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 1. 들어가며
2. 선호적 선택(Preferential Attachment) 3. 두터운 꼬리와 성장
4. 관계 소멸과 지역화의 사회학 5. 나가며
1. 들어가며
1999년, 노틀담 대학에 재직 중이던 동유럽출 신의 두 물리학자가 Science에 실은 4쪽짜리 논 문은 기존의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기 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 두 사람, 바라바시와 알버트(1999)는 “무작위 네 트워크에서의 스케일링의 출현”이라는 제하의 논 문에서 네트워크의 한 가지 일반성을 제시한다.
이들이 발견한 일반성이란 네트워크의 개별 성격 이나 시간적 맥락을 막론하고, 내부의 노드(node) 들이 k만큼의 연결(link)을 가질 확률(P(k))이 k-γ 를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배우, 발전소, 웹문서 등은 각기 고유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실제 분석결과 이들 대상 영역에서의 γ는 2.1 에서 4 사이를 벗어나지 않았다(P(k) ~ k-γ, 2.1 <
γ< 4).
과학에서 일반적 법칙의 발견은 그 자체로 찬 사받을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보여준, 세상에 존재하는 각종 네트워크들의 개별적 특수성들이 파워로 (Power-Law) 분포라는 일반성 속으로 녹아 들어 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여전히 의 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유적 존재(being as species)로서의 인간의 특수성과 이에 대한 통 찰을 기초로 하는 사회과학, 특히 오랜 세월 나름 의 네트워크 분석을 발전시켜온 사회학 연구들을 살펴보면, 적어도 인간관계의 네트워크에는 파워 로 이론이 항상 적용되기 어렵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확신, 혹은 파워로 이론에 대한 의심은 바라바시와 알버트의 두 가지 핵심적 이론인 선 호적 선택과 네트워크의 성장을 중심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2. 선호적 선택(Preferential Attachment)
자신들이 발견한 “두터운 꼬리를 가진 파워로 분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바라바시와 알버트 이원재 (KAIST)
네트워크 분석의 사회학 이론
는 선호적 선택(preferential attachment)이라는 메 커니즘을 제안한다. 이들에 따르면 새로 네트워 크에 진입한 행위자들은 기왕이면 상대적으로 많 은 연결을 가지고 있는 노드들을 자신의 연결 상 대로 선택하게 된다. 왜냐하면 새로 진입한 사람 은 으레 상대적으로 보조적인 역할(supporting role)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이미 잘 자리잡 은 누군가에게 연결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Barabási and Albert 1999, p. 511).
여기서 선호적 선택이란 사실상 사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행위 이론(theory of action)”의 하나 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선호적 선택이론은 보조 자와 주도자라는 단순 역할 구분의 수준에 머물 러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행위이론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사회학적 행위 이론에서는 선택 의 목적과 수단을 두고 벌어지는 인간 선택의 합 리성과 가치 문제까지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 다. 실제로 사회과학에서는 거대 허브의 출현 현 상을 설명하는 행위 이론을 이미 오래 전부터 발 전시켜 오고 있었다.
로버트 머튼(1968)의 “매튜 효과”는 거대 허브 혹은 네트워크 상에서의 스타가 출현하는 것을 설명하는 고전적 예들 중 하나이다. 그는 성경 마 태복음(25 : 29)의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에 천착, 사회적 관계의 유리함을 이용해 더 많은 사회적 권력을 얻는 현상을 “매튜 효과”로 명명했다. 머튼은 일례로 뉴튼과 라이프니쯔의 미적분 발견을 제시한다. 만약 당시 뉴튼이 라이 프니쯔보다 유명하지 않았다면 미적분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영예가 그렇게 쉽게 뉴튼으로 넘어가 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머튼의 생각이다.1)
1) 머튼의 아이디어는 이후 부르디외 등의 학자들에 의해, 사회적 관계가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자본”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사회 자본(Social Capital)
원래 인기가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인기를 얻는 이유로, 경제학자들은 개인의 합리성을 든다 (Rosen 1981). 19세기 영국의 오페라 가수였던 엘리자베스 빌링턴은 전 유럽 순회 공연을 통해 20세기 초반 사업가들에 필적하는 연수입을 얻었 다. 음악 산업의 규모가 현재에 비해 보잘 것 없 었을 시대에도 압도적인 스타가 존재했었다는 사 실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공연 소비자들의 합리성 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만약 우리가 두 개의 경 쟁 상품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고 생각해보자. 두 개의 가격이 같고, 구입하는 과정에 소요되는 여 타 비용이 동일하다면 우리는 당연히 좀 더 나은 품질의 상품을 고를 것이다. 이 같은 비교 선택 (pairwise comparison)이 반복되면 결국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갖는 상품이 가장 많은 고객을 확 보하게 된다.
매튜 효과나 슈퍼스타의 경제학은 공통적으로 사회-시장에서의 독점적 승자의 존재를 예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이론들은 선호적 선택 이론을 사 회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더군 다나 선호적 선택 이론은 다양한 맥락에서의 경 험적 증거들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연구들에 비해 진일보해 보인다.
실제로 바라바시와 알버트는 자신들의 발견이 네트워크에 대한 기존의 사회과학적 접근보다 진 일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모델에서는 네트워크에 새로운 멤버들이 유입되 는 현상을 받아들임으로써 네트워크가 시간이 지 남에 따라 성장(growth)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시 간 모델(dynamic model)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네트워크 성장의 가정”
은 네트워크가 쇠락하거나 쪼개질 수 있음을 도 외시함으로써 한계를 가진다. 그리고 네트워크에
이론으로 이어진다(see Bourdieu 1986).
대한 사회학적 연구들은 관계의 소멸과 지역화라 는 관점에서 네트워크의 시간적 변화를 더 포괄 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제 “성장 가정”의 한계 를 살펴보도록 하자.
3. 두터운 꼬리와 성장
바라바시와 알버트는 파워로 분포가 이전의 무 작위 네트워크 모델(ER)이나 작은 세계 모델 (SW)이 가정했던 포아송 분포에서 한 걸음 더 나 아갔다고 주장한다. 포아송 모델에서는 독점적 승자의 등장이 확률적으로 0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워로 분포는 포아송 분포가 가정하는 것보다 “두터운 꼬리(heavy tail)” 를 가졌다. 그 꼬리가 바로 승자들의 서식지이라는 것인데, 결 국 포와송 분포는 경험적으로 관찰되는 슈퍼스타 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파워로 분포는 이를 설명 할 수 있다.
바바라시와 알버트는 ER-SW가 네트워크의 성 장(growth)을 무시했기 때문에 포와송 분포로 귀 결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만약 네트워크의 행 위자수(network size)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선호적 선택 과정을 통해 슈퍼스타가 나타나는 것이 훨씬 제한적일 것이다. 반면 행위자수가 지 속적으로 늘어남을 고려한다면, 새로 진입한 사 람들이 가장 인기 있는 이와의 연결을 선호한 결 과로 두터운 꼬리가 나타나는 게 자연스럽게 설 명된다.
하지만 이 두터운 꼬리는 이중적 함의를 지닌 다. 만약 사람들이 선호적 선택의 룰을 충실히 따 른다면 두터운 꼬리 보다는 1인 독점의 꼬리가 나타나야 한다. 바바라시와 알버트는 ER-SW 모 델이 가정하는 것 보다는 높은 확률로 슈퍼스타 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두터운 꼬리의 존재로 증 명하려 했지만, 그것이 필요 이상으로 두터운 이
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그리고 이것 은 매튜 효과나 슈퍼스타의 경제학으로도 잘 설 명되지 않는다. 1인 독점과 과두제 중 두터운 꼬 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현 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나와 내 동료들은 작은 집단 안에서 교환 관계 가 반복되었을 때, 어떤 조건이 1인 승자 또는 복 수의 승자들(과두제)을 결정짓는가를 실험했다 (Bothner et al. 2010). 결과는 승자의 지위가 연결 의 수(k)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1인 승자가 나타 나지만, 연결의 질, 즉 연결된 사람의 지위에 의 해 결정될수록 해당 집단 내에서 복수의 승자들 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결된 사람의 지 위는 양자 이외의 다른 그룹 멤버들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네트워크 내에서의 관계가 연결의 수와 같은 양자적 관계들의 합으로 환원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 관계는 두 사 람이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들로부터 영 향을 받으며, 과두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에 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양자 관계에서 삼자 이상의 관계로 분석 수준 을 높일 때, 우리는 네트워크의 성장은 물론 관계 의 소멸과 지역화까지 고려할 수 있다. 바바라시 와 알버트가 시간에 따른 네트워크의 변화를 고 려한 것은 십분 타당한 것이었지만, 네트워크의 시간적 변화에는 성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네트 워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퇴하거나 소멸할 수도 있다. 발전소나 웹문서 링크만을 두고 본다 면 일단 만들어진 관계가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이와 근본적 으로 다르다. 우리는 친구나 연인을 만들어 나가 기도 하지만, 제 삼자 때문에 상대방과 소원해지 거나 헤어지기도 한다. 결국 꼬리의 두터움, 즉 완화된 독점은 관계의 끊어짐이나 네트워크의 축 소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림 1)
기능주의 사회학에서 가정했던 구조의 평형 상 태란 바로 관계의 생성과 소멸이 상당기간 반복 적으로 일어나다가 특정한 지점에서 안정화된 모 습을 일컫는다. 이는 전체 구성원이 서로에 대해 내리는 평가가 동일해지는 상태로 모델화되거나 (see Marsden 1981), 전체 구성원이 이미 최선의 선택을 내린 상태로 이해된다(Gould 2002).
4. 관계 소멸과 지역화의 사회학
(그림 1)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조사된 남 녀 학생들간 연애 관계의 네트워크이다(Bearman, Moody and Stovel 2004).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 은 왜 “연애” 관계가 남녀 한 쌍으로 분절되지 않 고 거대한 고리를 만들고 있냐는 것이다. 특히 누 군가의 연인이었던 상대를 나의 연인으로 삼는 것은 개인적으로 자존심이 상하거나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개인들은 불쾌할 수도 있는 관계의 고리에 스스로 투신하는가?
우리가 인간관계를 떠올릴 때 함께 연상하는 평등이나 호혜성의 이미지는 양자 관계(dyad)에 만 국한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자들의 총 합인 전체 네트워크의 수준에서 내려다볼 때는 모든 양자 관계가 평등하고 호혜적으로 해석되기 어려운 사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은 단순
히 이러한 사정을 모르거나, 혹은 알더라도 나름 의 필요에 의해 본인에게 불평등의 불이익을 줄 지도 모르는 관계망에 기꺼이 참여한다.
레비스트로스(1969)는 결혼을 통해 맺어지는 관계들을 기반으로 사회 구조가 확장 발전되어가 는 것에 주목했던 고전 인류학자들 가운데 한 명 이다. 결혼이나 성관계를 통해 맺어지는 양자 관 계가 관계망의 확장을 가져오는 이유로 그는 인 간관계의 투기적(speculative) 성격을 들었다. 우 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대방과의 교환을 통해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특 정 상대가 자신의 필요를 항상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되도록 이면 여러 명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래서 (그림 1)에서 나오듯이 각 지역(local)에 “축적”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이 축적된 집단 속에서 선호되는 사람과 비선호 되는 사람들이 나뉘게 된다. 이렇듯 인간관계의 거래적 속성이 집단 내의 지위 분화를 낳게 된다 (Lévi-Strauss 1969, pp. 266-8).
레비스트로스의 통찰은 이후 교환이론(exchange theory)에 관심 있던 현대 사회학자들에게 고스 란히 이어졌다. 피터 블라우는 레비스트로스의 생각을 “사회 통합의 모순(paradox of social integration)”이라고 표현했다(1986, p. 44). 사람 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아가 는 과정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안 에서 허브 혹은 슈퍼스타가 자연스럽게 출현한 다. 그러나 여기서 행복한 것은 슈퍼스타뿐이다.
그의 높은 지위는 나머지 낮은 지위의 사람들에 게 “지위 위협(status threat)”을 일으킨다. 이처럼 인간 네트워크란 내부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된 권력과 지위로 특징지워진다(see Martin 2003).
두꺼운 꼬리에 서식하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관계를 통한 이익의 극 대화를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착취당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인간 네트워크의 지위 분화 메커니즘은 웹문서(또는 발전소) 네트워크에는 적용될 수 없 다. 왜냐하면 웹문서 네트워크에서는 교환의 불 균형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네 트워크에서 지위 분화는 서로 연결된 사람들 사 이의 교환 불균형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나는 3 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고, 그 중 한 명은 10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는 스타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나는 친구 관계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각각 1/3 으로 나누어 배분하지만, 내 스타 친구는 1/10으 로 나누어 배분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나는 내 스 타 친구와의 교환을 통해 1/3 - 1/10 = 7/30 만큼 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웹문서(또는 발전소) 네트워크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에 연결된 백만 개의 웹문서는 각각 온전한 하나의 구글에 접근한다. 구글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백만분의 일로 쪼갤 필요 없이 단지 백 만 번 복제를 하면 된다(simulacre). 인터넷을 통 한 대부분의 관계는 이처럼 무제한 복제된 자아 들이 양자적인(dyadic) 관계를 반복하는 것이지 만, 인간관계는 양자를 둘러싸고 있는 제 삼자와 의 관계(triadic)에 의해 제한된다.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이 오랜 시간 지속될 때 개인은 그 관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 관계를 벗어 남으로써 개인은 두 가지 목적을 성취하는데 하 나는 그 자신이 착취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대방인 스타로부터 나 하나를 덜어냄으로써 그의 지위를 낮추는 것이다(Blau 1986; Gould 2002).
파워로 이론이 인간 네트워크에 그대로 적용되 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지역화의 경향 때문이 다. 레비스트로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회학 자들은 교환 관계가 지역적으로 군집화하는 경향 (local clustering)에 주목했다. 교환 관계란 기본
적으로 신뢰에 기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뢰란 아주 모호한 것이어서 측정과 보증이 불가능한 것이다(see Giddens 1990). 오랜 시간에 걸친 익 숙함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신뢰는 쉽게 다른 관 계로 전이될 수 없다. 결국 분화된 지위에 기반한 인간 네트워크는 외부로부터의 진입을 제한적으 로만 허용한다(Podolny 1993, p. 844). 왓스와 스 트로가츠의 작은 세계(small world) 연구 (1998) 가 사회학자들을 흥분시켰던 이유는 지역 군집의 구조가 크게 훼손되지 않아도 군집들 사이를 약 하고 긴 관계(weak and long tie)가 연결시켜 주고 있다면 확산의 효율성이 무작위 네트워크의 수준 에 필적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 네트워크가 지역적으로 군집화되었다 하더 라도 네트워크 자체의 효율성의 측면으로만 보자 면 그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관계의 소멸과 지역화에 대한 두 가지 경험 연 구 바바라시와 알버트의 연구가 네트워크 연구에 기념비적 전환을 이룬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큰 데이터(Big Data)”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 회과학 방법론은 주로 모집단(population)을 수리 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샘플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인간 집단 전체를 조사하는 것은 비 용과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무 작위 추출(random sampling)이 전제된다면 모집 단의 특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통계학 적 믿음 때문이 있기 때문이다. 바바라시와 알버 트의 연구는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데이터를 분 석했으며, 때로는 그 데이터가 해당 경험 맥락의 전체 모집단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이 제시하 는 측정치들은 기술적으로 매우 작은 표준오차를 수반하여,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측정으로 여 겨진다. 이 같은 유사 모집단 분석은 이전의 작은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들과 그 결과가 다를 경우
<표 1>
대체로 더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논의된 관계의 소멸과 지역 화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들이 큰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그 타당성을 입증 받고 살아남을 수 있 을까? 이와 관련해 나는 현재 동료들과 함께 수 행하고 있는 두 가지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페인 텔레포니카 연구소 곽해운 박사의 주도 로 수행된 트위터 상의 관계 끊기(unfollow) 연구 는 관계의 비대칭성이 관계의 소멸에 어떠한 영 향을 주는가를 분석하고 있다(Kwak et al. 2011).
우리는 700,956명의 한국 트윗 사용자들 사이의 41,920,812 팔로우 관계가 2010년 6월 25일에서 2011년 4월 26일 사이 동안 유지되었는가(0), 또 는 끊어졌는가(1)를 로지스틱 회귀를 이용해 분 석했다.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앞서 언급한 사회학 이론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 한 변수들은 “총합이 1로 표준화된(normalized)”
리플라이, 멘션, 리트윗, 선호 등이다(여기서 모 델은 u가 f와의 관계를 끊느냐이다). 총합을 1로 표준화했다는 것은 3명의 친구가 있으면 각각 1/3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나눈다는 아이디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변수들은 a = .001 수준에서 유의미하다. 예를 들어 상대(f)가 나(u)에게 보낸 리플라이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내가 그 상대를 언팔로우할 확률(odds)은 25%
(1.25 = exp(.225)) 감소한다.
1로 표준화한 것과 표준화하지 않은 변수들 사 이의 차이는 전자가 바로 u와 f를 둘러싼 삼자들 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리플라이는 내가 상대에 게 보낸 메시지에 대해 상대방이 갚은 행위이다 (reciprocity). 결과치를 반대로 해석하면, 상대방 이 나에 대한 책무를 게을리할수록, 그래서 이미 내가 보낸 자원의 양만큼 내가 착취 당하는 결과 가 생길 때(exploitation) 나는 관계를 끊고 있는 것이다.
나와 국립타이페이대학의 시솅웨이는 초중고 등학교 학급 내에서 친구 네트워크가 진화하는 모습을 모델화하고 있다(Lee and Wei 2011). 여 기서 사용되는 모델은 네트워크 데이터를 통계 모델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기상관 (autocorrelation)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 행위 자기반추계모델(Actor-based stochastic model)을 사용한다(see Doreian 1981; Snijders, van de Bunt and Steglich 2010).
<표 2>는 네덜란드 중학생, 한국 초등학생, 그 리고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이 각각 1년, 9개월, 1
<표 2>
년에 걸쳐 변화시킨 친구 네트워크의 변화 양상 을 측정한 결과이다. 앞 두 경우의 경우 정기적으 로 학생들이 자신의 친구들이 누구인지 보고한 것을 기록했으며 트위터 사용자의 경우 상대방의 트윗에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관계 변화를 측 정했다.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학생들과 트위터 사용자 모두 자신들이 친 구로 생각하거나 트위터 상에서 메시지를 나누는 사람들을 매 시기 마다 유의미하게 바꾸었다(rate periods). 이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으 면서 동시에 기존 관계 중 일부를 끊어왔다.
둘째, 맨 위의 5개 측정치들에서 관찰되는 바,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과 3명 관계에서 일방 향적인 삼각형이 점점 줄어드는 것(outdegree, 3-cycles)과, 호혜적 양자관계(reciprocity), 친구의 친구가 친구가 되는 상황 (transitive triples, transitive ties) 이 늘어나는 것을 종합해 보면, 네 트워크가 전체적인 통합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각 지역 단위로 군집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오프라인에서 나타나는 변화 방향이 트위터 상의 관계에서도 보여진다 는 것이다.
언팔로우 연구와 교실 네트워크 연구 모두 제 삼자에 의해 제약된 양자 관계의 시간적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 관계의 소멸 조건과 군집화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나 는 이 두 가지 경향성이 파워로 분포의 두터운 꼬 리를 더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내부 의 권력-지위 분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1인 승자보다는 과두제로서의 두터운 꼬리가 더 현실 적인 묘사이다.
5. 나가며
큰 데이터와 무시무시한 속도의 컴퓨터(brutal computing power)를 이용한 네트워크 분석이 관 계 일반에 대한 법칙을 제시하기 시작한 후, 산업 계에서는 SNS의 폭발적 성장이 이어졌다. 컴퓨 터 사이언스와 물리학 등에서 많은 재능 있는 학
자들이 네트워크 연구로 방향 전환을 하고 새로 운 학문 영역으로서의 웹사이언스가 각 대학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초반을 특징 짓는 중요한 지적 흐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러한 유행을 지켜보는,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것은 이 영역 이 사회학 내 군소 분야로 명맥을 유지했던 역사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관계가 발전소와 단백질 같은 모든 관계망들의 평균 속에 흡수되 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적 존재 로서의 인간은 다른 물적 대상들과 다를 것이라 는 믿음은 사회학자로 하여금 인간이 구성하고 있는 네트워크의 특수성에 더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여러 사회학자들 이 구조의 변화와 수렴을 더 입체적으로 이론화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계의 소멸과 지역화는 바로 이 러한 사회학자들이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자연과 학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론적 이야기라고 하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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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약 력
이 원 재
․․․․․․․․․․․․․․․․․․․․․․․․․․․․․․․․․․․․․․․․․․․․․․․
이메일: [email protected]
∙1997년 연세대 사회학과 학사
∙1999년 연세대 사회학과 석사
∙2009년 시카고대학 사회학과 박사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
∙관심분야 : Social Networks, Dynamic Models, Stratification, Economic Soci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