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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키프로스 교류협력의 성과와 과제

1974년 터키의 군사 개입 이후,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면서, 키프로스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로의 왕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물론 제3국을 통해 각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남북을 오가는 것은 제한되었다. 이러한 제한은 2003년 북 키프 로스에서 갑자기 니코시아 부근의 그린라인을 개방하면서 풀리게 된다. 남북 양측이 그린라인 개방지점을 통해 교류하면서 아래와 같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개방 이후 남북 양측은 인원과 물적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1,014,340명이 북 키프로스를 방문했고, 터키계 키프로스인 1,076,667명이 남 키프로스를 방문하는 등 총 2,091,007명이 서로의 지역을 방문했다. 같은 기간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차량 486,040대, 터키계 키프로스인 차량 417,629대 등 총 903,669대가 상호 통행했다. 또한 남북 키프로스는 5,405,121유로에 달하는 상호 교역을 달성하기도 했다. 해마다 이루어지는 전력지원 약 2400만 유로를 포함하면 교역량은 키프로스 공화국 GDP의 약 0.2%에 해당한다. 남북 키프로스 평화경제 조성에 청신호를 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113)

남북 키프로스 당사자 간의 합의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그 양상도 분화했다. 개별 도시 간의 협력과 협조도 활력을 찾고 있다. 특히 도시계획 부문에서 비정치적

113) European Commission, Fifteenth report on the implementation of Council Regulation (EC) No 866/2004 of 29 April 2004 and the situation resulting from its application covering the period 1 January until 31 December 2018, May 7, 2019, pp. 1~2,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PDF/

?uri=CELEX:52019DC0323&qid=1611563668155&from=EN> (Accessed April 22, 2020).

협력이 잘 추진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연보호에 공동으로 대처해 멸종위기 생물에 대한 공동조사와 보호를 하고 있고, 양국 접경지역에 대한 병충해 방제사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비정치적 사업들은 신뢰구축에 도움이 되고 있다.

1974년 터키의 군사 개입은 그리스계 키프로스 주민들과 터키계 키프로스 주민들의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양계 주민들이 한 마을이나 공동체를 이룰 수 없음을 의미했다. 이로 인해 미처 그린라인을 통과하지 못한 상대편 주민들은 별도의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콕키나(Kokkna) 마을이다.

이곳은 유엔평화유지군에 의해 보호되는 마을이며, 남쪽은 그린라인 으로 막혀 있고, 북쪽은 바다와 접해 있어서 남북 양측 모두로부터 고립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2003년 이후 그린라인이 일부 개방되면서 남북 키프로스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 되었다.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그리스계나 터키계를 구분할 필요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표 Ⅳ-10>과 같이 2004년도 키프로스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표 Ⅳ-10> 양계(그리스계/터키계) 공동체 설문조사 결과(2004)

구분 설문조사 내용 결과(%)

그리스계 키프로스

나는 터키계 키프로스인 이웃도 괜찮다. 57

키프로스 문제에 그리스계 책임이 크다. 79

두 공동체는 각자의 길로 가야 한다. 22

터키계 키프로스

우리는 그리스계 키프로스인들과 공통점이 많다. 48

그리스계 키프로스인과 혼인할 수 있다. 42

두 공동체는 각자의 길로 가야 한다. 50

자료: Alexandros Lordos, “Rational Agent or Unthinking Follower?: A Survey-based Profile Analysis of Greek Cypriot and Turkish Cypriot Referendum Voters,” in Cyprus: A Conflict at the Crossroads, eds. Thomas Diez and Nathalie Tocci (U.K.: Manchester University Press, 2009), pp. 21~33을 참조해서 재작성함.

설문조사는 그린라인이 개방되고 1년이 지난 뒤에 실시되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 공동체에는 세 가지 내용의 질문이 주어졌다. 먼저

“터키계 키프로스인이 자신들의 이웃이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7%가 ‘괜찮다’는 답변을 했다. “키프로스 문제에 대한 책임이 그리스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79% ‘그렇다’는 답변을 했다. “두 공동체가 통합이 아닌 각자의 길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22%만이 찬성해 양계 공동체의 통합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터키계 키프로스 공동체에도 세 가지 질문이 주어졌는데, 그 내용은 조금 달랐다. “자신들과 그리스계 키프로스인들이 공통점이 많은가?”라는 질문에는 48%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그리스계 키프로스인과 혼인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42%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마지막으로 “두 공동체가 각자의 길로 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절반이 찬성을 해서 그리스계 키프로스 공동체에 비해 통일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분단 이후 반목과 갈등으로 일관하던 양계 공동체는 국경선이 개방 되면서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되었다. 상대에 대한 증오심은

이해와 동반자로 인식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는 통일 문제에 있어서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으며, 터키계 키프로스는 통일에는 일부 부정적인 면을 보이면서도 그리스계와 혼재되어 공동체가 꾸려지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을 보였다. 설문조사 이후 15년 넘게 지났다. 현재 양계 키프로스 주민들의 인식은 더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그린라인 검문소를 통제하는 유엔 평화유지군에게도 감지되었다. 이들은 “새로운 통로는 양측 주민의 접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쌍방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114) 데이터는 없지만, 현재 키프로스 주민들의 통일과 양계 공동체 통합에 관한 인식은 2004년에 비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 키프로스가 통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키프로스의 인적 물적 교류는 사소한 문제들을 잉태해 남북 양측에 과제도 남겼다. 불법이민 문제는 키프 로스 공화국에 골칫거리가 되었다. 키프로스 공화국은 완충지대의 검문소가 개방된 이래 약 20여 년간 검문소를 통과하는 모든 인원에 대해 확인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유로운 왕래정책은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난민과 중동지역 전쟁 난민 등의 유입으로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고민하던 키프로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 6월 8일 키프로스의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Nicos Anastasiades) 대통령은 인구의 대량유입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불법이민 을 억제하기 위해 완충지대 검문소를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을 확인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선데이 시메리니(Sunday’s Simerini)

114) United Nations Peacekeeping Force in Cyprus <www.unficyp.unmissions.org>

(Accessed August 15, 2020).

와의 인터뷰에서 남 키프로스도 북 키프로스측이 그동안 해왔던 검문소 통과 시 신원확인 절차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나스타시아 데스는 “약 20년 동안 자유롭게 왕래했지만, 앞으로는 누가 우리 지역 에 넘어 왔는지를 확인하는 조치들이 완충지대 전반의 검문소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충지대가 상당히 길고 광범위해서 방위군의 수용력을 감안할 때 완충지대를 보다 효과적 으로 보호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흐름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많은 수의 이민자 들이 증가하면서 ‘국가 생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전쟁난민에 대한 원조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터키가 키프로스 공화국을 난처하게 만들기 위해 해상 및 공중으로 많은 수의 난민과 경제 이민자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인내 할 수 있는 수의 난민을 통제하는 것은 인종차별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115)

이번 발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그중에서 정부 발표를 옹호하는 입장은 다음과 같다. 이미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이민자들에게 국경을 닫았으며 다른 국가들은 이민을 거부한다는 지적이다. 키프로스는 난민 및 망명 신청자에 관한 모든 국제법 조항을 준수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그 수가 국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키프로스는 EU 국가들 중에서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는 수가 가장 많은 국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키프로스 공화국 에서는 어쨌든 이 문제는 터키의 도발로 인해 야기되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치로 남북 키프로스 주민들의 왕래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키프로스 공화국이 터키가

115) “More checks at crossings to curb migrant flows,” CyprusMail, June 7, 2020,

<https://cyprus-mail.com/2020/06/07/more-checks-at-crossings- to-curb-migrant-flows/> (Accessed June 8, 2020).

배후에서 난민 문제를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북 키프로스 터키 공화국(북 키프로스) 주민의 출입국 절차를 강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북 키프로스의 인적 교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매일 생계를 위해 검문소를 넘는 북 키프로스 사람들 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담배 밀수나 원산지 표시 위반, 터키계 키프로스인(북 키프로스)들의 차량 통행 제한 등은 개방 초기부터 불거진 문제지만, 아직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