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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의 ‘교육적 경험’이 자유학기제의 실천에 함의하는 바

우리는 지금까지 ‘교육적 경험’의 특징을 검토하고 자유학기제 ‘체험 활동’의 취지와 실천 양상을 간접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유학기제 의 ‘체험활동’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실행되기 위해서는 듀이의 ‘교육

적 경험’ 개념이 중요한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 현 장에서의 교육 주체들은 자유학기제를 실행하는 데에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며 자유학기제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는 것을 문헌들(김아람 외, 2018, 여지영 외, 2016, 임종헌, 2018 등)을 통 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학기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취지를 살펴보면 여러 각도로 해석 할 수 있지만, 자유학기제는 “과도하게 경쟁적인 입시 위주 교육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신철균, 2014: 41) 속에서 “학생이 과도 한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학생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고 미래를 설계 할 수 있도록”(신철균, 2014: 47) 돕기 위해 추진된 교육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유학기제의 방향성은 학생이 자유학기제의 경험을 통해

‘자아’를 탐색하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돕는 ‘자아 형성’과

‘자아 확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자아가 형성되는 모습은 저마다 다양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은 의도치 않더라도 사회적 특징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한 개인의 ‘성장’

을 돕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교육 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사회적 상황에 대한 통찰을 바탕 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서론’ 부분(p.2)에서 재인용한 번스타인의 이야기처럼, 학교 문화는 사회적 상황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는데, 타자 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산업화 사회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간의 특징을 수량화해서 단편적 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성적 은 몇 점 이상’, ‘키는 몇 cm이상’, ‘자격증은 몇 개 이상’ 등의 외적 기준 으로 타자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한편,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인간에 대해 고정된 잣대로 ‘평가’하려고 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인간의 ‘다원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인간을 ‘수량화’하여 평가하는 방식에 익숙

하며, 우리는 자신과 ‘다른’ 타자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소통을 차단하고 단절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인간에 대해 ‘수 량화’하고 ‘다름’에 대해 거부하고자 하는 태도는 타자에 대하여 성급히 판단하고 단정 짓는 편협한 관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 을 가진 자아는 듀이가 말한 ‘닫힌 자아’의 모습이 아닐까? 이러한 사회 적 분위기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학교 교실을 들여다보면, ‘요즈음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취향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타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한다.79) 아이들의 이러한 태도는 ‘교과’와 관계 맺 는 방식에서도 드러나는데, 자신에게 흥미가 없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 는 ‘교과’ 시간에는 딴청을 부리고 심지어 수업을 훼방 놓기도 한다. 이 러한 현상은 ‘교실 붕괴’나 ‘학교 붕괴’의 담론을 넘어서 ‘다름’에 대한 배 타적인 태도가 고착될 우려가 있기에,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아와 환경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변 작용(transaction)한 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간주한 듀이의 사유(2002: 161)에 비추어 79) 요즈음 교실에서 유행하는 말 중 하나로 ‘손절’이라는 말이 있다. ‘손절’은 아이 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로 ‘관계를 끊는다’는 의미를 지닌 은어이다. 필자가 보기 에,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관계를 ‘끊어버리고’ ‘차단’하는 데 에 익숙해 보인다. 이에 더하여, 중학교 교실에서 몇몇 아이들은 상대를 비난하거 나 혐오의 표현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경향이 있다. 누스바움(2011: 67-68)은 ‘혐오 감’은 “단지 본능이 아니라 강력한 인지적 요소가 있으며, 우리 자신의 동물성, 소멸할 운명, 그리하여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을 증거 하는 것들을 오염물질로서 거부하게 되며, 이러한 것들로부터 자신을 분리 시키는 과정에서 불안감을 해결하고자 하는” 심리로 ‘혐오감’이 생겨난다고 분석 한 실험 물리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그녀에 따르면(2011: 68), “혐오감은 어린 아이의 기본적 나르시시즘과 관련됨으로써 정말로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기 시작”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해석하기에, ‘혐오감’은 자아가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무 력한 부분, 불쾌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마치 자아와는 ‘다른’ 것으로 이분법적 으로 생각하고 거부하는 자기 기만적인 감정이자 왜곡된 인지의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타자에 대한 ‘혐오감’은 왜곡된 인지와 기만적인 감정을 타자에게 투영함 으로써 ‘자아’의 “우월성”(Nussbaum, 2010/ 우석영(역), 2011: 69)을 스스로 입증 하고자 하는 병적인 나르시시즘의 양상인 것이다. 듀이의 ‘교육적 경험’의 원리인

‘교변 작용(transaction)’의 시각으로 해석해보면, 교실 상황에서 자신과 ‘다른’ 타 자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관계를 형성하려고 시도하지 않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현상은 자아가 타자의 ‘경험’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태인 것이다.

볼 때, 타자의 ‘다름’에 대해서 배타적인 ‘닫힌 자아’는 타자와의 관계뿐 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온전하지 못하고 왜곡된 자아의 모습이 라 할 수 있다.

자아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통해 자기 자신과 온전하게 관계 맺고 자 하는 태도와 타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 라 타자와의 ‘관계’ 형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요청되는,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이는 듀이가 말한 경험의 재구성을 통 해 ‘성장’하고자 하는 우리 인간의 본성(김동식, 2005: 251)이기도 하다.

필자는 앞의 3장에서 듀이의 ‘교육적 경험’ 개념은 현재의 경험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며, 미래를 예측하는 경험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 관되어 이루어지며, 자아의 ‘경험’이 타자의 ‘경험’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 으며 질적으로 변해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우리가 듀이 의 ‘교육적 경험’ 개념의 이러한 특징을 되새겨볼 때, ‘교육적 경험’은 아 이들이 현재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자아를 그려가는 창조적인 삶의 태도를 형성해 나가도록 돕는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하여, ‘교육적 경험’은 아이들이 타자의 경험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자아를 ‘확장’해 가는 열린 삶의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서,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에 대한 반성으 로 등장한 자유학기제의 ‘체험활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통하 여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탐색해 보며 타자와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기획이라 할 수 있 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서 살펴본 듀이의 ‘교육적 경험’ 개념은 학생이 자유학기제의 ‘체험활동’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온전하게 관계를 형성하 고 타자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자아’를 확장하도록 돕는 교육을 실 천하는 데에 많은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자유학기제의 ‘체험활동’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이 되도록 실행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앞의 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육 주체들의

인식 변화, 지역 사회의 협조, 예산 문제, 일회성 체험이 아닌 연계된 체 험활동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교육 과정과 교육 정책 등의 문제에서 그 한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생을 마주하며 수업을 이끌 어가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 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최석민, 2000: 1 17)이 있듯이, 아무리 교 육 정책이 잘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교육을 실천하는 주체는 교사이기 때 문에 교사가 교육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본 절에서 교사가 자유학기제의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듀이의 ‘교육적 경험’ 개념이 어떠한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탐색해 보고자 한다.

학생이 ‘교육적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확장하도록 돕기 위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먼저 다음 글을 통해, 교사가 학생에게 교과를 매개로 세계를 어떻게 안내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눈 오는 저녁 숲가에서”와 같은 프로스트 R. Frost의 시를 제대로 감 상하기 위해서,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직접 살아 볼 필요는 물론 없다. 누 구나 어두운 곳을 경험해 보고, 도심 한복판에서 확 트인 평원에서건 허 무감에 이끌려 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소설 「모비 딕」Moby Dick을 이해하기 위해 고래잡이배를 타고 항해해 볼 필요는 없다. …(중략)…

인간 존재라면 (자기-파괴적이고 절망적인 심정이 될 때) “학교장에서 항 해사로” 옮겨가고, 자신의 상상 속에서 “거대한 고래”가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급히 찾아 나서길 원하지 않겠는가? 결국 그런 경험에 따르는 위험을 무릅쓰고자 하는 교사라면, 자기 자신의 내면성inwardness의 발견 을 추구하며 스스로 온전히 몰두하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자신의 학생들에게도 가능하게 하려면, 교사는 그들의 사적인 영역을 시작부터 끝까지 확실히 존중해 주어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서로 오가는 대화, 상호교류, 상호참여가 잘 이루어지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Greene, 1973/

양은주 (역), 2013: 445)

위의 맥신 그린(M. Greene)의 이야기는 교사가 교과를 통해 학생들 에게 세계를 안내하여 학생들이 삶을 풍부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