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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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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석사학위 논문

김 김 김종 종 종삼 삼 삼 시 시 시의 의 의 기 기 기독 독 독교 교 교적 적 적 상 상 상상 상 상력 력 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이 성 민

(2)

김 김 김종 종 종삼 삼 삼 시 시 시의 의 의 기 기 기독 독 독교 교 교적 적 적 상 상 상상 상 상력 력 력

2007년 2월 일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이 성 민

(3)

김 김 김종 종 종삼 삼 삼 시 시 시의 의 의 기 기 기독 독 독교 교 교적 적 적 상 상 상상 상 상력 력 력

지도교수 백 수 인

이 논문을 국문학 석사 학위 신청 논문으로 제출함

2006년 10월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이 성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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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석사학위 논문을 인준함

위원장 조선대학교 교수 위원 조선대학교 교수 위원 조선대학교 교수

2006년 11월

조선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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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차

차 례 례 례

<

< <A A Ab b bs s st t tr r ra a ac c ct t t> > > ··· ⅱ ⅱ ⅱ ⅱ

Ⅰ Ⅰ. . .서 서 서론 론 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 1 1

1.연구목적 ···1 2.연구사 검토 ···3 3.연구방법 ···6

Ⅱ Ⅱ. . .기 기 기독 독 독교 교 교적 적 적 인 인 인식 식 식과 과 과 상 상 상상 상 상력 력 력의 의 의 구 구 구조 조 조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8 8 8

1.현실 표상으로서의 ‘불’이미지 ···9 2.‘물’이미지의 기독교적 의미 ···21

Ⅲ Ⅲ. . .종 종 종교 교 교적 적 적 지 지 지향 향 향과 과 과 시 시 시의 의 의 음 음 음악 악 악화 화 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2 2 28 8 8

1.김종삼 시에서의 음악의 역할 ···29 2.음악적 시의 언어와 무의미의 추구 ···34 3.음악을 통한 미학적 구원의 모색 ···39

Ⅳ Ⅳ. . .결 결 결론 론 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4 4 49 9 9

<참고문헌>···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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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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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ristian Christian Christian Christian Imagination Imagination Imagination Imagination in in in in Kim Kim Kim Jong Kim Jong Jong S Jong S Sa S a am a m m m’’’’s s s s Poetry Poetry Poetry Poetry

Lee, Sung Min

Dept. of Korean Lan. & Lit.

The Graduate School Chosun University

This study attempts to investigate the Christian imagination and the way religious self-consciousness is aesthetically expressed in Kim Jong Sam’s poetry. This study focused on the Christian imagination in Kim’s poetry because major images evolve around Christianity and his Christian imagination seems be closely related to his aestheticism.

Once established on Korean soil, Christianity became widely accepted and ingrained in the Korean culture within a short period of time in the aftermath of modernization. At first, Christianity was perceived as part of foreign culture. It is not until the 1930s when Christianity took roots in Korea poetry. As Christian poets such as Jeong Ji-Yong, Yun Dong-Ju, Bak Du-Jin, Bak Mok-Wol, Kim Hyun-Seung made their names, the Christian poems formed a spiritual foundation in Korea’s poetry.

Previous researches have mostly concentrated on a few poets or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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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us aspects of the Christian poetry. To a step further, the study of Christianity and modern poetry should delve into poetic thinking and imagination of different Christian poets and work to interpret poetry on a higher level of aesthetics. This study aims at finding the connection between religious and aesthetic aspects of Kim Jong Sam’s poetry and at the end, unveiling what the poet truly yearned for.

This study focuses on 3 aspects to explore elements of religion and aesthetics in Kim’s poetry.

First, this study examines how religious self-consciousness is structured within the framework of religious imagination. Images should be analyzed to understand the poet’s mentality. Thus, through systematic structuring of major images and exploring semantic changes in Kim’s poems, this study attempts to find religious characters hidden in the poet’s subconscious.

Second, this study focuses on how Kim’s religious self-consciousness is replaced with his aesthetical self-consciousness. Kim’s religious self-consciousness does not stop at acceptance, but goes further to seek aesthetic self-redemption through its conflict with aesthetic self-consciousness. This implies that the two not only are at odds, but also shares some interchangeable commonalities. This study looks at such aspects and how they are connected.

Third, this study explores how Christianity transforms aesthetically and takes shape in Kim’s poetry. For this, we need to look at the role of the aesthetic replacements in his works and what they stand for. This study analyzes the role and meaning of aesthetic replacements and their substance through associating each with Christianity and aestheticism.

While the aesthetical principles found in Kim’s poetry is based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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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us self-consciousness, they are, at the same time, the product of self-determining perception of Christianity. A literary work is often said to be the embodiment of its author’s state of mind. A poem, in particular, reflects its poet’s state of mind through various techniques and imagery, rather than through narration or explanation. As such, expression and substance are inseparable. Exploring the connection between the two in poetry would be considerably useful in getting to the bottom of the complex dynamics surrounding the deity and in understanding the poet’s imaginative world.

In this study, the Christian imagination in Kim’s poetry is spatially divided into two; the real world and the religious world. Images symbolizing the two different realms are ‘fire’ and ‘water.’ The image of ‘fire’ denotes experience and memory of the real world such as death and war. The image of ‘water’ is the opposite of ‘fire’ and is equivalent to ‘alcohol’, which makes you become oblivious of your pain through illusion and intoxication. ‘Water’ and ‘alcohol’ are also connected to ‘music’, a major image of Kim’s aesthetic self-consciousness. This study attempts to show how his religious self-consciousness evolves with regard to its aesthetic self-consciousness.

Discussion in this study is expected to unearth artistic quality of Kim’s poetry long buried under its substance of Christianity.

<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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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Words>Words>Words>

Deity, Religious Self-consciousness, Religious Imagination, Aestheticism, Aesthetic Self-consciousness, Fire, Water, Alcohol, Original Sin, Tragic World View, Salvation, Music, Poem as Music, Words as Music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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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 .서 서 서론 론 론

1

1 1. . .연 연 연구 구 구목 목 목적 적 적

본 논문은 김종삼 시의 종교성에 주목하고,그의 종교적 자의식이 어떻게 미학적 으로 변용되는지를 밝혀내고자 한다.본 논문이 김종삼 시의 종교성에 주목한 이유 는 시 속에 포진된 주요 이미지들이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으며,또한 그 것이 예술지향적 시인으로 평가받는 그의 미학주의의 형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 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기독교는 외래종교이기는 하나,짧은 기간 안에 비교적 폭넓은 자장을 형성 하면서 한국문화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다.그러나 기독교는 외래문화라는 문화적 이질감으로 인하여 1930년대에 와서야 한국 현대시사에 뒤늦게 정착하였고 그 후 정지용,윤동주,박두진,박목월,김현승 등 기독교를 수용한 시인들이 널리 알려지 기 시작하면서,기독교는 한국 현대시사에 하나의 정신사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 다.그러나 기독교와 한국 현대시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아직까지도 이들 특정 시인들에게 집중되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또한 이들의 시적 세계에 대한 연구는 기독교 사상을 밝히려는 데에 치우쳐져왔다.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기독교의 영향권에 놓인 다양한 시인들의 시적 사유와 상상의 영역을 발굴하고,이 를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미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본 논문은 이러한 차원에서 김종삼 시의 종교성이 미학주의와 어떻게 연결되 는지를 살피고,궁극적으로 그가 지향했던 그 세계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본 논문은 김종삼 시의 종교성과 미학주의를 고찰함에 있어서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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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김종삼 시에 나타난 종교적 자의식을 어떻게 종교적 상상력의 틀 안에 구조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한 시인의 작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 안에 포진하고 있는 주요 이미지를 중심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이미지는

“시인이 스스로를 계시하는 것”이며 “시인의 무의식의 중심적 기여”1)로,이미지들 의 의미망을 구축하는 것은 시인의 의식세계와 그에 따른 작품세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총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 다.따라서 본 논문은 김종삼 시의 주요 이미지들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그에 따른 의미 변화를 고찰함으로써 시인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종교성을 해명하 고자 한다.

둘째는,김종삼의 종교적 자의식이 무엇을 통해 미학적 자의식으로 대체되는가 하는 점이다.김종삼의 종교적 자의식은 단지 그것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미 학적 자의식과의 갈등을 통해 미학적 자기구원방식을 추구하였다.이것은 곧 두 의 식이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면서도,또한 서로를 대체할 만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따라서 본 논문은 그 대체물이 무엇이며,그것의 어떠한 성격이 두 의식을 이어줄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셋째는,김종삼 시에서 종교성이 미학적으로 어떻게 변용되고 형상화되었는가 하 는 점이다.이를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미학적 대체물이 작품의 형상화에 있어 어 떤 역할을 하는지,그것의 종교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따라서 본 논문은 김종삼 시의 종교성과 미학주의를 각각 연관시켜 이 둘 간의 역할과 의미 가 어떻게 맞닿아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처럼 김종삼 시의 종교성과 미학주의를 연결하여 살펴보는 것은 시인의 의식 과 작품에 펼쳐놓은 상상력의 세계를 동시에 해명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 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1) Rene Wellek & Austin Warren, Theory of Literature, Harcourt Brace and Company, 1949,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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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2. . .연 연 연구 구 구사 사 사 검 검 검토 토 토

김종삼 시에 대한 연구는 크게 시적 주제를 밝히는 측면과 형식적인 특성을 밝 히려는 측면으로 나누어진다.먼저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그의 시를 현실에 대한 부 정정신의 소산으로 규정짓는 비극적 세계관이 주로 거론되었으며,2)이와 더불어 보 헤미아니즘과 심미주의가 곁들여 지적되었다.3)형식적인 측면으로는 묘사와 암시라 는 큰 범위 안에서 생략과 여운,그리고 그의 상상력을 지배하는 주요 이미지를 분 석한 연구들이 있었다.4)최근에는 김종삼의 시에서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음

2) 강연호, 「김종삼 시의 내면 의식 연구」, 『현대문학이론연구』, 현대문학이론학회, 2002.

김기택, 「김종삼 시의 현실 인식 방법의 특성 연구」, 『한국시학연구』, 한국시학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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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연제, 「김종삼 박용래 시 비교 연구」, 충북대 대학원 석사논문,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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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시의 인식의 문제」, 유평근 외 편, 『시의 이해』, 민음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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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관련 이미지를 통해 그의 시를 음악성 혹은 환상성과 연관시켜 그 의미를 밝혀 내려는 연구들이 눈길을 끌었다.5)

김종삼 시에 관한 이상의 논의들은 각각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하나의 시각에 만 편중된 나머지 시인의 의식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마저도 유기적인 구조의 흐름 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파편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여왔다.특히 대부분의 논 의들이 몇몇 유명 작품이나 이미지에만 국한된 논의는,기존의 해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하여 되풀이되는 한계를 드러냈다.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각 도에서 꾸준히 축적되어 온 이러한 성과들은 김종삼의 시를 접근하는 데 기본적인 분석틀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종삼의 시를 기독교와 관련지어 분석하려는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추정이 가능하나,김종삼 시가 기독교 계열의 다 른 시인들의 작품에 비해 매우 독특하고 난해하기 때문으로 사료된다.그러나 죄의 식과 관련하여 기독교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 논의는 간혹 찾을 수 있었다.이 중에서 대표적인 논의로 김문영6),한이각7),최종원8)등의 연구가 있다9).

신현락, 「김종삼의 시에 나타난 물의 이미지 고찰」, 『청람어문학』, 청람어문교육학회, 1992.

오채운, 「김종삼 시의 聾啞이미지 연구」, 『한국언어문화』, 한국언어문화학회, 2002.

이숭원, 「김종삼 시의 내면구조」, 『근대시의 내면구조』, 새문사, 1998.

진경희, 「김종삼 시 연구 -물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동아대 대학원 석사논문, 1992.

한명희, 「김종삼 시의 공간-집 ․ 학교 ․ 병원에 대하여」, 『한국시학연구』, 한국시학회, 2002.

허금주, 「김종삼 시 연구」, 한양대 대학원 박사논문, 2001.

5) 김정란, 「김종삼 시 연구 -소리 이미지와 환상성을 중심으로」, 한양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6.

노미진, 『김종삼 시의 음악적 상상력 연구』,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사논문, 2002.

유애숙, 「김종삼 시 연구 -시와 음악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중앙대 예술대학원, 2004.

이숭원, 「김종삼 시의 환상과 현실」, 『한국현대시인론』, 개문사, 1993.

조남익, 「장미와 음악의 시적 변용」, 『현대시학』2월호, 1987.

6) 김문영, 「김종삼 시 연구」, 경북대 대학원 석사논문, 1990.

7) 한이각, 「김종삼 시 연구」, 서울대 대학원 박사논문, 1996.

8) 최종환, 「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 죄의식의 심리학적 연구 -윤동주, 김종삼, 마종기의 시를 중심으 로」, 경희대 대학원 박사논문, 2003.

9) 이 외에도 학술지 소논문으로 권명옥의 논문(권명옥, 「김종삼의 단시 3편에 관한 연구<1> -<걷자>와

<성하>, <라산스카>」, 한국언어문화학회, 한국언어문화, 2004, 237쪽)에서 김종삼 시에 나타난 기독교 적인 요소로 케리그마(kerigma)적인 표현과 긍휼(pity)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권명옥을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도 김종삼의 시가 기독교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권명옥이 그러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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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문영은 ‘비극적 세계인식’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시인의 의식세계에서는 불화의 모습으로,자신에 대해서는 죄의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였다.그리고 이 러한 운명적 죄의식을 원초적인 것,즉 원죄로 인식된다고 보았다.

한이각은 죄의식이 표출된 작품으로 「라산스카」를 예거하며,원죄적 인간으로 서 자기 부정을 통해 김종삼이 추구한 것은 “영원성의 세계이자 신의 세계”라고 설 명하였다.또한 인간을 구원하려는 과정에서 신과의 마찰이 생기고,여기에서 죄의 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최종환은 김종삼 시의 죄의식을 전기․후기로 나누어 전기 시에는 ‘수인의식’,후 기 시에는 ‘수욕의식’을 핵심적 기제로 꼽았다.그리고 ‘수인의식’을 천상적 존재였 던 자신이 죄 때문에 추방당한 신천옹이라는 신화적 믿음이 개입된 에고이즘적 환 상의식으로 정의하고,여기에서 피학과 자학의 감정이 발생한다고 보았다.또한 이

‘수인의식’은 후기로 갈수록 죄의식 극복의 문제로 이어지면서 ‘수욕의식’으로 바꾸 어지는데,그 과정에서 염세적이었던 내면은 긍정적이고 신앙적인 내면으로 전환된 다고 설명하였다.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김종삼의 시를 이해하는 핵심으로서 기독교 죄의식에 주목하고 있다.이것은 시인이 세계를 인식하는데 가장 근본이 되는 의식이라는 데 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작품 분석이 지나차게 시인의 기독교 사상이나 의식 적인 측면을 밝히려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어,심층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문학 본연 으로서의 미적 징후를 간과하고 있다.문학이란 작가의 내면의식의 표현적 결과물 이며,특히 시는 그 표현에 있어 의식을 설명하거나 서술하기 보다는 다양한 기법 과 이미지를 통해 의식 그 자체를 반영하고 형상화한다는 점에서,의식과 표현은 분리되어 말해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고 앞에서 지적한 문 제점들이 단지 거기에 표현의 층위를 곁들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아 니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인을 종교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작품 안에서 찾고,이를 토대로 시인에게 있어 종교의 의미가 무엇이며,이 이, 다른 주제의 논의 과정에서 단편적으로 언급한 것이거나 하나의 하위범주로 파악하여 소항목에서 다룬 예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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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그리고 시인의 이러한 시적 태도 를 주시하면서,그가 자신의 의식을 어떠한 기법을 통하여 무엇으로 형상화하고 있 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야 한다.이처럼 의식과 표현이 서로를 지탱해주는 버 팀목의 구조를 이루어야만,이를 기반으로 그 위에 허물어지지 않는 건축물로서의 문학연구가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 점에 주목하며,김종삼 시의 종교성을 검토하고 그것이 어떻게 미 학적 형상화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3

3 3. . .연 연 연구 구 구방 방 방법 법 법

시를 종교문학의 범주 안에서 분석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표면적으로 등장 하는 작가의 신앙적 어필이나 소재들을 모두 종교적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다.이러 한 것들은 심도 있는 작품 분석을 방해하고 단지 그 표면을 더듬는데 그치게 할 위험이 있다.이러한 세목들은 그보다 높은 형상적 성취와 이념적 내재화를 이룬 소재를 분석하는 데 있어 그 중심으로 나아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때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10)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시인의 전 작품을 하 나의 구조물로 이해하고,그 골자를 이루는 이미지들의 표상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그것을 거점으로 삼아 이미지들의 변증법적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러한 작 업을 거쳐야만 한 시인의 작품은 낱낱의 분해된 파편이 아니라 하나의 총체적 질 서를 형성하고 있는 구조물로 대할 수 있게 된다.이에 본 논문에서는 먼저 김종삼 의 시를 공간적으로 현실세계와 종교적인 세계로 나누고,이 두 공간의 특성을 잘 대변해주는 ‘불’과 ‘물’의 이미지에 주목하였다.그의 시에서 현실세계는 죄와 관련 하여 전쟁과 죽음으로 점철된 현실의 경험과 기억이 지배하고 있었으며,종교적인 10) 유성호, 「韓國現代詩에 나타난 宗敎的 想像力의 의미」, 『문학과 종교』, 한국문학과 종교학회,

1997, 7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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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죄로부터 구원될 수 있다는 성스러운 믿음의 내면인식이 근본 바탕을 이루 고 있었다.지금까지 ‘물’을 성스러운 무엇 혹은 고통과 대립되는 행복의 세계11)로 분석한 경우는 있어왔지만,‘물’을 ‘불’과 결부시켜 김종삼 시의 종교성의 본질을 설 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이에 본 논문에서는 ‘불’과 ‘물’이미지가 표상하는 세계의 의미가 무엇이며,그 안에서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분석함으로써,김종삼 시의 종교 성을 총체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

종교성의 해명을 통해 작품 안에 숨겨진 종교적 자의식을 밝혀낸 다음에는 ‘불’

과 ‘물’을 구성하는 이미지들의 변모양상을 통해,시인의 의식의 변화를 다룰 것이 다.이미 연구목적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김종삼은 내면의 종교의식을 단지 수용 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미학적 자의식과의 갈등을 통해 미학적 자기 구원의 방 식을 추구하였다.이것은 곧 두 의식이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도,서로를 대 신할 만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그 미 학적 대체물로서 음악에 주목하고,그것의 어떠한 특성이 두 의식을 상호보완해줄 수 있는지를 규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고찰을 바탕으로 음악이 작품의 형상화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그것 의 종교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차례대로 분석할 것이다.전체적인 논의의 방향은 음 악과 언어의 의미 비교를 통한 시의 음악화로 하되,논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서 ‘음악의 역할’,‘음악적 언어’그리고 ‘음악을 통한 구원’으로 나누고 살펴볼 것이 다.본 논문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김종삼 시의 종교성과 미학주의와의 관계를 종 합적으로 규명함과 동시에,그동안 종교성에 가려져있던 그의 예술성을 표면위로 끌어올릴 것이다.

11) 이승훈은 구체적인 이미지 분석을 통해, ‘돌’과 ‘물’이라는 두 개의 이미지를 각각 고통과 죽음의 세계 와 성스러운 행복의 세계를 표상하는 것으로 보았다.(이승훈, 앞의 논문.) 이승훈의 이러한 분석은, 종교 적인 색채가 아주 빠져있는 것은 아니나, 종교성의 본질을 다룬 분석이라기보다는 이상세계 추구의 성 격이 강하고, 특히 ‘물’을 ‘돌’과 결부시킨 논의에서 그 타당성을 잃고 있다. 본문에서 상세하게 밝혀지 겠지만, 김종삼 시에서 ‘돌’이미지는 표면적인 시각성과 건축물의 구조상의 특징에 따라, ‘불’과 ‘물’ 모 두와 관계되어 있다.

(16)

Ⅱ. . .기 기 기독 독 독교 교 교적 적 적 인 인 인식 식 식과 과 과 상 상 상상 상 상력 력 력의 의 의 구 구 구조 조 조

“문학 이미지는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12)는 바슐라르의 말처럼,한 시인 의 상상구조의 정밀한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는,시 속에 포진된 주요 이미지를 거점으로 삼아 진행될 수밖에 없다.그동안 많은 논자들이 김종삼 시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지적했던 것 역시,그의 시의 이미지들이 어떠한 체계를 형성하면서 그 세 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일관된 지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까지 는 그가 기독교적 환경에서 성장했고 그 역시 기독교인이었다는 전기적 사실을 전 제로 그 움직임을 종교적이라고 규정지었을 뿐,기법상의 난해함으로 인해 그 이미 지들이 표상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그 의미는 또 어떻게 변화되 는지에 대한 작품을 통한 구체적인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여기에 대한 구 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만 그의 종교성은 물론,그 종교성이 그의 미학주의의 형 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찾아낼 수 있다.따라서 이 장에서는 그의 시의 이 미지들을 종교적 상상력의 틀 안에 재배치하여 이미지의 망을 구축함으로써 작품 안에 숨겨진 그의 시의 종교성을 해명할 것이다.또한 이미지들의 변모양상과 그에 따른 의미변화를 추적함으로써 그의 종교적 자의식이 어떻게 미학적 자의식과 연 결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12) 곽광수, 『가스통 바슐라르』, 민음사, 1995, 27쪽.

(17)

1

1 1. . .현 현 현실 실 실 표 표 표상 상 상으 으 으로 로 로서 서 서의 의 의 ‘ ‘ ‘ 불 불 불’ ’ ’ 이 이 이미 미 미지 지 지

(((111)))원원원죄죄죄의의의식식식과과과 비비비극극극적적적 세세세계계계관관관

대다수의 평자들은 그의 시에서 비극적 세계관의 요인으로 자아와 세계가 근본 적으로 불화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지적한다.이것은 김종삼의 시를 이해하는데 가 장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시 안에서 그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그 이유는 김종삼의 시가,그 세계가 왜 비극적인지 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그 불화의 관계에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은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라고 할 수 있겠다.김종삼은 자신의 데뷔작 「園丁」에서 자아와 세계와의 근본적인 불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苹果 나무 소독이 있어

모기 새끼가 드물다는 몇 날 후인 어느 날이 되었다.

며칠 만에 한 번만이라도 어진 말솜씨였던 그인데

오늘은 몇 번째나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된다는 길을 기어이 가리켜 주고야 마는 것이다.

아직 이쪽에는 열리지 않는 果樹밭 사이인

수무나무 가시 울타리

(18)

길줄기를 벗어 나

그이가 말한 대로 얼만가를 더 갔다.

구름 덩어리 얕은 언저리 植物이 풍기어 오는 유리 溫室이 있는 언덕 쪽을 향하여 갔다.

안쪽과 周圍라면 아무런 기척이 없고 무변하였다.

안쪽 흙 바닥에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의 언저리와 뿌롱드 빛갈의 果實들이 평탄하게 가득 차 있었다.

몇 개째를 집어 보아도 놓였던 자리가 썩어 있지 않으면 벌레가 먹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것도 집기만 하면 썩어 갔다.

거기를 지킨다는 사람이 들어와 내가 하려던 말을 빼앗듯이 말했다.

당신 아닌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園丁」전문13)

기독교 창세기에 나오는 실낙원 설화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 이 시는 그 배경에 서부터 매우 흡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시의 배경이 되고 있는 과수밭과 온실 은 에덴동산의 흔적을 갖고 있고,평과나무와 ‘뿌롱드 빛갈’의 과실은 선악과의 의 미와 닮아있다.그리고 사과를 집는 행위 역시 선악과를 따는 행위와 유사하다.그

13) 『김종삼 전집』, 41쪽.

(19)

리고 그 과수밭은 “길줄기를 벗어”난 “구름 덩어리 얕은 언저리”에 있으며 “유리 溫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데서 지상의 공간이 아닌,비현실적인 천상의 공 간임을 짐작하게 한다.또한 “뿌롱드 빛갈의 과실”에서 “뿌롱드”란 영어 ‘blond’의 일본식 발음으로 황금빛을 의미한다.14)황금은 좋은 의미로 풍요와 결실을 뜻하기 도 하지만,그것은 또한 ‘절대적인 부나 권력’을 의미하기도 한다.즉 이와 같은 황 금빛을 원죄서사에 빗대어 보면,“뿌롱드 빛갈”이란 뱀이 하와에게 했던 달콤한 ‘유 혹의 속삭임’이며,그것을 집는 행위는 ‘하느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교만이 작용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이처럼 「園丁」과 원죄서사와의 중첩되 는 이미지와 그 의미 비교를 통해서도 이 시가 원죄의 서사를 토대로 쓰였음을 쉽 게 짐작할 수 있다.

남진우 역시 「園丁」을 창세기에 나오는 실낙원 설화의 변형으로 보고 김종삼 과 세계와의 근본적인 불화를 ‘원죄’에서 찾고자 했는데, 남진우가 「園丁」을 원 죄의 의미로 해석한 데에는 시인과 세계와의 근본적인 불화의 원인을 어떤 행위가 초래한 것이 아니라,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남진우의 이 러한 분석은 많은 기존의 논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불러 일으켰던 “당신 아 닌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는 구절에 대해

온실을 지킨다는 사람의 “당신 아닌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은 화자가 그 과실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며 이러한 접촉 금지 명령은 선악과에 손대지 말라는 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설화의 패러디이다.거기를 지킨다는 사람의 단언은 그가 금지된 과일에 손을 댔기 때문에 그곳에 시간이 들어왔다고,다시 말해 과일의 부패가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셈이다.그가 과일에 손을 대는 순간 이 세계에 ‘죽음’이 들어온 것이다.15)

라는 예리한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그러나 이 시의 무대가 되고 있는 과수밭과 온 실,평과나무와 뿌롱드 빛갈의 과실을 에덴동산과 선악과와의 ‘유사성’과 연관시켜,

14) 남진우, 앞의 책, 177쪽.

15) 남진우, 앞의 책, 177~178쪽.

(20)

단지 실낙원 설화의 변형이나 패러디로 읽어내려는 시도는 위의 같은 구절에 대해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이라는 얕은 해석을 낳기도 한다.

「園丁」은 남진우의 분석과 같이 원죄의 서사에 초점을 두어 분석하는 것이 이 시를 이해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만은 자명하다.하지만 「園丁」은 단순 히 원죄의식을 작품 속에 형상화하거나,실낙원의 모습을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시 인이 창조해낸 또 하나의 공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이렇게 분석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가 왜 세계를 비극적으로 인식하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기 위해 이 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기어이”라는 시어이다.「園丁」에서 “어진 말솜씨”의 그는 화자에게 “나 에게 없어서는/안 된다는 길을 기어이 가르쳐주고야”만다.이 시의 제목에서 유추 해볼 때 “어진 말솜씨”의 그는 이 시의 주 배경이 되는 과수밭을 지키는 원정이다.

즉 그는 천상의 과수밭을 주관하는 절대적인 권위자인 신(神)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화자에게 과수밭으로 가는 길을 “기어이”가르쳐주고야 만다.「園丁」

을 원죄서사와 연관 지어 해석하려는 기존 연구에서는 “기어이”를 신의 강압적인 면모로 해석하고 있지만,이 작품이 시인이 창조해낸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 의미 는 달라진다.그렇게 볼 때,그 공간으로 가는 길 역시 작품 속 화자를 내세워 시 인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르쳐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즉 “기어이”의 의미는 자연 스럽게 시인 자신이 아무리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기독교와의 관계를 부정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숙명적 태도로 드러나게 된다.

둘째,말을 빼앗기는 경험이다.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먼저 화자가 발견한 과 실의 상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화자가 그 길을 따라가 과실을 집었을 때,화자 는 “뿌롱드 빛갈”은 사라지고,집은 것마다 또는 집기만 하면 썩어 있거나 썩어가 고 있는 과실을 발견하게 된다.이것은 화자가 과실을 집기 전에 이미 과실이 부패 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도 집기만 하면 썩어갔다.”는 것은 화자 역시 이미 죄에 감염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이것은 화자가 부여받 은 유죄성이 자신의 행위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이미 선험적으로 주어졌다는 것을

(21)

말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시의 화자,즉 시인이 하려던 말이었다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이 구절을 시인의 말로 바 꾸어 보도록 유도한다.그러한 요청에 따라 이 구절을 화자의 말로 바꾸어보면,

“당신”은 남이 아니라 화자 자신을 지칭하는 “내”로 바뀌게 되어,“내가 아닌 사람 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가 된다.이것은 화자가 스스로의 유죄성을 인정하 는 것으로,자신이 처한 부조리한 입장까지를 겸허하게 수긍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김현은 일찍이 이 구절에 대해 “다른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라는 ‘원 정’의 단정적인 발언은 그의 세계와의 불화를 객관적으로 판정한다.”16)라고 언급하 면서,이 구절이 그의 비극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그러나 이 구절은 위의 분석처럼 시인이 자신의 부조리한 상황까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 는 태도로 보아야 더 정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의 변모양상이다.이것은 위에서 살펴본 그의 태도가 어떻게 비극 적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잘 보여준다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간혹 “거기를 지킨다 는 사람”과 시 초반부에 등장했던 “어진 말솜씨의 그”를 분리해서 해석하는 연구들 을 접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둘은 서로 동일 인물로 보아야 한다.창세기 실낙원 설화에서 신은 인간을 아무런 부족함 없는 인격체로 창조하고 모든 걸 누릴 수 있 는 권력과 기회를 주지만 선악과를 따 먹은 이후,어진 신의 목소리가 ‘금기율’17)이 라는 강압적이고 엄한 목소리로 바뀌게 되는데,이것과 같은 맥락으로,“거기를 지 킨다는 사람”은 화자가 과실을 집는 행위 이후 “어진 말솜씨의 그”에서 다소 강압 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형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변모는 「내가 죽던 날」에서도 발견된다.

16) 김현, 「김종삼을 찾아서」, 『김종삼 전집』, 청하, 1988, 238쪽.

17) 기독교는 엄격한 ‘금기율’의 종교이다. “~을 ~하지 말라”라고 제시되는 금기율은 그 표현에서도 그대 로 드러나듯이, 악에 속하는 행위를 언급하고 이를 금하도록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 는 선과 그 실천이라는 의미가 감춰져 있지만, 금해야 할 것보다 행해야 할 것, 악보다는 선을 중점적으 로 제시하고 있는 타 종교에 비해 엄격하게 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 로 십계명이다. 십계명은 기독교가 정한 대표적인 계율로, 열 개의 계명은 하나 같이 지시적이고 명령적 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금기율은 신의 믿음에 대한 배반이라는 원죄서사가 만들어 낸 기독교만 의 독특한 색채가 반영된 규율이라고 하겠다.

(22)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주먹만하다 집채만하다 쌓이었다가 녹는다

교황청 문 닫히는 소리가 육중 하였다 냉엄하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다비드像 아랫도리를 만져보다가 관리인에게 붙잡혀 얻어터지고 있었다

―「내가 죽던 날」전문18)

이 시의 배경인 교황청은 기독교의 신(神)인 그리스도를 섬기는 곳 중에서도 가 장 성스러운 곳이라는 점에서 낙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런 의미에서 다비드상의 아랫도리를 만지는 행위는 곧 선악과를 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볼 때, 이 시에서 화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관리인은 「園丁」의 “어진 목소리”와도 같은 낙원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이 변모의 형태를 자세히 들 여다보면 ‘하느님’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예수’로 나타났듯이,‘신’에서 ‘사람’으로의 탈바꿈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이러한 변화를 공간적인 개념으로 바꾸어보 면,이는 곧 세계 역시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바뀌어 짐을 뜻하는 것으로, 성스러움을 잃어버린 낙원이 지상의 공간으로 전락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 겠다.

「園丁」을 이상 세 가지에 주목하여 살펴봤을 때,김종삼은 자신에게 주어진 원 죄를 부정하기보다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며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 주었다.그리고 이러한 그의 태도는 동시에 왜 자신이 세계와 근본적인 불화의 관 계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그에게 세계는 왜 비극적인지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김종삼이 세계와 원초적으로 불화의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 18) 『김종삼 전집』, 204쪽.

(23)

로 그의 내면에는 ‘원죄’라는 기독교 죄의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園丁」이 데뷔작이라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첫 작품에서부터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는 그의 기독교 인식은 앞으로 그가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그 세계 속에서 그의 삶은 어떠할지를 짐작케 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를 기반으로 김종삼 시에 나타난 현실적 비극의 표상은 무엇인지를 살펴 보겠다.

(((222)))전전전쟁쟁쟁과과과 아아아우우우슈슈슈비비비츠츠츠

앞선 「園丁」의 자세한 분석을 통해,김종삼에게 있어 지상의 세계는 곧 실낙원 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다면 그 실낙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사적 현실적 체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종삼을 논하는 자리에서 그의 삶은 흔히 가난과 병고,아우의 죽음 그리고 전 쟁으로 규정된다.이들 모두가 그의 내면을 어둡게 채색한 현실적 요인들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그의 비극적 세계관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아마도 6․25전쟁이 남 긴 참화의 상처와 기억일 것이다.

6․25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의 깊이는 분단이라는 참혹한 현 모습이 말해주듯,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아물지 않은 흉터가 되어 아직까지도 우리 앞에 놓여있다.이 전쟁이 시인의 영혼에도 지워지지 않을 화상의 흉터를 남겼음은 너무 도 자명한 일이다.

마지막 담너머서 총맞은 족제비가 빠르다.

“집과 마당이 띠엄띠엄,다듬이 소리가 나던 洞口”

하늘은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대낮을 펴고 있었다.

군데군데 잿더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24)

못 볼 것을 본 어린것의 손목을 잡고 섰던 할머니의 황혼마저 학살되었던 僻地이다.

그곳은 아직까지 빈사의 독수리가 그칠 사이 없이 선회하고 있었다.

원한이 뼈무더기로 쌓인 고혼의 이름들과 神의 이름을 빌려 號哭하는 것은 ‘洞天江’邊의 갈대뿐인가.

―「어둠 속에서 온 소리」전문19)

헬리콥터가 지나자 밭 이랑이랑 들꽃들일랑

하늬바람을 일으킨다 상쾌하다

이곳도 전쟁이 스치어 갔으리라.

―「序詩」전문20)

위의 두 작품은 전쟁에 짓밟힌 시인의 마음과 그 상처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어느 “僻地”의 폐허 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총맞은 족제비”,“학 살”,“원한”,“號哭”등의 날카로운 단어들이 그 상처의 처참함과 당시의 공포스러 웠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그러나 시기적으로 더 뒤에 쓰인 「서시」에서는 「어 둠 속에서 온 소리」의 상처들이 어느 정도는 아문 모습이다.하지만 “들꽃”밭에서 이는 상쾌한 “하늬바람”을 보고도 전쟁의 무늬를 기억해내는 것은 이 전쟁이 시인 에게 얼마나 쓰라린 기억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이처럼 그의 눈앞에서 펼 쳐진 비극의 참상들은 시인의 비극적 세계관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아픈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에서 전쟁의 체험은 잘 드러나 19) 『김종삼 전집』, 80쪽.

20) 『김종삼 전집』, 188쪽.

(25)

지 않는다.설령 드러난다 하더라도 6․25전쟁이 갖은 특수한 모습이나 개인적인 슬픔을 반영하지 않는다.오히려 그는 이 전쟁을 시대적인 비극이 아닌,그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거나 무한히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통해 근본적으로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세계를 스케치한다.

1947년 봄 深夜

黃海道 海州 의 바다

以南과 以北의 境界線 용당浦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트린 한 嬰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水深을 모른다.

―「民間人」전문21)

“以南과 以北의 境界線”을 넘어오던 그 배에 탔던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嬰 兒”를 바다에 던져야만 했다.이 상황을 알리 없는 영아가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 다.그러나 그것은 울음을 터트린 영아의 잘못이 아니며,그렇다고 영아를 물에 빠 트린 사람들의 잘못이라고도 할 수 없다.만약 그 상황 속에서 “嬰兒”를 죽이지 않 았다면 살인자와 희생자의 위치는 뒤바뀌었을 것이며,오히려 더 많은 희생자를 만 들었을 것이므로,영아의 죽음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는 없었으며,그런 의미에 서 영아 역시 자신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상황으로 몰고 간 살인의 공모자라고도 할 수 있다.이처럼 이 시는 생각을 반복하면 할수록 살인자와 희생자의 위치 역시 계속해서 뒤바뀌도록 상황설정이 되어 있다.모두가 죄인이지만 누구에게도 비난의 손가락을 겨눌 수 없는,죄인은 있으나 죄값을 치러야 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 속에서는 모두가 희생자이자 죄인이 되는 것이다.즉,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21) 『김종삼 전집』, 162쪽.

(26)

「民間人」은 사실적인 정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슬픈 인간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종삼의 비극적 세계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그는 소리 없이 인간 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세계의 폭력성을 “아우슈뷔츠”라는 상징적 공간 안에 옮겨 담는다.

미풍이 일고 있었다

덜커덕거리며 선회하고 있었다

噴水의 石材 둘레를 間隔들의 두 발 묶인 검은 標本들이

옷을 벗은 여자들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 여자의 눈은 擴大되어 가고 있었다

입과 팔이 없는 검은 標本들이 기인 둘레를 덜커덕거리며 선회하고 있었다 半世紀가 지난 아우슈비치 收容所의 한 부분을 차지한

―「地帶」전문22)

어린 校門이 보이고 있었다 한 기슭엔 雜草가.

죽음을 털고 일어나면 어린 校門이 가까웠다.

한 기슭엔 如前 雜草가, 아침 메뉴를 들고

校門에서 뛰어나온 學童이 22) 『김종삼 전집』, 93쪽.

(27)

學父兄을 반기는 그림처럼

복실 강아지가 그 뒤에서 조그맣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우슈뷔츠 收容所 鐵條網

기슭엔

雜草가 무성해 가고 있었다

―「아우슈뷔츠․Ⅰ」전문23)

官廳 지붕엔 비들기때떼가 한창이다 날아다니다간 앉곤 한다 門이 열리어져 있는 敎會堂의 形式은 푸른 뜰과 넓이를 가졌다.

整然한 鋪道론 다정하게

생긴 늙은 우체부가 지나간다 부드러운 낡은 벽돌의 골목길에선 아희들이

고분고분하게 놀고 있고.

이 무리들은 제네바로 간다 한다 어린것과 먹을 거 한조각 쥔 채

―「아우슈뷔츠․Ⅱ」전문24)

밤하늘 湖水가엔 한 家族이 앉아 있었다

평화스럽게 보이었다

家族 하나하나가 뒤로 자빠지고 있었다 크고 작은 人形같은 屍體들이다 횟가루가 묻어 있었다

언니가 동생 이름을 부르고 있다 23) 『김종삼 전집』, 126쪽.

24) 『김종삼 전집』, 127쪽.

(28)

모기 소리만하게

아우슈뷔츠 라게르.

―「아우슈뷔츠 라게르」전문25)

“아우슈뷔츠”로 옮겨진 세계는 거대한 수용소로 변모한다.아우슈비츠는 2차 세 계대전 당시 250만~400만의 유대인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전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곳으로 알려진 강제집단수용소이자 집단학살수용소인 아우슈비츠 수용소 를 일컫는 말로,이 같은 상징적인 비유는 그가 이 세계를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극 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地帶」에서는 평화로운 공원이 살육당한 “입과 팔이 없는 검은 標本들이”있는 죽음의 공간으로,「아우슈뷔츠․Ⅰ」에서는 평화로워 보이는 학교의 잡초가 갑자 기 “아우슈뷔츠”수용소 철조망의 잡초로 바뀌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도 함께 공포 뒤바뀌게 된다.또 「아우슈뷔츠․Ⅱ」에서는 “아희들이”평화롭게 놀고 있지만,제 목이 말해주듯 그곳이 “아우슈뷔츠”라는 사실로 인해 그 아이들은 가엾은 존재로 변하고,「아우슈뷔츠 라게르」에선 밤나들이 나온 평화스러워 보이는 가족들이 횟 가루가 묻은 시체로 변하는 처참한 광경이 연출된다.하지만 이것은 “아우슈뷔츠”

의 참상이자 곧 6․25전쟁의 참상이기도 한 것이다.26)6․25전쟁과 세계적인 비극 의 상징인 “아우슈뷔츠”와의 절묘한 연결은 시인이 이 전쟁을 단순히 자신이 체험 한 일회적 사건이나 시대적 재난,자신에게만 일어난 개인적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 땅에서 거듭 그 모습을 달리해가며 되풀이되어지는 비극의 하나로 인식하 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27)즉 시인이 6․25라는 캔버스 안에 그려내고자 한 것

25) 『김종삼 전집』, 179쪽.

26) 제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의 모습은 시인이 직접 체험하거나 목격한 것이 아니라, 가장 비극적인 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아우슈비츠로 변모하기 전의 모습은 6․25전쟁 이전에 시인이 직접 목격한 평화로운 장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7) 로마서 5장 12절에 따르면, 신의 세계 즉 낙원으로부터 분리된 지상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죄를 욕망하 는 ‘영적 사망’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사망의 상태’라고 부른다. 이 사망의 상태 는 인간으로 하여금 온갖 죄를 범하도록 추진하는데, 세상의 모든 비극적인 실존 역시 기독교에서는 이

(29)

은 전쟁이라는 단순히 끔찍한 역사적 경험이 아니라,모든 인간이 죄인이 될 수밖 에 없는 근본적으로 비극적인 세계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2

2 2. . .‘ ‘ ‘ 물 물 물’ ’ ’ 이 이 이미 미 미지 지 지의 의 의 기 기 기독 독 독교 교 교적 적 적 의 의 의미 미 미

(((111)))성성성수수수(((聖聖聖水水水)))로로로서서서의의의 ‘‘‘물물물’’’

앞 절에서 ‘불’의 이미지 분석을 통해,그의 시에서 불이 세계의 거칠고 폭력적인 모습을 표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또한 이 세계의 비극적 표상들이 그가 겪었던 6․25전쟁체험과 연결되면서 더욱 심화․구체화되고,아우슈비츠라는 상징 적 공간에 옮겨 담김으로써 한 개인의 특수한 기억을 넘어,전 인류와 세계로 확장 되고 있다는 사실도 더불어 살펴보았다.이처럼 불이 현실세계의 폭력성과 비극상 을 반영한 것이라면,‘물’은 그 폭력성을 잠재우는 부드러운 이미지라고 할 수 있 다.그러나 그의 시에서 모든 물이 이러한 부드럽고 긍정적인 물로 그려지지는 않 는다.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트린 한 嬰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水深을 모른다.

―「民間人」부분28)

앞서 ‘불’의 이미지를 분석할 때도 인용한 바 있는 「民間人」에서는,‘물’은 그 사망의 상태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고 있다.

28) 『김종삼 전집』, 162쪽.

(30)

누구도 수심을 모르는 깊고 어두운 죽음의 물로 그려진다.그러나 이 시에서 시인 이 물을 지칭하는 말로 “水深”을 선택한 것은,더욱이 한자를 사용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은,그가 진정으로 ‘물’을 그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 ‘깊이’를 강조하고자 한 의도로 읽혀진다.그런 의미에서 “水深”을,“용당포라는 구체적인 지명의 수심 (水深)인 동시에 그런 불행과 죄악을 묻어두고서 진행되어 온 전후 한국 역사의 수 심”29)으로 보고 있는 남진우의 해석은 타당성을 획득한다.

「民間人」에서의 ‘물’은 다음의 시편들로 이어지면서,오히려 극한 갈증을 유발 한다.

머나먼 廣野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물 桶」부분30)

돌부리가 많은 廣野를 지나

―「生日」부분31)

돌막 몇 개 뚜렷한 어느 平野로 열리고

―「西部의 여인」부분32)

아무도 가본 일 없는 바다이고

사막이다

―「掌篇․3」부분33)

29) 남진우, 앞의 책, 194쪽.

30) 『김종삼 전집』, 96쪽.

31) 『김종삼 전집』, 102쪽.

32) 『김종삼 전집』, 167쪽.

(31)

다시 끝없는 荒野가 되었을 때

―「鬪病記」부분34)

실제로 김종삼은 여러 시편들에서 지상의 세계를 광막한 “사막”이고 메마른 “황 야”라고 지칭하면서,하나 같이 메마르고 돌부리만 가득한 공간으로 그려내고 있 다.이러한 세계의 특징은 그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나듯이,폭력적이라는 것 외에

‘물의 부재’라는 또 다른 비극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즉 「民間人」의 죽음으로 오염된 그 물은 지상에 있지만 마실 수는 없는,“사막”의 오아시스가 아 니라 신기루와 같이 인간으로 하여금 극한 갈증을 일으키는 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시에서 진정으로 그리고자 했던 물은 어떤 의미인가.이러한 물의 특징은 다음 시에서 두 가지로 압축되어 있다.

잔잔한 聖河의 흐름은 비나 눈 내리는 밤이면 더 환하다

―「聖河」전문35)

먼저 “聖河”는 시인이 ‘星河’와 동음자로서 창안한 造語이다.36)이것을 전제로 시 를 해석해보면,“성하”는 하늘 저편을 가로지르는 빛의 흐름이며,은하수(銀河水)를 칭하는 ‘星河’를 더 성스럽게 만들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적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

33) 『김종삼 전집』, 171쪽.

34) 『김종삼 전집』, 212쪽.

35) 『김종삼 전집』, 170쪽.

36) 권명옥은 자신의 논문(권명옥, 김종삼의 단시 3편에 관한 연구<1> -<걷자>와 <성하>, <라산스카>」, 한국언어문화학회, 한국언어문화, 2004, 249쪽.)에서 “聖河”의 의미를 동음자인 ‘星河’ 안에서 찾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聖河”는 먼저 ‘銀河’를 연상하게 하는데, ‘銀河’는 ‘온 하늘을 두른, 띠 모양의 엷은 빛의 星雲’의 뜻으로,, 이것을 다시 江으로 비유하여 ‘은하수’라고도 한다.(이희승, 국어대사전, 민중서림, 1982, 2847쪽.) 즉 “聖河”가 ‘銀河’와 연관관계일 때, “聖河”는 본래 ‘星河’였을 개연성이 그만큼 높아 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32)

다.이렇게 봤을 때,그에게 “성하”란 밝고 성스러운 물을 의미하는 것이다.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성하”가 하늘 저편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어떤 것이라 고 했을 때,이 물은 공간적으로 인간의 세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즉 ‘천상의 물’일 것이다.

그런데 「聖河」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聖河의 흐름”이 “비나 눈 내리 는 밤이면/더 환하다”는 사실이다.이 압축절인 구절은 물의 역할에 대한 시인의 생각이 농축된 표현이다.이 시에서 “비나 눈”은 실질적인 자연현상이라고 보기 어 렵다.실제로 비나 눈은 구름을 동반하기 때문에,비나 눈이 내리는 날 밤에 성하 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혹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그 흐름이 “더 환하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비나 눈”은 세계의 난폭 함을 대신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봤을 때,이 구절은 메 마른 지상에서의 갈증을 해소해 줄 聖水와도 같은 ‘은총의 물’인 것이다.

(((222)))구구구원원원의의의 음음음료료료로로로서서서의의의 ‘‘‘술술술’’’

지상의 세계 속에서 시인은 길의 상실과 물의 부재라는 곤경에 처해있다.그리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고 한다.

길이 있다는

물이 있다는 그 곳을 향하여

죄가 많다는 이 불구의 영혼을 이끌고 가보자 그치지 않는 전신의 고통이 하늘에 닿았다

―「刑」부분37) 그러나 이 비극적 세계관은 곧바로 비관주의로 치환되지 않는다.오히려 이러한 37) 『김종삼 전집』, 200쪽.

(33)

역동적인 비극적 세계관을 견지하고 “불구의 영혼을 이끌고”라도 “물이 있다는”희 망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로 표출된다.바로 이러한 의지적 표현에서 그의 시의 종교성은 한층 강화된다.다음 시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걷기라는 이행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대한

공해 속을 걷자 술 없는

황야를 다시 걷자

― 「걷자」전문38)

그런데 여기에서는 “공해”와 “술”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표 현을 앞서 인용한 「刑」에 나오는 “길이 있다는/물이 있다는 그곳을 향하여/罪가 많다는 이 불구의 영혼을 이끌고 가보자”라는 구절과 연결지어보면,“방대한 공해 속”은 이정표조차 보이지 않는 길,즉 방향성의 상실을 의미하며 “술 없”음은 물의 부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다시 말해 돌무더기나 사막,소금바 다와 같은 소재들이 그가 내면의 시각으로 보았던 것이라면,“공해”와 “술”은 그것 의 현실적 대체물인 것이다.그렇다면 이것은 다분히 의도된 표현으로,시인이 내 면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특히 여기에서는 물이 ‘술’이라는 물질로 대체되고 있는데,그가 물을 왜 “술”로 대체하였는지,이 의 도를 파악하는 것은 ‘물’의 현실적 의미와 ‘술’이 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를 밝혀내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8) 『김종삼 전집』, 158쪽.

(34)

살아갈 앞날을 탓하면서 한잔 해야겠다

―「休暇」부분39)

구멍가게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도둑질했다

―「極刑」부분40)

내 형은 현역 육군 중령이었으며 육이오가 발발하던 다음날 헤어진 뒤로는 소식이 끊어졌다.

반동 가족들은 모조리 참살한다는 소문을 들으면서 수원에서 조치원,그곳에서 다시 남쪽을 향 하여 노숙을 하며 걸었다.

나의 양친이 피란을 못 떠나고 서울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환난의 날에 나를 부르라,내가 너를 건지리니”라는 그리스도의 말도 무색하였다.

나는 그 뒤부터 못 먹던 술을 먹게 되었다.41)

전기적으로 김종삼은 음주벽에 시달리다 지병이던 간경화증이 악화돼 유명을 달 리한 시인이었다.위의 두 시는 이러한 그의 알콜리즘(alclholism)에 대한 경사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42)그렇다면 그는 왜 이토록 술에 집착하고 의지했는가.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위의 산문에서 찾을 수 있다.「피란길」이라는 제목 의 이 산문에는 그가 술을 마시게 된 동기가 적혀 있다.그는 피란길에 가족과 헤 어져 그들의 생사조차 모르는 막막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그런데 이 글을 해석하 고자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자칫 그의 슬픔에 동요되어 그가 술을 마시게 된 동 기를 가족을 잃은 슬픔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이러한 해석은 김종삼이 단순히 환 각과 도취라는 알코올의 특성에 기대어 현실을 도피하려고 했다는 오해를 불러일

39) 『김종삼 전집』, 120쪽.

40) 『김종삼 전집』, 268쪽.

41) 『김종삼 전집』, 305~306쪽.

42) 이외에도 「스와니강」, 「시인학교」, 「실기」등 상당수의 시편에서 ‘술’에 대한 언급은 이어지고 있 다.

(35)

으킬 위험이 있다.43)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 다음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말도 무색 하였다.”라는 구절에 주목하여야 한다.그는 참담한 상황과 슬픔 속에서도 술보다

“환난의 날에 나를 부르라,내가 너를 건지리니”라는 그리스도의 말을 먼저 떠올린 다.이것은 그의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강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그는 이 현실의 참담함 속에서 신의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그러 나 수차례 부르고 또 부르지만 더욱 악화되고 참혹해지는 현실 앞에서 그리스도는 그에게 더 이상 어떠한 희망도 되어주지 못한 채 그의 믿음마저 무색하게 변색시 키고 만다.그 후 그는 못 먹던 술을 마시게 됐다고 고백한다.다시 말해 그는 종 교적인 신념마저 사라져버린 그 빈 자리를 술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그런 의미 에서 그에게 술은 종교를 대신할 만한 그 무엇이며,환각과 도취라는 알코올의 특 성은 단순한 현실도피가 아니라 현실로부터 그를 벗어나게 해 줄 구원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즉 그에게 술은 종교적 의미를 갖는 구원의 음료라고 하겠다.

43) 실제로 권정순은 자신의 논문(「김종삼 시의 심미주의적 특성」,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1985, 9쪽)에서 그가 술을 마시게 된 동기를 ‘동생의 죽음’이라고 하고 있으며, 이위조 역시 자신의 논 문(「김종삼 시의 죽음에 관한 연구」, 『청람어문학』, 청람어문학회, 1997, 256쪽.)에서 권정순의 말 을 그대로 인용하며 “그가 술을 마시는 것은 일종의 현실 도피였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참조

관련 문서

15) 세광음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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