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있다. 물감이 흘러내림이나 고인 채 굳어버린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물질의 배열이 이미지 내의 다른 대상들과 맺는 상호적인 관계에 의해 각기 다른 입체적 가치가 부여되었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 우연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면서도 물질 자체의 인상과 그것이 다른 요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예측함으로, 자 연스러운 물질이 주는 독특한 감정과 환영의 대상적 의미가 이미지 안에 서 종합되어지는 것이다.
자신 고유의 방식을 고안해간다. 이 세밀한 작업 과정에는 두려움과 기 대가 공존한다. 어린이가 배를 멋지게 그리고 위에 붓질을 휘갈겨 놓고 는, 이것은 배고 붓질은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간편하게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담벼락에 그려진 빗자국으로 산수화를 투사해내는 것으로부터 회화에 서 투사의 정신적인 운동력이 발생한다. 송제는 이런 정신적인 운동력이 그림의 주요한 즐거움이 되기에 화가가 투사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연적 인 효과로 대상을 암시함으로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도록 조언했던 것이 다. 비 오는 날, 평평한 벽면을 바라본다는 태도에는 보는 이가 평소보다 과민한 상태로 벽면을 바라본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구름 속에서 많은 동물들을 찾아내는 어린아이처럼 대상을 인식하는 허용치를 의식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평소에 이런 상태의 반응 기제62)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모든 솥뚜껑을 자라로 알아보고는 놀라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의 세계에서는 예술을 바라보는 눈앞에서 허용된 기 만이 있다. 이런 자유 속에서 색채와 형태를 왜곡함으로 우리의 감각을 확장시키기도 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정신의 활동영역을 제공하 는 것이다. 평면 위에서 예술적 목적을 두고 대상이 그려질 때는 환영적 눈속임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목적을 두고 있다.63) 오히려 사실의 유사성 과는 멀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럴 듯 보이게 만드 는 감각적 환영을 고의적으로 깨트리고 정신적 활동이 더욱 더 나타나도 록 하는 것이다.64) 다음 장은 이에 관한 것이다. 본 장을 통해서 재현의
62) 곰브리치는 지각에는 관조자의 역할이 따르는데 이미지를 보고 무엇인지 읽는 것은 이미지가 무엇에 들어맞는지를 시험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때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조자의 정신적 반응기제는 이미지를 받아들이기 이전의 준비 상태를 말한다.
Gombrich, 앞의 책, pp. 220-24
63) 랑시에르의 설명에 따르면, ‘예술의 이미지는 대상과 의도적인 간극, 비-유사성을 산 출하는 조작’이기 때문이다.
Ranciere, 앞의 책, p. 19
64)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묘사하거나 눈이 결코 보지 못하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어 떤 생각을 의도적으로 명료하게 하거나 모호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각적인 형태들은
어휘가 만드는 시각적인 운동력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다음 장에서는 이 어휘들이 하나의 회화로 완결되어지는 과정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파악되어야 할 의미를 제공하거나 제거한다.”
Ranciere, 앞의 책, p.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