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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스마트폰의 즉시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개인은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모바일 기기 를 통해 개인 미디어를 소유하게 된 개인은 “끊임없는 접속을 통해 시 간과 공간의 감각을 온라인 공동체 안에서 공유”(황예진 2018:28)한다.

특히 유튜브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카카오톡, 네이버, 인스타 그램 앱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으로 조사될 만큼 대 중적이고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며, 그 사용 시간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 다.32) 본 연구는 개인이 매일 유튜브 플랫폼에 접속하여 유튜브 콘텐츠 시청 행위 자체가 그들의 일상 속으로 편입된 현상에 주목했으며, 특히 이러한 매일의 연결 속에서 유튜브가 국가와 국민됨을 의식적·무의식적 으로 접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연구자가 면담한 유튜브 이용자들은 일주일에 4시간을 시청하는 이용 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매일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었 다. 면담자들은 매일 최소 1시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유튜브를 이용하 며, 유튜브 콘텐츠 시청이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그들은 보통 식사 시 TV 대신에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재택근무 때 TV로 유 튜브 앱을 연결하여 배경음악처럼 계속 틀어놓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스 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 대부분을 유튜브에 접속하고 있다는 면담자도 존재했다. 이에 따라 면담자들은 유튜브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유튜브를 “쉬운 매체”, 그리고 그들 스스로를 “영 상 세대(또는 영상을 쉽게 소비하는 MZ 세대)”라고 정체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유튜브 플랫폼에 접속함으로써 가상의 공동체

32) 고은이(한국경제 신문), “한국인들, 한달간 24시간 유튜브 보고 10시간 카톡했 다,” 2022.05.17.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205170618i

와의 연결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술적 환경은 유튜브 이용자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새에 그들을 가상의 국가적 영토로 소환한다. 일상적 민족주의를 국민국가가 국가로서 존재를 영속하기 위해 국가의 “신념, 가정, 습관, 재현, 실천의 총체적 복합물”(빌릭 2020[1995]:19)을 국민의 가장 친숙한 영역에서 재생산하는 기제라고 한다면, 이러한 민족주의는 국민의 가장 친숙한 가상의 영역인 유튜브 플랫폼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다. 이와 관련하여 미헬리와 히메네즈-마르티네즈(Mihelj and Jimnenez-martinez)는 일상적 민족주의는 컴퓨터로 매개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사라지기보다 오히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특정한 행동 유도성에 맞도록 ‘업데이트’ 되었다”고 설명한다(2021:332).

디지털 내셔널리즘에 관한 미헬리와 히메네즈-마르티네즈의 연구 (2021)는 국가적 인터넷 도메인, 알고리즘적 편향, 그리고 국가적 디지털 생태계 조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비가시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내 셔널리즘이 온라인에서 재생산되는 방식으로 특정한다. 국가 도메인(.kr) 의 존재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은 일상적 내셔널 리즘의 완벽한 예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때 국가와 국민됨은 개인이 일 상적인 온라인 환경에서 의식적인 생각 없이 활동할 때 재생산된다는 것 이다. 이와 관련하여 에릭슨(Eriksen 2007)은 인터넷이 비영토성을 지녔 다는 사실을 반박한 바 있으며, 핼러베이(Halavais 2000) 역시 월드 와이 드 웹(WWW)에서도 국경이 지속되는데, 이는 한 국가가 호스팅하는 웹 페이지는 국경을 넘지 못하고 같은 국가의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Mihelj and Jimnenez-martinez 2021:333에서 재인용).

유튜브는 ‘국경을 넘는 플랫폼,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플랫 폼’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디지털 구조를 우회하거나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킨슬·페이반 2018; van Dijck, Poell, & de Waal 2018).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각 국가의 인터넷 아키텍처에 적응하여 국가별로 특수한 버전의 플랫폼을 발달시키고 각 이용자를 해당 국가에 맞는 버전 의 플랫폼으로 자동으로 안내한다(Mihelj and Jimnenez-martinez

2021:336). 이와 관련하여 유튜브 CBO(Chief Business Officer)인 킨슬 (Kyncl)은 “유튜브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하지만, 사회에 내재한 잠재적·명시적·체계적 편견이 추천 알고리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 다”고 고백하기도 했다(킨슬·페이반 2018:140).

이러한 맥락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신념, 가정, 습관, 실천 또한 한국 버전의 유튜브 플랫폼 내에서 추천 알고리즘에 반영될 수 있다.

슬: 국뽕 콘텐츠나 한국 관련 영상이 알고리즘에 매일 뜨는 것 같은데요? 꾸준히 뜨고 꾸준히 봐요. (웃음) 거의 이틀에 한 번 씩 보는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이민을 간 이후로 계속 미국에서 거주 중인 슬은 한국어 영 상과 영어권 영상을 분리해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한국용· 미국용 유튜브 계정을 따로 생성하였다. 이는 유튜브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플랫폼 내에 서 국가 경계선을 세운 경우이다. 그는 한국 유튜브에 접속할 때마다 알 고리즘이 한국 관련 뉴스나 국뽕 콘텐츠 영상을 추천해준다고 설명했다.

한국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한국인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한, 또 는 한국인 이용자의 관심을 받아왔던 한국 관련 영상들을 알고리즘이 추 천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유튜브의 한국 도메인과 한국인 이용자의 이용 패턴, 믿음, 문화, 취향에 맞추어진 추천 알고리즘이 합쳐져 유튜브 플랫 폼 내에서 국가적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된다.

보연: 유튜브에 들어가면 한국말, 한국 콘텐츠 밖에 없어요. 영 어 콘텐츠를 소비를 안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내가 한국인 이 아닌가...?라고 했을 때 뭐 “내가 한국 사람이 아닐 이유가 없지”라고 생각하게 돼요.

상아: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한국 콘텐츠들을) 일단 보기

가 어렵겠지 한국어로 되어 있으니까... 난 유튜브에 한국 영상 이 더 많은 것 같아. 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덕질에서부터 시작 해서... 한국 TV 프로그램 보고 이러다 보니까 계속 이렇게 한 국어로 가는거지 (웃음)

보연과 상아는 현재 미국에서 거주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유튜브 플랫 폼에 접속할 때 거주 국가와는 다른 한국적 디지털 생태계를 의식적으 로 인식하고, 디지털 국경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자 신의 피드(feed)가 대부분 한국어 동영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국 정서 에 맞는 콘텐츠를 시청한 후 한국 콘텐츠가 더욱 많이 추천되고, 한국인 유튜버가 제작한 동영상을 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도 한국인임을 상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연과 상아의 사례는 온라인 공간에서 점점 소비자들의 커뮤니티로서 국가가 상상되고 소통되게 만드는 현상(Mihelj and Jimnenez-martinez 2021)과도 무관하지 않다. 유튜브 이용자는 한국인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한국어로 제작한 콘텐츠를 시청하는 소비 행위를 통해 의식적·무의식 적으로 국가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난다. 이는 플랫폼을 활성화하여 상 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디지털 플랫폼의 정치경제적 동기와 연결되 어 있는데, 디지털 플랫폼은 각 국가별 이용자들의 문화, 언어, 신념에 적합한 방식으로 플랫폼을 운영하여 더욱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려 시 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적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한국인 이용자는 다른 나라의 국 민과는 다른 온라인 경험을 겪게 되며, 사실상 국가 단위로 구축된 유튜 브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는 다른 국가와는 다른 검색 결과와 이용 패턴 을 생산하며 국가적 디지털 생태계의 형성에 다시금 기여한다. 유튜브의 가상적이고 일상적인 국가 영토 내부에서 유튜브 이용자는 매일 국가와 국민됨의 표지를 마주하게 되며, 민족주의의 이데올로기 또한 유튜브의 일상적 공간에서 이용자가 차마 알아차리지 못하는 형태로 침윤한다. 이 와 같이 디지털적으로 업데이트된 버전의 일상적 민족주의는 자칫 너무

나 사소하고 흔하여 폭력을 동반한 극단적 민족주의에 비해 무해해 보 임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즘 이데올로기의 명백한 부활, 또는 더욱 가시적이고 배타적인 형태의 내셔널리즘 전파를 위한 비옥한 토지”를 제공할 수 있다(Mihelj and Jimnenez-martinez 202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