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국토 제455호(2019. 9)
하성규 | 한국주택관리연구원장([email protected])
사회주택의 발전 배경과 정책 :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국민의 주거안정은 여전히 한국의 핵심 정책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 거문제로는 심각한 주택난과 천정부지로 뛰는 주택 가 격을 들 수 있다. 특히 시장 메커니즘으로는 저소득층 과 사회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렇기 때문에 사회주택(Social Housing)을 공급하게 된 다. 필자는 지난 40여 년 동안 사회주택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 분야 연구의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제공한 책이 바로 스티븐 메렛(Stephen Merrett) 교 수가 저술한 「State Housing in Britain」이다.
한국은 서유럽 국가에 비해 사회주택(공공임대주 택) 공급의 역사가 일천하다. 서유럽 국가 중에서도 특히 영국은 사회주택정책 경험이 매우 풍부한 국가 이다. 영국은 전체 주택 재고 중 사회주택이 차지하 는 비중이 30%를 상회한 적도 있으며, 191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영국은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 중 가 장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한 경험이 있다. 2015년 현 재도 영국은 사회주택 비중이 가장 높은 선진 유럽 5 개국(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영국, 프랑스) 의 하나다. 아울러 영국만큼 공공주택정책에 정부가
깊이 관여한 국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에서는 사 회주택을 ‘Council Housing’이라 부르고 학자들은
‘Public Housing’, ‘State Housing’ 등 다양하게 명 명하고 있다.
이 책은 영국 사회주택의 발전 배경과 관련 논쟁, 그 리고 다양한 정책적 특징을 잘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이 처음 발간됐을 당시(1979년) 영국에서는 공공주택정책 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일기 시작하고 있었다. 논쟁의 핵심은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수상이 이끄 는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전통적인 영국 공공주택정책 의 일대 변혁을 초래하게 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한 영국의 복지정책이 수술대에 올랐고, 그중 하 나가 사회주택의 공급을 줄이고 기존의 사회주택도 현 재 입주한 세입자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는 정책이다. 1980년 도입된 임대주택매입 우선권(Right to Buy) 정책은 임차인들의 자가소유 욕구를 충족시키 는 혁신적 정책 변화를 몰고 왔다.
산업화로 야기된 도시 인구 과밀화와 비위생적인 주 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90년 제정된 ‘노동자 주택 법(Housing of the Working Classes Act)’에 따라 저 연구자의 서가 16
State Housing in Britain
저 자: Stephen Merrett 출 판: Routledge & Kegan Paul
57 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도록 하는 책임이 지방정
부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그 실적은 미미했고,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민간 중심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난이 심화되고 민 간임대주택의 임대료가 급등했다. 1915년 글래스고 (Glasgow)에서 발생한 집세거부운동(Rent Strike) 은 영국에서 사회주택이 핵심적 주거정책으로 부상하 게 된 역사적 동기라 할 수 있다. 글래스고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거리로 뛰쳐나와 집세를 낮출 것과 주거안정을 보장할 것 등 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요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19년 ‘주택 · 도시계획법(Housing and Town Planning Act)’을 제정하여 정부 주도의 대규모 사회 주택 건설이 추진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79년 이 전까지는 영국의 주택정책은 공급 지향적 정책의 특징 을 지녔으나, 1980년 이후에는 수요 지향적으로 전환 되면서 사회주택의 사유화와 규제 완화가 추진됐다.
이 책에서는 영국의 사회주택이 시대적으로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1914년 이전과 1914~1939년 기간 동안의 주거 정책의 변화를 자세 히 기술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도시들은 심 각한 주택난과 더불어 불량한 주거환경으로 인한 질병 (콜레라 등)에 시달렸다. 19세기 도시에는 수많은 슬럼 지구가 발생했고 이들 지구의 주택들은 과밀한 상태였 고, 주거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1980년 이후 영국의 사회주택 비중은 점차 줄어들 기 시작한다. 2000년 21%, 2015년도 18%로 점차감소 추세를 보이고 민간과 비영리단체의 역할이 증대되기 시작했다. 영국은 민간주도의 사회주택 공급을 활성 화하기 위해 사회주택 공급자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 고 임차인에게 주거보조금(Housing Benefit)을 직접
지급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영국은 ‘주택법(Housing Act 1996)’에서 명시하고 있는 등록 사회임대인을 중 심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등록 사회임대인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민간 조직은 주택협회, 주택트러 스트, 주택협동조합 등이다. 2017년 현재 영국의 등록 사회임대인의 수는 약 1,760개이며 주거·지역사회청 (Homes and Communities Agency: HCA)의 승인을 받아 사회주택의 건설 및 운영을 목적으로 정부의 보 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사회주택의 비중이 높지 않다. 당장 사회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기에는 재정적 어려움이 많 다면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이 채택하 고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활용한 비영리 공공주 택 및 저렴주택 공급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사회주택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과 정책입 안자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역사적 배경과 논쟁이 잘 정리돼 있다. 사회주택정책 연구자, 정책 담당자들 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 한다는 교훈 을 주는 책이다.
연구자의 서가 17회 예고
국토연구원 박미선 연구위원이 다음 호 필자로 나섭니다. 많 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