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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유튜브 콘텐츠의 일상적 소비는 단순한 호기심 충족과 유희를 넘 어, 유튜브 시청자로 하여금 국민됨(nationhood)의 뜨겁고 생생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내셔널리즘에 있어 일상성(banality)과 열광 (effervescence)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연속체(continuum)의 양 끝단에 위치하기 때문이다(Skey 2006:148-151; Fukuoka 2017:350에서 재인용). 국뽕 유튜브 콘텐츠의 시청자들은 각기 다른 콘텐츠를 시청하 고 국가와 국민임을 상기하는 표상과 상징을 소비하면서 공통의 감정과 소속감을 공유한다. 연구자가 면담하였던 시청자들은 특히 한국, 또는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호의적 반응이나 성취를 담은 영상을 시청하며 뿌듯함, 자랑스러움, 대리 성취감, 우쭐함, 안도감, 애국심 등을 느꼈으 며, 반대로 한국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여겨질 때 분노의 감정을 느 꼈다.

수빈: (국뽕 콘텐츠를 보면) 기분 나쁜 게 없다고 해야 하나?

잠이 너무 안 와서 유튜브를 보는데 리액션 반응 영상을 한 번 보고 연달아서 보다가 새벽에 거의 밤샌 적이 있어요. (콘 텐츠가) 부정적 감정이 없고 칭찬으로만 이루어져서 거부감 없 이 들어온다고 해야 하나? 도파민만 분출되게 만드는 그런 거.

(...) 사실 제가 OO(가수)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제가 소속된 무리에서 저런 사람들이 나와서, 같은 우리나라 사람인데 능력 이 뛰어나서 세계에서 인정받으면 흐뭇하죠. (...) 예를 들어 해 외 여배우가 거식증을 앓고 있는데 우리 한식 덕분에 살아남

은 것처럼, 한식이 그 여배우를 먹여 살린 것처럼 그려지잖아 요? 이게 부풀려진 면이 있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감 정적으로는 흐뭇함이 있죠.

시연: 기쁜 감정이나 뿌듯함이 느껴지는 게 제일 큰 것 같아 요. 우리나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사건을 다루면 빡치는 (화가 나는) 감정도 들고요.

수빈은 한국 가수들에 대한 외국인 리액션 영상을 보며 “도파민이 분 출되는” 느낌을 받았고, 이로 인해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고 설명했다. 한국을 칭찬하는 영상의 내용이 과장되었을 수 있다는 사 실과는 별개로, 그는 “감정적으로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한국의 모습을 보며 흐뭇함이나 뿌듯함,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낀다 고 대답했다. 시연 또한 한국을 칭찬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때는 기쁨과 흐뭇함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반대로 한국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사건을 조명한 콘텐츠를 시청할 때는 한국인으로서 화가 나는 감정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윤영 역시 한국에 대한 외국인 리 액션 영상을 시청할 때 외국인 출연자가 극도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 면 화가 날 것 같다고 밝혔다. 즉, 그들은 모두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며, 국가에 대해 뿌듯함, 도파민이 분출될 정도 의 흥분, 기쁨, 자긍심,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연구자는 이처럼 유튜브 플랫폼 내에서 국뽕 콘텐츠의 개별적 시청을 통해 국가에 대한 열렬한 감정을 느끼는 현상을 ‘개별화된 집단적 열 광’으로 정의한다. 뒤르켐(2001[1912])은 의례에 함께 참여하며 고양되 는 집단적 열광(collective effervescence)이 집단을 통합하고 공동체적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의례 참여자는 공유된 상징, 움직임, 슬로건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동기화하고 상호적으로 서 로의 감정을 자극하며 집단 열광을 생성한다.

그러나 국뽕 유튜브 콘텐츠 시청을 통해 시청자가 국가에 대한 열렬한

감정을 느끼는 현상은 뒤르켐이 설명한 집단 열광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뒤르켐이 집단적 감정과 열광을 생산하는 성공적인 의 례의 기본적 조건으로 지목했던 집단의 물리적 결집이 유튜브 공간에서 는 부재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여러 학자들이 신체의 물 리적 공존이 불가능한 온라인 공간에서도 집단적 열광이 발생 가능한지 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의례에 대한 뒤르켐과 고프먼의 시각을 통합하 여 상호작용 의례36)에 대한 이론화를 시도했던 콜린스는 높은 수준의 정 서적 합류와 집단 열광을 위해서는 신체적 집결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콜린스에 따르면, 공동체가 강렬한 정서를 공유하게 만드는 상호작용 의 례는 신체가 집결하는 상황적 공현존(situational co-presence), 외부인을 구별하는 경계선, 상호적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관심, 공통의 정서 공유 라는 네 가지 조건 또는 성분을 기반으로 촉발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의 초점 공유와 공통된 정서 공유로, 그는 텔레비전이나 라디 오와 같은 원격 매체가 “흡인력·소속감·경외심을 느끼게끔 초점과 정 서 공유의 감각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공동체의 온전한 신체적 집결이 있을 시에만 강력한 효과가 발휘된다고 설명한다(2009:103).

이에 디마지오와 그의 동료들은 신체적 공현존이 부재하더라도 콜린스 의 상호작용 의례 효과가 온라인 환경에서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Dimaggio et al. 2018). 다시 말해, 신체적 공현존 없이도, 관심의 초점 공유를 중심으로 정서적 에너지의 고양이 가능하며, 다만 그 정도가 대 면 상호작용 의례보다는 다소 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 받침하기 위해 그들은 공유된 관심과 사회적 동조(“social tuning”)에 대한 연구 결과(Shteynberg 2015)를 동원한다. 개인이 정체성을 공유하는 다른 이들과 함께 어떠한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 집중한다고 믿고 있을 때, 더욱 정확한 과거의 기억, 더욱 큰 동기 부여, 더욱 고양된 감정을

36) 콜린스는 의례를 “일시적으로 공유하는 실재를 창조하는 정서와 관심사에 초점 을 집중시켜 유대와 집단 소속의 상징을 창출하는 기제”(2009:36)라고 정의한다.

본 연구는 국뽕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는 행위 자체를 정확히 의례로 규정하지 는 않지만, 유튜브 시청자들에게서 국가에 대한 열광적 반응이 발생하는 맥락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뒤르켐, 고프먼, 콜린스, 디마지오와 같은 의례 연구자들이 집단 열광을 생성하는 조건과 기제를 규명하였던 이론을 동원하고자 한다.

갖는 모습을 내보일 수 있는데, 특히 이러한 효과는 물리적 공존이 아닌 그들의 ‘믿음’에만 의거한 것이다. 컴퓨터가 매개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오늘날 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사람들은 디지털 소통으로부터 공동체의 인식과 감정에 대한 신호나 단서를 더욱 풍부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되었 다. 온라인 환경에서 이러한 단서를 읽어내며 개인은 공동체와 함께 관 심을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고, 그들의 믿음은 다시금 물리 적 공현존 없이도 다른 이들과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의 과거 경험과 공유된 상징을 끌어오려는 경향성을 향상시킨다(Dimaggio et al.

2018).

이 밖에도, 가르시아와 리메(Garcia and Rimé)는 자연재해나 테러 공격 이후 온라인 상에서 공동체가 이에 대한 강렬한 감정과 대화를 교환하는 것을 관찰하며, 개인이 다른 이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집 단적 감정의 사회적 공유로 정동된 공동체 안에서 사회적 동기화가 가능 해지며, 뒤르켐이 설명하였던 집단 열광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주 장한다(2019:618).

연구자가 면담하였던 대부분의 유튜브 국뽕 콘텐츠 시청자들 또한 온라 인 상의 콘텐츠 소비를 통해 결국 공통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 과 한국인으로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슬: 한국 문화에 관한 콘텐츠를 보면 자랑스러워요. 오~ 역시 한국. 이런 게 영상 시청했을 때 첫 반응인 것 같아요. (긍정적 인) 해외 반응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자부심과 관심을 가졌으 면 좋겠어요.

경준: (국뽕 콘텐츠를 보면) 애국심, 국뽕이 차오르죠. 막 “역 시 쩌는(대단한) 우리 대한민국” 이런 거.... 이렇게 노래 잘하 는 사람도 많고 음식도 맛있고, 김연아, 손흥민도 있고 뭐 그 런...

물리적 공현존이 불가한 유튜브 공간에서 국뽕 콘텐츠 시청자들이 국 가공동체에 대해 “국뽕이 차오르”는 느낌을 가지며 정서적으로 합류하 고, 열광(effervescence)을 느끼는 이러한 과정은 개별적이기도, 집합적이 기도 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거하여 개별화된 피드에서 이용자는 자 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유튜브 콘텐츠를 추천받고, 자신의 독자적 기준에 따라 시청할 콘텐츠를 다시 선택한다. 예컨대, 평소 음식에 관심 이 많은 경준은 한국 음식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 를 추천받고, 또 시청한다. 그는 특히 의대에 재학 중일 때 한국의 편리 한 의료 시스템에 대해 제작된 국뽕 콘텐츠를 눈여겨보게 되었다고 밝혔 다. 시연은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 징어 게임’에 대한 뜨거운 해외반응이 궁금하여 유튜브에 검색해보았 다.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콘텐츠를 시청하는 행위는 뒤르켐이 설명한 의례에서처럼 서로의 몸과 몸이 함께 있어 에너지를 느끼는 행위 가 아닌, 매우 개별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동시에, 콘텐츠마다 해당 소재 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가상으로 모여 콘텐츠를 시청하고, 댓글을 남기 고, 좋아요와 싫어요를 누르며 일시적인 집단을 형성한다.

[그림 Ⅳ-1] 유튜브에서의 개별화된 집단적 열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