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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간질환의 변천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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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간질환의 변천과 대응

국립암센터

김 창 민

Senior Lecture: 소화기

이집트에서 발견된 기원전 1,600년경의 파피루스에는 유 방암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병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이 병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처벌이니 저항하지 말고 받아 들여 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은 오랫동안 질병을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식해왔고, 이에 대한 대응도 기도, 주 술 등의 범주에 머무르고 있었다. 기원전 4세기경 히포크라 테스에 의해 “체액론” 등 질병에 대한 논리적 접근이 시도되 기도 하였지만, 실제 현대 의학은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항생제와 백신 개발, 수술 및 이식기술 등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이제 인간 100세 시대를 바라보게 하 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 등의 과학적 진보가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역설적인 예언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질병은 인간의 역사와 함 께 해왔으며 인간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을 회피하기 위한 대응을 계속해왔다.

간질환도 인류 질병사에서 주요 위치를 점해 왔다. 히포크 라테스 의서에 이미 담즙정체성 황달, 간농양 등의 간질환들 이 언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문헌에서도 황달에 대한 언급 이 조선왕조실록 등에 자주 등장한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B형 간염 환자로 추정되는 16세기경 한국인 미라의 간조직 에서 DNA를 추출하여 3.2 kb에 이르는 B형 간염 바이러스 (hepatitis B virus: HBV)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성공하 였다. 염기서열의 변이 양상으로 보아 이 HBV는 최소 3,000 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유추되어, 한국인 간질환의 역사에 서 B형간염의 뿌리가 그만큼 오래됨을 알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인에 있어 간질환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과 더불어 주요 사망원인의 하나다. 2014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간암 사망자가 11,566명, 간경변증이 대부분인 간암이외의 간질환 사망자 수가 6,635명으로 한 해 1만8천여 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한국인 간질환의 원인으로 는 75% 정도가 HBV, 10%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 9% 알코올,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및 기타 6%로 구성되어 있다. 최 근 30년간 우리나라 간질환의 흐름을 사망률 위주로 살펴보 면 간암 이외의 간질환에 의한 사망은 인구 10만명당 31.5명 (1983년)에서 13.5명(2012년)으로 현저히 감소하였으나 간암 에 의한 사망은 16.0명(1983년)에서 22.5명(2012년)으로 오히 려 늘어나고 있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질병에 대한 대응의 주체로서 개 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의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질병은 국가차원의 중대한 재난이 되기도 하는 한편, 주요 질병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국민 복지의 핵 심 요소로 인식되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국민들의 국가관이나 가치관에 따라 질병 관리에 국가가 개입하는 정 도는 다양하게 차이가 나지만 질병에 따라서는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하는 필요성이 상당히 높을 수도 있다. 국가의 직 접적인 개입을 위해서는 1) 해당 질병이 국가적으로 상당한 질병 부담을 초래하고 있고 2) 예방 혹은 검진사업 등을 수 행하여 질병 부담을 확실히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 가 있으며 3) 사업에 소요되는 자원을 투입할만한 재정적 기 반이 확보되어야 하며 4) 마지막으로 이러한 점들을 전부 고 려하여 국가가 질병관리사업을 수행하는 일에 관련 이해집 단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질병이 과거에는 급성 감염질환 위 주였다면 근래에는 암, 심장질환 등의 비감염질환(noncom- municable disease: NCD)에도 상당한 비중이 주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 도 NCD의 질병 부담이 증가하면서 NCD에 대한 국가적 대 응을 주문하게 되었다. 2011년 WHO 총회에서 2025년까지 NCD로 인한 사망률을 25% 감소시키자는 의미의 “25 by 25”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국가가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결 의하였으며, 간질환에 대해서도 2010년 총회에서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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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민. 한국인 간질환의 변천과 대응 -

- 275 - 성 간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결의를 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1996년부터 2차에 걸친 암정복10개년계획을 통해 국가암관리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였으며, 간질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암의 관리사업도 여기에 포함 되었다. 간암예방사업으로 HBV 예방백신 접종, HBV 보유 자 선별검사(screening)와 간암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간암검진사업 등이 대표적인 정부 주도의 대응 조치로서 이 루어지고 있다.

한국인 간경변증과 간암에 대한 관리사업의 우선 순위는 HBV에 있으며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은 B형 간염 백신 예방접종이다. 1981년 B형 간염 백신이 처음으로 수입되었 으나 높은 비용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하였다. 다행히 1983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B형 간염 백신이 상용화 됨으로써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었고 전체 국민을 대상으 로 하는 백신 접종도 본격화될 수 있었다. 백신 접종 이전, 인구의 8%에 이르던 HBsAg 양성률이 1998년에는 4.6%, 2011년에는 3.0%로 현저히 감소하였다. 10-18세 인구에서 0.1%인 점을 고려하면 이제 B형 간염이 한국인 간질환의 중 심에서 물러나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유아 대상 정기예방접종에 B형 간염 백신이 포함된 시점 이 백신의 국내 생산이 시작된 지 12년이 지난 1995년이었다 는 것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B형 간염 주산기감염 예방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감염과 만성화의 위험이 높은 주산기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B형 간염 백신이 도입된 지 35년이 지나서도 아직 간암 발생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이미 감염된 170여 만 명의 만성 HBV 보유자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서는 HBV 선 별검사를 통해 보유자를 찾아내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 로서 간질환의 진행을 막고, 감시검사(surveillance)를 통해 간암의 조기 발견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현재 HBV 선별검사는 네 종류의 사업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징병검사 와 산전검사는 젊은 층, 40세에 실시하는 생애전환기 건강진 단과 국가간암검진사업에서는 중장년층에서의 검사로서의 의미가 있다. 비교적 체계적인 선별검사의 틀을 갖추었다 할 수 있으나 검사 후 사후 관리 문제, 각 검사간의 상호 연결시 스템 부재, HCV 국가적 선별검사 체제 부재 등은 개선되어 야 할 점이다.

위의 선별검사에서 찾아낸 HBV, HCV 보유자를 포함하여 간암의 고위험군에 대해 간암 감시검사가 국가검진사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간암 고위험군인 40세 이상의 HBV 혹 은 HCV 보유자 및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간초음파검사 및 혈청 AFP치 측정을 6개월마다 시행하는 검진사업을 2003 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현재 대상자들의 수검률이 43.8% 정 도에 그치고 있어 저조한 수검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와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검진사업 을 수행하는데 있어 의학적 근거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점 은 갑상선암의 경험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HBV 및 HCV 감염으로 인한 만성 간염, 간경변증에서의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간암의 중요한 예방책이기도 한데 현 재 건강보험에서 어느 정도 보상해주고는 있으나 문제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 효과가 검증된 약제들의 보험 적 용 시기가 너무 늦다는 점이다. B형 간염 치료제의 경우 과 거 지연 허가, 터무니 없는 부대조건으로 적합한 치료를 한 정하게 하는 등 문제가 컸으며 최근에는 C형 간염 치료제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대한간학회가 진료가이드라인 개발 등을 통해 적절한 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저수가 정책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보험의 한계 때문 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가 보험정책도 기본적으로는 의학적 근거에 바탕을 둘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계는 최선의 진료를 위한 의견을 강력히 제 안해야 할 것이다. 간질환 치료 중 비교적 국제 경쟁력을 갖 춘 분야는 간이식이다. 효를 중시하는 한국적 문화 속에서 가족간의 생체 간이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수월하다는 것이 큰 이유라 할 것이다. 간암을 포함하여 간이식의 적응증이 점차 확대되고, 관련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간질환의 근치적 치료 수단으로서의 위치를 넓혀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 질병 관리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 중의 하나가 해당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발생률 비(mortality/incidence ratio: MI Ratio)이다. IARC 자료에 의한 간암의 MI Ratio를 보면 한국은 2002년 0.77(남성)에서 2011년 0.68(남성)로 계 속 향상되고 있는데 비해 간암 발생률이 높은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은 아직 0.9-1.0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듯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간질환 관리 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나, 여 전히 간암 사망률이 매우 높은 현실에 유의할 때 간질환 관 리에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간 한국인 간질환에 대한 대응의 결과로 HBV 보유율은 현저히 감소하였고, 간암 발생도 약간의 감소 추세 에 들어섰다. 그러나 아직 전체 국민의 3%가 HBV 보유자인 점을 감안한다면 B형 간염에 대한 대응도 늦출 시점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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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대한내과학회 춘계학술대회 -

- 276 - 라고 판단된다. 아울러 그 동안 비교적 관심을 덜 받던 HCV 감염, 알코올 문제, NAFLD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 요하게 되었다.

HCV의 경우, 최근 효과적인 DAA들이 개발된 점을 감안 한다면 HCV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선별검사가 이루어져 적 절한 시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이루어지게 해야 할 것이 다.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보건의료적 폐해를 아직 정부나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할 만 한 사안이다. 심지어 음주를 장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가 국민 건강이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각성하여 확 고한 절주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간질환인 NAFLD는 바이러스성 간질환이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관리 대상으로 떠 오르고 있다. NAFLD는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생활 양 식의 변화 등으로 비만 인구 증가와 더불어 NAFLD도 현저 히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10%대였던 NAFLD 유병률이 최근 30%대를 넘어서고 있는데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 다. 체계적인 국가적 대응 마련과 아울러 의료계에서도 보다 능동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내과의사의 입장에서도 식 이, 운동 등 비약물적 치료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한 학회 차원의 지원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지난 30여년간의 한국인 간질환의 흐름을 요약하면, B형

간염에 의한 질병 부담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상당하다.

C형 간염을 포함하여 바이러스성 간질환에 대한 대응이 미 비한 점들을 찾아 보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향후 비중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알코올성 간질환과 NAFLD에 대 한 대응이 매우 미비하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의사의 역할이 진료실 내로 한정되어 보건의료 문 제에 있어서의 위상이 외톨이로 전락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한 방안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직접 참 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회 등을 통한 의사의 사 회적 역할 증대와 신뢰 증진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 다.

REFERENCES

1. 대한간학회. 한국인 질환 백서. 2013.

2. Kahila BG, et al. Tracing hepatitis B virus to the 16th cen- tury in a Korean mummy. Hepatology 2012.

3. Park JW, et al. Global patterns of hepatocellular carcinoma management from diagnosis to death: the BRIDGE study.

Liver International 2015.

4. Hunter DJ, et al. Noncommunicable diseases. NEJM 2013.

5. Scudellari M. Myths that will not die. Nature 2015.

6. Sanyal AJ, et al. The global NAFLD epidemic.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13.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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