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의 세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발달이 눈부시다. 이러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핵 심에는 감정부호가 자리하고 있다. 이 낱말은 ‘감정’을 뜻하는 ‘emotion’과
‘부호’를 뜻하는 ‘icon’1)의 합성어인 ‘이모티콘’으로도 불려진다. 즉 아이콘을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에 이모티콘이 생겨나서 사용되기 시작 한 것은 1990년대 중반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시대부터 일 것이다. 이 통신의 가입자들이 채팅시 외국에서 사용되던 웃음 ‘:)’, 놀람 ‘:D’, 울음 ‘:(’, 메롱 ‘:P’ 등 입모양이 알파벳으로 된 세로 감정부호를 사용했다. 하지만 네 티즌들은 채팅 중 한글 영어 전환키를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 ㅠ ㅠ’ 등 한국형 가로 감정부호를 만들었다. 최근 들어 이모티콘은 희로애락 감정을 드러내는 단순한 감정부호를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됐다. 광 고에서도 이러한 감정부호의 등장은 심심찮다.
차비가 굳었다 ^o^
밥값도 아꼈다 o(^o^)o 여유가 생겼다 **^.^**
잘난 척도 늘었다 ^^;
(한겨레 문화센터)
도대체 10대들이 이러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그 중에서도 특히 감정부호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시공간을 초월한 몰래통신의 가 능성이다. 아마도 최근의 10대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유머, 섹시, 개성(엽 기), 개인기, 정보의 5가지라고 하면, 감정부호는 유머와 정보를 표현하는 가 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층에게 문자메 시지는 효율적인 정보전달 수단이다. 또한 기억력에 의존하는 음성통화와는 달리 재검색이 가능한 문자메시지는 정보 보관력도 뛰어나다. 이와 함께 문 자메시지의 정수인 감정부호도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점은 복 잡한 감정부호의 경우 이를 직접입력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인데, 걱정할 필요 없다. KTF에서 선보이는 감정부호 문자 서비스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문자를 작성해
1) 기호의 유형에는 도상 기호icon, 지표 기호index, 상징 기호symbol이 있다. 도상 기호란 사진이나 영상과 같이 기표와 기의 가 닮아 있는 모습을 말한다. 소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 주며 ‘소를 보여 주는 구나’ 하고 알게 된다. 특별한 사회적 약속 이 없더라도 잘 알 수 있는 기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표기호라 기표가 지칭하는 사물의 징후를 나타냄으로써 기의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도로 표지판의 여러 기호들은 ‘조금만 가면 건널목이 나오는 구나’ 하고 알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연기는 불의 지표 기호다. 상징 기호란 기호가 사물과 전혀 관계 없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계약에 의해서 사용되는 기 호이다. 언어, 모르스부호, 수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교육이라는 사회적 훈련과 약속에 의해서 우리는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 기호들은 서로 배타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겹쳐서 존재한다.
문자 세대 영상 세대 이성 중심
옳고 그름으로 판단 논리적 심사 숙고 미래의 득실이 기준 동질 지향적인 가치관 자기 절제
남이 창조한 가치에 동의 억제된 감정
소유에 대한 욕구
감성중심
좋고 싫음의 선호로 판단 감각적 판단에 따른 행동 당장의 좋고 나쁨이 기준 이질 지향적인 가치관 자기 표현
스스로 가치 창조 해방된 감성 사용 가치의 중심
보내면 용량과 내용에 맞게 그에 맞는 감정부호들을 자동으로 붙여 준다. 또 한 약속 기호를 미리 설정해 두면 아무리 어려운 이모티콘이라도 간단히 붙 여 쓸 수 있다. 이용 방법도 기존의 문자를 보내는 것과 같이 문자만 보내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용가능하다. 어찌 생각하면 건조한 문장에 유모 를 곁들인 감정부호의 익살성을 실은 신세대의 이모티콘은 따뜻하고 안락하 며, 이제 이러한 세대들의 통신방식의 이유를 안다면 우리들은 좀 더 신세대 를 이해할 수 있겠다. 또한 신세대의 이모티콘에 대한 열광을 인켈로비치의 문자 세대와 영상 세대의 구분에서도 찾을 수 있겠다.
인켈로비치의 문자 세대와 영상 세대 구분2)
그런데 이러한 이모티콘의 모습이 만국공통이 아닌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 타난다는 사실이 새롭다. 이를 테면,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양문화권에서는 웃는 사람의 이모티콘이 ^-^/^o^이지만, 미국인들은 :)을 사용한다. 슬픔에 대 한 이모티콘도 동양권에서는 ; _ ; 서양권에서는 : (로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동양권에서는 눈을, 서양권에서는 입을 보는 경향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동양권의 사회에서는 입보다는 눈 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살필 때에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 이다. 감정억제가 중요한 동양권 사회에서는 입을 벌려서 아주 크게 웃는다 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동양 사람의 시각에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서양 사람이 너무나 과장되고 가식적으로 보여서 이상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 종 있었을 것이다.
어쨋든, 21세기는 감성의 시대. 사람들은 언어를 아낀다. 우리들은 이제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에서 호모 이모티코니스트homo emoticonist로 진화하
2) 원용진(1997: 23)에서 재인용.
는 중이다.
이모티콘의 유형3)
<한 줄>
<두 줄>
<세 줄>
<네 줄>
3) 이정복 (2000: 252이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