이른바 전형계녀가에 속하는 작품의 화자를 여성 화자로 볼 이유는 없다. 반대로 남성 화자라고 주장할 이유도 특별히 없다. 전형계녀가 작품에 나타난 화 자를 성별에 의거하여 그 성격을 단정 지어서는 곤란하다.

일찍이 권영철은 자신이 소장한 700여 편의 계녀가 중에서 480여 편이 전형계녀가에 속한다고 보고했다.13) 권영철의 보고처럼 많은 이본이 존재 한다는 사실은 전형계녀가가 규방가사 담당층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성 정체성을 기준으로 이들 작품의 화자를 설명한다면 필사기에 나타난 작품의 전승과 유통은 물론 작품의 실상과도 어긋나게 된 다. 전형계녀가의 화자는 규방가사 I 소재 <계여가>의 분석에서 드러난

7) “아​야 드려바라 ​일이 신​​이라 / 친졍을 ​즉​고 시가로 드려가니 / 네마암 엇 더​​고 ​심​갈발업다 / ​​마의 짐을실고 금반을 구지​야 / 문밧게 보​​젹에 경계

​​말 ​고만타” 가​소재 <계녀​>.

8) “아희야 드러바라 ​일이 신​​이라 친졍을 ​직​고 싀가로 도라갈져 네마암 엇더​

며 ​심사 갈발업다 바■■ 짐을실고 근반을 구지모라 문■■ ​​젹의 경계​​일 ​ 만​ 경계가라소재 <경계가라>.

9) “여아야 들어바라  일은 신이라 / 친졍을 즉고 시가로 도라가 / 네 마음 엇더며  마음 갈발 업다 / 마 짐을 실고 금반을 구지 고 / 문 밧계 보

젹 경계할 일 듯고 만타” 전재강 외, 경북 내방가사1, 북코리아, 2016, 15면.

10) “아야 들어바라 일은 신이라 / 친정을 직고 시가으로 도라갈 / 너마 음 엇더오 심갈 말업다 / 마 짐을실고 금방으로 구지여 / 문박 보적

 경말 만다만은” 전재강 외, 위의 책, 22면.

11) “아야 이말을 덜어보소 / 일이 신이라 친정을 직고 / 시의 들어갈제 네마음 엇드며 / 심 갈발업다 문박  보적의 / 경일 고 만타만”

전재강 외, 위의 책, 39면.

12) “아야 드러바라 일이 신이라 / 친정을 직고 시가로 드러간이 / 네 마암 엇더고 너 심 갈발 업다 / 우마에 짐을 실고 금반을 구지 야 / 문밧계 날 적 에 경계 말 고 만타” 전재강 외, 위의 책, 43면.

13) 권영철 편, 규방가사I,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79, 7면.

것처럼 청자와 매우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관 계처럼 실제 독자와도 매우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맺은 이라면 누구나 성 별과 관계없이 화자에 자신을 쉽게 대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이 전 형계녀가의 이본 생산을 촉진한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Ⅱ장에서 살핀 것처럼 경계가라 소재 <경계가라>도 해당 자 료의 필사기에서 언급된 이들이 가족인지, 친구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 지만 작자와 매우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를 맺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른 바 전형계녀가는 심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 속에서 전승, 향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계여가>처럼 규방가사 I에서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매 우 가깝고 친밀하게 나타나는 작품으로 <여아​​펴라>와 <권실보아라>를 들 수 있다. 이들 작품은 남성 화자의 계녀가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14) 먼 저 <여아​​펴라>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너의 ​난지가 거연 일삭이라 무심 아비오나 아조야 이즐손야

㉠저족의 ​방으로 알둔곳을 두남누어 문박을 나서보면 그곳으로 눈이가고 본심곳 도라오면 네​​각이 나난구나 아비의 탄솔함이 옛​람의 마암이라 호박한 이세​​의 옛​람이 어이사리

규방가사 I 소재 <여아​​펴라>는 화자가 청자를 2인칭 대명사인 “너”

로 지칭하면서 시작한다.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청자를 “너”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 작자와 독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을 말해 준 다. 화자와 청자가 나와 너의 관계로 설정되면 작품 바깥에 있는 작자와 독자 사이의 긴밀성은 강화되고, 독자는 작자의 전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야 할 의무감을 갖게 된다. 그만큼 나와 너의 관계를 사용하는 작품에서 작자와 독자 사이의 거리는 영(零)에 가까워진다.15) 이어서 화자는 자신을

14) 송재연, 「계녀가사의 구성양상과 서술특성」,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0; 박경주,

「남성화자 규방가사 연구」, 한국시가연구12, 한국시가학회, 2002.

15) 김대행, 시가 시학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1, 223-224면 참조.

‘무심한 아비’라며 자신을 아버지라고 소개하고, 그의 딸인 청자가 거년(去 年) 곧 지난해에 혼인했다는 사실을 서술한다. 그러면서 화자는 어찌 너를 잊을 수 있겠냐며 ‘-ㄹ쏘냐’의 강한 부정의 종결어미와 ‘아주야’라는 강조의 부사어를 사용하여 청자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화자가 이러한 태도를 보인 것은 실제적으로 청자와의 재회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시집 간 청자가 가까운 시일에 귀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화자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청자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청자의 부재로 화자의 공간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 에서 화자의 시선은 청자의 흔적을 따라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지만 청자의 부재와 그에 따른 허전감만을 느낄 뿐이다. 화자의 모든 생각과 느낌은 청 자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

만복길여 칠운후 당일신 보내오니 정신을 릴손야 두세가 잇을손야 외오안 각니 걸인일도 만아서라

㉡부지불각 급거중에 시문전 들어가서 십목소시 좌와중 응당실수 만으리라 머리단 비여곱기 손서러 어이며 출입기거 몸조심을 심기 어려워라

와야 이러난 날난줄 어이알며 유명이 타난무섬 날저무면 어이고 여공 볼심은 가지도 못능니 십팔연 운일이 소이 무엇이냐 놀든표적 무어시며 잠뎌이 어잇나 (중략)

못갈치고 못운일 분여첵망 일반이라 무능 아비셩정 식조 무릉하다 너의형들 출가 볼모양이 업셧으나

㉢후시 만나가서 알들교훈 받은후에 출등치난 못망정 저으앞은 난구나 너도마음 다시먹어 시견문 을바다 일심으로 와가면 뎌질날이 업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