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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재가 이끄는 종횡무진 타임머신(3) - 통일신라 감은사지 금당 기단 돌의 태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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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20, No. 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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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가 이끄는 종횡무진 타임머신(3) - 통일신라 감은사지 금당 기단 돌의 태극문

강 병 희 강사 (고려대학교)

경북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에는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 직후에 조성된 감은사 터가 있다. 이곳은 동 남으로 흐르는 대종천이 바로 앞을 지나 곧 바다에 이르기 직전인 동해 입구이며 당시 통일을 이룩했던 웅혼한 기운이 담겨진 커다란 두 석탑이 금당 터 앞에 대칭으로 서 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이 절은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고자 짓기 시작하였으나 끝내지 못하고 죽자, 신문왕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682년(신문왕 2년)에 완공하였으며 절의 금당은 죽어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된 문무왕이 휴식을 위해 출입할 수 있도록 바닥에 출입구를 두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조금만 바다를 향해 나아가면 문무왕의 유골을 장례한 대왕암 바닷가에 이르는데 이 지역의 이러한 일련의 관련 유적들, 기록, 웅장한 감은사지 동, 서 삼층석탑은 7세기에 이루어졌던 민족의 통합, 기운, 염원을 손에 닿을 듯 느껴지게 한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유일하게 우리 미술사를 전공한 고유섭 선생은 이곳을 방문한 후 <나의 잊지 못하 는 바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그 내용에는 경주를 방문하는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도 통일의 웅 혼함이 깃든 이곳을 느껴보기를 권하고 있다.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민족의 정체성에 많은 생각을 거듭해 오던 그에게 이 지역의 답사는 극한 감동으로, 자부심으로 다가왔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글이다.

그렇다. 대종천과 동해가 만나 소용돌이치는 바다, 나라를 지키고자 염원했던 대왕암, 이를 증명하는 이야기를 기록에 전하는 이견대, 그리고 감은사 절터와 동, 서탑은 우리에게 단순한 역사적, 문화적 의미 를 넘어 민족의 긴 여정에 중요했던 한 지점, 그리고 그 시기에 달성되었던 염원과 힘을 느끼게 하는 무 언가가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 걸맞게 이곳에 남겨진 절 터, 석탑, 출토 사리기, 지역 문화재와의 관련성 등에 대해서 는 많은 연구 논문들과 발굴 보고서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그중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두 석재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술사에서는 <그 시대가 아니면 그러한 유물, 양식은 나타나지 않는다.>라 고 말한다. 비중이 작은 유물이라도 언제나 그 시대를 대변해 주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현 감은사지에는 창건 당시 금당 기단부에 긴 석재 두 기가 동, 서에 남아 있는데 동편의 것은 1959년 1차 발굴 시기에 발견된 것이고 서쪽의 것은 1982년 2차 발굴 때 절터 남쪽 연못에서 발굴되어 1993년 옮겨진 것이다. 길고 큰 두 돌은 바람개비 형태의 사태극이 음각과 양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태극문을 중심으로 삼각형이 양쪽으로 음각, 양각으로 병렬되어 있다. 특히 태극의 양 끝 부분과 처음 삼각형은 서 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이어져 순환되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그림 1).

KIC News, Volume 20, No. 3, 2017

칼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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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학 전망, 제20권 제3호, 2017

그림 1. 경주 감은사지 금당 기단부 돌의 태극문과 삼각형 장식.

그림 2-1. 증후을묘 출토 술병의 바람개비 태극 문양, 중국 서주-전국시대 초기, 호북성 박물관.

그림 2-2. 증후을묘 주인공 바깥 목관 측면의 소용돌이 태극문양, 중국 서주-전국시대 초기, 호북성 박물관.

그림 2-3. 증후을묘 출토 동제 물 거울 그릇 손잡이 삼태극 문양 도면, 중국 서주-전국시대

초기, 호북성 박물관.

태극문은 우리나라 국기처럼 이태극도 있지만 삼태극, 주렴계 태극 등 다양하며 지역적으로도 켈트족, 스키타이, 흉노, 고대 중국 문화재 등에서 바람개비, 소용돌이, 삼태극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일찍부터 나 타난다(그림 2-1, 2, 3).

이들은 태양의 화염을 표현한 것이라는 구체적인 지적도 있지만 모두 천지가 만물을 낳는 원리, 즉 우 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면에 담겨 진 우주, 자연의 질서, 혹은 운동의 원리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 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중국 난징(南京)대 천문계 교수였던 주찬생(朱燦生)의 연구다. 그는 100 년간의 달의 운행 궤적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이 궤적의 도면이(그림 3) 태극도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또 한 백인수, 김태식 교수는 감은사지 태극문이 있는 돌을 천문학적, 기하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였는데 태극과 삼각형의 음, 양각의 문양이 해와 달의 주기적 변화, 즉 책력을 표현한 것이라는 결과(그림 4)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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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20, No. 3, 2017

KIC News, Volume 20, No. 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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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중국 <自然雜志> 1953년 6월, 주찬생 논문의 관련 도면.

그림 4.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11권 3호, 2011년에 실린 백인수, 김태식 교수의 감은사지 동측 기단 돌에 새겨진 문양을 해의 운행 주기와 일치시켜 본 도면.

고대 생활에 있어서 천문학적 지식과 변화의 원리는 항해와 유목 생활을 위한 나침판의 역할은 물론 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별자리들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요 첨단 지식이었다. 즉 고대의 천문학은 미래를 예견하는 점성학이며 우주론으로 정치사상, 철학의 기본 원리가 되었다.

따라서 중요한 국가적 사찰 기단부에 이러한 하늘의 변화를 상징화한 조각이 있다는 것은 이곳이 불교 뿐만 아니라 전통적 세계관의 중요 공간으로 조성되었음을 말해준다.

한편 신라는 기록에 7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중국에서 책력을 받아 사용하게 되었으며 또 중국으로부 터 천문도를 들여오고 관련 지식을 배워왔다고 전한다. 이를 고려할 때 선덕여왕 재위 기간(632-647년) 에 첨성대(혹은 점성대라고도 함)를 조성하는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천문학과 책력에 대한 관심과 발전이 도모되었던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듯 경주에 남아 있는 첨성대는 구조에 있어서 동지일을 관측할 수 있다거나 정 (井)자 형의 구조 4모서리의 방위가 정확하게 동, 서, 남, 북을 지키고 있는 점 등, 여러 면에서 관측 기 능을 하였던 건축임은 인정되나 사용이 불편하다는 점과 관측에 적당하지 않은 낮은 높이 등, 본격적인 천문대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측면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초기적인 관측기구 수준인 첨성대를 조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682년에 감은사를 건립하면 서 수준 높은 천문학적 지식을 반영하게 된 것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 것일까? 해답은 삼국의 통일에 서 비롯된 문화적 발전에서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삼국 중 고구려는 고분벽화에 발달된 별자리 관측 지식을 담은 하늘 세계가 표현되어 있다. 그리 고 현재 돌에 새겨져 전하는 조선시대 천문도도 고구려 것을 일부 고쳐 만든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통일 직후에 세워진 감은사에서 진전된 천문학적 지식이 발현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당나라의 힘을 빌려 통일을 이룩한 신라는 지역적으로 한강 이북의 영토를 상실했다는 한계를 가졌지 만 통일신라가 남긴 여러 유적과 문화재에는 이렇듯 통일의 웅혼한 기운과 역량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수치

그림  3.  중국 &lt;自然雜志&gt; 1953년 6월,  주찬생 논문의 관련 도면. 그림 4.  &lt;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gt; 11권 3호, 2011년에 실린 백인수,  김태식 교수의감은사지 동측 기단 돌에 새겨진 문양을 해의 운행 주기와 일치시켜 본 도면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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