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검토한 CTR의 외국사례들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은 크게 2개 그룹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하나는 우선 비핵화를 수용하게 만드 는데 기여한 요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비핵화의 추진과정에서 유의해 야 할 점들이다. 위에서 살펴본 외국사례들의 공통된 가장 큰 특징은 모두가 자발적인 핵포기 결정이 이루어진 이후 CTR이 실시될 수 있었 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적용 가능한 함의를 도출할 때도 먼저 외국 정부가 비핵화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찾아내 야 할 것이다.그런 후 CTR을 통한 비핵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 기 위해 필요한 고려사항들을 집어봐야 할 것이다.
가. 비핵화 결정 이유
비핵화를 결정하게 된 이유로는 대개 3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압박과 회유의 적절한 조화라고 할 수 있다.이는 리비아 사례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유엔 안보리와 EU의 수출제한 결의, 미국 별도의 금수조치,자산동결 등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리비아는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였 고, 결국 그 경제난 극복을 위해선 비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에 이르렀던 것이다. 또한 미국의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 역시 카다피 정권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였다. 9·11 이후 미국은 반테러와 비확 산을 최우선적인 안보전략으로 내세우고,필요하다면 일방적인 선제공 격도 서슴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아프간과 이라크전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런 차에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받고 있는데다 핵개발 의 혹까지 받았던 리비아로선 미국의 무력행사 가능성을 심각히 받아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런 강한 압박과 더불어 영국의 중재 하에 은 밀한 외교적 협상을 통해 회유적 노력을 병행한 것이 궁극적으로는 주 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협상에서도 역시 원칙에 입각하여 리비아 측의 과거 테러에 대한 인정과 보상,진정성 있는 핵포기 등이 강조되 었다.하지만 그와 더불어 만약 리비아가 과감하게 전향적 행동을 보일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도 분명 히 전달되었다.그런 회유적 설득으로 인해 카다피 정권은 핵개발 포기 가 곧 정권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그 결 과 협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따라서 북한에 대해서도 국제공조 를 통한 단합된 압박과 외교적 설득노력이 잘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점은 6자회담의 경험에서 보듯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중국을 잘 설득하여 공조를 이루어내는 일이 관건이 될 것이다. 또 최근 다시 동북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러시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궁리해볼 일이다.
둘째, 외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다.이는 구소련 3국의 사례에서 확 연히 나타났고,리비아의 경우도 다소 영향을 미쳤다.자발적이고 적극 적인 핵포기 노력에 대해서 미리 사전에 약속은 없었지만 서방국가들 의 경제적,기술적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모두가 갖고 있었다. 특히 구소련 3국의 경우는 핵포기뿐만 아니라 독립 이후 정치안정, 경
제발전,사회통합 등 국가건설이라는 막대한 과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 황이었기 때문에 선진 외국으로부터의 심정적·물질적 지원에 대한 기 대가 매우 높았던 시기였다.따라서 그런 기대감으로 인해 국내의 일부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집권층은 핵포기에 의욕을 보였던 것이다.
셋째,대외의존도를 지적할 수 있다. 이는 리비아 사례에서 가장 크 게 부각된 것이고 구소련 3국의 경우는 경제보다는 기술적 의존도가 큰 요인이었다.즉 리비아의 경우는 원유수출이 국가경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원유채굴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마저도 대미 의 존이 큰 상황이었다.그런 연유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상당한 효과 를 발휘할 수 있었고 핵포기를 압박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다. 구소련 3국의 경우는 설령 핵무기를 계속 보유한다고 해도 독자적 으로 관리 및 운용해나갈 재정적·기술적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어차피 제대로 사용도 못할 것을 굳이 보유하려고 하기보다는 과감한 포기로 국가이미지 제고와 실질적 지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 책결정자들이 판단하게 된 것이다.따라서 결국 경제적·기술적 대외의 존도 역시 핵포기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 CTR 추진 시 유의사항
일단 핵개발 포기를 결정한 이후 성공적인 CTR을 추진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 4가지가 있다.첫째, 철저한 법제화를 통한 체계 적인 추진이 필요하다.74 외국사례에서 보았듯이,모든 국가들이 CTR 을 추진하기 전 가장 먼저 필요한 법과 이행규정을 공식적 협약을 통해
74_Amy F. Woolf, “Nonproliferation and Threat Reduction Assistance: U.S.
Programs in the Former Soviet Union,” CRS Report RL31975 (February 4, 2011), p. 50 참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체결하였다. 러시아와 구소련 3국의 경우는 과거 냉전 시기 군축 및 군비통제 협상의 경험이 많아 상호 협약체결과 그에 따른 약속이행이 란 방식에 모두가 익숙했고 순응하였다. 그래서 설령 시행과정에서 불 만이나 비판이 나와도 약속대로 집행이 이루어졌고, 프로그램의 연장 내지 확장도 새로운 협약개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물론 협약의 내용을 가능한 한 오해의 소지가 없게 명확히 하고 다양한 우발사태에 대비한 보완규정도 꼼꼼히 검토,포함시키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철저한 법제화를 통해야만 시행이 체계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 고, 혹시 중간에 억지를 부리거나 태업이 발생하는 경우도 막을 수 있 다.이는 약속을 해놓고도 어깃장을 놓는 경우가 많은 북한을 생각하면 더욱 명심해야 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시행 중간에 엉뚱한 핑계나 비협조적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조항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비 상조치 조항 등을 꼼꼼히 챙겨 어렵게 이룬 합의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확실한 법적 근거와 방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제도적 사항으로 비핵화 추진을 위한 남북한 공동으로 총괄 및 전담기구를 설립해야 한다.75 이는 리비아가 ‘3자운영·협력위원회’ 를 통한 단계적 추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또 구소련 3국의 경우 법제화를 통해 체계적인 추진이 이루어지긴 했지 만 참여기관들 사이에 원활한 협조와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체와 비효율성이 커졌고,그로 인한 상당한 불만이 제기된 것을 참조한 것이 기도 하다.물론 구소련의 경우 10개의 프로그램으로 확대 및 연장되면 서 수많은 기관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 비효율성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고 총괄적으로 전담해서
75_Ibid., pp. 47~48 참조.
추진해나갈 기구를 설립하거나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셋째,철저한 약속이행을 꼼꼼히 따지되 집행과정에서 가능한 한 북 한의 체면도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약속을 한 이상 비핵화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고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전적으로 협조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그렇다고 남한 쪽에서도 굳이 북한 당국이나 주민들 의 자존심까지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또 내용적인 측면에서 북한에게 군사적으로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다.따라서 검증대상 시설이나 장비 에 대한 접근이나 약속이행의 투명성 보장을 양보하지 않는 선에서 최 대한 북한의 편의를 반영해줄 필요가 있다.보다 확실한 북한의 비핵화 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다른 분야에서의 남북한 신뢰구축 과 관계증진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그러한 남한 측의 추가적 노력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외의 폭넓은 지지와 우호적 여론의 형성이다.합의도 어렵 지만 시행과정도 만만치 않다. 많은 국내외 기관과 기구들이 참여하다 보면 절차적 문제로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예기치 못한 사고나 우발 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자칫 평소 불만이나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인사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그로 인해 집행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이는 러시아와 구소련 3국에 대한 CTR 시행 시 미국 의회 내 비판세력들의 문제제기로 예산배정과 집행에 지연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수혜국들이 큰 불만을 가졌던 사례를 통해 확인되 었다. 북한과의 CTR추진 시에도 우발사태 발생으로 자칫 남남갈등이 재연되거나 국제공조가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합의과정은 물 론 시행 시에도 지속적으로 우호적 국내외 여론조성과 지지확보에 각 별한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