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중국의 체제전환과 경제개혁
제2절 중국의 개혁․개방과 노동시장
1. 개혁․개방의 성과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이후 중국 경제는 연평균 9.5%의 높은 국내 총 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1980년 3,020억 달러에 머물렀던 중국의 GDP 는 2003년 1조 4,100억 달러로 증가하였고, 이 기간 동안 중국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서 3.9%로 증가하였다. 2004년 말 현재 공식 환율을 기준 으로 하면, 중국은 GDP 2조 1,800억 달러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제6위 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다. 한편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PPP) 기준으로 보면, 2003년 현재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서 전 세 계 GDP의 1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경제의 1.8배로 나타났다. 약 30년에 걸친 무역 자유화와 경제 개혁 정책으로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규모는 각 10년마 다 최소한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전체 경제규모 기준으로나 1인당 GDP 기준 으로나 중국경제의 성장률은 주변국과 다른 대규모 개발도상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1978~2002년 기간의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8.9%로 같은 기간 동안 고소득국, 중소득국, 저소득국의 평균 성장률인 6.6%. 5.9%, 4.7%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 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몇몇 소규모 국가뿐이며 20세기 후반에 25년 이상 평균 8%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한 국가는 196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 까지의 기간 동안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밖에 없었 다.
경상 GDP를 기준으로 한 세계경제의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은 2003년 14.8%로 미국의 37.0%보다는 낮지만 일본과는 같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유럽연 합(EU)의 7.4%보다 훨씬 높은 기여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구매력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의 세계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23.5%로 미국의 18.6%와 일본의 5.3%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경제규모의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1인당 소득수준도 급속히 신장되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1978년 379위안(154달러)에서 2003년 9,101위안(1,099달러)로 증가하여,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25년만에 13억 국민의 1 인당 평균 소득이 1천 달러 규모의 중위권 경제에 진입하였다. 인구 성장률이 1~2% 범위를 가질 때 이러한 빠른 성장은 연 6% 이상의 1인당 실질 소득의 증가,
또는 매 10년마다 2배의 성장을 의미한다. 과거 1978년에서 보면 중국의 1인당 소 득은 5배로 증가했다.
고도성장에 따라 농촌과 도시주민의 실질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되었다. 1978년의 국민소득수준을 기준으로 1998년의 국내총생산은 21.5배, 1인당 국내총생산은 16.9배, 농민 1인당 순수입은 16.2배에 이른다. 1인당 실질국민소득이 2배로 증가 하는 데 걸린 기간을 비교해 보면 미국이 50년, 일본이 35년, 한국이 고도성장 시 기에 17년이 소요된 데 비해 중국은 1980년부터 1995년까지 15년 사이에 실질 소 득의 4배 성장을 이룩하였다. 사회 발전의 목표도 이전의 ‘원바오’, 즉 밥 먹는 걱 정을 안 하는 상태 또는 기아의 극복에서, 여유 있는 생활 또는 중산층 사회로의 도약을 의미하는 ‘샤오캉’ 사회로 바뀌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모든 국민이 중류층의 생활을 누리는 수준인 샤오캉의 기준을 1인당 국민소득 800달러로 상정해 왔으나, 이미 2001년에 855달러를 기록하여 샤오캉 수준을 넘어선 데다가 2002년에는 1,000달러 선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이는 또한 중국 경제에 있어 소비 형태와 산 업 구조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질의 많 은 주요지표들도 소득과 함께 나란히 오르고 있다. 그러나 소득분배와 같은 지표는 악화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중국경제의 성장을 산업부문별로 보면 개혁의 초기에는 특히 농업에서의 생 산성 향상과 산출물 증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78~84년 사이에 농업 산출량은 연평균 8.8%의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성장은 농가경영청부책임제와 같은 각종 유인제도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진행되면서 농 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반면 공업 및 서비스 부문이 매년 10% 이상의 성 장을 지속해 오면서 그 비중도 점차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성장에는 물론 자본축 적 등 요소투입의 증대도 주요한 요인이 되었지만 그보다는 요소생산성의 향상에 기인한 바가 컸다. 즉 중국에서 개혁의 중요한 핵심 가운데 하나는 경제를 현대화 시키기 위하여 기술 도입을 촉진하는 것인데, 생산성의 증가는 바로 이러한 기술진 보에 힘입은 것이다. 1978~99년 사이 중국 GDP의 성장 중 겨우 10%만이 노동 투입의 증가로 인한 기여인 반면 자본투입의 증가가 성장에 미친 기여는 62%에 이 른다. 성장에서 노동의 상대적으로 작은 비율은 오늘날에 중국의 경제성장이 충분 히 활용되지 못함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본의 중요한 역할은 성장을 낳기 위해 어떻게 투자를 배분시키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중국 성장의 약 28%는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성은 장기적 경제성장의 기본 요인으로서 고려되어지고 구조적 개혁이 심화되었던 1990 년대에 중국 자본의 성장에 따라 가속화되었다. 높은 생산성은 같은 양의 투입물을
결합하여도 자본과 노동을 모두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더 많은 산출물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본도 노동도 만약 시장이 그들의 가격 결정과 효율적 배분을 허락할 만큼 잘 발달되어지지 않는다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없다. 그리고 잘 작 동하는 시장은 잘 작동되는 제도를 필요로 한다. 중국의 생산성의 많은 부분에서 이 점은 제도 발전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구조적 조정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추적 될 수 있다. 유사하게 미래 중국의 성장은 노동과 자본의 유연성 향상뿐만 아니라 제도개혁의 진전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
소득의 성장 못지않게 중요한 성과는 제도개혁에서 나타난다. 중국은 사회주의 계획 경제 체제로부터 시장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더 큰 목표 하에서 경제성장을 추 진해 왔기 때문에 제도적 변화가 얼마나 추진되었는가가 개혁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제도 개혁의 핵심적인 요소는 역시 시장화 즉 계획경제 체 제로부터 시장기구로의 자원배분 기제(mechanism)의 전환에서 나타난다. 개혁․개방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상품과 생산 수단의 거래가 국가가 지정한 계 획가격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개혁 이후 국가지정가격과 국가지도가격의 비중 이 크게 줄어들고 시장가격에 의한 거래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경제개혁의 추 진과 함께 중국 내부에서는 가격개혁의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어 왔는데, 그 내용은 흔히 '방조결합(放調結合)'으로 요약된다. '방(放)'은 시장가격을 허용하는 가격개방을, '조(調)'는 정부가 가격을 조정 통제하는 가격조정을 의미한다. 공산품 의 경우 1978년에는 100%가 국가에 의해 결정되었으나 2003년에는 오직 10%만 이 국가에 의해 결정되었다. 농산물의 경우에는 같은 해 시장에 의한 가격결정 비 율이 96.5%에 이르렀다.
시장화와 함께 사유화, 즉 공유제에 기초한 경제로부터 사유제에 기초한 경제로 의 개혁도 큰 폭으로 확대되어 왔다. 부문별로 보면 공업부문의 성장을 선도한 것 은 기존의 국유․국영기업들보다는 향진기업(鄕鎭企業)과 사영기업 및 외국자본에 기 반을 둔 비국유기업이다. 개혁 초기 단계에서 중국경제의 성장에 가장 주요한 기여 를 한 것은 향진기업이라고 불리는 농촌의 소규모 경공업들이었다.1) 그러나 1980 년대 중반에는 개체기업이, 그리고 후반부터는 사영기업과 외국인 합작기업을 포함
1) 향진기업이란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된 농촌지역(鄕․鎭)의 중소기업을 의미한다. 원래 향진기업은 1950년대부터 인민공사운동과 함께 사대기업(社隊企業)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가 1984년 인민공사의 해체와 함께 향진기업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 었다. 그러나 향진기업 중에는 사대기업처럼 집체 소유의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체 기업이나 사영기업 등 사적으로 소유된 기업도 있고, 국유기업이나 외자기업이 함께 참여 하는 혼합소유제 기업도 있다. 향진기업 가운데서 소유제적 성격이 집체 소유에 속하는 향판기업(鄕辦企業)과 촌판기업(村辦企業)을 합쳐 향촌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는 기타 부문의 성장이 현저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반면 1978년 당시 산업 총생산에서 80%를 넘었던 국유기업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85년에는 64.9%, 1991년에는 52.9%, 그리고 1999년에는 28.2%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 다. 이러한 사실은 개혁에도 불구하고 국영부문에는 여전히 상대적 비효율성이 광 범하게 잔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에서 사유화의 속도는 시장화나 개방화에 비해서 더딘 측면이 없 지 않다. 이것은 사유화가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인 소유권 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 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중국은 주식회사제도의 도입 등 과감한 소 유권 제도의 개혁에 착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유재산의 보호를 핵심내용으로 하 는 민법제정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헌법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사영경제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 이다. 특히 사영 기업이나 개체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향진기업을 비롯한 집체 기업과 국영기업에서도 주식제 및 주식합작제가 도입되는 등 중국 경제 전반에 걸 친 사유화의 확대는 사영경제의 발전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 다.
중국의 제도개혁은 대외경제부문에서도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GDP에서 차지하 는 무역의 비중으로 표시되는 개방도는 50% 이상으로 눈에 띄게 높아졌고, 관세 수준도 10% 이하로 낮다. 인도와 브라질의 개방도는 여전히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또한 많은 해외직접투자(FDI)를 수용하고 있다. 많은 공장과 제조 시 설들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외개방의 확대가 대내 개혁 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개방을 통한 급속한 수출의 증대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 1990~95년과 1995~2000년 사이에 중국 의 수출신장률은 각각 연평균 19%와 11%를 기록하였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의 평균 수출 증가율보다 각각 2.4배와 2.2배 높은 증가율이다. 중국의 개방정책은 복 잡한 수입절차와 무역통제의 완화를 실시한 1980년대부터 서서히 시작되었으나 특 히 1990년대에 와서 실질적인 관세인하를 포함한 광범위한 개혁으로 가속화되었 다. 수출과 수입 모두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그 결과 세계 전체에서 중국이 차지하 는 비율 또한 1979년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였다. 중국의 세계경제로의 통합은 최근 10년간의 경제 발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1979년 중국의 무역액은 세계 전채의 1%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6%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 세계 수 출증가(15.5%)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은 11%로 미국의 3.2%와 일본의 5.9%의 2, 3배에 달하고 있다. 또한 2003년 세계 수입증가(15.6%)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은
11.5%로 미국의 10.3%와 일본의 4.5%를 역시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급증하 는 중국의 기여율에 따라 중국의 경기변동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 다.
중국의 경제 개혁에서 대외무역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는 적극적인 해외직접투자 (FDI)의 유치이다. 1978년 대외개방정책을 시행한 이래 중국은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의 유치에 노력하였다. 특히 대중국 직접투자는 1991년에서 1993년 사이에 전 례 없는 증가세를 보이며 크게 증가했다. 이후 증가세 자체는 주춤하였으나, 2001 년 중국의 WTO 가입을 전후하여 다시 크게 늘어났다. 2002년에는 전세계적인 FDI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FDI는 증가하였고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 계 제1위 투자 수혜국이 되었다. 2002년 말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유 입국으로서 그 규모는 527억 달러에 이른다. 전세계의 FDI 규모가 감소하는 가운 데 중국의 유치액이 계속 증가하는 원인은 글로벌화와 다국적 투자경영의 활성화 및 이에 따른 세계분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다국적기업이 중국의 저비용 경쟁력과 거대한 시장잠재력을 추구하는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는데다가 중국의 WTO 가 입 이후 시장개방 확대 및 제도개혁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 된다.
2. 노동시장의 변화
중국의 인구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평균 1%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생 산가능인구의 증가에 기인하여 노동력의 성장률은 1.5%로 인구증가율보다 높다. 경 제활동인구(15~64세)의 노동참가비율 또한 1990년대 말까지 약 83%로 상승했는 데 이것은 국제적 기준에 의하면 더 높은 것이다. 이것은 노동력 구성에서 농촌 노 동자의 비중이 높고 이들의 참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유연한 노동시장은 중국의 경 제정책 입안자들에게 근본적인 난제 가운데 하나이다. 풍부한 노동력이 잠재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큰 자산이라 하더라도 노동은 현재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 이 것은 중국경제의 구조적 문제 즉 지역간, 도농간, 산업간 재분배를 가로막는 장벽에 서 비롯된 문제이다.
중국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은 농업에서 분리된 노동자들을 제조업과 서비스 부 문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서비스 부문의 성장은 정규 고용의 19%를 차 지하는 사적 경제의 빠른 성장에 따라 지나 몇 년간 진행되어 왔다. 2002년까지 사 적 부문은 새로운 고용기회의 3/4를 창출하였고, 이는 진행되고 있는 국유기업의
구조개혁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도시의 증대된 실업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해 결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업에서 서비스로의 노동재배치는 농촌으로부터 도시 지 역으로, 또 중소도시로부터 대도시로의 이동을 제한하는 호구(戶口)제도에 의해 제 약받고 있다. 노동의 제약된 재배치는 구조조정으로부터 오는 잠재적 이익을 제한 할 뿐만 아니라 농촌 제조업과 도시 역 양쪽의 경제활동 모두에 비효율을 유발한 다. 이러한 비효율은 자원의 도농간 및 도시간 이동에 더 커다란 유연성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투자의 지역적 구성요소는 많은 산업에서 왜 자본의 기여도가 상 대적으로 노동에 비해 큰가를 설명해 준다. 경제성장에서 자본 축적의 역할을 고려 할 때, 투자의 입지 및 부문별 집중은 발전의 지역간 도농간 재분배의 중요한 결정 요소이다.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문제는 사회적 수익률에 장기적이고 실질적 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제약들로 인해 생산성 증가의 많은 가능성들이 이 용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노동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고용의 성장은 농촌 보다는 도시, 공공부문보다는 사영부문에서,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경제개발이 먼저 시작된 동부 연해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다. 국유기업 및 집체기업에서 상실된 고용 은 다음 부문들에서 보충되었다. 첫째는 외자기업을 포함한 사영부문이다. 1995년 에서 2000년 사이 사영 부문은 2,500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였다. 더 중요한 것은 비공식부문이다. 같은 기간 동안 8,000만 명이 건설, 자가 노동자, 노점상 등 비공식부문에 취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혁에 따른 공공부문의 고용 감소에 따라 도시 등록실업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2 년 사이에만 약 2,400만 명의 국유 및 집체기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 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등록된 실업률은 1990년대에는 약 2.5~3%로 상대적으로 일정하지만 2002년에는 4.5% 상승하였다. 샤깡(下崗)된 노동자를 고려하면 도시 실업률은 5%를 넘을 것이다.
중국의 독특한 실업 정책인 샤깡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해고와는 다르다. 샤깡 된 인원은 일자리 자체는 상실하지만 여전히 원래의 기업과 노동 관계를 유지하면 서 최대 2년 동안 기본 생활비와 주택, 의료, 연금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방 식으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줌으로써 실직에 따른 개인적, 사회적 충격 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샤깡된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연금 및 복지제공은 정부의 재정지출에 적지 않은 압박이 되고 있어, 1998년 말 현재 전체 샤깡 노동자 877만 명 가운데 18%인 158만 명, 집체기업 샤깡 인원 251만 명의 41%인 102 만 명이 기본 생활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말 현재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적자는 37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6년에는 그 규모가 4,500억 위
안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말 현재 도시지역 실업자는 공식적으로만 77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유기업 개혁으로 일자리를 잃은 샤깡 근로자도 410만 명이나 된다. 샤깡 노동자 의 상당 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하므로 ILO 가이드라인에 따른 실업자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각 행정기구에 등록한 실업자만을 실업통계에 포함시키고 있어서 미등록자는 물론 일시휴직자나 농촌지역 실업자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실업률은 공식 통계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 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실업자 수를 최소 1,400만 명에서 최대 4,000만 명까 지 추정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보다 심화되어 가 리라는 전망이다. 지난 20년 동안 개혁에 관한 상당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영 기 업들에는 상당한 잉여 노동력이 남아 있다. 국영 기업들의 노동 생산성은 비국영 부문에 비해 매우 낮다. 만약 국영 기업의 노동 생산성이 비국영 부문의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약 1,00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해고되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농촌을 떠나 도시를 유랑하는 유동인구이다.
맹류(盲流) 또는 민공조(民工潮)로 불리는 이 유동인구의 규모는 무려 1억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농촌으로부터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농촌의 거대한 잠재실업자들 때문이다. 비농업부문에서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농촌의 잠재실업자는 약 2억 7,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시준을 도시노동자 생산성 의 1/3로 평가하더라도 농촌 잠재실업자의 규모는 1억 5,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의 WTO 가입도 노동시장을 압박하는 한 요인이다. WTO 가입으로 인한 고용상실 은 농촌의 1,300만 명과 도시의 150만 명을 합해 약 1,450만 명 정도일 것으로 평 가된다.(Prasad, 2004, p.57.) 결국 새로운 고용의 창출이라는 양적 과제와 교육, 기술 훈련 등을 통한 인적 자본의 육성이라는 질적 과제를 어떻게 동시에 수행하느 냐가 앞으로 중국 노동시장 개혁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림 Ⅲ-1> 중국의 도시 등록실업자 수와 실업률
(단위 : 만명, %)
자료 : 國家統計局, 中國統計年鑒, 각년도.
최근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는 중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다. 수급 불균형의 주요한 원인은 공급 측면에서의 인구증가와 수요 측면에서 산업 성장률의 하락이다. 중국의 출생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 자연증가율도 점차 감소 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인구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아직은 높은 수 준인 자연증가율 고려한다면 당분간은 노동력 공급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중국의 산업구조상 경제성장률이 8%는 유지되어야 현재의 실업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9.8%라는 고성장을 지속하였고 WTO 가입 이후에도 연평균 10.3%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세는 2007년 이후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성장률 대비 고용 증가율은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 성장세는 하락하고 있고 산업은 점차 고도화 되면서 고용탄력성은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성장을 이루어 내거나 고용이 많이 일어나는 사업에 적 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등의 정책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그림 Ⅲ-2> 중국의 출생률, 사망률, 자연증가율
(단위 : 만명)
-10 0 10 20 30 40 50
출생률 사망률 자연증가율
자료 : 中國國家統計局.(http://www.stats.gov.cn/)
<그림 Ⅲ-3> 중국의 고용탄력성
자료 : LG 경제연구원, 「중국 실업문제의 실태와 시사점」, 2009.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4% 대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서술한 것 처럼 중국의 실업통계는 농촌의 고용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중국의 농촌 인구는 2013년 기준 6억 2천만 명으로 총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중국은 넓은 영토 를 가지고 있지만 경작가능 토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농민인구는 전체 인 구의 절반에 다다를 만큼 매우 높지만 1인당 경지면적은 세계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1인당 수자원 점유량도 세계 평균의 4분의 1이다. 농촌인구는 많고 경지면적은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히 잉여노동력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잉여노동력 은 도시로 흡수되게 되는데 중국의 경우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는 것을 제한하
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호적을 둔 채로 도시에서 일을 하는데 이들을 가 르켜 농민공이라고 한다. 2013년 보도에 따르면 농민공의 숫자는 1억 3천만 명 정 도로 추산된다.(곽복선 외, 2014, 337쪽.)
중국정부는 공업부문의 발전을 위하여 요소가격과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저 렴하게 하는 정책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농촌 및 농업부문에서는 비교우위의 이용 에 심각한 곤란을 겪게 되었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도시화와 공업화를 빠르게 이 루기 위해서는 도시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농산물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2004년 이후 농산물 가격에도 완전한 자율화가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이미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진 상태이다. 이처럼 도시를 위한 자본공급처로 농촌을 활용했지만 농 촌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농촌 소득의 확대를 위해서 필요 한 사회기반시설과 농업생산력증가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 역시 농 가의 저소득, 도시와의 소득격차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림 Ⅲ-3> 중국의 도농간 소득격차
0 0.5 1 1.5 2 2.5 3 3.5
0 5000 10000 15000 20000 25000
1978 1985 1991 1993 1995 1997 1999 2001 2003 2005 2007 2 009 도시 1인당 평균수입 농촌 1인당 평균수입 도시/농촌
(단위 : 위안, 배)
자료 : 中國國家統計局.(http://www.stats.gov.cn/)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 확대는 농촌주민들로 하여금 고용과 소득을 찾아 도시로 이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되었다. 그러나 1958년 <중화인민공화국호구등기 조례(中華人民共和國戶口登記條例)>의 제정 이후 중국은 엄격한 호구제도(戶口制度) 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호구제도 또는 호적제도
란 주민들을 농촌호구와 비농촌호구로 구분하여 거주와 직업선택 등에서 제한을 가 하는 것이다. 농촌호구를 가진 농민들은 공식적으로 도시에서 직장을 구할 수도 도 시에 거주할 수도 없다. 호구제도의 핵심 내용은 농촌호구와 도시호구를 구분하여, 농촌인구가 임의로 도시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근본적으로는 통제의 강화 및 노동력의 이동 제한이라는데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는 베이징, 상하이 등 도시과밀화에 따른 문제점들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측면도 있 다. 호구제도로 많은 농촌인구가 호구는 여전히 농촌에 둔 채 비공식적으로 도시부 문에서 취업하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농민공(農民工)이다.
농민공 문제는 중국의 농촌문제와 노동문제가 혼재된 매우 특수한 문제이다.
1960~78년 사이에 중국에서 성간 노동력 이동은 2,500만명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제4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2004년 경에는 자신의 호구와 다른 성의 도시에 취업하 고 있는 농민공의 수가 1억 2,000만명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0%, 농 촌인구의 24%에 달하는 규모이다. 2009년 현재에는 그 규모가 1억 5,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의 엄격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농촌 잉여노동력의 도시이주는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호구제도에 의한 각종 제약은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도시로 진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원래의 목적과 다른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가령 도시 호구가 없기 때문에 농민공들은 의료, 보험, 연금 그리고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도 큰 문제가 되었다.
이처럼 농민공 문제가 이른바 ‘민공황(民工荒)’ 현상으로 불리면서 심각한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하자 중국정부도 농민공에 대한 차별을 축소하고 농민공의 복지를 증 진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게 되었다. 농민의 도시취업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를 폐지하고, 농민공에게 주택, 의료, 교육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런데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정확하게 말하면 농민공 정책에서 나타난 최초의 변화 는 이미 1997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1997년 6월, 국무원이 발표한 <소도 시호적관리개혁시범방안(關于小城鎭戶籍管理制度改革的試占方案)>이 그것이다. 다 만 이때까지는 아직 호구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라기보다는 일부 개선, 즉 소도시 (小城鎭)에 한하여 호구를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농민공 정책의 변화가 본격 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대체로 후진타오(胡錦濤)를 비롯한 제4세대 지도부가 출범하 면서부터이다.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로운 사회건설을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제시한 후진타오 정 부는 농민공 문제에서도 각종의 권익보호정책을 실시하고 호적제도의 개혁과 ‘노동 계약법’의 제정 등과 같은 일련의 정책변화를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2003년 이후 중국정부의 농민공 정책은 “관리 위주에서 관리 및 서비스 병행(以管爲主管理服 幷
重)”으로 전환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2003년 1월 국무원은 농민공의 취업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 취소, 농민공 임금 삭감 및 체불문제 해결, 농민공 직업훈련, 농민공 자녀의 공립학교 취학허용, 농민공에 대한 관리 강화 등을 지시하고, 2004년 1월 1 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또 2004년 7월에는 농민의 도시취업에 대한 차별규정 과 불합리한 비용징수를 폐지하는 통지를 하달했다. <농민공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무원 의견(国务院关于解决农民工问题的若干意见)>은 “① 공평하게 대우하고, 차 별 없이 대한다(公平对待, 一视同仁) ② 서비스를 강화하고, 관리체계를 완성한다 (强化服务, 完善管理) ③ 총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합리적으로 지도한다(统筹规划, 合理引导) ④ 구체적 상황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세부적으로 지도한다(因地制宜, 分类指导) ⑤ 현실에 기반을 두고, 미래를 내다본다(立足当前, 着眼长远)라는 5개 원칙을 통해 도시주민과 동등한 농민공 대우를 위한 정책으로의 전환을 표명하였 다.(이민자, 2007, 84-87쪽.)
그런데 중국정부의 호구제도 및 농민공 정책에서의 변화를 단순히 농민공들의 불 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한다는 정도의 목적에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앞 에서도 말한 것처럼 호구제도의 유지는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주민통제라는 목적 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력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목적이 있다. 즉 농촌주민의 도시이주로 인한 고용과 소득의 불균형을 사전에 막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 주의 경제체제가 종식되고 개혁·개방정책이 추진된 이후로, 공식적으로는 불법이었 으나 막대한 농민공의 공급은 도시근로자의 임금수준을 낮추고 공업부문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원활히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럼에도 2000년대 들어 중 국정부의 농민공 정책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빈민정책이나 복지정책의 차원을 넘어 중국경제가 노동력공급에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도시부문의 노동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농촌으로부터의 무제 한 노동력공급이 한계에 이르자 보다 적극적인 노동력수급정책이 필요해진 데 대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공 문제를 도시부문의 노동력공급이라는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도농 격차로 불리는 중국경제의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 물론 2006년 제11차 5개년 규획 이후 농민공 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변화에는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이라 는 국정운영목표에 따라 농촌 잉여노동력의 도시이주를 촉진하여 농촌의 소득증대 를 도모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앞으로 도농격차의 해소와 농촌주민의 복지증진 을 위해서는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농촌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보 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정책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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