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News, Volume 13, No. 1, 2010 63 모든 인간들은 시간의 포로이다. 시간때문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 며, 모든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생겨나기도 한다. 많은 공상과학 소설들과 영화들이 시간을 바꿀 수 있다는 전제로 만들어졌고, 이런 작품들은 대중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1993년 작품인 ‘사랑의 블랙홀’에서는 재치있는 빌 머레이가 매일 같은 날을 반복하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마음이 따스해지는 훌륭한 코미디를 선사하였다. 1970∼80년대에는 TV시리즈인 ‘환상특급(Twilight Zone)’이, 1990∼2000년대에는 ‘X-파일’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시공간을 넘나 드는 상상을 만들어 내었다. 영화 ‘메멘토’는 영화의 흐름을 시간의 방 향 반대로 설정해서 독특한 발상으로 주목을 받았고, 최근작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에서는 세월이 지날수록 나이가 젊어지는 설정으로 새로운 문제를 다룬 드라마를 선사하였다.
좀 오래된 영화인 1997년 루이스 모노 감독의 작품 “Retroactive”는 많은 예산을 들인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공상 과학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상상력의 날개를 선사한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 도 훌륭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하다. 사막에서 우연한 차 량 사고로 잔인한 악당(제임스 벨루시)의 차를 얻어 타게 된 주인공 범죄심리학자(카일리 트래비스)는 반 도체 밀거래와 끔찍한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악당으로부터 도망치던 중 우연히 도달한 사막의 입자 가속 기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된 타임머신을 타고 약 20분 전의 시간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20분은 끔찍 한 사고가 나게 된 바로 그 기간인 것이다. 사고가 난 20분의 시간동안 과연 그녀는 올바른 방향으로 세 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 이 영화에서는 자신이 애를 쓰면 쓸수록 상황은 더욱 더 나빠지기만 한다.
상황을 정상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이 영화는 마치 롤플레잉게임처럼 인생 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저장해 놓고 마음에 안들면 세이브 포인트부터 다시 실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한 플레이를 되새겨 보고 맘에 안드는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 그렇다.
세상을 살다보면 수많은 결정을 하게 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많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만일 그때 당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말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 텐데 ….” 이 영화를 보면 과연 그런 상 상이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옛 날 성현의 말씀대로 인생은 그저 흘러가게 놔두는 게 옳은 방향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
강 정 원 교수 (고려대학교)
KIC News, Volume 13, No. 1,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