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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사례 기술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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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사례 기술의 중요성

*

하 지 현**·유 재 학**

Importance of Psychoanalytic Case Writing

*

Jee-Hyun Ha, M.D.,

**

Jaehak Yu, M.D.

**

서 론

정신분석은 실제 환자치료를 통해 태동해 발달을 한 임 상 응용 과학이다. 환자를 보고 난 다음에 이론에 대한 내용 이나 개념만 프로이트나 초기의 정신분석가들이 밝혔다면 대중이나 기타 전문가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프로이트가 도라, 안나 오, 늑대인간, 쥐인간, 한스의 사례를 발간하지 않았다면 현재 정신분석은 지금과 같은 학 문이자 치료법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신분석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학자이기 이전에 임상가였다. 더 나은 치 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파리로 가서 샤르코에게 최면술을 배 우기도 했고, 코카인의 치료적 이용에 대해 고민을 하고 적 용을 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실패를 두려워하고 감 추려할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치료에 성공한 것은 아 니며 급작스런 치료중단이 되어버린 도라의 사례를 자세히 기술하고 출판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이의 개념을 도 출해 낼 수 있었다. 이렇듯이 프로이트는 환자를 통해 시도 와 실수(trial and error)를 하고, 이를 대중 혹은 동료들과 나누면서 정신분석을 발전시켜나간 것이다. 그가 기술한 유 명한 사례들은 그리고 그의 생전에 정신분석 이론을 공고히 하는데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 그가 보고한 사례들은 후 학들에 의해 시기별로 재해석되었고, 이를 통해 정신분석 이 론은 더욱더 단단한 틀을 갖출 수 있었다. 만일 프로이트가 이론만 제시하고 자신의 치료사례를 소개하지 않고 모두 불 태워버렸다면 어땠을까? 현대정신분석 혹은 정신치료라는 것은 지금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코훗이 Mr. Z의 분석사례

를 발표하면서 자기심리학이라는 정신분석의 새로운 개념과 이론적 틀을 제시하였듯이 정신분석의 이론적 발전도 중요 한 환자 사례와 함께 했다.

정신치료/정신분석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론을 습 득하는 것보다 증례에 대한 집단토의와 개인 지도감독을 통 해 이루어진다. 정신치료 과정을 기술하는 것은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있었던 것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정신치료 과정을 보고하는 것은 일반적인 정 신과 전공의 수련기간에 습득하게 되는 정신과적 면담과 정 신과 병록기록, 정신상태검사의 기술을 하는 것과 정신치료 과정의 기술은 다르다.

그 안에는 환자에 대한 일반적 정보 뿐 아니라, 치료과정 에 발생되는 전이, 저항, 역전이가 포함된다. 치료과정 중에 대단히 많은 양의 가공되지 않은 정보가 산출되는데 보고하 는 치료자가 이중 어느 부분을 취사선택하여 자신이 생각하 는 방향으로 정리하여 하나의 흐름을 가진 내용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을 평가하면서 치료자 개인의 역전이와 관심을 알 수 있기도 하다. 한편 보고된 내용물을 지도감독하거나 함 께 증례토의를 하면서 참가자나 지도감독자는 자신의 관심 사와 흥미를 중심으로 내용물을 만나 접점을 형성하며 창조 적인 토론을 해나갈 수 있다. 이렇듯 정신치료 과정을 기술 한 결과물은 환자, 치료자, 지도감독자, 증례토론의 참석자, 만일 논문이나 서적으로 출판되는 경우라면 독자까지 다양 한 층위의 대상에게 매우 중요한 정신분석 이론과 임상적 가 치를 갖는다. 그만큼 정신치료/정신분석 과정을 기술하고 발 표하는 능력을 갖는 것은 정신치료를 잘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진부한 레토릭 은 여기에서도 통용된다.

지금부터 정신분석/정신치료 과정의 기술이 왜 중요하고, 어떤 면이 포함되며, 왜 정신치료 과정을 기술하는 것에 어 려움을 경험하고, 역사적으로 어떤 면이 중요한지, 윤리적 인 면에 대한 검토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접수완료:2008년 6월 21일 / 심사완료:2008년 8월 1일

*본 논문은 2008년 한국정신분석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구연발표되 었음.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정신과학교실

Department of Psychiatry, School of Medicine, Konkuk University,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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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론

역 사

증례를 보고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정신분석 의 태동기부터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신분석 학이라는 학문의 토대는 임상사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도 초기부터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수요회에서 소설, 미술작 품의 분석과 같은 정신분석적 비평을 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생생한 실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유사한 대용품일 뿐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밝혔다.

정신치료의 기술은 사례 전체를 보고하는 것뿐 아니라 특 징적인 한 장면(snap shot)이나 짧게 요약한 내용(vigne- tte)도 포함한다. 1895년에 발간된‘히스테리 연구’에서 브 로이어가 네 개의 사례를, 프로이트가 한 사례를 보고하였 다. Fraulein Elizabeth von R의 사례를 쓰면서‘과학적 내 용이 결여된 단편소설같이 읽히도록 사례를 썼다. 국지적 진 단과 같은 것은 히스테리 연구에 중요하지 않고 그보다 치 료 사이에 생기는 마음의 변화와 그가 경험한 통찰, 심리적 공식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환자의 고통과 질환 의 증상에 입각한 증례보고서로서의 역할은 지속된다고 했 다(Freud와 Breuer 1895). 이미 처음부터 그는 정신분석 이 과학과 예술의 두 면을 모두 갖고 있고 둘 사이의 상호작 용이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고 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이트가 생전에 다섯 개의 정신분석 전 과정을 공개한 사례 중 꼬마 한스와 슈레버 판사는 예외로 보는 것이 좋겠 다. 환자를 직접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머지 세 개의 사례는 무척 길고 상세해서 전문을 읽는 것은 재미있고 흥 미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루하다는 생각 이 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는 각각의 사례의 부 제를 평가절하해서 이름을 붙인 면이 느껴진다. 58페이지 에 달하는 히스테리 연구의 케이스는‘case history’라고 명명했고, 115페이지에 걸친‘도라 사례’는‘fragment of an analysis’라고 했다(Freud 1905). 1909년의 쥐사람 (Rat man)은 104페이지에 달하나‘notes upon a case’, 1918년의 늑대사람(wolf man)은 115페이지지만 서문에 그는‘이런 유의 과제는 기술적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면이 잇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바가 있다’면서 사 례보고가 어렵다고 고백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자아심리학 으로 넘어가는 1920년대 이후에 프로이트는 처음부터 끝까 지 정신분석 전 과정을 치료한 사례를 문헌으로 남기지 않 았다. 또한 알려졌다시피 그는 사례를 이용해 문헌으로 발

표한 이후에는 모든 증거자료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그는 정신분석과정에 환자의 사례를 남기면 다음에 올 환자가 치 료 과정에 대한 그의 생각을 미리 알고 이로 인해 저항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Pizer 2000).

그렇지만 만일 그가 자신의 사례를 보고하지 않았다면 지금 의 정신분석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그가 학문적으로 상당 히 솔직하며 용기 있는 사람이며 동시에 좋은 임상가이기에 증례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치료 과정 기술의 내용

데이터를 제공

정신치료/정신분석 과정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서술하고, 이때 치료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또 그 상황이 벌어진 이 유를 이해하는 대로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Berstein 1995).

프로이트가“소모적으로 긴 분석시간 전체의 내용을 버바팀 (verbatim)으로 보고하는 것은 분명히 아무 의미가 없다”

(1918)고 지적했듯이 주고 받은 대사를 그대로 다 받아쓰 기보다 중요한 내용을 짧게 인용하거나 짧은 상황(vigne- tte)으로 정리하는 것이 낫다. 한두 가지 요소를 보여주기 위한 case vignette가 흔하다. 그러나 길고 상세하게 모든 내용을 정리하여 데이터로 제공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것은 아니(Goldberg 1997;Stein 1988)라고 full-length ver- batim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여하튼 오랜 기 간의 정신치료/정신분석 기간동안 축적된 방대한 양의 데이 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조직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쉬 운 일이 아니다(Stein 1988).

사례보고에는 환자가 그동안 살아온 병력, 개인사, 가족관 계, 대인관계, 객관적 증상으로 보이는 사실들, 주관적으로 환자가 경험한 증상이라 할 수 있는 경험들이 포함된다. 추 가로 정신치료과정의 보고에 들어가는 내용은 치료자와 환 자 사이에 벌어진 상호작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환자를 치 료하면서 배운 것(what he learned)과 어떻게 그 깨달음 에 도달했는지(how he came to learn it)를 쓰는 것이 중 요하다(Freud 1918).

더 나아가 수퍼비젼을 받기 위해, 혹은 집단토론을 위해 자신이 제시할 프로토콜을 읽을 독자를 위해 자신이 생각 하는 이론적 함의, 혹은 의미, 논점 등이 제시되는 것도 좋 다. 이렇듯 정신치료 사례를 기술할 때 다양한 층위를 고려 해야한다. 이에 대해 프로이트는 동성애 여성에 대한 사례 를 1920년 기술하면서

“시간순서대로 일직선으로 쓰는 것은 복잡한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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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묘사하는데 매우 적합하지 않다. 이는 마음의 여 러 다른 층위에서 한꺼번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정신치료 기술의 목적

학 습

수퍼비젼이나 집단토론을 위해 준비된 증례보고서를 제 시할 때 드러나는 것은 환자에 대한 내용뿐만이 아니다. 만 일 자세히 기술된 부분이 있거나 버바팀으로 선택된 세션이 있다면, 또 중요해 보이지만 빠진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보고자가 생각하는 환자에 대한 이해, 이론적 토대, 역전이등에 대한 중요한 정 보를 얻을 수 있다. 사례를 보고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일반적인 정신과적 병력보고서를 쓰듯이 현병력을 중심으 로 기술할 수 있다. 혹은 첫 만남에 있었던 일을 먼저 쓰고 그리고 나서 환자의 삶을 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지 금까지 치료자가 알고 있는 환자의 병력을 모두 통합하여 시간순서대로 쓸 수 있고, preliminary session에 들은 내 용만을 중심으로 환자의 초기 병력과 관련한 정보를 제시할 수도 있다. 환자의 말과 행동만 쓰고(혹은 행동은 없이 말 만), 치료자의 그것은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이전에 수 퍼비젼을 받았던 내용이 포함되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치료세팅(시간, 치료비, 치료장소 등)과 관련한 내용은 흔히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한 명의 정신분석 가/정신치료자로 훈련/학습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하다. 그러 나 이들을 모두 일차원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방대한 데이터 에 짓눌려 버리고 난삽해질 뿐이다. 그러므로 한정된 분량 의 정신치료 과정의 보고서 작성을 하는데 있어서 치료자가 환자에 대한 기존의 개념과 보고서의 목적 등을 감안하여 주 어진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통합하는 것이 핵심적 사항이다.

그러나 완벽한 정신치료/정신분석 보고서라는 것은 존재 할 수 없다. 그것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수퍼비젼 은 치료의 처음, 혹은 중간에 시작되지만 환자의 모든 것을 알거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치료가 종결되어야만 가 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치료 중에 보고되는 증례보고는 이론적으로 볼 때 완벽하다는 기대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적인 기대다(Freud 1905).

한편 대부분의 증례보고가 다양한 학습기회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퍼바이저,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는 욕구도 증례보고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피할 수 없 다(Michels 2000). 이런 내용은 수퍼비젼 과정에 꼭 다뤄

져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최대한 편안 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모든 수퍼바이저에게 매우 중요한 목표다(Michels 2000). 배경정보 없이 그저 어떤 대화가 치료시간에 오고갔는지 제시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 을 정확히 추측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Bertram Lewin 은 1940년대 뉴욕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

환자의 나이, 주요문제, 직업 등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수련생에게 한 시간의 분석 세션을 거의 그대로 발표하도록 했다. 한 문장, 혹은 한 문단이 끝날 때마다 Lewin은 참여 한 수련생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연상을 하도록 요구했 다. 한 세션의 반 정도가 지났을 때 놀랍게도 사람들은 조금 씩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시간의 세션을 제시하고 나니 사람들은 피분석자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전이는 어떤 식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상당히 정확히 찾아 낼 수 있었다고 한다(Stein 1988). 이 역시 꿈의 분석을 하 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 험

전문의 시험, 다양한 자격증 시험과 같은 certification을 통과하기 위한 증례보고를 할 때 증례보고서를 요구한다.

이때 보고서를 쓰는 사람은 최대한 모든 사실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와 좋은 모습, 잘한 부분을 중 심으로 재구성하고픈 욕구 사이에 끊임없는 갈등을 하게 된 다. 이는 단순히 수퍼비젼을 받을 때와는 다른 압력으로 다 가온다.

교 육

피교육자로서가 아니라 교육자로서 전공의, 학생 및 기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 혹은 이론적 개 념을 생생하게 설명하기 위해 사례를 이용할 수 있다. 프로 이트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관되어있을 때가 아니면 자신 의 사례를 이용하려 교육에 사용하는데 흥미를 보이지 않 았다고 한다(Lewin과 Ross 1960). 그만큼 과학으로서 정 신분석적 이론의 근거를 확보하고 개념을 정치하게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자신의 임상 경험의 한 부분, 혹은 긴 치료 과정을 이론적 배경아래 재구성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 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교육용으로 제시되는 많은 사례들은 대부분 마치 단편소설의 한 장면같이 환자의 어린 시절이나 치료과정에 일어난 일들이 뚜렷이 잘 드러나게 구성되어 있 는 비현실적인 면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 극적이 며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증례가 진 행된다. 우리는 실제 증례는 사실 그렇게까지 극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현실성을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너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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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어진 이야기는 사실은 현실세계의 모호함과 불확실성

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Michels 2000).

연 구

정신분석이 공격받는 부분 중 가장 취약한 점은‘논증하 거나 통계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정신분석/정신치료 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치 료적 영향력이나 치료적 개입의 방법론을 연구하려는 노력 은 지속되었다. 치료자와 환자 사이의 단 둘 만의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객관적 과학적 연구 결과물로 입증하여 연구결 과물로 이용하기 위해서 기록, 녹음, 비디오 촬영, 정신생리 적 측정등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환자와 치료 자 사이에 벌어진 것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과학적 진실 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상술 하였듯이 다양한 다른 요소들이 함께 있어야 진정한 증례보고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보여주는 풍경이 있을 때 이를 지도로 나타내거나 항공 사진을 찍는 것이라기보다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낫다(Michels 2000). 주고받은 대화를 녹음한 것에 만 비중을 두는 것은‘언어 정보’만을 수집한 것으로 불충 분하고 과학주의(scienticism)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 한 분석가도 있다(Galatzer-Levy 1991). 수많은 시간의 녹음 테이프 안에는 의미 없는 노이즈에 준하는 말들도 많 이 들어있고, 이 내용들을 다시 듣는 것은 도리어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리고 녹음된 내용에만 집중하다 보면 환자의 제스쳐의 미묘한 변화나 느낌의 변화와 같은 비언어적인 면은 간과하거나 놓치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Stein 1988).

공개된 글에서 증례를 인용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공개 된 증례보고의 근본적 목표는 다큐멘터리적 진실을 폭로하 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정신분석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 는 것이다(Renik 1994). 이를 읽고 독자들은 잠재적 피분 석자가 될 수 있고, 현존하는 환자들이 보더라도 더 쉽게 내 적 통찰을 할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역전이의 문제

정신치료 과정의 기술은 풍경을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나아가 왜 그 환자의 그 세션을 선택하여 자세히 묘사하였고, 어떤 부분은 생략했는지, 또 어떤 환자 의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 반응을 보였는지를 기술하게 된 다는 점은 풍경화가 아니라 사실은 치료자 자신의‘자화상’

이라고 얘기할 수 도 있다(Michels 2000). 치료자가 보고 하는 증례를 듣거나 읽으면서‘들리는 이야기를 통해’, 동 시에‘치료자가 보고하는 환자에 대한 이해를 독자가 이해

하는 과정’을 통해 치료자가 갖고 있는 환자에 대한 생각 들, 역전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또 한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례를 공개하거나 학 술지등에 발표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치료자가 자신이 보는 환자의 증례를 쓴다 는 것(case writing)은 부분적으로 역전이를 포함하기에 치 료자 본인에게 통찰을 가질 기회를 주며 본인의 개인사나 직업적 정신세계가 또한 증례 보고 안에 포함된다. Stein (1988)은 증례라는 것은 마치 발현몽(manifest dream)과 같다고 했다. 꿈을 분석하면서 무엇이 이차가공(secondary revision)이 되었는지 알아보면서 선택과 생략된 부분을 찾 는 것이 무의식의 내용을 아는 방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증례보고를 쓰는 치료자가 무엇을 선택했고 빠트렸는지, 어 떤 식으로 환자의 정보를 변형해서 내놓고 있는지를 보는 것 은 마치 발현몽을 분석해나가는 작업과 유사하다. 그런 맥 락에서 볼 때 발현몽보다 잠재몽(latent dream)이 사실 정 신분석의 본질에 가깝다(Michels 2000).

환자 선택과 이론적 틀의 문제

자신이 치료하는 여러 환자들 중에 한 환자를 증례보고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그 순간 그 환자에 대한 치료의 중립성 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치료자는 자신이 선험적으로 느 낀 그 환자에 대한 가설을 최대한 철저히 작동할 것이다. 환 자를 객관적이며 판단적이지 않은(non judgemental) 방식 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치료 과정을 자신의 이론적 가 설에 최대한 맞추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치료방식, 횟수의 선택의 문제, 가설의 설정과 가설에 대한 조기결론이 일어난다. 결국 치료자가 그 환자 를 보고하기로 결심한 순간 그는 치료자의 내면의 이론적 모델에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 결과 치료자는 환자의 특정 한 부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본인도 특정 이론의 눈으 로만 보려고 노력을 한다. 결국 환자의 표현에 대해 덜 반 응을 하게 되고 진정한 치료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더 나 아가 보고를 하기 위해 치료를 지나치게 길게 끌고 나가거 나, 자신의 가설에 맞추기 위해 편향되거나 왜곡된 방식으 로 환자가 하는 말을 유도하거나 이끌어나갈 위험이 있다 (Stein 1988).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는 힘의 균형이 일방 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치료과정을 기술하는데 있어서 자 칫 그 힘의 불균형이 오용될 소지가 있다. 특정한 부분에 증 례보고를 하기 위해 특별한 기술적 접근이나 중재를 할 수 있고, 오직 환자를 위해서 그랬다기보다 증례토론을 하기 위한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한 2차 이득이 개입될 수 있다 (Piz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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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론

지금까지 정신분석/치료 과정을 기술하는데 관여되는 다 양한 요소에 대해 알아보았다. 환자에 대해 쓴다는 것은 그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다양한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작업으로 모든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감안을 해야 한 다(Pizer 2000). 일반적인 정신과적 환자를 면담하고 정신 상태검사를 하고 병력과 가족력, 개인력을 조사하여 진단적 인상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과 달리 정신치료 과정 을 기술하는 데에는 그 외의 많은 요소들이 개입된다. 그리 고 좋은 사례보고는 기존의 이론을 증명하고, 새로운 가설 을 검증하는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 므로 증례를 선택하여 통합적으로 정리하여 기술하고, 보고 하는 과정은 좋은 정신치료자/정신분석가가 되는 데에 있어 서 매우 중요한 과정의 하나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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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Importance of Psychoanalytic Case Writing Jee-Hyun Ha, M.D., Jaehak Yu, M.D.

Since the very beginning of psychoanalysis, case reporting has been the most important and vital tool in the developmnet of psychoanalysis. We cannot imagine the field of psychoanalysis without Dora, Anna O, Little Hans, Wolfman and Ratman. Case reports enhance not only our understanding of theory, but also improve communication among colleagues and further their education. There are many factors to be considered in case writing. The authors introduced the history of ‘psychoanalytic case writing’ in the era of Freud and discussed his idea In addition, the various goals of case writing, such as learning, supervision, research and tests were presented.

Through detailed consideration of case material, we can discover the countertransference issues of writers and application of transcendental cognition of theory to case material. It is very important to consider many of the factors involved in case writing in psychoanalysis.

KEY WORDS:Case writing·History·Psychoanalysi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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