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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 동향과 전망.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위한 개념과 개념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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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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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개념과 개념사의 역할

이성우*

1.

1)

남과 북이 휴전 협정을 맺은 것이 어느덧 70년이 되었다. 이는 남과 북이 한 울타리에서 공존하던 시기를 겪은 세대가 역사의 뒤편으로 스러져 갔음을 의미 한다. 또한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함께 의사소통하던 시기 또한 옛날일이 되 었음을 뜻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연구자들은 현재의 북한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 해서, 국어학자나 언어학자, 사전편찬자들에게만 그 소임이 부여되고는 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그렇게 치부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성찰해야 하지 않나 한다.

*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 mummy719@hallym.ac.kr

(2)

남북의 문제는 정권의 정치적인 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한 정책적인 뒷받침에 따라 남북의 연구가 활성화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의 남북 언어 비교 사업, 남북 공동 사전 편찬 사업은 정치적인 배경에 따라 위축은 되었을지언정, 그 명맥이 끊기지는 않았다. 이는 정치계, 학계 모두가 남북의 언어 비교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그 전제에 어느정도 동의를 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성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겨레말큰사전> 사업을 들 수 있으며, 이 사업은 앞으로의 남북 언어 비교 연구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것 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남북 언어의 비교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 전에는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남북의 언어 비교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론 통일이 되고 나서도 남북의 언어 비교 연구는 계속될텐데,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 한 불필요한 비용은 단순히 불필요한 차원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때에 따라 서는 한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고려대학교 에서 추진하고 있는 <남북 의학용어 사전>이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과 북의 의료 격차, 코로나 상황, 북한의 열악한 의료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 려한다면, 이러한 작업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사업 은 의학 종사자들이 먼저 발벗고 나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소심하게나마 북한에 의료진을 파견하자는 의견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해 주기를 소망한다. 어쨌든 생명의 가치는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남북 언어 비교 문제는 우리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 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문제가 그간에는 국어학자에게만 부여된 숙명처럼 다가왔다. 이제는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 인문, 과학기술, 사회과학,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의학이나 약학, 한의학 등에서 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 속에 자리잡은 개념의 문제

(3)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남북 언어 비교 연구에서의 개념과 관련된 문제 를 끄집어내고, 남북 언어 비교 연구 또한 개념사 연구에서 고민해야할 대상임 을 주장하는 정도로 그 소임을 다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념사 연구 또한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2.

그간 남북의 언어를 비교하는 연구는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 남북 의 관계가 좋으면 남북의 언어를 비교하는 연구가 활성화되고, 그렇지 않으면 급격하게 남북의 언어를 비교하는 연구가 풀이 죽는 그러한 모양새였던 것이다. 또한 남과 북의 분단의 역사가 오래지 않았기에 둘이 사용하는 언어가 많이 다 르지 않을 것이라는 학자들의 고정관념 또한 한 몫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러한 고정 관념은 많이 사라져서 최근 연구에서는 북한어를 남한어와 구분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서 남북의 언어를 비교하는 연구는 2000 대 초반 무렵부터 시작된 듯하다. 아마도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 겠다. 다만 연구들이 남북의 어휘를 비교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위에 서 말한 학자들의 고정된 선입견 탓이다. , 문법이나 문장, 담화 차원의 연구 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으 , 연구의 범위를 제한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이러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조차 큰 진전이었다고 생각한 . 어쨌든 남북 언어 비교 연구의 물꼬를 튼 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크게 주 목할 만한 연구 성과도 출현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간한 <남북과학기술용어집>이 바로 그것이다. 이 용어 집에서는 과학기술의 다수 전공을 대상으로 남과 북의 22만 여개의 어휘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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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고 있다. 물론 그 정확성은 의심할 것이 많으나, 어쨌든 남북 어휘 연구의 기준점으로 자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분명하다.

1)

이와 맞물려서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서 협회나 학회를 중심으로 해당 분 야의 남북의 어휘를 비교한 연구 성과를 내놓기 시작한다. 국사편찬위원회와 한 국교열기자협회,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둥의 연구 결과물이 바로 그것이다.

2)

론 개인의 연구 성과도 보이는데, 예로 정종남의 연구 성과를 들 수 있겠다.

3)

더불어 한국의 국어 정책을 주도하는 국립국어원에서도 남북 언어 비교 연구를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다. 전수태와 김문오, 김선철의 연구 성과들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4)

이러한 연구 흐름은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결성으로 종합된

. 2004년부터 물밑작업이 진행되어, 20061월부터 남과 북이 함께 참여하

<겨레말큰사전>이 편찬되기 시작된다. 다만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은 남북 의 정치 관계의 영향 아래 놓여서, 정권에 따라 사전 편찬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 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시기를 겪기도 한다. 남과 북의 학자들이 만나서 편찬하 는 것이 <겨레말큰사전>이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남과 북의 교류가 원활한 경 우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예정된 시기보 다 많이 늦어져 현재도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3-4

1) 현재 KISTI에서 용역 발주를 통해 <남북과학기술용어집>을 정리하고, 이와 관련된 남북 과 학기술 용어를 정리하고 있다. 내년 정도에 웹 검색이 가능하도록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 고 있다고 한다.

2) 국사편찬위원회, 2002, 뺷남북 역사용어 및 영문표기 기초 조사뺸,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교열 기자협회, 2002, 뺷남북 매스컴 용어사전뺸, 한국교열기자협회, 한국정보문화진흥원, 2005, 뺷남북 공통 정보화 교육 용어 사전뺸, 한국정보문화진흥원.

3) 정종남, 2001, 뺷남한 주민이 알아야 할 북한 어휘 2000개 1뺸, 종로서적, 정종남, 2001, 뺷남한 주민이 알아야 할 북한 어휘 2000개 2뺸, 종로서적.

4) 전수태 외, 2002, 뺷북한 방송 용어 조사 연구뺸, 국립국어원, 전수태 외, 2002, 뺷북한 신문 용어 조사 연구뺸, 국립국어원, 김문오, 2007, 뺷남북 교과서 학술용어 비교 1뺸, 국립국어원, 김선철, 2008, 뺷남북 교과서 학술용어 비교 2뺸, 국립국어원.

(5)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남북 언어 비교 연구는 어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활성화가 시작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이었다. 이는 정치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 이었다. 이는 정권의 변화에 따라 남북 언어 비교 연구가 위축될 수도 있음을 뜻하였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에는 남북 언어의 비교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 지 않았다.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이 늦어진 이유도 이 시기에 남북 학자 간의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남북 언어 비교 연구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다시 활성화된다. 국어 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그 싹이 튼다. 이에 대표적인 연구로는 신중진 외를 들 수 있겠다.

5)

이 연구에서는 남북 전문용어 를 비교하는 차원을 넘어 통합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교과 어휘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이로 인해 그 수량이 비교적 많지 않다는 점을 한계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교과의 특성보다는 언어학적인 특성이 우선시되었다는 점도 문제로 남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2010년대 중반부터도 각 학회 및 단체에서도 북한 어휘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부경생 외, 국립수산과학원, 립교통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6)

들 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그 현황을 접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도서의 형태로만 제공되는 것들도 있다. 전자로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들 수 있고,

7)

5) 신중진 외, 2015, 뺷남북 기초 전문용어 분석뺸, 국립국어원, 신중진 외, 2016, 뺷남북 전문용 어 구축뺸, 국립국어원, 신중진 외, 2017, 뺷남북 국어 분야 전문용어 구축뺸, 국립국어원, 신 중진 외, 2018, 뺷남북 역사 분야 전문용어 구축뺸, 국립국어원, 신중진 외, 2019, 뺷남북 음악 미술 분야 전문용어 구축뺸, 국립국어원.

6) 한국정보화진흥원, 2012, 뺷남북한 IT 용어 사전뺸, 한국정보화진흥원, 부경생 외, 2013, 뺷남북 한 농업용어 비교집뺸, 한국정보화진흥원, 국립수산과학원, 2018, 뺷남북한 수산 전문용어 비교 집뺸, 국립수산과학원, 국립교통부, 2015, 뺷북한건설용어집뺸, 국립교통부, 한국철도기술연구 원, 2018, 뺷남북 철도용어 비교사전뺸, 국립수산과학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5, 뺷2015년 도 남북 정보통신 교류협력 촉진사업 결과보고서뺸, 국립수산과학원.

(6)

후자로는 부경생 외를 제시할 수 있겠다.

8)

더불어 남북의 언어를 어휘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일련의 사업들이 그러한 방향을 대변하 는데, 대표적인 연구 성과물은 이대성 외를 들 수 있겠다.

9)

더불어 국립국어원 에서는 북한어 말뭉치 구축 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료 들이 현재 공개되고 있지 않아, 북한어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현재로서는 다소 어려운 일이다.

10)

공개가 이루어지고, 연구자들이 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 다면 북한어와 남한어를 비교하는 연구의 외연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정리했듯이, 남북의 언어 비교 연구는 어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휘의 외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비교 연구 가 진행되어왔다. , 남북의 어휘를 비교할 때, 형태를 기준으로 비교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남과 북이 갈라선지 꽤 시간이 지나서, 형태 중심 비교 연구에서 개념 중심 비교 연구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남과 북이 사용하는 어휘의 개념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개념 차이를 포착하여 드러내기 위해서는 국어학자뿐만 아니라, 다른 인문학자, 사회 과학자들의 시각 또한 절실하다.

3.

이 글은 앞에서 남북의 언어 비교 연구가 어휘 중심, 특히 어휘의 형태 중심

7) 네이버 지식백과(https://terms.naver.com/list.nhn?cid=64628&categoryId=64628)에 서 제공하고 있다.

8) 부경생 외, 위의 책.

9) 이대성 외, 2013, 뺷남북 언어예절 비교 연구뺸, 국립국어원.

10) 북한어 말뭉치는 저작권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서 현재 공개하기는 어렵다.

(7)

으로 진행되었다고 언급하였다. 더불어 주목해야할 점은 어휘 비교 연구가 이루 어진 영역도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 그간의 연구가 바로 이공계열, 특히 과학 기술 분야에 집중되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영역들을 중심으로 남북의 어휘 비교 연구가 수행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근간에는 바로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과학기술을 비롯한 이공계열의 어휘들의 개념은 비교적 분명하다. 전공의 특 성상 과학기술의 어휘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상 혹은 그 범위와 결과가 분명한 것들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영어 번역어 또한 분명하여 남과 북의 어휘를 대응시키기가 수월하다. 이와 달리 인문학, 사회과학의 어휘들은 그렇지 못하다. 특정 어휘를 비교하기 전에 그 어휘의 개념 체계부터 살펴야 하는 경우 가 있으며, 과학기술과 달리 인문학 및 사회과학은 전공의 특성상 학자들의 개 념 규정이 제각각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차이는 중고등 교과에서 사용하는 어휘들에서도 발견된다. 필자 의 전공인 국어를 중심으로 몇 가지 사례를 보이려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 는 아마도 다음일 것이다(왼쪽은 남한 어휘, 오른쪽은 북한 어휘).

11)

(1) . 격조사 – 격토 . 처소격조사 – 위격토 . 보조사 – 도움토 . 서술격조사 - 바꿈토 . 종결어미 – 맺음토

. 의문형종결어미 – 물음의 맺음토 . 주체존대선어말어미 - 존경토

11) 이 글에서 드는 사례 (1)과 (2)는 신중진 외, 2017, 뺷남북 국어분야 전문용어 구축뺸, 국립국 어원에서 가져온 것이다.

(8)

남한에서 사용하는 조사어미라는 개념어를 북한에서는 로 통칭한 . 따라서 이들 개념어의 비교를 위해서는 상위 개념의 체계부터 정리할 필요 가 있다. 북한에서는 조사어미의 대응어로 가 존재하나. 남한에서는

조사어미를 엄격하게 구분하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례 또한 살펴볼 필요 가 있다(왼쪽은 남한 어휘, 오른쪽은 북한 어휘).

12)

(2) . 건국신화 - 건국신화, 건국설화 . 주몽신화 – 주몽전설

. 김수로왕신화 – 수로의출생담 . 민간설화, 민담 – 민화

. 고려가요, 고려속요, 고려가사 – 고려가요 . 경기체가 – 경기체가요

. 대하소설 – 대장편소설

(2)는 문학의 개념 체계 차이로 인해 용어가 서로 달라진 경우이다. 주로 갈래 명이나 작품명과 관련된다.

13)

우선 (2-)부터 살펴보면, 남측에서는 설화- 신화-민담-전설의 경계가 엄격히 나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남측에서는 과 관련된 설화를 신화라는 용어로 일관되게 부르나, 북한에서는 신화, 생담, 전설, 설화등 여러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남한의 이러한 분류는 조동일의 논의를 따른 것이다.

14)

하지만 북한에서는 어떠한 이론적 기반을 바 탕으로 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15)

12) 아래의 용어들은 북한과 남한의 국어 교과서에서 직접 수집한 어휘임을 밝혀둔다.

13) 물론 모든 갈래명이 다른 것은 아니다. ‘향가’에 대해 남측과 북측은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단군신화’ 역시 남측과 북측 모두 ‘단군신화’로 부르고 있다.

14) 조동일, 2005, 뺷한국문학통사뺸, 지식산업사.

15) 조동일은 설화를 최상위 개념으로 설정하고 그 밑에 신화, 민담, 전설을 배치한다. 그리고 신화, 민담, 전설을 시기에 따라 분류한다.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문학교육에서도 이

(9)

같은 경우가 남측에서도 발견되는데, (2)가 그러하다. 고려시대에 불린 노 래에 대해서 남측은 가요’, ‘속요’, ‘가사등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북측은 일관 되게 가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16)

한편, (2,)는 다소 다르다. 특정 갈 래에 대해 남측과 북측이 각기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 는 남한과 북한이 해당 내용과 그에 대응하는 개념어를 다르게 인식하여 사용한 결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 차이가 매우 미세하고 예민하여 그 간극 을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인문학 분야에서는 남북 언어 비교 연구는 그 진행이 더 뎠던 것으로 생각된다. 해당 용어와 그에 대응하는 개념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 문이다. 다만 이러한 차이를 극복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남북한 학술용어 비교 사전: 인문 남북한 학술용어 비교 사전: 사회

러한 분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아울러 북측의 이론적 기반에 대해서는 필자의 과문함에 기인한 것이다. 조동일, 2005, 뺷한국문학통사뺸, 지식산업사.

16)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속요’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근거 는 성기옥ㆍ손종흠의 논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조동일은 ‘속악가사’라는 용어를 사 용하였다. 성기옥ㆍ손종흠, 2010, 뺷고전시가론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부, 조동일, 2005, 뺷한국문학통사뺸, 지식산업사.

(10)

위의 그림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주도한 남북한 학술용어 비교 사전의 일 부를 보인 것이다.

17)

위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편찬한 남북한 학술용어 비교 사전의 미시구조는 크게 셋으로 구분된다. ‘표제 ’, ‘뜻풀이’,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표제어의 부분은 기존의 사전과 크게 다 를 바가 없다. 하지만 뜻풀이차이는 기존의 사전과 구분되는 시도이다( 히 철학의 매우 중요한 개념어인 ()’와 사회과학의 중요한 개념어인 소유 에 대한 뜻풀이와 남북의 차이를 밝히려고 했다는 점을 주목해보자).

먼저 뜻풀이에서는 일반적인 정의와 남한의 뜻풀이, 북한의 뜻풀이를 나누어 서 제시하고 있다. 이때 일반적인 정의는 간략하게 제시하는 한편, 남한의 뜻풀 이와 북한의 뜻풀이는 상세하게 제시한다. 이때 제시하는 뜻풀이는 단순히 사전 을 옮겨 적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 전문적인 시선으로 기존의 여러 사전을 잘 정리한 뒤 뜻풀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뜻풀이를 바 탕으로 차이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이러한 차이부분에서는 남한의 어휘와 북한 어휘의 미세한 의미 차이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전의 구성은 남한의 어휘와 북한의 어휘가 가지고 있는 미세한 개념 차이를 포착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며,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파악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전문 인력 구성이 지난할 것이다. 위와 같이 해당 개념어의 정의와 뜻풀이, 개념어의 미세 한 차이를 정리할 수 있는 전문가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의와 뜻풀 이를 제시한다고 해도 기술의 객관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위와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하지 만 인문 분야와 관련된 남북 언어 비교의 질적 도모를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방식

17) 최용기 외, 2010, 뺷남북한 학술용어 비교사전: 인문뺸,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상수 외, 2010, 뺷남북한 학술용어 비교사전: 사회뺸, 한국학중앙연구원.

(11)

은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점에서 한림과학원의 역할이 있다. 한림과학원의 개념사 연구가 남북 언어, 즉 남과 북에서 사용하는 개념어 의 정의 및 뜻풀이 제시에 학문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 념사 연구는 남과 북의 어휘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게 된 역사적인 이유를 밝히 는 것에 공헌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남과 북의 역사, 정치사회적인 모습까지도 그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과 북에서 사용하는 개념어의 변화 과정은 남과 북의 역사, 정치사회적인 모습, 그리고 외교적인 모습까지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히 어휘에 관한 북한의 진정한 실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몇몇 어휘를 통해 우리에게는 낯선 북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추론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18)

(3) . 에너지(energy) 「명사」

1」 인간이 활동하는 근원이 되는 힘.

2」 『물리』기본적인 물리량의 하나. 물체나 물체계가 가지고 있는 일 을 하는 능력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역학적 일을 기준으로 하여 이와 동등하다고 생각되는 것, 또는 이것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 을 이른다. 에너지의 형태에 따라 운동, 위치, , 전기 따위의 에너지로 구분한다.

. 에네르기 (<독일어> Energie)

「명사」 『북한어』 『물리』

에너지 「2의 북한어.

. 에네르기 <일본어> エネルギー.(→에너지(energy))

18) 아래에서 제시하는 예는 이성우ㆍ신중진, 2017, 「남북 전문용어 통합과 어문 규범 몇 문 제」, 뺷한국사전학뺸 29, 59-60쪽에서 가져온 것이다.

(12)

(3)은 네이버 어학사전(http://dic.naver.com/)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져온 에너지에 대한 미시정보이다. (3-)의 원어정보를 통해, ‘에너지와 네르기가 각각 영어와 독일어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3)를 통해 에너지에 대한 일본어의 발음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어인 에네르기가 일본어의 영향권 안에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북한어의 순화 작업이 어쩌면 많이 이루어지 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의 예도 확인해본다(왼쪽이 남한어, 오른쪽이 북한어).

(4) . 라디오파-라지오파radio

. (일본어)ラジオ(radio, 라디오).

남한의 라디오에 대응하는 용어로 북한에서는 라지오를 쓴다. 하지만 (4 )를 고려했을 때, 북한의 라지오는 어쩌면, 일본어의 영향으로 판단할 수 있 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어휘들을 통해 북한의 어휘들만 오히려 일본어의 영향 을 받은 경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알려진 일반적인 사실, 그러니까 북한의 어휘는 철저하게 일제의 잔재를 순화하였다는, 그러한 사실과 는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어휘들의 현재 모습은 이 어휘들을 서로 교류했을 당시의 정치사 회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위와 같은 어휘들을 통해 우리 는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다른 북한 어휘, 특히 숨겨진 북한 개념어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에 대한 연구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 . 개념어들의 국제적인 이동 관계, 이동 역사를 파악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 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는 개념어들의 개념사 연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 한림과학원의 역할이 있다. 따라서 한림과학원에서 이와 관련된 향후 연

(13)

구에도 관심을 가지고 주도해주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앞으로 의 개념사 연구에서 북한의 개념어, 개념사 연구도 새로이 조명받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남한의 개념어, 개념사 연구와 비교하는 작업 또한 진행되길 바란다.

이러한 작업은 개념사 연구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개념사 연구를 다채롭게 진행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라 믿으며, 개념사 연구가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개념, 개념사 연구에 대한 다른 연구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길 소망한 . 그리고 우리의 개념사 연구가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한 방법이 되기를 크게 기대해본다.

(14)

참조

관련 문서

또한 뇌의 의식적인 영역과 무 의식적인 영역 사이의 경계영역으로서의 둘레계통 의 활동을 의미. • Emotion brain,, Memory

한-태국 농산물 교역 동향과 관련 정책 변화. Sitanon Jesdapipat

우리나라에는 아직 식물공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업적인 시설농업은 존 재하지 않으며, 농업연구기관에서 시험재배를 실시하는 정도이다. 2008년에 서울시 양재동

하였다.이호성 연구에서는 남북한 화학 교과서 용어의 차이점만 분석이 되 었고,이러한 차이점을 나타내는 이유에 대한 원인은 분석이 되어있지 않았 다.따라서

뺷동아일보뺸는 조선유림을 하나의 거대 중앙조직으로 조직하려는 명분으 로 ‘이러타할 활동도 없이 시대를 등진 듯 한 살림’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곧 당국의

◦통일시대를 맞아 남과 북을 하나로 잇는 통일 열차를 구상하여 고구려, 고려의 역사 본산지 북한 문화유산 관광지를 개발하여 보는 활동을 통하여 통일의 문제를

통일 과정에서 핵무기 제거를 위한 협력에 한・미동맹은 물론 중국의 긍정적 역할이 요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 이후에도 과거 핵 능력을 보유했던 북한

또한 색채를 활용하여 보기 쉬운 표시를 하거나 문자를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