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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화론

문서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페이지 109-115)

이러한 시각에서 아래에서는 북한 변화론의 변천과정을 정리하고, 불변론의 문제점과 북한 3단계 변화론을 토론하고자 한다. 그리고 북 한의 변화 실태를 분야별로 간략히 소개한다.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 %)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3.7 -3.5 -6.0 -4.2 -2.1 -4.1 -3.6 -6.3 -1.1

출전: 한국은행 자료

북한 붕괴론의 근저에는 북한 불변론이 있다. 북한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내부개혁에 실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른 동구권 국 가들을 본다면 개혁개방을 하더라도 체제변혁으로 붕괴할 것이기 때

문에, 북한은 개혁을 거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

다. 그렇다고 모두가 북한 조기 붕괴론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일부 전 문가는 북한의 불변성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체제 내구성으로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하였고, 몇 년 지나 이러한 판단은 유효한 것으 로 드러났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 불변론을 반박

하고, 북한 변화론을 내세웠다. 햇볕정책은 정책목표로 북한의 개혁개

방 유도를 내세우고, 북한의 변화를 낙관하였다. 당시의 변화론은 바 로 ‘변화 불가피론’에 해당한다. 햇볕정책에 따라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교류협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한다면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는 기대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강력한 대북 정책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는 즉각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은 수많은 아사자 를 낸 ‘고난의 행군’을 겪는 큰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체제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체득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2000.6)은 북한이 한국 과 협력정책를 추진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더욱이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 등장(2001)은 북한에게 자구를 위하여 남북협 력과 개혁개방 외에 어떠한 선택의 여지조차 남겨놓지 않았다. 2000 년 이후 EU 국가들과 수교를 확대하면서 체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게 된다. 한국의 꾸준한 화해협력정책 추진, 베를린 선언 (2000.3)도 북한이 변화를 선택하는 배경이 된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였던 내부체제 변화가 10년 이 상 지체되었지만, 북한은 2002년 마침내 파격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선포하였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각종 경제특구의 지정 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때 늦었고 당연한 조치이나, 북한식 폐쇄적 유일체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불변론의 시 각에서 본다면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선언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시 누구도 북한의 변화를 기정사실화 하 지는 않았다. 북한의 실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3년 들어 북한의 개혁개방조치가 점진적으로 실천되면서 북한 의 변화가 점차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북한 변화의 임시성, 가역성을 제기하지만, 북한의 변화는 이미 상징적이고 임시적인 단계를 지나, 제도화와 불가역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그 결과, 북한의 변화 유무, 전술적·전략적 변화 여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한 논쟁이 되고 말았다. 대신 현재 북한에서 진행 중인 경제개 혁조치와 변화의 폭과 깊이를 평가하고, 이로 인한 정치·사회·경제적 충격을 예측하고 설명하고 대응하는 변화론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2. 북한 변화 3단계론

그동안 북한의 변화를 전술적, 전략적 변화로 평가하는 2 단계 변 화론이 유행하였다. 이러한 2 단계 변화론은 북한 내 변화의 실체를

인정하되, 그 임시변통성과 가역성을 부각하여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2 단계 변화론으로는 현재 진행되는 북한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변화론은 매우 높은 기준이 요구되는 전 략적 변화를 설정하고, 그 외 모든 형태의 변화는 전술적 변화의 범주 에 담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변화의 실체뿐만 아니라 의미도 왜곡 하고 있다. 북한내 변화가 미미하였던 90년대에는 2 단계 변화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후반이후 진행되는 북한의 개혁조치와 이어지는 경제적 변 화는 전략적 변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전술적 변화 로 치부할 수도 없다. 변화의 파장과 방향성, 제도화의 정도를 볼 때, 전술적·전략적 변화의 중간쯤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분석틀로서 상징적 변화, 의미있는 변화, 근본적 변화의 3단계 변화론 을 제시한다.

가. 「상징적 변화」

상징적 변화는 전술적 변화와 비슷한 개념이다. 전술적 변화는 변 화의 가역성과 임시성을 부각한다. 또한 여기에는 변화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과 변화의 미래에 대한 강한 회의가 내재되어 있다. 한편, 상징 적 변화는 가역성과 임시성을 부각하기 보다는 변화의 불완전성과 제 약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변화의 의도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하여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상징적 변화는 개혁개방에 대한 체계적인 청사진 없이 제한 된 부문에서 제한된 변화를 추구하였던 8~90년대에 발생하였다. 내 부 개혁조치는 배제한 채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외자 도입에 치중한다. 북한은 80년대 들어 내부 동원에 의한 경제발전능력이 소진되자 대외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조치가 합영법(1984)과 라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개발(1991)이다. 북한은 90년대에 걸쳐 외자유치 활동을 적극 전개하였으나 북핵문제 발발과 내부의 변화 부 재로 인하여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나. 「의미있는 변화」 단계

북한은 80~90년대 개혁개방조치의 실패와 90년 후반부 고난의 행군을 통해서 힘들게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배우게 된다. 생존과 붕괴 의 갈림길에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의 준비작업은 마침내 7.1 경제관리개선조치로 체계화된다. 2001년 신년 공동사설의 소위 “신사고” 운동과 김정일 위원장의 상해 “천지개 벽” 발언도 이후의 개혁개방조치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의 일 환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개혁의 성공도 북한에게 사회 주의체제와 일당독재를 유지하면서 개방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자 신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상징적 변화가 점의 변화이라면, 의미 있는 변화는 선에서 면으로 확장된 변화이다. 분절된 점만으로는 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없었 기 때문에, 북한은 개혁의 제도화 및 전면화 조치로 변화의 모멘텀을 확보하였다. 이로서 변화의 방향성이 형성되고 불가역성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전술적 변화와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기도 하 다.

의미있는 변화 단계의 가장 중요한 개혁개방조치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들 수 있다. 이로서 생산과 분배에서 시장경제요소가 도입

되고, 사적경제 부문이 대폭 인정되었다. 환율, 임금, 물가 등 가격체

제가 개편되어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되었다. 국가배급

제를 대폭 축소하면서 유통에서 시장이 차지하는 몫이 급격히 확대되 었다. 배급제의 축소는 결국 개인과 기업에 대한 국가 통제력의 약화 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징적 변화단계에서 작동하였던 농민시장과 암시장 등이 종합시장 으로 양성화되고 확대되었다. 국가가 경제관리 기능의 일부를 포기함

에 따라, 시장이 이러한 부문을 보완하고 있다. 시장에서 사적인 거래

가 가능함에 따라, 개인과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생산하게 되고 북 한사회는 점차 실리, 실적, 실력을 중시하는 ‘3실주의’ 사회로 변하게 된다. 2003년 초에 건설되기 시작한 종합시장은 현재 평양에 40개, 북한 전역에 350개가 설치되어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는 전문가의 해외연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북한정부는 매년 수백명의 경제·법률전문가를 해외에 연수시키

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 력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금강산관광특구, 신의주특구의 개발도 북 한 변화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1970년대 초 한국의 마산자유수출 지역을 연상시키는 개성공단개발은 남북간 생산요소가 결합된다는 측 면에서 금강산관광에서 한 단계 발전된 경협 형태이다.

앞에서도 토론하였듯이 한국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은 북한내 진 행되고 있는 의미있는 변화를 평가하고, 이를 심화·발전시키고자 노력 하고 있다.

다. 「근본적 변화」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정치군사적 이념과 행 태는 아직 근본적인 변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 변화를 위해 서는 북한내부의 사회·경제적 변화 뿐만 아니라, 핵문제의 해결과 북·

미관계개선도 동반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북한은 한국과 주변국에 대하여 공세적 정치군사노선 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이데올로기도 재 해석되어야 하고, 국가의 계획기능과 배급제를 폐기하고, 시장기능으 로 대체해야 한다. 의미있는 변화가 사회·경제적 차원의 변화라면, 근 본적 변화는 정치·군사적, 이데올로기적 변화를 의미한다. 만약 북한 이 후발국의 이점을 활용하여 중국과 베트남 모델을 모방하되 시행착 오를 현저히 줄인다면 북한의 근본적 변화는 그리 먼 훗날의 이야기만 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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