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는 국뽕이 유튜브계의 (비트)코 인으로 부상한 현상에 주목하며, 유튜브 인프라스트럭처를 따라 국민됨 의 감정과 정동이 형성되고 순환하는 양상을 포착하고자 했다. 이를 위 하여 연구자는 유튜브 국뽕 콘텐츠의 생산-매개-소비 네트워크를 추적함 으로써 국뽕 콘텐츠를 유통하는 유튜브 인프라스트럭처가 지속되는 방식 과 그러한 인프라가 추동하는 정동의 정치를 조명했다. 유튜브 플랫폼 내에서 국뽕 콘텐츠의 순환이 지속되는 현상을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해 서는 시청자의 관음증적 시선과 인정욕구의 충족이라는 기존 연구의 설 명 방식을 넘어설 필요가 있었다. 선행연구와 달리, 연구자는 국뽕 콘텐 츠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시청되는 전 과정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 였고, 이를 위하여 온라인 참여관찰과 심층 면담을 통해 생산자-플랫폼- 소비자라는 세 행위자 층위의 뒤얽힘과 겹침을 분석하였다.
생산의 측면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국뽕코인”을 선택한 데에는 경제적 동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를 2차 가공하여 생산할 수 있는 국뽕 콘텐츠는 적은 자원을 들여 조회수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모든 한국인 유튜브 이용자의 관심을 광범위하게 끌 수 있는, 다시 말해 “떡상”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여겨졌다. “떡상”을 꿈꾸는 국뽕 유튜버들은 효과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그들만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불투명한 유튜브 알고리즘과 상호작용하며 플랫폼 친화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은 최대한 많은 시청 자에게 국뽕 콘텐츠가 도달하고 시청될 수 있도록 “계산된 노력”(웹스 터 2016:135)을 기울였다. 이때, 시장의 논리로 점철된 유튜브 공간에서 국가는 국뽕 채널의 ‘비즈니스 파트너’의 형태로 등장하며, 권력을 민 간 부분에 재배치함으로써 국가의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전파하는 데에 개입한다.
국뽕 유튜버가 생산한 콘텐츠는 유튜브 플랫폼에 유통된다. 유튜브의 플랫폼 구조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그리고 내부 작동 원리는 이
러한 국뽕 콘텐츠가 더욱 많이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유 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우연성은 모두에게 평등한 “떡상”의 기회를 부 여하는 것처럼 보이며, 높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싶은 잠재적 생산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인다. 동시에, 유튜브는 채널의 성과 분석표를 제공함 으로써 유튜버에게 이러한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스스로 어느 정도 통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이러한 플랫폼 디자인은 유튜버로 하여 금 우연한 “떡상”을 노리는 도박자적 주체와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위 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기업가적 미디어 노동자로서의 주체 사이에서 진동하게 만든다. 또한,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과 시청 흐름을 방해하 지 않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시청자의 관심을 플랫폼에 붙잡아두는 데 에 기여한다. 특히, 다른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유도하기 위한 플랫폼 구 조와 디자인은 국뽕 콘텐츠를 시청하는 같은 한국인 이용자들 간의 감정 적 전이 및 전염을 가능하게 한다.
국뽕 콘텐츠는 이러한 유튜브 플랫폼의 인프라를 따라 유튜브 이용자의 눈앞에 도달한다. 국뽕 콘텐츠 소비자에게 국뽕은 자신의 불안정한 삶 속에서 일상의 유희와 위안이 되거나, 또는 국가에 대한 열렬한 감정을 유발하는 촉발제가 된다. 소비자들은 각자 다른 국뽕 콘텐츠를 개별적으 로 시청하면서도 국가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느끼며, 이 과정에서 국민공 동체로의 정서적 몰입을 경험한다. 국뽕 콘텐츠 소비자의 몸은 이러한 신체적 감각의 동원과 개별적 집단 열광을 통해 국민의 몸으로 정동된 다. 유튜브가 신체적 감각을 동원하고 개별적 집단 열광을 가능하게 하 는 과정은 한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국가에 거주하는 국뽕 유튜브 시청 자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사회의 암묵 적 요구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유튜브라는 가상의 국가적 공간에서 고국 의 존재를 더욱 의식하게 되는데, 이는 유튜브가 국가공동체로의 일상적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연구자는 이러한 유튜브 국뽕 콘텐츠의 생산-매개-소비 네트워크를 추 적함으로써 지리적 경계의 의미가 퇴색된 디지털 시대에 민족주의가 지 속되는 방식을 탐구할 수 있었다. 유튜브 플랫폼의 인프라스트럭처를 따
라 민족주의는 전통적 ‘아날로그’ 민족주의와는 질적으로 변화한 모습 을 보였다(Mihelj and Jimnenez-martinez 2021). 국가에 대한 내러티브와 국민됨의 감정은 국가와 엘리트의 주도하에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형성되 기보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일반 대중(ordinary people)에 의해 주로 아래 로부터 형성된다. 이때, 국가는 국가정체성 구축과 유통 과정에서 유튜 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국뽕 유튜버의 ‘고객(의뢰인)’, 또는 국뽕 유튜버에게 국가 브랜드 홍보 작업을 하청주는 “유사 기업체”(Cerny 1997)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플랫폼 내에서는 국가가 형성한 하나의 일 방적 내러티브가 아닌, 각 개인의 입맛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국 가적 내러티브가 형성되고 유통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국민됨의 감정은 국가의 공적 행사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콘텐츠 시청 행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 된다. 유튜브 콘텐츠가 추동하는 ‘국뽕’이라는 정 동적 힘은 일상성(banality)과 열광(effervescence) 사이를 오가며 각기 다 른 개인의 신체를 다양한 정도와 방식으로 국민의 신체로 정동시킨다.
이렇듯, 비인간-인간 행위자의 아상블라주 속에서 국가와 국민됨의 감 정이 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국민됨의 감정을 고정적으로 본질 화하기보다 여러 신체·물질·환경의 관계 속에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행위자의 중첩된 관계 속에서 연구자는 국민됨의 감정을 애국심, 또는 자긍심이라는 단일한 감정으로 규정짓지 않고, ‘국뽕’이라는 정 동적 힘이 유발하는 신체적 반응과 역동적인 감정 동학을 포착할 수 있 었다. 이러한 국민됨의 감정과 정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민족주의가 실질적으로 개인에게 작동하고, 지속되고, 전염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애 초에 국민적 정체성이란 “단순히 국가에 대한 인식적 충성(cognitive allegiance)만이 아닌, 궁극적으로 신체적인 소속의 느낌(corporeal
‘feeling of belonging’)” (Heaney 2013:260)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국민됨의 감정적·정동적 차원과 그것이 유 튜브 플랫폼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개인의 일상 속에서 등장하는 양상 을 탐구하였다. 어떠한 행위가 주체, 또는 객체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닌, 주체와 객체가 함께 생산(co-produce)하는 것이라면(Schüll 2012:19), 국뽕
콘텐츠가 촉발하는 국민됨의 감정과 정동은 국뽕 유튜버, 유튜브 플랫 폼, 유튜브 이용자가 공동 생산한 부산물이었다. 유튜브 인프라스트럭처 는 생산자-생산자, 생산자-플랫폼, 플랫폼-소비자, 소비자-소비자 간의 다양한 연결과 관계를 증대시키며, 더욱 확장된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국뽕’의 감정과 정동을 순환시키는 인프라스트럭처의 정동 정치를 행 할 수 있었다. 이에 본 연구는 상품·지식·가치·사람·권력·감정이 순환하고 서로 덧대어지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조명하면서, 국민됨을 구성 하는 거시-구조적 힘과 미시적 상호작용의 힘, 국가의 전경화와 배경화 (foregrounding and backgrounding) (Merriman and Jones 2017:600), 열렬 한 민족주의(hot nationalism)와 일상적 민족주의(banal nationalism) (빌릭 2020[1995]), 유튜브 콘텐츠 시청자의 의식과 무의식, 비인간 행위자와 인 간 행위자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포착하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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