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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도급법 개정 논의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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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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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임시국회가 개최되었지만 경제 관련 법안들은 여야 간의 정치적 이해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최대 쟁점법안 중 하나가 하도급법 개정안이고, 이에 대해 여당과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부 간에도 이견이 좁혀지고 있지 않아 앞 으로 파장이 예고된다. 최근의 하도급 개정 논의는 대기업(위탁기업)과 대기업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수탁기업) 간에 납품단가를 두고 벌어진 지난 몇 년 동안의 갈등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과 동반성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쟁점은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라 납품단가가 자동 적으로 인상되도록 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업 종별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신청권과 협의권 부여,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를 강화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납품대금 부당감액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등이다. 한편에서는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규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소 기업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정책들로 본래의 취지인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개정 논의에 앞서 하도급법 존재 근거에 대한 원론적 검토 필요

최근의 하도급법 개정안 평가에 앞서 먼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하도급법 자체 는 과연 타당한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도급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이 제 기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행 하도급법이 확고한 경제적ㆍ법리적 논거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의 하도급법 개정 논의는 그만큼 탄력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원점부터 재검토해 볼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하도급법이 어떠한 배 경에서 제정되었는지부터 살펴보자.

대ㆍ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에서 납품단가의 결정, 증액, 감액 등에 관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자발적 계약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1) 계약이란 거래당사자들에게

1) 우리나라에서는 ‘하도급 계약’이 약탈의 수단으로 오해되며 비정상적인 계약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 하도급 계약의 본질은 기업 내의 행위(intrafirm activity)와 기업 간의 계약(interfirm contracts) 사이의 중간 형태의 계약이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생산을 조직화 하는 방법으로

최근 하도급법 개정 논의의 문제점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20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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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위험을 자신들의 책임하에서 사전에 분담하는 법적 수단이 다. 따라서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다만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기회주의 적으로 행동하거나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 등으로 인해 계약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계약기능의 훼손을 치유하기 위해 민법상의 계약관련 규정들(계약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도급관계의 본질은 계약이므로 하 도급관계에서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는 당연히 민법상의 통제를 받는다. 그 러나 사법(私法)인 계약법만으로 미흡하다고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공법(公法)인 공 정거래법(경쟁법)에서 특별규정을 두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서 거래상 지위 남 용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며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을 규 제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규정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쟁법에 서도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는 통제되지만 그 기준이 우리나라에서처럼 거래상대방 보호를 위한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니라 소비자 이익보호를 위한 ‘경쟁훼손’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독특한 규정마저 중소기업 보호에 미흡하다고 느끼기 시작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하도급 관련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위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기초한 것으로 ‘공정 거래를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증해야 한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으로 훼손된 계약기능을 치유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의 개입이 오히려 행 정권의 남용으로 사적자치(私的自治) 영역에서의 계약기능을 훼손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증부족으로 법원에서 패 소하였다. 그러자 대안으로 당시 공정거래법상의 우월적 지위남용 규제조항에 근거 해 고시로 운영되어 오던 「하도급거래상의 불공정거래행위 지정고시」를 보완하여 1984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법률 역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법률이다.

하도급법에서는 공정거래법과 달리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유형들을 법위반 행 위로 간주하여 외형적으로 이러한 행위에 해당하기만 하면 그러한 행위가 우월적 지위에 기초한 불공정행위라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 없이 바로 위법하도록 하여 공 정거래위원회의 입증책임을 완화시켜 주고 있다. 입증을 필요로 하는 ‘합리의 원칙’

을 입증이 불필요한 ‘당연위법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현재의

생산요소간의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 형식인 전통적 기업조직이나 시장에서의 일반적인 계약 과 구별되는 ‘outsourcing’ 또는 ‘deverticalization’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계약구조가 급증하고 있다.

Matthew C. Jennejohn, “Collaboration, Innovation, And Contract Design” 83, 14 Stanford Journal of Law, Business And Finance 8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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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 개정 논의는 이러한 하도급법마저도 중소기업 보호에 미흡하다고 보며 더 욱 강화된 규제조항들을 추가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간 사적 계약관계에 대한 법적 통제의 세계적인 흐름은 위법성에 대한 입증 없이 특정한 행 위를 위법으로 간주하던 당연위법의 원칙(per se rules)을 폐지하고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으로 변화하고 있다.2)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하도급법을 통 해 당연위법의 원칙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우월적 지위남용에 대한 공법적 규제의 기준은 소비자 이익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로부터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통제의 필요성은 있다. 문제는 통제의 방법이다. ‘계약법→공 정거래법→현행 하도급법→하도급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통제 시스템 논쟁에서 관 심사는 오직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으로부터의 중소기업 보호였다. 그러나 중요 한 주체가 빠져 있다. 소비자다. 하도급 관계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대ㆍ중소 기업 양자 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제품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므로 하도급 관계는 넓게 보면 3자 간의 관계이다. 하도급 관계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대기업의 우월적 지 위 남용행위를 막기 위한 통제시스템은 원점부터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 급한 바와 같이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는 모든 나라에서 통제하지만 그 기 준은 우리나라에서처럼 거래상대방인 ‘경쟁자 보호’가 아니라 소비자 이익을 위한

‘경쟁 보호’이다.

최근 OECD 회의에서는 우리나라 하도급법의 이론적 근거인 구매자(buyer)의 우 월적 지위(bargaining power) 남용 문제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두고 세계 각국 의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논의를 하였다.3) 결론은 구매자의 우월적 지위의 행 사는 경쟁을 촉진시켜 최종제품의 가격하락과 안정화에 기여하며 소비자후생을 증 진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매자의 우월 적 지위 행사에 대한 법적 평가 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 는 효율적이고 경쟁 촉진적이어서 소비자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당한 권한행사 임에도 법이 개입하여 반경쟁적 행위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false positive error;

TypeⅠ 오류)와 반대로 반경쟁적 기업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법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false negative error; TypeⅡ 오류)이다. 구매자의 우월적 지

2) Geoffrey A. Manne, Joshua D. Wright, “Innovation And The Limits of Antitrust," 6 Journal of Competition Law & Economics 153, 2010

3) OECD, “Monopsony and Buyer Power,” Policy Roundtable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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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행사에 대한 법적 개입의 경우는 TypeⅠ오류가능성이 TypeⅡ 오류가능성보다 커 경쟁 촉진적인 행위를 위축시킬 확률이 많다. 따라서 구매자의 우월적 지위남용 행위를 법적으로 통제하기 전에 ‘소비자 피해 기준(consumer harm test)’이라는 엄 격한 기준(threshold screen)의 충족여부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것이다.

결국 구매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의 규제체계 는 계약법→경쟁법(경쟁보호를 통한 소비자후생 증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계약 법→경쟁법(거래상대방 보호)→하도급법(거래상대방 보호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경쟁법 단계에서 이미 다른 나라들과 괴리가 있다. 하도급법 단계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최근의 개정 논의는 이러한 차이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있다. 물 론 우리나라의 하도급 관계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므로 달리 규율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소비자들을 상대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하도급 관계가 다른 나라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통제시스템의 격차가 합리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개정사항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중소기업들을 실질 적으로 보호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중소기업 ‘보호’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정책들 은 기술력에 바탕을 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국내 위탁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달리 하도급법상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 에서 수탁기업인 중소기업마저 경쟁력이 없다면 이들을 사업 파트너로 선택할 유인 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대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계약 파트너를 찾아 외국으로 눈을 돌리거나 자체 생 산을 하고자 할 것이다. 대기업의 우월적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규제해 대기 업과 수월한 협상(easy bargaining)을 유도하고자 한 좋은 의도의 정책이 협상의 기회 자체를 제거해 버리는 나쁜 결과(no bargaining)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도급거래계약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차원을 넘어 계약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시켰 기 때문이다.

‘행정적 규제’가 아닌‘사법(私法)적 구제(救濟)’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하도급거래 관계의 본질은 계약이고 계약관계에서의 ‘상생’은 당사자들 스스로 경 쟁력을 갖출 경우에만 장기적으로 동반성장하며 유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도 증진시킬 수 있다. 하도급거래 관계의 본질인 계약을 강조하는 것이 시장 기능에 대한 지나친 신뢰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본질을 무시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등한 지위로 외형적으로는 상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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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고 단기적으로는 동반성장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계약 의 본질과 어울리지 않는 사전적ㆍ직접적 행정규제의 지속적 강화는 결국에는 부작 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가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계약의 본질적 속성이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으로 하도급 계약의 기능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이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오히려 계약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시 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과 동반성장 의 기반 위에서 소비자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계약적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하도급법 개정안들의 내용들은 대부 분 계약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행정적 규제보다 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과 대ㆍ중소기업 간 자발적 상 생협약을 유도하는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계약기능이 훼손되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이들의 계약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사법적 구제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 다.

<표> 하도급법 개정안의 문제점

개 정안 문 제 점

납품단가연동제

○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라 납품단가가 자동적으로 인상될 경우 계약을 통한 사전 적 위험분담노력을 소홀히 할 것임

○ 시장의 수급상황과 개별 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경쟁조건의 개선이 아닌 경쟁의 원천적 봉쇄

중소기업협동조 합에 단가조정 신청 권· 협의 권 부여

○ 모든 납품업체들이 조합의 단체협상으로 정해지는 평균적 가격을 획일적으로 적용받게 되어 기술력에 바탕을 둔 자발적 경쟁노력을 소홀히 할 것임

○ 당사자 간의 자발적 협상을 유도하는 현행 ‘납품단가 조정협의의무제’ 차원을 넘 는 제도 도입은 계약의 거래 당사자 간 위험할당기능을 왜곡

납품대금 부당 감액에 대한 입 증책임전환

○ 공정거래법상 국가의 입증책임을 이미 완화시켜 놓은 것이 하도급법인데 이를 또 다시 완화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

○ 입증책임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위탁기업이 수탁기업과의 계약체결기간을 초단 기간으로 설정하여 재계약 조건을 계속 달리 제시할 경우 오히려 수탁기업은 피 해를 볼 수 있음.

징벌적 손해배 상제도

○ 영미법계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상당히 악의적인 불법행위에 국한되어 있고 이것이 인정되는 이유는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형벌 등 공법적 수단의 미흡한 점을 민사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보완하고자 하는 것임.

○ 우리나라는 이미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행정적, 형사적 제재 수단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제재 수단의 총량은 오히려 많을 수 있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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