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논의한 양안 교류협력의 양상에 대한 분석에 기반하여, 아래 에서는 양안 교류협력이 어떤 특징을 보여주었는지를 교류협력의 추진 목적, 추진 방식, 추진 체계, 추진 주체, 추진 단계, 영향 요인 등으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이를 통해 양안 교류협력이 한반도에서의 평화경제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첫째, 교류협력의 추진 목적과 관련하여, 중국과 대만 모두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정치적‧이념적 효과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추진되었다. 중국의 경우, 대만과 경제협력을 확대하여 대만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추구 하였고, 대만 기업의 중국 진출이 확대되고 양안 간 인적 교류가 확대 되면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불신감 해소와 대만 내 독립 세력을 제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대만은 장기간 중국에 대한 불신과 대만의 국제적 고립에 따른 안보 불안 요인 등으로 인해 중국과의 접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1980년대 이후 대만은 대외 경제교류 여건의 악화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필요로 했고, 대만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승인했다.
대만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에 필적하는 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중국 과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 따라 중국과 가능한 경제협력을 통해 국제적 활동 공간을 확보하고자 했다. 특히 2000년 이후 대만은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대중국 경제협력의 기회를 놓치게 되면서 대만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되었고, 대만 내 에서 ‘분리 독립’ 논의보다는 양안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56) 신종호, 중국-대만 간 교류협력의 특징 및 남북관계에 대한 시사점, pp. 111~118;
신종호, “중국과 대만의 교류협력과 양안(兩岸)관계의 변화,” pp. 280~292 내용 참조 후 수정‧보완.
많아졌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여 2008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마잉주 후보가 양안관계 개선과 대만 경제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 되었다. 마잉주 정권의 주요 공약을 통해 볼 수 있듯이 경제 침체 탈피를 위한 정책으로 대중국 경제협력을 본격화해 경제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2016년 차이잉원 정권 출범 이후
‘92합의’를 둘러싼 양안 간 갈등으로 인해 중국 시진핑 체제의 대만 정책이 더욱 강경해지면서 2020년 현재까지 대만은 ‘현상유지’ 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교류협력의 추진 방식과 관련하여, 중국과 대만은 정치적 갈등과 군사적 대립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 등과 같은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은 지속하는 소위 ‘정경 분리(政經分離)’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래 양안 간에 정치‧군사적인 위기 상황은 항상 있었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비정치적인 교류는 지속해왔기 때문에 양안 간 ‘소 3통’과 ‘대3통’ 및 ECFA 체결 등과 같은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를 창출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안 간 인적 교류 활성화가 경제협력을 촉진한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양안 간 교류협력은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이 동시에 추진된 것 이 아니라, 먼저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난 후 이것이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교량적 역할을 했고, 더 나아가 경제협력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교류협력의 추진 체계와 관련하여, 중국과 대만 모두 중앙 정부 차원이 아닌 해기회와 해협회라는 반관반민 기구가 교류협력을 주도하였다. 중국과 대만은 국토, 인구, 자연 조건뿐 아니라 ‘종합국력’
차원에서 비대칭적이고, 중국이 대만을 23번째 성(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대만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대등한 실체로서 정치적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양안 정부 차원의 공식적 교류협력의 부재를 보완하는 것이 해기회와 해협회이며, 양안 교류협력의 상징성을 넘어 실질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받기도 하였다. 물론 반관반민 기구의 협상력과 권한이 양안이 처한 대‧내외적 조건과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양안 교류협력의 성과는 양 기구의 노력의 결과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양측 간 타협이 어렵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쉬운 것부터 먼저 처리하고 어려운 문제는 차후로 미뤄두며, 합의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이견이 있는 문제는 남겨두는(先易後難, 求同存異)” 자세를 통해서 양안 주민의 실익을 우선시하는 협상태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57) 이는 한반도 남북관계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넷째, 교류협력의 추진 주체와 관련하여, ‘종합국력’ 차원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중국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대만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1971년 10월 중국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복귀, 1978년 12월 덩샤오핑 지도부의 개혁‧개방 노선 천명, 1979년 1월 미‧중 수교 등과 같은 대‧내외 정세 변화를 반영하여 중국은 대만 문제의 해결 을 무력적 방식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전환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1979년 1월 ‘3통 4류’ 제의, 1981년 9월 ‘평화통일 9개 방침’ 발표, 그리고 1982년 12월 ‘일국양제’ 구상 제안 등을 통해 양안관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2010년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ECFA 체결 과정에서도 대만과의 경제 규모의 차이를 고려 하여 많이 양보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57) 문흥호, “중국과 대만의 협상제도와 운영 사례 연구: 海峽兩岸關係協會와 海峽交流基 金會를 중심으로,” 中國硏究, 제48권 (2010), pp. 311~330.
반면, 중국의 경제적 자신감에 기반한 양안관계 주도 노력에 대해 대만은 그동안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으나 대만 경제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완전하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ECFA 체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ECFA 체결 10주년이자 협정이 만료되는 2020년 현재 대만 차이잉원 정권은 동 협정의 중지 혹은 추가 협상 추진의 기로에 서 있다.58) 중국은 대만과의 교역 과정에서 막대한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양안 경제협력이 정치 분야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감안하여 이를 감수하고 있으며, ECFA가 갖고 있는 경제적 효과 보다는 대만에 대한 정치적‧이념적 효과를 조금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동 협정의 개정 및 논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대만의 경우 ECFA가 대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 협정을 중지할 경우 중국 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40%를 넘는 대만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다섯째, 교류협력 추진 단계와 관련하여, 중국과 대만 모두 중장기적 통일정책의 일환으로 교류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과의 정치‧군사 분야에서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와 사회
‧문화 등과 같은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궁극적으로 정치적 통합을 성사시킨다는 장기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대만과의 교류협력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교류협력을 지속한다면 양안 간 통일 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대만도 통일을 장기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고,
58) ECFA 제16조에 따르면, 일방의 협정 종료 요구를 서면으로 통지할 수 있고 30일 이내에 양측이 협상 개시하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일방의 서면통지 이후 180일 내에 협정이 정식으로 종료된다. “ECFA將滿十年…為變局做好準備,” 經濟日報, 2020.
4.6., <https://money.udn.com/money/story/5628/4472707> (검색일: 2020.9.1.).
양안 교류협력을 통일의 중간 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 양안 간의 교류협력이 양측 최고 지도자 혹은 주요 정당 간 신뢰에 기반 한 정치적 결단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양안 통일은 비교적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여섯째, 교류협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관련하여 양안 모두 대내외적 변수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먼저, 대내적인 차원에서 통일방식을 둘러싼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반하여 ‘일국양제’ 방식을 통해 대만과의 통일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대만은 점차 스스로를 독립적인 정치적 실체로 인식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이에 기반하여 국제 사회로부터 공인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대립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다음으로, 양안 간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인들의 정체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과 멀어지고 있다는 점도 양안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國立政治大學 選擧硏究 中心)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992년에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17.6%)으로 보는 것보다 중국인(25.5%)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으나, 2014년에는 자신을 대만인(60.6%)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중국인(3.5%)을 압도했고,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는 인식이 32.5%를 차지했다. 2020년 6월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으로 인식하는 비율(67%)이 중국인(2.4%)을 압도했고,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는 인식 역시 27.5%로 하락했다.59)
59) 대만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國立政治大學 選擧硏究中心) 홈페이지 <https://esc.
nccu.edu.tw> (검색일: 202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