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프랑스 순방 성과와 의미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 및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지난 5일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했 다. 이어 프랑스 칸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한 범국 가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고 개발도상국 지원 및 자유무역의 증진을 각국 정상들 에게 촉구하였다.
이렇게만 본다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은 평소 외유와 별다른 차이가 없 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순방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두 가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그 동안 진전이 없었던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 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동북아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위축되고 있는 러시 아와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기대에 못 미친 중국의 원조로 한국의 지원과 경제 협력이 절실한 북한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동북아지역에서 갖는 외교안보적 의미는 매우 크다. 러시아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동북아 역내 영향력을 증대시켜,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경제적으로도 발 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극동지역의 개발은 물론 한국과 장기공급 계약을 통해 안 정적 외화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국시장 다음으로 중국과 일본시장 진출도 가능해져 러시아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우리로서도 이익이다. 물론 러시아의 가스공급 가격 과 북한의 통과 수수료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일단 멀리 중동에 서 배로 LNG를 실어 오는 것과 지척인 러시아 극동에서 육로로 가스를 가져오 는 것은 수송비면에서 후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러시아를 매개로 남북관계 의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북한도 이 사업을 통해 통과 수수료라는 경제적 실익과 함께 그 동안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상황에 서 일정 부분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과 러시아 두 정상은 북한 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사업이 성공하면 남ㆍ북ㆍ러 모 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데 공감하고,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 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G20 정상회담에 참석해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한 3가지 카드를 제시함으 로써 세계 경제무대에서도 우리나라의 위치를 다시 확인시켜 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한 방만한 재정 운용에 서 비롯되었음을 따끔히 지적하고 이들 나라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주문한 데 서 국제무대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우리가 과거 언제 유럽 선진국 경제를 비판해 본 적이 있었는가? 또한 위기일수록 보호무역주의에 안주하기보다 자유무역을 확대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하고, 개도국의 자 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도국 지원에 나서야 한다 고 강조한 점이 참가국 정상 모두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 정상합의문에 반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0월 미국 국빈 방문이 외형적으로 드러난 다원적 동맹관계의 수립이란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러시아 및 프랑스 순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 운데 동북아지역의 균형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은밀히 드러내는 내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