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건축 잡상 (17) 까치발과 헌치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건축 잡상 (17) 까치발과 헌치"

Copied!
5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건축의 발전은 수평부재와 수직부재가 어떻게 만나는지 에 대한 관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고대부터 건축은 기둥 혹은 벽 등의 수직부재 사이에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보나 슬라브 등의 수평부재를 가로지름으로써 실내 공간을 구축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그렇기에 실내 공간이 커지고 수평부재가 확장될 수록, 하중을 오롯히 땅으로 전달하면서 건물을 지지하는 수직부재와의 접합 방식 또한 중요해졌다.

동일한 하중과 사이즈를 지닌 수평부재라도 수직부재와 접하는 접점과 면적이 커질 수록 하중이 분산되기 용이하며 결과적으로 수직부재 사이의 경간 또한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크기의 보나 슬라브를 받치더라도 기둥의 단면 적이 클수록 지지가 용이할 것이다.1)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기둥 상부 구간에서 수평부재와 접점이 늘어날수록 보다 많 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대의 스톤헨지 나 초기 이집트 신전의 돌기둥 두께를 보면 수평부재를 받치 는 기둥의 중앙부와 상단부의 단면적이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도리아 양식, 이오니 아 양식, 코린트 양식으로 갈수록 기둥 중앙부보다는 상단 부, 즉, 기둥의 머리 부분2)의 단면적이 커지면서 수평부재를 보다 많이 받칠 수 있도록 변화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받칠 수 있도록 기둥 상부에서 튀어나온 캔틸레버 부재가 발달하기 도 하였는데 이를 까치발 혹은 코벨 구조라고 부르기도 한

1) 종이를 둘둘 말아 책상위에 수직으로 세우고 그 위에 책을 올려놓 을 때, 종이 기둥의 지름이 클수록 여러 권의 책을 받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 이를 주두(柱頭, Capital)라고 한다.

다.3) 이러한 코벨 구조는 수직부재의 중심선보다 상부의 하 중이 실린 수평부재가 외부로 돌출됨으로써, 건물의 상단부 가 하단부보다 커지기에 용이하였다. 만약 이러한 코벨 구조

3) 까치발 구조를 브라켓(Bracket)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수직부 재 바깥 부분에 주로 노출되면서 장식적인 역할과 함께 상부를 받 치는 턱으로서의 형상이 강조된 방식을 코벨(Corbel)이라고 부른 다. 까치발(Bracket) 구조는 기둥 상부와 수평부재의 접합부를 보 다 넓게 튼튼히 하고, 경간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등 장하였다.

그림 1. 스톤헨지(출처 : https://ko.wikipedia.org)

그림 2. 서양 건축에서 기둥 양식의 발전사(출처 : https://www.

worldhistory.org)

(2)

가 상부로 올라갈수록 여러 번 반복된다면, 수직부재들로 이 루어진 공간을 넓게 덮거나 외부로 더 많이 뻗어 갈 수 있다.

아치 구조가 본격적으로 발명되기 이전에는 이처럼 연속된 외팔보 형식의 코벨 구조를 통해 아치와 유사한 형태를 만들 기도 하였다. 스스로 안정적인 구조로서 지탱되는 일반 아치 와 달리 코벨 구조의 아치는 형태만 아치와 유사할뿐, 힘의 전달이 아치 구조 만큼 안정적이지 않기에 형상이 가파르며 경간 또한 좁다.4)

4) 본격적인 아치구조에서는 좌우에서 원형으로 쌓기 위해 내측이 좁 고 외측이 넓은 홍예석(Voussoir)들과 최종적으로 이를 꼭대기에 서 틀어막는 이맛돌(Keystone)이 핵심적으로 요구된다. 이렇게 일 체화되어 단단하게 맞물려야 상부의 하중을 아치 형태를 통해 양 측면의 수직부재에 안정적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

압축력에 강하지만 인장력에 약한 석재에 비해 목재는 압축력과 인장력에 모두 효과적인 부재이다. 중세 건축물의 지붕에서는 코벨 구조와 아치 형태를 복합적으로 결합시킨 목조 구법을 통해 건물의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도 하였다.5)

5) 햄머빔 지붕(Hammerbeam Roof)이라고 한다. 햄머빔 지붕의 핵 심은 지붕 경사면의 하부 양단을 삼각형 형태로 묶기 위해 직선재 대신, 아치 형태의 까치발을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연결하는 것이 다. 이로 인해 단일 목재 부재로서 가로지를 수 없는, 넓은 경간이 가능해졌고 상부 공간도 높아질 수 있었다. 트러스 구조의 변형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림 3. 페르시아 시대 기둥 상부에 소 형상으로 조각된 까치발 구조 (출처 : https://en.wikipedia.org)

그림 5. 코벨 아치의 사례(출처 : https://en.wikipedia.org)

그림 6. 일반 아치 구조 개념도(출처 : https://www.britannica.

com) 그림 4. 건물 처마를 받치는 코벨 구조 사례(출처 : https://en.wikipedia.

org)

(3)

목조를 토대로 한, 동아시아의 전통 건축에서도 이와 유사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수직부재인 기둥과 수평부재인 보와 도 리가 만나는 부위에 까치발 부재인 첨차와 살미6)가 발달하 면서 연속적인 켄틸레버 구조가 형성되었다. 우리가 흔히 공 포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붕과 처마가 벽이나 기둥보다 돌출되고 발달함으로서, 서양 건축과 다른 동아시 아 특유의 건축 형태가 구현될 수 있었다.

지금도 현대 건축에 있어서 까치발 구조의 활용도는 높

6) 첨차(檐遮)는 지붕의 하중을 전달하는 도리의 방향을 따라 형성된 목조 코벨 부재이며, 살미(山彌)는 도리를 받쳐주는 보의 방향으로 설치하는 까치발 구조이다. 이를 포함하여 지붕과 기둥을 이어주 는 부재들의 종합적인 구성을 공포(栱包)라고 한다.

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는 수직부재(기둥)와 수평부재(보)를 각각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놓고 현장으로 운반해서 조립하 는 방식이다.7) 이 때에도 보를 받쳐주기 위해 기둥에서 턱으 로 튀어나온 코벨 부재는 요긴하게 쓰인다. 보가 없이 슬라브 와 기둥이 직접적으로 맞닿는 무량판 구조에서도 펀칭 현상 을 막기 위해서는 기둥 상부에 슬라브와 연결되는 넓은 주두 형태나 기둥 보다 큰 판을 덧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8)

수평부재와 수직부재의 접합에 있어 까치발과 유사한 형 태이나, 개념이 다른 방식으로 헌치 구조가 있다. 헌치는 부 재의 단부를 사선 방향으로 단면적을 넓혀 보강하는 방법이 다. 까치발 구조가 수직 하중을 효과적으로 받치기 위해 접 점과 면적을 넓히는 방식으로 단순히 얹어서 연결하는 것이 라면, 헌치는 돌아가려는 힘9)에 의해 접점이 꺾이거나 균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을 덧대고 일체화하여 저항하는 방 법이다.10) 지붕 경사재와 수직부재 사이에 판재를 덧붙이거

7) 일반적으로 PC(Precast Concrete) 구조라고 한다.

8) 삼풍 백화점 참사 시 붕괴 10시간전 옥상 사진에서 이러한 펀칭 현 상을 발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둥이 더 이상 수평부재를 지지 하지 못함에 따라, 옥상 슬라브가 붕괴되면서 연쇄적인 붕괴를 일 으킨 사고였다. 무량판과 기둥의 접합 방식 불량 또한 붕괴 원인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9) 벤딩 모멘트(Bending Moment)라고 한다.

10) 헌치(Haunch)는 사전적 의미로서, 4족 보행 동물의 궁둥이로부터 대퇴부로 이어지는 뒷다리살을 뜻하기도 한다. 수평부재(등)를 받 치는 수직부재(뒷다리)를 대각선으로 넓게 이어주는 구간이다.

그림 7. 아치 형태의 까치발 구조로 이루어진 햄머빔 지붕 사례(출 처 : https://en.wikipedia.org)

그림 8. 14세기에 지어진 영국 웨스터민스터홀의 햄머빔 지붕 구조 (출처 : https://www.building.co.uk)

그림 9. 기둥보다 돌출된 전통 건축 지붕 모습(출처 : http://contents.

history.go.kr)

(4)

그림 13. 경사지붕과 기둥이 만나는 구간의 헌치 사례(출처 : https://www.semanticscholar.org)

나 기초 하부의 수직 구간과 수평 구간을 대각선으로 이어주 는 것도 이러한 헌치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이렇듯 수평부재와 수직부재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유심 히 살펴보면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건축이 발 전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수평 부재가 사라진 채, 주두가 극단적으로 커진 수직부재들끼리 만 연결하여 구조물들을 완성하기도 한다.11) 앞으로도 다양 한 방식의 접합이 개발되어 보다 풍성한 공간들이 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11) 얼마전 뉴욕 허드슨 강가에서 리틀아일랜드(Little Island)가 개 장하였다.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 1970~ )은 기존 부두에 남아있던 기둥 잔해들로부터 영감을 얻 어, 버섯모양 기둥들의 집합체로서 바닥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다 양한 구릉을 조성하는 개념으로 인공섬을 디자인하였다. 개별 유 닛들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 서 조립하여 연결되었다.

그림 11. 무량판 슬래브을 지지하는 기둥 상부를 넓히고 별도의 판 을 덧대어 하중 전달 면적을 넓힌 사례(출처 : https://

theconstructor.org)

그림 10.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에서 기둥의 돌출된 코벨 구조에 보

를 연결하는 법(출처 : https://forums.autodesk.com) 그림 12. 4족 보행 동물에서 헌치 용어 개념(출처 : https://

farmwilder.co.uk)

그림 14. 건물 기초에서 수직부재와 수평부재 사이를 이어주는 사선 방향의 헌치 사례(출처 : https://www.finehomebuilding.

com)

(5)

그림 15. 뉴욕에 준공된 리틀아일랜드 전경(출처 : https://www.

archdaily.com)

그림 16. 주두가 큰 버섯모양의 기둥부재들로 구성된 리틀아일랜드 조성 개념(출처 : http://www.heatherwick.com)

그림 17. 리틀아일랜드 준공 모습(출처 : https://www.archdaily.

com)

그림 18. 기둥과 확대된 주두로만 구성된 개별 유닛 제작 개념(출처 : https://www.jstor.org)

참조

관련 문서

본 연구에서는 열적 안정성과 실란의 반응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이미드기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 관능기와 카르복실산기를 도입하여 새 로운 형태의 실란커플링제의

실내공기의 대류를 억제하고 수직 및 수평온도 분포가 균등하게 함 구들에서의 열전달이 전도, 복사 및 대류의 복합적인 작용. 방안에는 불 또는 연기가 없어 실내공기가

™ 여러 금융상품간의 거래를 통해 무위험 수익 또는 위험이 적은 수익을 얻는 투자자 유사한 페이 를 지만 가격이 다 자산에 매수와 매 거래를 통해 수익 창출. ™ 유사한 페이오프를

 젂극 어셈블리는 컵모양과 유사한 형태를 하며 가열된 젂극

•무차원 변수를 사용하면 펌프의 성능을 유사한 유형의 펌프와 비교할 수 있으며, 펌프 모델을 만들 때 펌프의 성능 특성을 시험하거나 시제품의 특성을 예측하기

소구 요소 선행 체험 향유 유형 텍스트 유형 선호 향유 기간 향유 정도 Literacy 수준 사회문화적 context?. 스토리텔링의 제도화

●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이나 구조가 갖는 독특한 성질과 현상을 이용한 반도성 또는 절연성 소재를 활용하여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전자소자 설계 및 제작

: 인간은 지각하는 것 가운데 구조를 보려는 경향, 특히 전체적인 모양이나 형태를 찾으려는 성향이 일반적 전체적인 모양이나 형태를 찾으려는 성향이 일반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