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듀이의 ‘경험’ 개념의 검토와 교육철학적 의미

필자가 듀이의 저서 『민주주의와 교육』(2012),

Experience and Nature

(1958), 『경험과 교육』(2002), 『철학의 재구성』(2010), 그리고

『경험으로서 예술』(2016)을 검토해본 결과, 듀이의 철학은 ‘경험’에 초 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듀이가 사유의 초점을 ‘경험 (experience)’에 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듀이의 ‘경험(experience)’

개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험’ 개념과 유사한 개념인가 아니 면 다른 개념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필자는 본 절을 통하여 위 의 물음들에 대한 필자 나름의 답을 찾아가도록 할 것이다. 우선, 첫 번 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듀이가 비판한 철학자들의 ‘경 험’에 대한 사유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은 듀이의 ‘경험’ 개 념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듀이에 따르면, 경험주의(the empiricism)와 그에 맞서는 이론에서

‘경험’과 ‘지식’을 분리하는 사조(思潮)는 교육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학교 교육에서 학생의 일상생활과 단절되고 고립된 ‘지식’만을 강조하여 학생 들의 활동적인 성향(active pursuits)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DE: 31 2)35)이다. 듀이는 “플라톤 시대부터 가지고 있었던 ‘경험’의 실제적 의미 를 잃어버리고, ‘경험’ 개념은 지적이고 인식적인 것을 가리키게 되었 다”(2012: 395)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듀이가 설명한 플라톤의 ‘경험’ 개 념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경험의 ‘실제적 의미’라는 것은 무엇 을 뜻하는가? 그리고 듀이는 ‘지식(knowledge)’을 일상생활과 연관된 실 체라 간주한 것인가? 필자는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첫 번째 과정으로, 듀이가 ‘경험’ 개념에 비추어서 비판한 철학자들의 ‘경험’에 대 한 사유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35) 본 논문에서 DE는 듀이의 Democracy and Education (1916)의 약자임을 미리 밝혀둔다. 다만, 동일한 책의 번역본인 『민주주의와 교육』(이홍우 역, 2012)을

1) 서양 전통 철학에서의 ‘경험’ 개념에 대한 검토

먼저, 듀이가 그의 저서 『철학의 재구성』(2010)을 통하여 설명한 플 라톤의 ‘경험’ 개념에 대하여 살펴보자.

플라톤에게 있어서 경험은 과거 및 관습에의 예속을 의미했다. 경험은 이성이나 지적인 통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반복과 눈대중으로 형성된 기존 의 관습과 거의 같은 것이었다. (플라톤에게는) 오로지 이성만이 과거의 우연에 대한 종속에서 우리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Dewey, 1920/ 이유선 (역), 2010: 130)

우리는 위의 인용문을 통하여 플라톤의 ‘경험’ 개념에 대한 듀이의 통 찰을 알 수 있다. 플라톤은 기존의 관습에 무비판적으로 예속되는 행태 를 비판하였다는 점에서는 열려 있었지만, ‘경험’을 기존의 관습과 동일 시함으로써, ‘경험’은 폐기해야 하는 것이며 지양해야 하는 것으로 과소 평가했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경험’ 개념에 대한 듀이의 해석에 기대어 볼 때, 플라톤은 이성과 분리된 ‘경험’을 과거에서부터 으레 해오던 관습 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리고 듀이의 주장처럼, 플라톤은 ‘경험’을 축소 해 석하고 ‘경험’에 불명예스러운 멍에를 씌운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플라톤은 ‘이성’의 작용을 통하여 고정 불변하고 절대적인 ‘선 (the good)’의 이데아에 도달할 수 있으며, 자아가 올바름에 도달하기 위 하여 이성을 잘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였다. 플라톤에게 ‘경험’은,

‘이성’과 다른 것이며 변화하고 불완전한 ‘감각’의 개념을 의미하는 것이 다. 플라톤이 ‘실재(實在)’라고 상정한 아름다운 것 자체(auto to kalon)가 아닌 ‘아름다운 것’을 파악하는 것은 감각-경험을 통해서이며, 감각적 현 상들에 우리의 이해가 머무르면 의견(doxa)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플라 톤은 묘사한다. 플라톤에 따르면, ‘의견(doxa)’을 갖는다는 것은 무지와 인식의 중간에 위치하는 ‘꿈을 꾸는 상태’(Plato, 2005: 377)라 볼 수 있 다. 이러한 감각-경험으로 인한 이해의 단계는 아름다움 자체(auto to kalon)를 인식하는 단계(episteme, 앎, 지식)에 미치지 못하는 중간 단계

인 것이다. 따라서 플라톤에게 감각-경험을 통하여 획득된 이해는 참된 지식이 아닌 것이다. 한편, 플라톤이 긍정적으로 간주하는 ‘경험’은 철학 자의 ‘경험’(Plato, 2005: 587)인데, 이 경험은 ‘사유의 경험’을 의미한다.

‘사유의 경험’은 인간이 직접 겪고 느끼는 감각 경험과는 다른 의미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철학자의 ‘경험’은 직접 겪지 않더라도 더 깊이 있고 폭넓게 깨닫는 사유 능력인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이 감각-경험을 완전 히 부정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은 현상계에 있는 여러 사물 등은 감각- 경험을 통하여 인간이 알고 있던 형상을 상기해 내는 것(이명준, 1986:

93)이라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라톤은 감각-경험 개념을 ‘영혼 의 올바름’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 것이다.

듀이는 그의 저서 『민주주의와 교육』(2012)에서 플라톤의 ‘경험’과

‘이성’에 대한 견해를 검토한다. 듀이(2012: 389)에 따르면, 플라톤은 ‘경 험’을 실제적 관심(practical interest)과 동일한 것으로 보았으므로 경험 은 물질적 이익과 관련되며 경험의 기관은 우리의 몸으로 보았다는 것이 다. 이에 더하여, 플라톤의 ‘경험’ 개념은 언제나 결핍, 필요, 욕망과 관련 되어 있고 그 자체만으로 결코 충분하지 않은(2012: 389)상태를 의미한 다는 것이다. 필자가 해석하기에, 플라톤이 말하는 ‘실제적 관심’이란 우 리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주로 볼 수 있다. 듀이의 설명처럼, 현 시대 상황의 ‘실제적 관심’은 물질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의 이 러한 해석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설명된 ‘선분의 비유’를 근거로 한 다. 『국가』에서는 하나의 선분을 눈에 ‘보이는 부류’와 ‘지성’에 의해서 알 수 있는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대화(Plato, 2005: 440)가 소개된다.

여기에서 ‘경험’은 눈에 보이는 부류에 속하는 것이다. 반면에, 플라톤에 게 있어 지성(nous)은 그 자체로서 완전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 고 그 원천은 물질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마음(2012: 389)이라고 듀이는 설명한다. 듀이의 해석에 따른 플라톤의 ‘경험’ 개념은, 플라톤의 ‘이성’

개념과 철저하게 분리된 개념이며 완전히 다른 개념인 것이다. 필자가 플라톤의 『국가』를 통해서 살펴본 최고의 선(the good)인 이데아는 저 아래에 있는 ‘경험’의 개념과는 거리가 먼 이성적 개념인 것이다.

듀이가 ‘경험’ 개념과 관련해서 비판하는 또 다른 철학자는 베이컨 (Bacon), 로크(Locke)등의 경험론자(the empiricist)이다. 듀이에 따르면, 경험론자인 베이컨은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고 새로운 인상에 대하여 개 방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는 것(2012: 394)을 ‘경험’으로 간주하였다. 듀이 의 설명에 따르면, 경험론자에게는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은 사물을 덮 고 있는 편견의 베일을 벗기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것(2012: 395)”을 의미한다. 경험론자들은 “감각에 의해 ‘경험’된 것을 인 식의 근거로 삼은 것(Pring, 2007: 52)”이다. 반면에 듀이는 경험론자들이 이성을 “공허한 형식, 경직된 편견, 권위의 질적인 독단에 불과한 것 (2012: 394)”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한다. 경험론자들은 ‘경험’을 인식의 근 거로 보았고 ‘이성’을 편견, 독단으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경험론 자들은 “‘경험’의 세계는 ‘조악한 그림자(a poor shadow)’의 세계이며,

‘이성’의 세계야말로 실제 세계(real world)(Pring, 2007: 52)”라고 보았던 플라톤이 정립한 ‘경험’과 ‘이성’의 관계를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듀이의 해석에 따르면, “공허한 형식에 불과한 이성은 감각적 관찰로 내 용을 채워 넣어야 타당성을 갖게 된다는 것(2012: 394)”이 경험론자들의 주장이다. 경험론자들의 ‘경험’ 개념은 감각적 인식을 의미하며, 이성의 작용에 기반으로써 경험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듀이는 경험론자들의 이러한 논리를 비판하는데 ‘경험’을 이성의 기반으로 삼게 되면, “마음 (mind)을 수동적인 것으로 보게 된다(2012: 396)”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 음이 수동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을 뜻하는가?

듀이의 해석에 기대어 생각해보면, 경험론자인 베이컨은 경험을 감각 과 동일시하였고, ‘경험’은 이성의 기초 역할을 한다고 간주한 것이다. 그 러나 베이컨은 감각인 ‘경험’ 내에는 반성적 사고(reflection)가 결여된 것 으로 보았기에 ‘경험’과 ‘이성’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해석하기에, ‘감각 경험’에 기초한 이성36)은 감각을 있는 그 대로 각인함으로써 감각의 일면만 가지고 상황을 단정 지을 위험이 있 36) 물론 여기에서 경험론자의 ‘이성’ 개념은 듀이의 ‘사고’나 ‘이성’ 개념과는 다른 개념으로, 판단하지 않고 낱낱의 감각 단위들을 결합시키는 작용(2012: 397)을 가 리킨다.

다. 다시 말하면, ‘마음37)이 수동적’이라는 말은 주체가 감각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단정 지어 생긴 협소한 생각 또는 굳어진 편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험론자들은 ‘마음(mind)’에는 검토하거나 검증하거나 비판하는 능동적 사고 작용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필 자는 경험론자들이 ‘경험’ 개념을 ‘이성’과 이분법적으로 간주한 점과 ‘경 험’ 개념을 감각적 인상에 대한 각인과 동일시한 점을 듀이가 비판한 것 으로 생각한다.

다른 경험론자인 로크(Locke)의 ‘경험’에 대한 사유를 검토해보자. 백 종현(2008: 173)에 의하면, “인간은 ‘이성과 인식의 재료들’을 모두 ‘경험 으로부터’ 얻는다는 것이 로크(Locke)의 ‘경험’에 대한 사유이다. 로크에 게 ‘경험’이란, 감각 경험을 의미(백종현, 2008: 173)한다는 것이다. 듀이 는 감각주의적 경험론(empiricism)이 지식을 감각적 인상과 동일시하지 만 ‘맥락(context)’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2012: 398)하였다. 즉, 감각주의적 경험론자들이 말하는 ‘직접적인 인상’의 의미는 유기체가 환 경과 상호 작용하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인식 주체의 ‘감각’이라는 범 위로 한정된다는 것(2012: 399)이다.

또 다른 경험론자인 흄(Hume)의 ‘경험’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인 간의 사고 기능은 순전히 경험에 의존적이며, 필연적인 사고의 법칙 같 은 것도 습관적인 경험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백종현, 2008: 173)”이다.

흄(Hume)의 ‘경험’에 대한 입장은 인간은 감각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하 여 사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듀이의 설명에 따르면, ‘경험’이 라는 것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하는 ‘활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이 활 동은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것으로서 사물과 상호작용(2012: 400)하는 특 징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듀이는 경험론의 입장이 ‘경험’의 가장 중요 37) 듀이는 ‘마음(mind)’ 개념을 문맥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하는 데, 그의 저서 『민 주주의와 교육』에서 ‘마음’을 “사물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가를 이해하는 힘 (2012: 81)”으로 설명하기도 하며, “그 자체로서 온전한 실체를 가진 어떤 것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지력으로 방향 지워진 행동의 진행을 가리키는 이름 (2012: 216)”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해석하기에, 듀이는 ‘마음(mind)’을

‘이해’하는 지적인 특성과 경험을 진행시키는 정서적 특성이 있는 ‘자아’의 능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