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녀가류 규방가사가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창작 및 향유되었는지의 문 제에 주목한 본고는 계녀가류 규방가사의 창작 동기와 주제구현 방식을 중 심으로 문학적 특징과 의의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했다. 특히 계녀가 작품이 창작 및 향유되던 현장과 거기에 참여했던 이들의 관계가 계녀가 작품의 내용 및 형식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해명하는 데 중점을 두 었다.
Ⅱ장에서는 계녀가류 규방가사의 창작 및 향유 공간으로서 규방의 성격 과 자료 현황과 특성을 고찰했다.
선행 연구에서는 계녀가류 규방가사의 창작과 향유가 일어난 규방을 외 부 사회와 단절되어 있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여성을 유폐하는 공간으로 간주하고 계녀가류 규방가사의 작품 세계도 이러한 규방의 성격을 반영하 고 있다고 보았다. 기존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건축학과 민속학 등 인접 학 문의 최근 성과 등을 활용하여 규방의 공간적 성격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 토했다. 규방은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었으며 여성을 유폐시키는 공간도 아 니었다. 규방은 가정의 모든 주거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남녀를 초 월하여 가족 구성원들에게 열려 있는 소통의 장소였으며 여성들이 외부 세 계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선행 연구에서는 계녀가의 창작과 향유가 직계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제 한된 관계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 에 필사본 자료 22종과 현대에 간행된 자료집 7종의 자료를 대상으로, 이 들 자료에 있는 필사기 등을 참고하여 계녀가 59편의 특성을 검토했다. 계 녀가의 창작과 향유는 오늘날을 기준으로 서울, 경기, 충남, 충북, 경남, 경 북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루어졌으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남성들도 계녀가의 창작과 향유 에 활발히 참가했다. 그리고 계녀가의 창작과 향유는 직계 가족에서만 이 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일어났다. 작자와 독자가 혈연이나 혼인으로 연결된 관계도 있었지만 특별한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든 관계도 있었다. 작품 외부에 있는 작자와 독자의 관계가 작품 내부의 화자와 청자 의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전제 아래, 이들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
려하여 작품 분석을 위한 계녀가류 규방가사의 하위 유형을 세 가지로 분 류했다.
Ⅲ장에서는 Ⅱ장에서 구분한 세 가지 유형에 속하는 작품들을 창작 동기 와 주제구현 방식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첫 번째 유형은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과 같은 매우 직접적인 관계 속에 서 창작된 작품으로, 화자는 친밀감을 기반으로 청자에게 일생생활에 필요 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었다. 특히 화자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청자에 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침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반복하여 전언 하기도 했다. 이는 이 유형에 속하는 작품을 창작하고 향유한 이들이 일상 생활에 필요한 지침을 실천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유형은 혼인 등으로 연결된 문중과 같은 간접적인 관계 속에서 창작된 작품으로, 화자는 당대인들이 진리라고 생각하던 유교적 세계관에 근거하여 유교 담론을 재수용한 다음, 이것에 기초한 윤리 규범을 청자에 게 강조했다. 그런데 작품에 따라 수용된 유교 담론의 내용이나 수준은 작 품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화자가 유교 담론을 수동적으로 수용한 것 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재수용했으며, 청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유교 이념과 그에 따른 규범을 전달하고자 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이 유형에 속 하는 작품을 창작하고 향유한 이들이 기존의 유교 이념과 관련 규범을 재 조정하여 많은 이들의 동조를 구하고자 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 유형은 혼인 등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했지만 상당히 먼 관계이 거나 혈연이나 혼인 등의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든 관계 속에서 대중을 상대 로 창작된 작품으로, 화자는 여성 인물을 통해서 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청자로 하여금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자 했다. 이 유형은 등장하는 여성 인물의 성격상 두 가지 계열로 구분된다. 먼저 <귀녀가> 계열 작품들은
‘귀녀(貴女)’라는 이름처럼 아무런 시련과 고난 없이 축복 받은 인생을 살 아가는 여성 인물이, <복선화음가> 계열 작품들은 온갖 시련을 자신의 힘 으로 극복한 여성 인물과 그와 대비되는 부정형 인물인 ‘괴똥어미’가 등장 한다. <귀녀가> 계열의 작품들은 서술자의 시각에서 세상의 모든 복록을 누리는 인물의 본보기인 귀녀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향유자에게 그러한 삶 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복선화음가> 계열의 작품들은 온갖 역경을 자기 힘으로 극복한 여성 인물이 직접 자신의 일생을 진술하는 방
식을 통해 향유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는 이 유형에 속하는 작품을 창작하고 향유한 이들이 여성을 수동적인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여성의 자발적인 실천을 기대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논의된 결과를 토대로 Ⅳ장에서는 계녀가류 규방가사가 어떠한 이유에서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으며, 특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근대전환기에 활발한 창작과 향유가 이루어진 시대적 조건을 살펴 보았다.
조선 초기에는 왕실을 비롯한 일부 가문에서만 여성에 대한 교화가 이루 어졌고, 조선 중기부터 민간 차원에서 여성에 대한 교화가 본격적으로 이루 어졌다. 18세기 후반 일부 규훈서에서 여성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 기 시작했고, 20세기 초반 교훈가사에서 여성을 억압하던 정절 이데올로기 가 약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여성을 억압하는 부조리한 제도와 관 습이 존재했지만 여성을 둘러싼 교훈 담론은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여성들의 경제적 활동을 긍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 고, 복선화음 사상의 유행으로 경제 활동의 주체로 여성 인물을 서사적으로 형상화한 계녀가 작품들이 활발하게 창작, 향유되었다. 이는 계녀가가 사회 적으로 주요한 주제들을 수용하는 한편 서사 장르의 기법을 응용한 형식적 실험을 시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계녀가는 가사체의 형식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자가 청자를 향해 말을 건네면서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끈기 있게 전달하는 가사의 소통 방식은 다른 장르가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사의 실용적 기능이었다. 이를 통해 계녀가는 전근대 시기는 물론 근대전환기에도 계속 창작, 향유되었으며 규방뿐만 아니라 규방 바깥 으로 그 외연을 넓힐 수 있었다.
후속 연구를 위해 남은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본고는 계녀가류 규방가사의 창작과 향유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비교적 많은 자 료와 관련 작품을 연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를 위하여 여러 기관을 직접 방문하고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하는 한편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시도했 다. 하지만 현실적인 접근이 불가능하여 연구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한 자 료와 작품, 만나지 못한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연구의 출발점이 작품의 창 작과 향유의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었던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서 계녀 가류 규방가사의 온전한 모습을 그려야 할 것이다.
본고에서 연구 대상으로 다룬 대부분의 필사본 자료에는 탄식가 및 화전 가 유형에 속하는 규방가사 작품이나 교훈가사 또는 풍속가사 작품들이 함 께 수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제문(祭文)이나 유훈(遺訓) 혹은 언간(諺簡)이나 조장(弔狀) 등의 각종 글쓰기와 관련 서식이 실려 있으며, 문학의 범주에 들어가기 어려운 남녀의 궁합을 점치는 법, 가정에서 술과 음식을 만드는 법 등 여러 글들이 실려 있기도 하다. 계녀가류 규방가사에 초점을 맞춘 결과, 이들 필사본 자료 자체에 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기울 이기가 어려웠다. 계녀가에 관한 논의를 토대로 이들 필사본 자료의 편찬 의도와 특징을 검토하여 전근대 시기 여성의 글쓰기와 독서 문화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참 고 문헌
1.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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