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행체계의 기본 틀
무엇보다 대북 CTR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명확한 고위급 정치적 합의의 도출과 제도화이다. 특히 정치적 합의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미·북 제네바기본합 의 (1994)와 9·19공동성명 (2005) 등에 의한 비핵화 지원사업이 모 두 정치적 합의의 붕괴와 함께 중단된 적이 있다. 이들은 사업 초기에 명확한 정치적 합의가 있고 이것이 명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결국 관련국가가 합의를 철회하고 사업이 중단되
었다.
따라서 CTR사업은 6자회담 틀 내에서 추진하는 것은 안정적일 것 이다. 2003년 6자회담이 시작된 이래 수차례 회담의 중단,합의 이행체 계의 붕괴가 있었지만, 특별히 대안이 없는 만큼 6자회담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향후CTR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6자회담 합의의 복원이 아니라,새로운 ‘그랜드바겐’을 통해 반드시 합 의와 이행보장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둘째, 6자회담 체제 내에서 CTR사업을 제도화하는 차원에서 ‘CTR 실무그룹(Working Group)’을 설치할 것을 제기한다. 현재 6자회담에 는 미·북,일·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경제에너지 실무그룹, 동북아평 화안보체제 실무그룹, 비핵화 실무그룹 등이 있다. 새로이 설치될
‘CTR 실무그룹’은 비핵화 실무그룹과 경제에너지 실무그룹의 일부 기 능과 중복되지만 그 사업 분야가 더욱 확대된다.필요하다면, CTR, 비 핵화, 경제에너지 실무그룹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셋째, 마지막으로 6자회담이 CTR사업을 실제 집행하기 위해서는 산하에 ‘북한비확산지원기구(Denuclearization Assistance Organi- zation)’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6자회담 내 ‘CTR실무그룹’은 비상 설적인 협의기구로서 실제 집행되는 방대한 규모의 CTR사업을 관리 할 수 없다. 따라서 과거 미·북 제네바기본합의 에 따라 대북 경수로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 설립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전례 를 따라 ‘북한비확산지원기구’를 설립하여, CTR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 토록 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한국, 미국, 일본, EU 등 4개 행위자가 참여하는 국제기구로서 뉴욕에 본부를 두고 경수로 건설 과 중유지원 사업을 수행하였다.
6자회담은 북한비핵화지원기구를 관리감독하며, 이를 위해 회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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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가 동 기구의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다. 비핵화 지원기구는 6자회담 회원국과 유엔, IAEA 등 국제기구의 파견 직원으로 충원한다. 기구 소재지는 북경 또는 서울로 하고,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둔다. 북한의 CTR 참여와 핵 과학기술자의 전직 유도 차원에서 비핵화 지원기구와 평양사무소에 북한전문가의 참여를 장려한다.
(2) 국내적 이행체계 구축
(가)‘북한비핵화지원법’제정87
우리 정부가 대북 CTR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동 사업의 지속성 보장과 재정지출이 필요조건이다.과거 대북지원,특히 경수로 건설,대북 에너지 지원 등의 사례에서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국민들 은 CTR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일 것이다.88 따라서 현 시점에서 북한이 CTR 프로그램을 수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힌다 하 더라도 한국 국민들 대다수가 대북 CTR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리라고 보기 어렵다.
대북 CTR사업의 지속성과 재정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동 사업의 입법이 전제되어야 한다.미국은 CTR 사업을 위해 ‘상호위협 감축법’또는 일명 ‘넌-루거 법’을 제정하였듯이,우리도 ‘남북상호위협 감소법’ 또는 ‘북한비핵화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은 우리 안보 와 세계평화를 위한 북한 비핵화 지원의 필요성을 정당화하고,그 재정
87_이 부분은 김석우·전봉근·강정민, “핵활동 기술정보 수집·분석체계 구축: 북한판 CTR 프로그램 분석 연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연구원 보고서, 2010); 오충석,
“대북 CTR 적용 가능성과 한국의 역할,” (2011.4)을 최대한 참고하였다.
88_남북관계가 지금보다도 훨씬 좋았다고 평가되던 2005년 7월에도 한국 정부가 대북 전력지원을 발표했을 때 이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표명한 사람들이 42.8%였다.한 겨레, 2005년 6월 24일.
동원방안과 주요 CTR 대상 사업을 제시해야 한다.구체적으로 북한비 핵화지원법은 최소한 다음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89
①북한의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폐기를 위한 기금 마련
②대북 CTR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적 기구 및 국내적 기구 구성
③ 핵 시설의 물리적 방호 및 검증 가능한 안전보장 조치
④ 한국 과학자 및 과학 기술의 투입
⑤북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평화적 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 전환
⑥ 북한 WMD 관련 시설, 장비의 평화적 전용
⑦ 모든 WMD 무기와 운반수단의 폐기 및 파괴
⑧모든 WMD무기제조시설의 불능화, 이전, 저장, 그리고 안 전조치
⑨ 북한 내 비확산을 위한 수출통제제도 구축
(나)‘북한비핵화지원기금’설치
대북 CTR 사업자금을 위해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거나 또는 현재 통일부가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전자를 위 해서 ‘북한비핵화지원기금’을 설치해야 하지만,별도 기금 설립이 항상 재정건전성 부담과 정치적 논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실정이 다. 대안으로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고,이를 위해 기금 내에 ‘비핵화 지원계정’을 두는 방안이 실용적이다.
통일부는 1991년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한 이래 약 1조원 규모의 기금 을 유지하여 왔으며, 대북지원과 경수로사업으로 각각 수조원 이상을 지출하였다.동 기금은 KEDO경수로사업을 위해 ‘경수로계정’을 설치
89_오충석, “대북 CTR적용가능성과 한국의 역할,” (평화협력원 CTR연구모임 발표 문, 20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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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는바,이와 같이 기금 내 별도 ‘비확산지원계정’을 설정하거나, 또 는 지원 가능사업 항목에 비확산지원(CTR) 항목을 추가할 수 있다. 남북협력기금은 아래와 같은 용도로 집행되고 있는데,대북 CTR자원 을 위한 별도 항목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① 남북한 주민왕래 지원
② 문화·학술·체육 협력사업 지원
③교역 및 경제분야 협력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자금의 지원 또는 융자
④남북교류협력 촉진을 위하여 대금결제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자금을 융자해 주는 금융기관 등에 대한 지원
⑤ 민족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
⑥차입금 및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의한 공공자금관리기금으 로부터의 예수금의 원리금 상환
⑦ 기금의 조성·운용 및 관리를 위한 경비의 지출
(다) 정부 내‘북한비핵화지원사업단’설치
대북 CTR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할 경우, 사업의 지속성,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내 ‘CTR사업단’ 또는 ‘북한비핵화지원 사업단’을 설치해야 한다.이때 주관 부처에 대한 논쟁이 예상된다. 미 국의 경우, 초기에는 국방부 주도로 추진하다가 점차 에너지부, 국무부 등 전 부처로 확대되었다.
우리 경우는 통일부,외교통상부,국방부,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 부 등이 관련된다. 부처마다 주관부서로서 장단점이 있는데, 통일부가 주도할 경우 핵폐기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여 남북통합의 기반을 다진다는 장점이 있고, 30여 년 동안 북한과 협상을 해온 경험, 그리고 북한에 대한 정보 등이 풍부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핵 관련 전 문 기술이 부족하고 다른 참여국들과의 협조에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
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의 경우 참여국들과의 협조에서는 유리하나 북한 내부 관 련 경험과 정보 부족,과학기술지식과 사업수행역량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미국은 탈냉전기 초기 국방부의 잉여예산을 CTR사업에 우 선적으로 투자하여 국방부가 주관부서가 되었으나, 우리의 경우 북한 이 거부감을 가져 북한과 협조가 쉽지 않다.또한 국방부는 북한의 핵 무기 해체 등 특정 분야에 업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원자력국을 두고 있고 산하의 여러 원자력 관련 연구소들이 핵 관련 제반 기술을 담당하고 있어 실제 CTR 추진을 위 한 지식과 기술면에서는 적절하나 대외 관계,대북관계 등에서는 경험 이 없다.90 지식경제부는 산하에 한국수력원자력,한전,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료,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등 상용 원자로의 개발에 서 사용후연료 보관에 이르는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이는 경수로 의 대북제공 등 제한된 분야 이외에는 실제 CTR을 기획 추진할 수 있는 노하우는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대북 주무부서인 통일부가 주도하거나, 범정부 차원의 별도 사업부서를 만드는 방안을 제기한다.특히 통일부, 외교통 상부, 교육과학기술위(원자력안전위원회)등 3개 부서가 주축을 이루 되,사업 성격에 따라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대북관계와 국제관계에 서 각각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기술적 문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 도적으로 참여한다.
예를 들면, ‘북한비핵화사업단(가칭)’을 구성하고 통일부, 외교통상
90_교육과학기술부의 원자력 관련 기능 대부분이 2011월 10월 대통령직속 원자력안전 위원회로 이관됨에 따라,대북 CTR사업과 관련한 기능도 대부분 안전위원회로 이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