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정책의 새로운 방향과 과제
윤상흠 지역발전위원회 정책총괄국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균형발전정책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대통령께서 평소에 균형발 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고,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공약에 담겨 있 다. 청와대 직제에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 서관이 신설되는 것은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기 위 해 첫 발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시 기를 맞아 지금까지의 균형발전정책을 돌아보고 새로운 정책방향과 과제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균형발전정책의 추진 경과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 책은 1960년대부터 추진되어 왔다. 대도시 인구 집중 억제대책(1964), 개발제한구역 도입(1971), 공공기관 지방이전(1973) 등 조치를 통해 수도권 으로의 집중을 억제하고자 하였으나 수도권인구 는 기하급수적 증가를 지속하였다. 이에 따라 수 도권인구 재배치계획(1976) 수립, 수도권정비계
획법(1980)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었다.
다만, 이들은 지역간 균형발전의 비전과 전략 아 래 추진되었다기보다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에 따른 안보 위협, 혼잡도 증가 등을 해소하기 위 한 조치로 이루어진 측면이 크다.
우리가 지금 논의하는 균형발전정책의 시작은 국민의 정부로 볼 수 있다. 국민의 정부는 1999년 부터 부산(신발), 대구(섬유), 광주(光산업), 경남 (기계) 등 4개 시·도를 대상으로 오늘날 지역산 업육성사업의 시초가 된 1단계 지역산업진흥사 업을 시작하였다. 이는 외환위기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지역산업 육성을 통해 회복시키려는 시도로, 지역을 산업육성 정책의 주체로 인식하 고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참여정부는 균형발전을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 고 지방분권, 지역산업 육성, 혁신도시 건설 등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시책을 추진하였다.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를 3대 국정목표의 하 나로 설정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설치(2003),
72
K I E T 산 업 경 제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2004), 균형발전특별 회계 설치(2005)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제1차 국가균형발전5개년계획 수립(2004)을 통 해 균형발전의 비전과 목표를 구체화하였다.
4개 시·도에 국한되었던 지역산업진흥사업을 비수도권 13개 시·도 전체로 확대하고, 시·도별 4개씩의 전략산업 육성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지 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사업을 통해 지방대 학 육성을 추진하고, 세종시·혁신도시를 통해 수 도권 소재 행정·공공기관을 이전하고 기업도시 를 통해 대규모 민간투자를 도모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정책을 ‘균형’에서 지역별 특성화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전환하였다.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나누어 광역경제권 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광역경제권별 시·도 협
력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지역 간 연계협력과 글로 벌 경쟁력 확보를 추구하였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지역행복생활권 정책을 추진하였다. 기초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63개의 지역행복생활권을 구성하고 생활권 발전 을 위한 프로젝트를 발굴하였으며, 행복생활권선 도사업, 새뜰마을사업 등을 통해 주거, 문화, 복지 등 생활밀착형 사업을 지원하였다.
짧게 개괄한 것처럼 1990년대 이전까지는 균형 발전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시책이 부재하였다.
국민의 정부는 지역산업진흥사업, 테크노파크 설 립 등을 통해 지역산업 육성을 시작하였고, 참여정 부는 균형발전의 비전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시책과 추진체계를 확립하였다. 이명
<그림 1> 정부별 지역정책 비교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지역혁신체계(RIS) 구축 - 창조경제혁신센터
지방대학육성사업(NURI) 광역경제권 인력양성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신활력사업
헟성장촉진지역(국토부), 특수상황지역(행자부), 일반농산어촌지역(농림부)
성장촉진지역(국토부), 특수상황지역(행자부), 일반농산어촌지역(농림부) 지역특화발전특구(기재부) 지역특화발전특구(산업부) 지역특화발전특구(중기청),
규제프리존 지역전략산업육성(4+9) 광역권 선도산업 육성(13개) 지역 주력산업 육성(4+9),
경제협력권산업
혁신클러스터 (미니 클러스터사업)
혁신클러스터 (미니+광역 클러스터사업)
기업주치의센터, 산학융합지구
혁실클러스터 (미니+광역 클러스터사업)
기업주치의센터, 산학융합지구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6개)
세종시 혁신도시(10개)
기업도시(4개)
세종시 혁신도시(10개, 88% 이전)
기업도시(4개)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창조지역사업 창조지역사업,
새뜰마을사업
수도권 질적 발전 수도권 규제 개선 수도권 규제 개선
자료 : 송우경(2016), 「2000년대 이후 3개 정부 지역정책 비교」, 지역발전위원회.
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각각 ‘광역경제권을 통한 지역의 경쟁력 강화’, ‘주민의 삶의 질 제고’ 등 강 조점을 달리하며 정책의 명맥은 유지했으나 전반 적으로 균형발전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관 련된 기관의 위상도 하락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균형발전정책의 성과와 새로운 정책환경
균형발전정책을 통해 지방의 산업혁신거점이 확충되고 산업 육성에 대한 지역의 역량이 제고된 것은 지역산업 육성 측면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이 다. 테크노파크는 1998년 대구, 광주, 충남 등 6개 시·도를 시작으로 2010년 제주까지 전국에 18개 가 설립되어 지역산업 육성 관련 정책기획과 사업 추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전략산업 등으로 지원한 지역의 대표산업은 종사자수, 생 산액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타 산업보다 높은 성 장성을 보이며 지역경제를 견인해왔다. 2014년 9 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전국에 18개소가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 었으나 아이디어의 발굴·사업화 등 창업환경 개 선을 위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물리적 이전은 거의 완료 되고 점차적으로 지역에 정착해나가는 모습이다.
세종시는 2012년 9월 총리실, 국토부를 시작으로 2017년 1월까지 40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출연 연구기관의 1만 8,000여명이 이전을 완료하였다.
생활기반이 정비됨에 따라 인근 시·도에서의 인 구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 10개 혁신도시에는 이 전 대상 154개 기관 중 144개, 4만 6,000여명이 이 전하여 물리적 이전은 거의 완료되었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지역행복생활권선도사업은 시·군·구 경계와 실 제 생활권의 불일치에 따른 행정사각 해소와 공공 인프라 공유에, 새뜰마을사업은 주거취약지역의 환경개선에 주력하였다. 의료취약지역 응급협진 시스템(광주 및 주변 전남지역), 생활폐기물 공동 처리시설(속초·고성·양양) 등은 이를 통해 주민 행복도가 제고된 대표적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위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격차해 소, 지역경쟁력 제고 등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도 존재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분야에서 지역 간 격차는 지속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 취업정보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신규채 용공고의 73.6%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공연, 전시 등 예술활동 건수는 2015년 전국 3만 3,000 여건 중 52.5%가 수도권에서 열렸다. 비수도권 내 에서도 중-남부 간, 도-농간 격차가 확대되고 일본 에서 제기된 ‘지방소멸론’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 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의 성장 둔화에 따른 지자체의 고심도 깊다. 조선업의 경우 생산은 울산 동구, 경 남 거제 등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지역의 침체 는 심각하다. 2016년의 전국 실업률은 3.7%로 전 년의 3.6%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조선·해운산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과 경남은 각각 2.9%
에서 3.8%, 2.6%에서 3.3%로 급상승했고, 부동 산, 요식업 등 관련 서비스업 경기도 동반 위축되 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산업환경 변 화에 대한 대응에도 지역은 한 발 물러서 있다. 수
도권에 비해 혁신역량이 부족한 지역 기업들은 4 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에 대한 예측, 그로 인 한 고용위기와 경쟁력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 새로이 생겨날 사업기회의 선점을 위한 방안을 모 색하고 추진할 여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균형발전정책의 원칙과 방향
지난 3개 정부에서 균형발전정책은 그 지향점 이 모두 달랐다. 정책의 일관성이나 성과 측면에 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정책 적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새 정부에서는 보다 정교하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중앙-지방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다.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정하는 지 방자치 제도가 하드웨어라면 균형발전정책은 이 하드웨어를 토대로 지역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도 록 보완하는 소프트웨어라고 볼 수 있다. 새 정부 는 분권형 개헌, 지방일괄이양법 등을 통해 자치 분권을 강화할 예정인 바, 균형발전정책도 새롭 게 설정되는 중앙-지방의 관계를 고려하여 설계
되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 한민국’을 위한 정책방향을 대략적으로나마 제시 해 보고자 한다. 공간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권역 이나 지구를 설정하기보다 기존의 거점공간들을 고도화하고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 다.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의 기능 수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업무상 비효 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공약 에서 언급된 국회 분원 설립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것을 유일하거나 충분한 해법으 로 전제할 필요는 없다. 좀더 포괄적이고 장기적 인 시각에서 국가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 는 최적의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한다.
혁신도시를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방안 마 련도 필요하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취지는 서 울에서 하던 일을 지방에서 똑같이 하면서 섬처 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협력하면서 지 역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하라는데 있다. 지금까 지는 이전 자체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 었으나 이제 각 기관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설 수 있
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평가에 소재 지역에의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안 등도 생 각해볼 수 있다.
지역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분권강화라는 큰 흐 름에 맞추어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필요하다. 사업구조를 단순화하 고 사업간 칸막이를 최소화하여 지자체가 국비 확 보에 전념하기보다 지역에 최적화된 산업육성 전 략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테크노 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출연연 분원 등 지역혁 신기관들 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연계를 강화하 여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하겠다.
그동안 국가·지역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왔으 나 기반시설 노후, 청년 취업 기피 등에 직면한 산업단지의 활력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 다. 업무·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산학연 클러스터 를 활성화하여 스마트산단, 혁신산단으로의 전환 이 필요하다.
조선, 해운 등 주력산업의 침체는 국가에도 큰 짐이지만 해당 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는 더 욱 타격이 크며, 따라서 산업의 문제인 동시에 지 역의 문제가 된다.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나 구조 조정과는 별개로 지역경제에 대한 긴급구제체제 를 갖출 필요가 있다. 최근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 조항을 반영하여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개정된 바 있는데, 구체적 방안 마련이 뒤따라야 하겠다.
삶의 질의 균형도 경제적 균형 못지 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전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삶의 질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역행복생활권선 도사업, 새뜰마을사업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
었으나 사업의 규모와 파급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좀더 폭넓은 관점에서 문화, 교육, 의료, 복지 등 삶의 질 관련 정책이 체계적으로 연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역 기업과 대학을 젊은이들로 채우기 위해서는 주거·문화여건의 정비가 필요 하고, 혁신도시의 지역 착근에 있어서는 교육여 건 개선이 중요한 과제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의 료취약지 응급협진 시스템과 같은 사례는 의료격 차 해소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로 확대해 나갈 필 요가 있다. 폐산업시설을 문화예술로 재창조하는 것도 도시재생과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좋은 방안 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단편적 개선에 그치지 않 고 총체적인 삶의 질 향상과 인구·기업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면밀한 사전기획과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맺음말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양극 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의 문제를 지역 차원에서 보면 그 정도는 한층 더 심각하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지역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 력들이 성과를 맺는다면 국가 차원에서의 효과는 더 클 것이다. 균형발전정책은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지역들이 이러한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 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균형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이분법적 대립구도, 지 역 간 분절적·산술적 균형추구를 배제하고, 생색 내기용 사업이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 어 추진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