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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절 자유심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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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절 자유심증주의

1. 의의

(1) 개념

자유심증주의란 증거의 증명력을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는 원칙을 말한다. 즉 증거의 평가를 자유롭게 판단하는 증 거평가자유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형소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 판단에 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가 증거법의 기본원칙임을 밝히고 있 다.

자유심증주의에 대립되는 법정증거주의란 증거의 증명력을 법률로 정해 놓는 원칙 을 말한다. 일정한 증거가 존재하면 반드시 일정한 사실의 존재를 인정하거나(적극 적 법정주의) 역으로 일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으면 일정한 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도록 하여(소극적 법정주의) 증거에 대한 증명력의 평가에 법률적 제약을 가 하는 것을 말한다.

(2) 법정증거주의에서 자유심증주의로의 변천

자유심증주의는 중세 및 절대왕정시대의 형사사섭법체로서의 규문절차에 존재하였 던 법정증거주의를 타파하고 근대적 형사소송체제로 이전하면서 확립된 원칙이다.

즉 규문절차에서는 유죄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자백이 있거나 2명 이상의 독립적인 증인이 있어야 하는 증거상의 제한이 있었다. 이러한 법정증거주의의 취 지는 사실 인정에 있어서 법관의 자의를 배제하고 유죄판결을 신중히 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획일적 규정은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발견을 하는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즉 사건의 실체는 유죄라는 확신을 가지는 때에 도 자백이나 2인 이상의 독립적 증인의 존재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죄판결을 할 수 밖에 없어 양심에 반하는 판결을 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한편으론 2인 이 상의 독립적 증인이라는 요건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주로 자백에 의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백은 증거의 왕이라고 하여 자백을 얻기 위한 잔학한 고문이 성 행하게 되고 고문 자체가 합법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하여 인간이 이성과 합리주의 그리고 국민인권사상을 기본으로 하는 계몽주의 사상이 전개되었고 규문절차의 여러 폐해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 중 법정증거주의 폐해는 법관의 이성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도록 하는 자유심

증주의로 전환할 것이 주장되었다. 한편으로 자유심증주의로 전환함에 따라 우려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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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법관이 자의에 대한 대책으로는 사실판단자의 자리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을 참 여하게 하는 배심제를 도입하거나 상소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자의적 재판에 대한 상 급심에 의한 통제를 가능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유죄판결에는 증거의 요지나 판결 이유를 기재하게 함으로써 통제가능성을 마련하였다.

1)

이러한 논의의 결과 프랑스 혁명 후 제정된 프랑스의 1808년 치죄법이 자유심증 주의를 채택한 이래 자유심증주의는 독일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대륙법계 형사소송 법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주의와 함께 증거법의 기본원리로서의 의의를 가지게 되었 다.

2)

2. 자유심증주의의 내용

3)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므로 자유심증주의의 내용으로는 자유판단의 대상과 의미 및 그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의미하는 자유판단의 기준은 자유심증주의의 내용의 핵심이 다.

(1) 자유판단의 대상

자유심증주의에 의하여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증거의 증명력이다.

증거의 증명력이란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의 실질적 가치, 즉 증거로서의 가치를 의 미한다. 증거의 증명력에는 증거 그 자체가 진실일 가능성을 말하는 증거의 신용성 (력)과 그 증거가 신용할 만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증거로서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요증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추인하는 힘)을 말하는 협의의 증명력을 포함한다. 양자 모두 법관의 자유판단의 대상이 된다.

예컨대 강도사건의 목격자 甲이 피고인이 흉기를 들고 피해자에게 겁을 주고 돈을 빼앗는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증언을 하고, 목격자 乙은 현장에서 뛰어가는 피고인 을 보았다는 증언을 하였다면, 그 증인들의 증언이 진실일 가능성이 신용성이고, 그 증인들의 증언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증언으로써 피고인이 피해 자의 재물을 강취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협의의 증명력이다.

1) 노/이, 475면 참조

2) 이에 반하여 엄격한 증거배제법칙이 확립되어 증거가치의 평가를 배심원에게 맡기는 영미법에서는 자유심증주 의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으나 영미에서도 증거의 증명력 판단에 있어서 자유심증주의가 인정되고 있 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이재상, 515면 참조

3) 노/이, 475-476면은 자유심증주의에 따르면 증거능력의 제한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시대의 발전과 변 화에 따라 일정한 경우에는 어떤 증거를 증거판단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예외를 발생하게 하며(위법수집배제 법칙, 전문법칙 등), 이에 다라 이제 자유심증주의에 있어서 자유판단은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대한 증명력의 자유판단을로 제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유심증주의 관점에서 보면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는 한 모 든 증거는 증거능력을 가진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3)

(2) 자유판단의 의미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고 법률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말 한다. 즉 어떤 증거가 있어야 사실이 증명되고, 어느 증거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관한 법관의 판단을 제약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거의 취사선택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지며, 모순되는 증거가 있는 경우에 어느 증거를 믿는가도 법관의 자유에 속한다.

1) 인적 증거 (가) 증인의 증언

증인이 성년인가 미성년인가, 책임능력자인가 책임무능력자인가에 따라 증거의 증 명력에 법률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법관이 그 증언내용과 증언 정황을 전체 적으로 고려하여 증명력을 판단한다. 그러므로 법관이 13 ~ 14세 증인의 증언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하여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

4)

또 선서한 증인의 증언 이 선서하지 않은 증인의 증언보다 증명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나) 피고인의 진술

피고인의 진술도 증거이다. 일반적으로 진술은 강한 증명력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 되나 그렇다고 하여 피고인의 진술에 증인의 진술보다 우월한 증명력을 부여하는 법률적 제한은 인정되지 않는다. 진술내용과 구체적 진술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이다. 피고인이 자백한 때에도 자백의 진실성을 심리하여 자백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5)

피고인이 부인하는 경우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을 믿을 수 있 다.

6)

(다) 감정인의 의견

감정인의 감정결과도 법관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법관은 감정결과에 반하는 사 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감정의견이 상충된 경우에 다수의견을 따르지 않고 소수의견 을 따를 수 있고, 여러 의견 가운데 각각 일부를 채용하여도 무방하다.

7)

2) 물적 증거

물적 증거의 증명력도 자유로운 판단의 대상이다. 또한 인적 증거와 물적 증거간 에 증명력의 우위를 인정하는 법률적 제한도 없다. 서증의 증명력에 관하여도 법관

4) 대판 동지

5) 피고인이 정상이 아니거나, 형벌을 원하거나, 보다 무거운 범죄를 숨기기 위하여 허위자백을 할 수도 있다 6) 대판 동지

7) 대판 동지

(4)

의 자유판단을 제한할 증거법칙은 없다.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나 검사의 증인 신문청구에 의한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법관의 조서기재내용보다 증명력이 덜 한 것은 아니며,

8)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이 절대적 증명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 다.

3) 동일증거의 일부와 종합증거

법관은 동일증거의 일부만을 취신할 수 있어 증인의 증언 중 일부는 신빙성이 없 다고 판단하여 믿지 않을지라도 다른 부분의 증언을 믿을 수 있다.

9)

또한 다수증거 의 종합판단, 즉 종합증거에 의한 사실인정도 가능하다. 종합증거란 수개의 증거가 불가분하게 결합하여 단독으로는 없는 증명력을 가지는 경우, 즉 종합적 증명력에 의한 사실인정을 말한다.

4) 간접증거와 직접증거

자유심증주의는 직접증거와 간접증거 사이에서도 적용된다. 즉 직접증거가 있어야 만 사실인정을 할 수 있는 제약은 없으며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만에 의하여도 사 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간접증거는 그것이 진술증거인가 비진술증거인가를 묻지 아 니한다.

10)

(3) 자유판단의 기준과 한계

자유심증주의는 사실인정의 합리성을 그 이념으로 한다. 자유심증주의에 있어서 자유란 법관의 양심에 따른 심증을 형성함에 있어 증거평가에 대한 법률적 제한으 로 인하여 양심과 확신에 반하는 판결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여 기서 자유가 자의를 의미할 수 없으며, 인간의 이성에 의한 합리적 증거평가를 말 한다. 자유심증주의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계몽사상을 기반 으로 한다.

그러므로 자유판단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것을 요한다. 즉 사실인정은 통상인이 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보편타당성을 확보하 기 위하여는 법관의 사실인정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미 에서 자유심증주의를 합리적 심증주의 또는 과학적 심증주의라고 한다.

11)

8) 대판 동지 9) 대판 동지

10) 간접증거를 근거로 사실인정을 하기 위하여는 ① 추리의 과정이 논리와 경험측에 반하지 않을 것, ② 정황증 거가 다수이고 근접적이며 다각적일 것, ③ 정황증거 자체의 증명이 충분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이재상, 518 면 참조

11) 이재상, 519면

(5)

1) 논리와 경험법칙

자유판단의 기준으로서의 논리법칙이란 논리학상의 공리로서 자명한 사고법칙을 말한다. 수학상의 공리도 여기에 속한다. 논리법칙은 명백하고 부당한 결함이나 모 순 없는 논증을 요구한다. 계산착오, 개념의 혼돈 또는 판결이유에 모순이 있는 경 우는 논리법칙에 반한다.

12)

경험법칙은 개별적인 체험의 관찰과 그 일반화에 의하여 경험적으로 얻어진 법칙 을 말한다. 경험칙은 개별적인 체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진 법칙이므로 그 성 질에 따라 확실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리학상의 원리는 필연 법칙적 경험칙임에 대하여 사회심리학적 법칙은 개연성 또는 가능성의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리칙이나 경험법칙을 실무에서는 채증법칙이라고 표현하며 채증법칙은 자 유심증주의의 한계로서 법령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채증법칙 위반은 법률심인 상 고심의 판단대상이 된다.

13)

2)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취사선택, 즉 증거의 평가에 대하여 법관이 내면적 확신에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이므로 증거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자유판단이라고 하 여도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증거재판주의는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14)

3. 자유심증주의의 남용에 대한 통제

(1) 통제의 필요성

자유심증주의는 법원이 그 확신에 이르는 심증형성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증거평 가에 대해 법률적 기속을 하지 않음으로써 법원이 그 확신에 반하는 재판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원칙이다. 이 원칙이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확립 된 것임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으나 대륙법계에서는 규문시대에 법관들의 자의적 판단을 경험했기 때문에 판결을 하는 법관들의 자의적 판단에 대한 통제 또한 필요 하다는 인식을 하였다. 따라서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되 자의적 판단에 대한 통제 를 두어야 하였는데 이에 대해 19세기 대륙에서 취한 방법은 배심제의 도입과 상 소제도이다.

15)

12) 따라서 일관성이 없는 진술(대판), 애매하고 모순된 진술(대판), 또는 객관적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아 신빙성 이 없는 증거를 근거로 사실인정을 하는 것(대판)은 논리법칙에 반한다.

13) 유존자 감정과 같은 확실성이 높은 과학적 경험칙을 합리적 근거 없이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를 벗어난 것이다(대판 2007.5.10. 선고2007도1950).

14) 노/이, 479면 15) 노/이, 4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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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심제와 참심제

영미법계 배심제에 있어서 배심원단의 증거판단은 배심원들의 양심과 논리 및 경 험칙에 따른 자유판단이 적용됨은 물론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유심증주의는 배심 제도에서도 적용된다.

그런데 배심제를 시행하지 않았던 대륙법계에서 19세기의 재판에 있어서도 국민 주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배심제 도입이 주장되는데 당시 배심제 도입의 여러 가 지 이유 중에서 자유심증주의를 확립하면서 자유심증주의의 남용가능성에 대한 통 제수단으로서 배심제가 유용하다고 주장되었다. 즉 자유심증주의를 도입하면서 법 관의 자의를 막기 위하여 판단권한을 법관에서 국민으로 이전하였다. 배심원의 사 실판단에 대해서는 법관들에 의한 재심사를 허용하지 않았고, 따라서 사실판단 자 체를 재심사하는 항소를 허용하지 않고 법령에 위반된 경우 상고만 허용하는 것으 로 하였다. 이러한 대륙법계 배심제도는 이후 변천과정을 거쳐 직업법관과 국민들 이 함께 재판을 하는 참심제도로 변화하여 정착하였다.

(3) 상소제도

재판에 대하여 상급심에서 이를 재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상소제도는 자 의적 판단에 대한 강력한 통제수단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상소제도를 구성함에 있 어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에 차이가 있다.

배심제를 전제로 하여 사실판단의 전권을 배심원들이 행사하는 영미법계에서는 공 판절차나 법령적용에 법령위반이 없는 한 사실판단, 즉 배심원들의 증거의 취사선 택과 증거평가에 대하여는 상소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편 배심원들은 유무죄의 결 론만 선언할 뿐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므로 증거판단에 대한 사후적 심사가 불가능 하다. 법령위반에 대하여만 상소가 인정될 뿐이다.

이에 반하여 대륙법계는 19세기 배심제를 도입하였지만 직업법관의 재판을 원칙 적 형태로 하고 배심제는 중대범죄에 한정하고 있었다. 배심제에 한하여는 영미법 계와 마찬가지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1심의 배심재판으로 종결하고, 법령위반 에 대한 상고만 허용하였으나 직업법관 재판에 대하여는 사실판단 자체를 다시 심 사하는 상소제도를 두었다. 이는 직업법관의 자의성에 대한 불신을 기초로 그 자의 성에 대한 통제를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륙법계의 모델에 따라 1심 법원의 사실판단에 대하여 상소심 중 2

심인 항소심에서 전면적으로 재심사하는제도를 두었다. 따라서 항소심은 1심법원의

사실판단을 항소심 법원의 자유심증에 따라 재판단하여 항소심의 자유심증에 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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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1심 법원의 판단이 다를 때에는 1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 사실오인을 이유 로 파기할 수 있다. 즉 법령의 효력에 준하는 채증법칙위반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 라 증거 평가에 있어서의 견해차이만으로도 파기할 수 있다.

16)

(4) 합의부 재판부 구조

자유심증주의에 대한 통제는 직업법관 재판을 위주로 하는 대륙법계에서 강조된 다. 즉 형사재판부를 구성함에 있어서 단독판사의 사물관할을 경죄에 한정하고 형 사재판의 일반적 형태를 합의부로 구성하도록 한 것도 자유심증주의의 남용에 대한 통제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합의제는 수인의 사실판단에 대한 상호 통제가 될 수 있 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형사단독의 사물관할이 매우 광범위한데 이는 자유심증주 의 남용 통제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단독관할을 경죄에 한정하고 재판부의 일반적 형태를 합의부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17)

(5) 자유심증주의와 증거요지

자유심증주의 남용에 대한 상소에 의한 구제를 법률상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유죄 판결에 증거설명을 요구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23조를 들 수 있다. 다만 형사소 송법 제323조는 유죄판결을 하는 경우에 범죄사실을 인정한 증거의 요지를 명시할 것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증거를 취사한 이유까지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증거에 의해 어떤 사실을 인정하였는지는 짐작할 수 있 을 정도로 기재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연결의 합리성을 검토, 비판하고, 심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4. 자유심증주의의 예외

(1) 자백의 증명력 제한

(2) 공판조서의 증명력 아래 참조

16) 한편 법관의 심증형성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합리성을 잃어버린 때에는 채증법칙위반으로서 법령위반에 해당하므로 상고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법원이 직권에 의한 증거조사의무를 다하지 않는 심리미진도 상고이 유가 된다. 직권에 의한 증거조사는 법원의 권한임과 동시에 실체진실발견을 위한 법원의 의무가 되기 때문이 다.

17) 노/이, 481면. 그러나 합의부도 재판장과 주심만 합의하고 있어 문제이고, 대등한 법관으로 합의부가 구성되 는 것도 아니라서 재판장 단독의 형태가 될 우려가 있다.

(8)

(3) 피고인의 진술거부와 자유심증주의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진술거부 권을 행사한 경우에 자유심증주의에 의하여 피고인의 진술거부를 피고인에게 불이 익한 간접증거로 평가할 수 있다면 피고인은 불이익한 심증을 피하기 위하여 심리 적으로 진술을 강요당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술거부권의 보장을 무의미 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한 때에는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피 고인에게 불이익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 범위에서 피고인이나 증인의 진술거 부권은 자유심증주의의 예외가 된다고 할 수 있다.

18)

5. 자유심증주의와 in dubio pro reo의 원칙

자유심증주의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는 원칙이다. 법관은 자유로운 증거평가에 의하여 형성된 심증을 기초로 사실인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법관이 자유로운 증거평가에 의하여 어느 정도 심증을 가져야 유죄판결을 할 수 있 는가. 즉 유죄판결에 이르기 위한 증명의 정도가 문제된다. 형사소송에서 유죄판경 을 위한 증명은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 또는 확신의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자유심증은 증거평가에 대한 원리이고 증명의 정도 는 그러한 증거평가에 따른 확신의 정도를 말하므로 증명의 정도는 자유심증주의의 예외나 제한이 아니라 자유심증으로 충족해야 할 단계로서 수단과 목표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법관이 이러한 정도의 확신을 가지지 못할 때에는 어떠한 판단 을 하여야 하는가. 그러한 정도의 확신에 이르지 않고 합리적인 의심이 아직 남아 있는 경우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 이 원칙이 바로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원칙은 자유심증주의를 보완하는 원칙이다.

19)

판례

- 대법원 2008.12.11. 선고 2008도7112 판결 -

판례 ①

【이 유】

상고이유(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보충이유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본다.

1.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만 한 객관적인 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금품공여자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등 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

18) 노/이, 484면; 배/이/정, 666면; 신동운, 1093면; 이재상, 521면 등 통설 19) 노/이, 484면

(9)

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5도1904 판결,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379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308조)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 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형사소송법 제 307조 제2항)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요증사실과 양립 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논리와 경험칙에 기한 의문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 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둔 것이어야 하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 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도357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지위 및 관계, 공소외 1이 뇌물공여 진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게 6회에 걸쳐 모두 현금으로 7,000만 원 및 미화 10,000달러를 제공하였다는 공소외 1의 진술 내용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뇌물공여 의 전체적인 경위, 동기, 횟수, 일시 및 장소, 현금교부의 방법, 자금의 출처 등에 관한 공소외 1의 진 술 내용에 일관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고, 공소외 1이 어떤 이득을 얻거 나 곤란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꾸며내어 모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며, 공소외 1의 평소 인감됨이나 법정에서의 진술태도에 비추어 보더라도 공소외 1의 진술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공소외 1의 진술 중 일부 부정확하 거나 불명확한 부분은 기억력의 한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공소외 1의 진술은 충분히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수뢰죄의 인정기준 및 합리적 의심의 배제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2.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이를 인정하여야 하고,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구성요건 사실을 추인하게 하는 간접사실이나 구성요건 사실을 입증하는 직접증거의 증명력을 보강하 는 보조사실의 인정자료로도 사용할 수 없다(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도635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증거들을 모두 배 척한 다음, 나머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2007. 8. 22. 공소외 2를 통하여 공 소외 1에게, 공소외 1이 공소외 3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도록 하라는 뜻을 전달 하는 한편, 2007. 9. 12. 국세청을 방문한 수사검사에게 위 1억 원의 사용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여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사실, 피고인은 2007. 11. 1. 검찰에서 공소외 1과의 대질 조사를 받을 때 공소외 1에게 진술을 번복할 것을 애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조사 후에는 자수 및 자백을 할지 여부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려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태는 실제로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취하여야 하거나 취할 수 있는 대응책과는 거리가 먼 것으 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 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한 채증법 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 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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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8.3.27. 선고 2008도507 판결 -

판례 ②

【이 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군사법원법 제296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ㆍ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장소·방법·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 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82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또한, 살인죄 에 있어 범죄의 일시ㆍ장소와 방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개괄적으로 설시하여도 무방하다( 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1073 판 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이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살인의 범행을 부인하고 직접적이고 유일한 단서인 피해자의 시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피 해자의 시신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그 살해방법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공소사실의 특정의 정도를 완화하여 해석하지 않으면 현저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에 원심 판시와 같이 그 합리성 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의한 피해자의 살해 이외에 다른 방법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가능성 또한 없어 보이므로, 원심이 ‘2005. 1. 28 03:00경부터 05:20경 사이에 피고인의 집에서 불상 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기재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끼친 위법이 없다.

2.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 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 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2231 판결, 대법원 2001. 9. 28. 선 고 2001도3997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 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 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 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 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 체 증거를 상호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439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여러 간접사실, 즉 ① 피고인이 범행을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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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기 위하여 선택한 방법은 피해자의 사체를 80여 조각으로 훼손하여 살점을 잘라 끓이고 믹서에 갈고 사체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 10여 곳 이상의 장소에 유기한 것인바, 이는 경험칙상 피해자를 살해한 자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것 으로 추정되는 시점에서 불과 30분에서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범행은닉의 방법에 대하여 고 민이나 갈등을 하지 않고 피해자를 화장실로 옮겨 곧바로 과도를 숫돌로 갈면서 피해자의 동맥을 잘 라 피를 빼려고 하였고, 범행 후 사체손괴 과정과 손괴한 사체와 피해자의 유품을 서울역, 야산, 부대 주변 인근 아파트 등에 치밀하고 신속하게 유기하였으며,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범행 직후 인터넷 을 검색하여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피해자의 행적을 조작한 점, ③ 피해자의 머리 뒤통수 부위 상해 는 바닥에 부딪히거나 도구에 의한 물리력이 가해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처이고, 이로 인해 출혈 이 계속된 흔적이 있어 생전에 발생한 것이며, 피해자의 이빨이 하늘로 꺾인 것은 손가락을 넣었다 단순히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서는 생기기 어려우므로, 피해자가 유형력의 행사에 의해서 사망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생전에 일정한 유형력의 행사에 의하여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④ 피고 인은 피해자와 2004년 말경부터 알고 지냈으며 서로 간에 결혼을 생각하며 교제를 하는 사이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피부문제 등으로 관계를 청산하려고 하였으며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을 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자를 짜증스럽게 생각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 할 충분한 동기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자신의 범 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80여 조각으로 손괴하여 유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해자가 자살하기 위해 그 판시 약물을 복용하였고 그 부작용으로 구토·발작·호흡곤란을 일으키는 피해자를 의료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인공호흡 및 심폐 소생술을 실행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 증거에 인정되 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그 판시 약물의 복용이 직접적인 사인이 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사인과 결합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판단하기 곤란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물에 타서 피해 자에게 마시게 하였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투약하였는지 구별이 불가능하고, 약물과량 노출에 의 한 사망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나아가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 즉 피해자가 자살하기 위해 약을 먹었다면 오히려 사인이 분명한데 위와 같이 사인이 분 명하지 않은 점, 피고인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발작하여 혀를 깨무는 것을 막기 위해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빼거나 또는 발작이 멈춘 상태에서 손가락을 빼는 과정에서 치아 2개가 하늘방향으로 꺾이는 현상은 극히 이례적인 점, 치아가 꺾인 이유나 과정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손가 락을 빼는 과정에서 치아가 꺾였다면 피고인의 손가락에 상당히 심한 상처가 발생하였다가 보는 것이 경험칙상 타당한데,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의 손에는 긁힌 정도의 상처만 있는 점, 피해자가 발작을 하면서 자신의 혀를 깨물 정도의 의식불명인 상태인데 피고인이 자신의 손가락을 피해자의 입에 넣는 행동은 경험칙상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은 신빙성이 없고 오히려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허위주장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이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 내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피해자의 시신을 과도와 식칼 등으로 80여 조각으로 토막을 내어 살점을 믹서에 갈고 물로 끓이고 화장실 및 인근 야산에 사체를 유기하는 등 사체훼손의 방법이 극히 잔혹하고 엽기적인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행동하였던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들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임에도 아무런 피해보상도 하지 아니한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이 사건 범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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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보면, 상고이유에 서 내세우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의 형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현 저히 부당한 것으로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양형부당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원 2007.5.10. 선고 2007도1950 판결 -

판례 ③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 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 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 결 등 참조). 특히,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 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 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할 것 이므로,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함부로 이를 배척 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한편,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 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 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 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 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 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 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 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목격자 및 비교대상자들이 상호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 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고,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033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설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특수강간미수 및 특수강 도,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강도치상의 각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위의 법리와 기록에 비 추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이 부분 공소사실에 직접적으로 부합하는 위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보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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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 즉 ① 공소외 1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범인의 인상 착의에 대하여 20대나 30대의 남자로서 키는 180㎝ 정도이고, 얼굴을 둥근형이라고 진술하였으나, 이 는 피고인의 인상착의와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키는 173㎝ 정도로 보 인다), ② 공소외 2는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하여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고, 키는 167㎝ 정도이며, 착한 얼굴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과 대면하기 직전에는 범 인이 잘 생기고 매우 착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이라고 진술하였을 뿐,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진술을 한 바 없고, 피고인과 대면한 후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로 피고 인의 머리모양이 범인과 같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한편 범인의 다른 신체적 특징을 묻는 질문에 대 하여는 위 사건 당시 너무 긴장을 하고 겁이 나서 범인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기억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어, 공소외 2가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여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③ 위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는, 위와 같은 인 상착의와 더불어 범인이 눈에 초점이 없었다는 공소외 1의 진술과 범인에게서 LPG 가스 냄새가 났다 는 공소외 2의 진술을 토대로 위 각 사건의 범인을 찾던 경찰이,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특수강도 등의 범행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평소 위 각 사건의 발생 장소 인근에서 본드를 흡입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자, 피고인이 본드를 흡입한 상태에서 위 각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이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것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위 사건의 범인이라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④ 공 소외 1의 경우에는 먼저 피고인만의 사진을 제시한 채 범인인지를 물어본 다음, 인상착의가 비슷한 다른 비교대상자 없이 피고인만을 직접 대면하게 하여 피고인이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게 하였고, 공소외 2의 경우에는 범인이 검거되었으니 경찰서에 출석하라고 연락한 다음, 피고인만의 사진을 제 시한 채 범인인지를 물어 범인일 가능성이 70~80% 정도라는 대답을 들은 후, 피고인과 또 다른 한 사람만을 직접 대면하도록 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것으로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를 충족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그 과정 에서 사진상의 인물인 피고인이 위 각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가 주어졌을 개연성이 있 는 점, ⑤ 공소외 1의 경우에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5개월 이상 경과한 후에, 김순옥의 경우에는 3개 월 가량 경과한 후에 위와 같은 범인식별절차가 이루어짐으로써 종전에 피고인을 만난 적이 없던 위 피해자들로서는 기억력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범인에 대한 기억이 부정확할 여지가 있는 점, ⑥ 공소 외 2은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정도가 70~80% 가량이라고 진술하여 그 스스 로도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을 위 각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들의 각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

나.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경찰은 공소외 1에 대한 특수강간미수 등의 범행이 있은 직후 공소외 1로 부터 범인의 정액이 묻어있는 옷을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감정을 의뢰한 사실, 경찰 은 피고인이 위 사건의 범인과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모발 및 타액에 대하여 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감정을 의뢰하였는데, DNA분석 결과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범인의 그 것과 상이하다는 감정 결과가 제1심법원에 제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DNA분석을 통한 유전자검사 결과는 충분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감정인이 적절하게 관리·보존된 감정자료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확립된 표준적인 검사기법을 활용하여 감정을 실행하고, 그 결과의 분석이 적정한 절차를 통하여 수행되었음이 인정되는 이상 높은 신뢰성을 지닌다 할 것이 고, 특히 유전자형이 다르면 동일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유전자감정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전문지식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감정 결과는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 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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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의 각 감정을 시행함에 있어 감정인이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다거나, 감정자료의 관리·보존상태 또는 검사방법이 적절하지 못하다거나, 그 결론 도출과정이 합리적이지 못 하다거나 혹은 감정 결과 자체에 모순점이 있다는 등으로 그 감정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다른 사정이 있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인의 범행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에 관 하여 아무런 심리 및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

다. 그리고 원심은 그 밖의 유죄의 증거로서 피고인의 법정 진술 및 피해자 공소외 2의 피해신고서 등을 들고 있으나, 피고인은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 위 각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가 기억이 나지 않 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이고, 위 피해신고서는 강도치상의 피해를 당한 사실을 신고한다는 내용 에 불과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피해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 실 중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특수강간미수 및 특수강도의 점,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강도치상의 점도 모두 그 증명이 있다고 본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 를 선고한 것은,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함으로써 자 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 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취지를 담은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특수강간미수 및 특수강도의 점,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강도치상의 점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인바, 위 각 죄와 피고인의 나머지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 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 한다.

- 대법원 2006.3.9. 선고 2005도8675 판결 -

판례 ④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공소사실의 특정요소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 어의 범위를 특정시켜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그 특정요소를 종 합하여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한 것이고, 위 법규정에서 말하는 범죄의 ‘시일’은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기재하면 되 는 것이므로 비록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기재가 위에서 본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공소 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4440 판결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공소장에서 이 사건 범행 시간을 2003. 11. 30. 20:00경부터 그 다음날 11:20경까 지 사이로 기재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한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범행 일시의 기재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없는 정도이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침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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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으로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원심판결에 공소사 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 공소외 1이 청산염 중독으 로 사망한 사실, 피해자의 집 근처 하수구에서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사용된 청산염이 들어있는 100

㎖ 컨디션 병이 발견된 사실, 위 100㎖ 컨디션 병은 75㎖ 컨디션 병과 함께 하나의 파란색 비닐봉지 에 담겨 있었는데 위 75㎖ 컨디션 병에 묻어 있던 타액에서 검출된 DNA가 피고인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진 사실, 그리고 피해자의 사체 옆 머플러 밑에서 파란 에세 담배 1개비가 발견되었고, 위 파란 에세 담배에 묻어 있던 타액에서 검출된 DNA도 피고인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진 사실 및 피고인의 집 담 밑에서 피해자 소유의 수첩과 신용카드 5장이 발견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청산염이 든 컨디션 음료를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음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위 인정의 컨디션 병이나 피해자 소유의 수첩 등이 위 각 장소에서 발견된 것은 누군가 피고인을 모함하기 위하여 일부러 꾸민 것이고, 사체 옆에서 발 견된 담배 1개비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한 후에 그곳에서 물고 있던 것을 그대로 두고 나 온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는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믿을 수 없거나 납득할 수 없다고 배척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원심이 인정한 위 각 사실은 모두 과학적 검사에 의하거나 현장 조사에 의해 습득한 증거에 기초 한 것으로서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소행임을 추단케 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피고인의 변소 내용에도 일관성이 없거나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아니하여, 일응 피고인을 피해자 공소외 1을 살해한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것은 당연한 추론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이 모함을 주장하며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여러 정황을 염두에 두고 약간만 시각을 달리하여 보면, 위 간접사실에 의해 바로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을 살해하였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허점이 있다.

수사기록에 있는 실황조사서(수사기록 8쪽)와 부검에 관한 수사보고서(수사기록 44쪽)의 각 기재 내용 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1은 그의 집 거실에서 완전 나체인 상태로 그 주검이 발견되었고, 팬티와 상의 및 하의는 각 그 주위에 흩어져 있었던 사실, 피해자는 청산염에 의해 살해되었음이 밝혀지기는 하였으나 발견 당시 턱 아래와 목 주위에 칼로 찔린 자국이 26군데나 있었고 그 상처들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중에는 깊이가 8㎝와 5.5㎝ 정도나 되는 깊은 상처도 있었던 사실, 피해자가 반항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옷에도 혈흔이 묻어 있지 않았으며 그 현장에 서는 피해자의 머플러 아래에 에세 담배 1개비와 라이터(담배는 불을 댕긴 적이 없는 온전한 1개비로 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한 후에 라이터와 함께 그곳에 두고 왔다고 변소하는 물건이다.)가 발견된 점 외에는 지문 기타 증거가 될 만한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던 사실,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금목걸이, 금반지, 금팔찌 등의 귀금속 장신구는 사체에 그대로 착용되어 있었고 작은 방의 장롱 위에 피해자의 금목걸이가 그대로 놓여져 있었던 반면 안방에 있는 화장대의 서랍은 난폭하게 빼어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더덕을 담은 술병도 깨어져 있었으며 실외용 샌달이 방바닥에 들어와 있었고, 작은 방의 장롱도 문이 열린 채 옷가지와 집기류 등이 방바닥에 어지러이 널려 있었던 사실, TV는 전 원이 켜진 채로 있었고 현관문도 시정되지 않은 상태로 있었던 사실 등을 엿볼 수 있다.

위 인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인이 컨디션 음료로 가장한 청산염을 미리 준비하여 그것으로 피해자 를 살해한 다음 다시 칼로 26군데나 찌르고, 귀금속 등에는 손을 대지 아니하고 가구를 부수고 방을 어지럽히기도 한 점 등 엽기적인 범행 현장의 모습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은 우발적 또는 금품을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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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치정이나 원한 기타의 특수한 동기에 유발되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보복 범행으로 추단되고, 또한 피해자의 사체가 완전 나체이면서도 반항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피해자가 스스로 옷을 벗었거나 아니면 범인이 청산염으로 먼저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그의 옷을 벗 긴 후 칼로 찔렀다고 보아야 할 터인데{피해자의 티셔츠에 혈흔이 없는 것으로 보아(수사기록 409쪽 참조) 옷을 입은 채로 칼에 찔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이 사건은 남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고, 후자의 경우라면 매우 잔인한 수법의 범행으로서 그러한 행동을 유발할 만한 강력하고 충동적인 동기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먼저, 이 사건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고 범인이 살해 현장에 지문과 같은 작은 단서 도 전혀 남기지 않을 정도로 용의주도하였음을 감안하면, 담배 1개비나 라이터와 같은 비교적 눈에 잘 띄는 물건을 현장에 유류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아니한다. 경찰에서의 압수조서(수사기록 52쪽, 56쪽, 152쪽)에 의하면,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컨디션 병과 칼은 범행 장소에서 불과 22m 떨 어진 하수구(수사기록 190쪽)에 버려져 있던 것을 수사 경찰이 하수도 복개용 뚜껑 사이의 틈을 통해 발견하여 이를 수거하였고, 피해자의 수첩과 신용카드 등도 피고인의 집과 외벽 사이의 작은 공간에 노출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바, 이러한 물건은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물건인데 범인이 이를 발견 되기 쉬운 상태로 허술하게 유기하였다는 점(소송기록 174쪽, 179쪽)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귀금속 등에 손도 대지 아니한 범인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피해자의 수첩이나 카드 등을 가지고 나와 자신의 집 담 안쪽 공간에 노출 상태로 버려두었다는 것은 극히 이해할 수 없는 일 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위와 같이 발견된 증거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뿌리치기 어렵고, 이로써 그 증명력은 심히 훼손된다 할 것이다.

라. 피해자의 사체부검결과(수사기록 44쪽)에 의하면 피해자 사체 내에 남아 있던 미나리 등 음식물 상태로 보아 그가 사망한 시각은 대략 식후 1시간 정도 된 때로 추단된다고 하는바, 피해자가 위 음 식물을 섭취한 것은 울산시 (상세 지명 생략) 소재 (식당명 생략)가든에서 열린 친목계 모임에 참석하 였다가 떠난 2003. 11. 30. 18:00경부터 19:30~40 경 사이인 것으로 보이므로(수사기록 571쪽 이 하) 결국, 그의 사망 시각은 대략 같은 날 20:30 전후의 1시간 사이인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이 사건 수사도 대략 그 시각 즈음에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시각 즈음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각 행적을 추적하여 보면, 논리적으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피해자 의 집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거나 매우 짧아서 그 시간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즉, 피해자는 그 날 저녁 위 친목계 모임에 참석하였다가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19:30경 시각 에 콜택시를 불러 혼자 그 자리를 빠져 나왔는데(수사기록 571쪽 이하), 그 택시기사 공소외 2의 진 술에 의하면(수사기록 80쪽) 피해자는 계모임 자리를 급히 떠나는 바람에 소지품인 작은 고추(‘땡초’

라고 함)를 두고 왔다가 이를 택시가 출발한 약 2분 후에야 알고(‘땡초를 두고 나왔다’는 피해자의 말 을 들은 운전기사가 ‘다시 돌아갈까요?’하고 물어보았다는 진술에 비추어 그 때가 택시가 출발한지 얼 마 되지 않았을 때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어 그 시각이 출발 후 약 2분 정도 되었을 때라는 운전기사 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계모임에 남아있던 일행 중 한 사람인 공소외 3에게 휴대전화 를 걸어 모임이 파하면 위 땡초를 피해자의 집에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하였는데, 조회결과 그 통화 시각은 17:51으로 밝혀졌다(수사기록 204쪽). 피해자는 그의 주거지 근처에 있는 (약국명 생략)약국의 약 20m 못 미친 지점에서 택시를 내려 신원 미상인 여인과 합류하는 것이 목격되었고, 그곳에서 피 해자의 집까지는(위 (약국명 생략)약국에서 약 98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수사기록 188쪽) 걸어간 것 으로 보이는데, 위 (식당명 생략)가든에서 피해자의 주거지까지는 택시로 약 25분 내지 30분 소요되 었다는 것이므로(수사기록 82쪽), 출발 약 2분 후에 택시 안에서 전화통화한 시각이 19:51이라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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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가 집에 도착한 시각은 아무리 빨리 잡아도 20:10이 넘어야 할 것이고 여유 있게 잡는다면 20:20 이 넘어서야 도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피고인의 바로 앞집에 사는 공소외 4의 진술에 의하면(수사기록 104쪽, 588쪽 611쪽, 소송기록 90쪽 이하 등), 피고인은 그 날 밤 공소외 4의 집에 가서 자정이 넘는 시각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소 주 4병을 나누어 마셨는데, 그들이 술안주로 하기 위해 인근 중국음식점에 전화로 음식을 주문한 시 각이 20:40으로 밝혀졌고(수사기록 294쪽), 또 공소외 4의 집 바로 옆에 소재한 신발가게 주인 공소 외 5의 진술에 의하면(수사기록 660쪽, 소송기록 119쪽) 피고인은 공소외 4의 집에 가기 직전에 위 신발가게에서 10분 내지 20분간 공소외 5의 외손자를 업어주며 놀다가 갔다는 것이므로 그 시각을 역산해 보면 빠르면 20:20경, 늦어도 20:30경에는 피고인이 위 신발가게에 있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공소외 5는 20:20경 피고인이 그의 가게에 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 공소외 1의 집에서 위 신발가게까지는 약 265m 떨어져 있어 남자의 통상 걸음걸이로 약 3분(수사기록 187쪽, 소송기록 161쪽) 소요된다는 것이니(50대 여인인 피고인의 걸음 속도로는 이보다 더 걸린다고 보는 것이 합리 적이겠지만 보통의 경우보다 빠른 경우를 상정해 본다), 피고인이 위 시각에 신발가게에 있기 위해서 는 빠르면 20:17경, 늦어도 20:27경에는 피해자의 집을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 공소외 1의 사망 시각을 즈음하여 피고인과 피해자가 피해자의 집에 함께 있는 것이 가능한 시간은 최고로 길게 잡아 20:10경부터 20:27경까지 17분을 넘을 수 없고, 오히려 그보다 더 짧을 가능성이 농후한바, 이 사건 범행의 엽기성과 범행 현장의 상황, 피고인의 연령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혼자서 이 사건 범행과 그 전후의 과정을 모두 실행하고 나올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고, 위와 같은 시간적 배열관계로 보아 그 즈음에 피고인과 피해자 가 함께 있었을 가능성은 없다는 극단적 주장도 못할 바 아니어서, 과연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소 행인지에 대하여 심히 의문을 가지게 하고 있다.

마. 그 위에,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피해자가 완전 나체인 상태로 사망하고, 사체가 칼로 26군데나 잔 인하게 찔려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에는 필시 매우 강하고 충동적인 동기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동기가 있다는 아무런 단서가 없 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고인은 사건 발생 얼마 전에 피해자와 알게 되어 그 동안 친구로서 가까이 지 내온 사이임이 기록 곳곳에 나타나고 있고, 확인되지 아니한 신빙성 없는 소문 외에는 두 사람 사이 에 틈이 벌어졌거나 원한관계가 있음직한 하등의 단서도 발견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과 같이 범행에 관한 간접증거만이 존재하고 더구나 그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한계가 있는 경우,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에게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만연히 무엇인가 동기가 분명히 있는데 도 이를 범인이 숨기고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간접증거의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 증거법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별다른 동기도 없는 피고인 이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무리한 추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 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계모임의 도중에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혼자 자리에서 일 어나 집으로 향했다는 것인바, 피고인과 피해자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평소에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바로 사건 발생 당일 낮에도 함께 만난 일이 있음을 감안하면(수사기록 24쪽, 88 쪽 등), 피해자가 계모임을 다 마치지도 않고 중도에 떠나올 만큼 중요한 약속이 바로 피고인과 만날 약속이었다고 보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 하겠고, 나아가 피해자는 오래 전에 이혼한 다음 도박판 에 돈을 대어주고 고리를 취하는 이른바 ‘꽁지’로 혼자 생활하여 온 여인으로서 그 사생활을 다소간 은비하며 살아 온 까닭에 주변이 베일에 가려져 있고, 그런 중에서도 도박판을 자주 벌이고 이성관계 도 맺어온 흔적이 감지되는데도(수사기록 24, 29쪽, 68쪽 이하, 120쪽, 192쪽 등) 그 주변에 이 사건 범행의 또 다른 요인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수사가 별로 이루어진 흔적이 없어 동기에 관한 의문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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