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릭은 ‘우리’, ‘여기’와 같은 고국 지시어(deixis)가 발화자조차 인 지하지 못하는 새에 매일의 일상 속에서 국가의 존재를 공고하게 만든다 고 설명하였다. 이때 고국 지시어 ‘우리’는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청중 이 아닌, ‘우리 조국’에 속하는 모두, 즉 상상된 ‘우리’를 지칭한다 (Hartley 1992; 빌릭 2020[1995]에서 재인용). 이러한 고국 지시어는 은밀 하고 조심스럽게 고국의 깃발을 게양(flag)하여, 화자나 필자조차 눈치채 지 못하게 국가와 국민을 재생산할 수 있다(빌릭 2020[1995]). 물리적 청 중이 존재할 수 없는 유튜브 댓글창에서도 이러한 고국 지시어 ‘우리’
는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댓글 작성자 또한 ‘우리’가 누구를 지 칭하는지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우리’는 곧 한국인 집단 이라는 가정이 당연시된다.
↳코시국이라 움직이진 못하고 방구석에 찌박혀 팝송만 오지 게 찾아 듣고 있고 1년이 넘었따. 우리는 준비되었고, 누가 됐 든 공연하러 오기만 해봐 떼창으로 조져줄것임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돌아온다면... 에오는 우리가 제일 먼 저한다
↳우린 초 1때부터 국어 읽기 다 같이 읽으면 한 번도 안 본 애들이 한 번에 다 똑같은 음과 똑같은 속도로 하자너 ㅋㅋ
해당 댓글들은 내한 가수들이 한국 관중들의 떼창에 감동한 모습을 담 은 영상모음집에 대한 반응으로서, 이때 ‘우리’는 물리적으로 형성된 관중이 아닌, 보편적인 한국인 집단으로 막연히 가정 및 상상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초등학교 때 서로 합을 맞춰 국어 교과서를 읽어본 경 험이 있는 보편적인 한국인이자, 동시에 내한 가수의 공연이 열릴 때 누 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호응하며 떼창할 ‘흥’과 ‘기질’을 가진 한국인 이다.
이처럼 전 세계의 이용자가 모여있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한국인 집단을 표상하는 고국 지시어 ‘우리’가 성공적으로 지시 작용과 의미 작용을 완수할 수 있던 이유는 영상 시청자와 댓글 작성자의 의식 기저에 한국 관련 영상의 댓글창에서 한국어로 댓글을 작성한 이용자는 한국인이며, 이를 읽을 수 있는 이용자 또한 당연히 한국인일 것이라는 암묵적인 전 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관련 영상의 댓글창은 고국 지시어 ‘우리’가 당연하게 통용되는
‘우리’의 영토로 취급되며, 이러한 영토 내에서 ‘우리’는 해당 영상 을 시청하고, 댓글을 읽는 가상의 한국인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 로 상상한다. 유튜브 댓글창의 영토화는 오히려 한국인 ‘우리’ 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이용자의 존재가 가시화될 때 더욱 명시적으로 드러 난다.
↳이제 곧 영어 천지가 될 댓글창입니다.
↳그들이 오기 전에 한글을 남기자 ↳한글 왔다감.
↳영어를 할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잖아 ↳ㅎㄱ ㅇㄷㄱ
↳한국인들아 가즈아ㅏㅏㅏㅏㅏㅏ ↳올립시다 위로 위로
해당 댓글은 한국의 전통 과자를 처음 체험해보는 영국 택시 기사들의
반응을 담은 콘텐츠에 대한 반응으로서, 해당 영상의 댓글창에는 한국어 댓글뿐 아니라 영어 댓글이 많이 작성되었다. 이에 한국인 유튜브 이용 자들은 한국어 댓글을 달고, 서로 단합하여 그러한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대댓글’을 작성함으로써 한국어 댓글을 댓글창의 상단에 노출 시키려 노력한다. 이는 한국 문화에 관한 영상의 댓글창이 영어 댓글에 잠식되지 않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자, 댓글창에서 ‘우리’의 가상적 영 토를 점유 및 확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해당 영상을 제작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댓글창에서 한국어 댓 글이 밀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영상을 제작하며 “채널의 목표가 한국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인데 여기 까지 올 수 있도록 가장 많은 응원과 도움을 주신 한국 분들의 의견이 가려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유튜브사는 해당 크리에이터와 의견을 조율하여 댓글 노출 알고리즘을 수정하였고, 한국인 시청자들은 “예전 에는 댓글을 작성해도 전부 아래로 내려가고 영어 댓글뿐이라 댓글 창을 아예 안 보고 살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다른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읽으 며 즐거워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다고 반응했다. 이처럼 ‘우리’는 댓 글창에서 ‘우리’의 영토를 점유함으로써 그 영토 내에서 다른 한국인 집단의 일원들과 의견, 생각,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2) ‘우리’만의 특수성
‘우리’가 공통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당연하게 전제하는 것, 그 리고 이는 다른 집단과는 구분되는 독자적인 ‘우리’만의 성질이라고 여기는 것은 국민됨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를 제공한다(Bauman 1992; 앤 더슨 2018[1983]; 빌릭 2020[1995]). 빌릭(2020[1995])은 1992년 영국 수상 존 메이저(John Major)의 연설을 인용하며, 한 국가의 독자적인 국민정체 성을 환기할 때는 이와 관련한 세부적 사실이나 숫자를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즉, 청중에게 “‘우리’가 ‘우리만의’ 독특 한 방식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고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 국가만
의 변별적인 국민정체성을 소유했다는 사실이 청중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만의 독자적인 성질을 공유하고 있다는 가정 과 상상은 ‘우리’를 국민으로 정체화할 수 있게 한다.
유튜브 국뽕 콘텐츠들 역시 ‘우리’의 독자적(unique) 특성을 한국인 이용자에게 상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꾸준한 관 심을 얻을 수 있었다. 일례로, 한 콘텐츠에서는 ‘이것’만 보고도 바로 한국인임을 알아챌 수 있는 한국인 특유의 특징을 외국인 패널에게 보여 주고 반응을 살펴보았는데,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소파가 있어도 바닥에 앉아서 등을 기댄다 2. 우산을 펴서 말린다
3. 휴지 달라 하면 2장 빼준다
4. 폰 지갑 노트북은 안 훔치지만 자전거는 훔친다 5. 식사 후 마무리도 식사 (삼겹살 후 볶음밥) 6. 10초 준다면서 12초 준다
7. 언제 밥 한 번 먹자면서 안 먹음 8. 프린트 출력 중인데 잡아당김 9. 영화 크레딧 안 보고 나감
외국인 패널은 이와 같은 아홉 가지 항목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동의하 면서, 한국인 집단을 긍정적으로 재현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 을 덧붙였다. 우산을 펴서 말리는 습관이 자신의 국가에서는 하지 않는
“똑똑한 습관”이라고 표현하거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식사 후에도 볶음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거나, 10초 준다면서 12초 주는 한국인들이 은근히 따뜻하고 정이 많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댓글창에서는 영상에서 언급한 한국인만의 특징을 다시금 확언하거나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반응이 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을 영화 크레딧 끝날 때까지 잡아놓고 싶으면 쿠키
영상 있음. 이라고 적어놔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쇼파 사기 전엔 매장에서 실컷 앉아보고 쿠션감 느껴보고 요리조리 따지면서 사는데, 집에 배치된 순간 고급등받이를 구 매했나 싶을 정도로 용도 변경
↳소파에 기대고 땅에 앉는거 진짜 개편함. 궁디는 따땃하지 등은 뒤에 폭신한게 받아주지 아주 꿀이여
해당 댓글들처럼 한국인 시청자들은 ‘우리’만의 특성에 대해 논의하 고 공감을 나타내며,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는 다른 한국인 이용자들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특성을 더욱 독자적인 것으로 강조하는 댓글이 작성되고, 이 를 다른 한국인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우리’만의 특수성에 대한 믿음과 상상은 더욱 강화된다.
예를 들어, 다양한 국뽕 콘텐츠에서 언급되는 ‘빨리빨리 문화’에 대 해서는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바로바로 처리 안되면 답답해해 요... 빨리빨리 나라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ㅋㅋㅋ”, “그냥 타고난 성격 같아요 유전병 같기도 함”이라는 댓글이 작성되고 ‘좋아요’를 얻으 며, 모든 일을 빨리 처리하는 급한 성격이 마치 모든 한국인들의 성격인 것처럼 재현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 관중들의 내한 가수 공연 떼창 영상에서도 다음과 같은 댓글이 작성된다.
↳그리고 약간 한국인들.. 남 민망해하는거 못 보는 병 같은거 있음.. 나도 뭐 공연이나 연극 같은거 보러가면 소리지르거나 호응해주라고 주는 텀 같은거? 놓칠까봐 신경 바짝 세우고 들 음 ㅋㅋㅋㅋ 딱 그런 부분이 있어 저 사람들이 여길 호응해주 길 바라는구나 하는 부분이
↳ㄹㅇ 한국인들은 그 같이 부를 파트랑 가수만 부를 파트가 이미 텔레파시로 머릿속에 나뉘어져있음
이러한 댓글들은 내한 가수에게 열렬히 호응해주는 관중의 태도와 흥이 많은 성격을 한국인 고유의 모습으로 정형화한다. 물론, 호응하는 방법 을 잘 알지 못하는 한국 국민이나, 공연장에서 어떤 부분을 떼창해야할 지 모르는 한국 관중들이 존재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부를 파트랑 가수만 부를 파트가 이미 텔레파시로 머릿속에 나뉘어”진 모습은 모든 한국인에게 귀속되는 특징인 것처럼 확대된다. 이와 관련하 여, 빌릭(2020[1995])은 ‘우리’가 ‘우리’의 특수성을 단언하는 방식 자체는 보편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만의 특수성을 ‘우리’ 안에서 보편화하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뒤섞임이 “국민이 스스로를 국민이라고 선언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유튜브 플랫폼 내에서는 댓글창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일시적으로 모 인 국민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우리’만의 독자적인 특성을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것이라고 확인받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희가 된다. 국 뽕 콘텐츠 시청자들은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더 많은 공감과 ‘좋아요’
수를 얻기 위해 ‘한국인은 ~한 민족이다’, ‘한국인은 ~까지 할 수 있 다’와 같이 한국인의 성격, 기질, 특성, 특징을 정의하고 희화화하는 댓 글들을 작성하며, 이는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패러디와 밈(meme)을 양산 한다.
↳으엉ㅜ.ㅜ 이런 모음집이라니 너무 좋아요 <3 제 영상 있으 니까 더 기분 좋네요!!!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떼창의 민 족!!!!
↳한국인 특: 학교에서 음악가창 수행하면 목소리가 안들림 콘서트나 노래방에 가면 옆 사람 귀가 안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