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상대관계
‘상대관계’란 선행화행과 후행화행의 관계가 서로 같은 비중으로 맞서는 것을 일컫는다.
‘상대관계’는 ‘나열관계, 대조관계, 선택관계’로 나눌 수 있다.
1) 나열관계
나열관계는 선행화행과 후행화행이 순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상대화에서 나열을 시키 는 표지들을 살펴보면, ‘그리고, 또한, 둘째’ 등이 있다.
(9) ㄱ.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이상으로 총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남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ㄴ. 그는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자신의 결점을 알고 있으며, 자신이 행한 과실과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ㄷ. 첫째, 주동문과 달리 사동문에서는 사동주가 주어 명사구로서 새롭게 도입된다.
둘째, 주동문의 주어 명사구는 사동문에서 목적어 명사구나 부사어 명사구로 대 응된다.
(9)는 나열관계의 예이다. (9ㄱ)은 선행화행과 후행화행이 ‘그리고’를 통해, (9ㄴ)은 ‘또한’
을 통해 나열됨을 나타내고 있다. (9ㄷ)처럼 ‘첫째’, ‘둘째’가 사용되었을 때도 같은 비중의 화행들이 나열됨을 나타낸다.
선행화행의 내용에 대해서 후행화행의 내용이 첨가되는 첨가관계를 띠는 경우도 나열관계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첨가를 나타내는 표지를 살펴보면, ‘게다가, 심지어, 더군다나, 하 물며’ 등이 있다.
(10) ㄱ. 자동차는 독한 매연을 정신없이 뿜어 댄다. 게다가 자동차 사고는 끊임없이 수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낸다.
ㄴ. 자동차 바퀴가 크고 균형이 맞는다고 해도 엔진이 작거나 제동 장치인 브레이 크가 나쁘면 자동차는 잘 굴러갈 수 없다. 더욱이 연료 탱크나 점화 장치가 잘 못되면 자동차에 불이 나기도 한다.
(10)은 첨가관계의 예이다. (10ㄱ)은 선행화행에서 제시한 자동차의 폐해에 더해서 후행화 행에서 자동차의 폐해를 첨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첨가관계를 ‘게다가’로서 나타내 었다. (10ㄴ)은 선행화행에서 자동차의 단점을 말하고, 후행화행에서 단점을 첨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첨가관계를 ‘더욱이’로서 나타내었다.
2) 대조관계
대조관계는 선행화행과 반대의 내용을 가진 화행이 뒤에 나오는 것이다. 상대관계로 화행 이 대조관계임을 나타내는 표지는 ‘그러나’, ‘반대로’ 등이 있다.
(11) ㄱ.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인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대의 교육 개혁은 장기적이기보다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한 꺼번에 너무 많은 과제를 선정함으로써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ㄴ. 내가 남에게 웃어 주면 상대방도 미소로 답한다. 반대로 내가 상대방을 비난하 면 상대방도 나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11)은 대조관계의 예이다. (11ㄱ)은 미래 지향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선행화행에 비해서 현실적으로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였다는 후행화행이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대조를 ‘그러나’를 통해 나타내었다. (11ㄴ)은 남에게 웃으면 미소를 돌려받지 만, 남을 비난하면 비난을 돌려받는다는 대조적인 의미를 보인다. 이렇듯 대조의 의미를 ‘반 대로’를 통해 나타내었다.
3) 선택관계
선택관계는 선행화행의 내용과 후행화행의 내용 중에서 하나가 선택되어야 하는 경우이다.
‘아니면, 혹은’ 등은 선택관계를 나타내는 표지이다.
(12) ㄱ. 한글 학습지 할까요? 아니면 엄마표 한글공부 할까요?
ㄴ. 그는 배추를 트럭으로 싣고 왔다. 혹은 손수레로 싣고 오기도 했다.
(12)는 선택관계의 예이다. (12ㄱ)은 ‘아니면’을 통해 선행화행에서 ‘한글 학습지’나 후행화 행에서 ‘엄마표 한글공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선택의 뜻을 보인다. (12ㄴ)은 ‘혹은’
을 통해서 선행화행과 후행화행의 사건 중에서 하나의 화행에 나오는 사건만이 가능하고 동 시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선택의 의미를 나타낸다.
2.3. 화행의 중요도에 따른 분류
하나의 순서는 여러 개의 화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화행들은 중요도에 따라서 주화행 과 보조화행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순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즉 주제에 관해 말하는 화행 이 주화행이고, 주화행을 내용상 보조하는 화행이 보조화행이다.
2.3.1. 주화행
하나의 순서에서 의사소통 목적을 대표하는 화행이다.
(14) 갑: 요즘 어떻게 지내니?
을: ㄱ. 머리가 아파.
ㄴ. 복잡한 일이 많거든.
ㄷ. 직장은 직장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문제가 많아.
ㄹ. 그렇다고 뭐 아주 나쁜 것은 아니야.
(14ㄱ)은 주화행이고, (14ㄴ~ㄹ)은 부가적 기능을 수행하는 보조화행이다.
주화행은 하나의 순서에서 여러 개로 나타날 수 있다.
(15) 갑: 아, 덥다. 그런데 철수 왔니?
을: 아니. 근데 철수는 왜 찾아?
(15)는 하나의 순서에서 여러 개의 주화행이 나타나고 있는 예이다.
2.3.2. 보조화행
보조화행이란, 하나의 순서에서 주화행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게 돕는 화행을 가리킨다. 보 조화행은 부가적 기능, 예비적 기능을 갖는다.
1) 부가적 기능
부가적 기능이란, 제한적, 한정적 기능이라고도 하며, 주화행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제 공함으로써 주화행에 대한 정당성을 제고하거나 주화행의 내용이 쉽게 이해되도록 하는 기 능이다. ‘구체화, 요약, 까닭, 결과, 조건, 양보, 동시, 순차, 목적, 첨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16) ㄱ. 내일 호남 지방에 비가 올 거야. 특히 전라북도에 올 거야.
ㄴ. 내일 호남 지방에 비가 올 거야. 왜냐하면 일기예보에서 그렇게 말했거든.
ㄷ. 내일 호남 지방에 비가 올 거야. 그러니까 여행 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자.
ㄹ. 내일 호남 지방에 비가 올 거야. 만약 제주도에 있는 태풍이 호남 지방으로 북상하면.
ㅁ. 내일 호남 지방에 비가 올 거야. 비록 약한 비이기는 해도.
ㅂ. 내일 호남 지방에 비가 올 거야. 강한 바람도 동반하면서.
ㅅ. 내일 호남 지방에 비가 올 거야. 그 후에 갤 거야.
(16ㄱ)은 구체화의 예이고, (16ㄴ)은 까닭의 예이고, (16ㄷ)은 결과의 예이고, (16ㄹ)은 조
건의 예이고, (16ㅁ)은 양보의 예이고, (16ㅂ)은 동시의 예이고, (16ㅅ)은 순차의 예이다.
2) 예비적 기능
예비적 기능이란, 주화행을 수행하기 전이나 후에 주화행에 대해 말해 주는 기능이다.
① 관계 설정
관계 설정이란, 주화행을 실행하기 전에 사회적, 인간적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17) ㄱ. 실례합니다.
ㄴ.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② 예비공표
예비공표란, 의사소통 목적 달성을 위해서 청자가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8) ㄱ. 부탁이 하나 있는데 ㄴ.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③ 강조의 기능
강조의 기능이란, 앞에서 수행한 화행의 내용을 되풀이함으로써 그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기능이다. ‘메타의사소통’이 여기에 속한다.
(19)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부분입니다.
2.4. 순서 구성에 따른 순서의 분류 2.4.1. 단일화행순서
단일화행순서란, 단 하나의 화행이 순서를 구성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20) 갑: 철수 왔니?
을: 아니.
(20갑)과 (20을)은 모두 화행이 하나인 단일화행순서이다.
2.4.2. 합성화행순서
합성화행순서란, 두 개의 주화행이 합성되어 하나의 순서를 구성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21) 갑: 아, 덥다. 그런데 철수 왔니?
을: 아니. 철수는 왜 찾아?
(21갑)과 (21을)은 모두 주화행과 주화행으로 이루어진 합성화행순서이다.
2.4.3. 파생화행순서
파생화행순서란, 주화행과 보조화행으로 이루어져서 하나의 순서를 구성하는 경우를 가리 킨다.
(22) 갑: 철수 왔니? 철수가 오늘 내 돈을 갚기로 해서.
을: 아니. 철수 아직 안 왔어.
(22갑)과 (22을)은 모두 주화행과 보조화행으로 이루어진 파생화행순서이다.
3. 교환
교환(exchange)은 주도자와 조력자에 의한 상호작용의 기본 단위이다. 하나의 교환은 서 로 다른 참여자들이 발화한, 두 개의 순서로 구성된다.
(1) 갑: 필요 없는 거는 저한테 주세요.
을: 응.
(1)은 갑의 요구와 을의 응대로서 하나의 교환을 이루고 있다.
3.1. 전이적정지점
전이적정지점(Transition Relevance Points, TRP)이란, 교환 내에서 순서 교대가 일어날 수 있는 적정한 시점을 말한다. 전이 적정 지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예측할 수 있다.
3.1.1. 대응쌍
대응쌍에서는 전이적정지점을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요구를 하면 당연히 응대를 하기 마련이라서, 요구화행이 나타나는 시점이 바로 전이적정지점이다.
(2) ㄱ. 갑: 철수가 없네. 철수 어디에 갔니?
을: 학교에 갔어요.
ㄴ. 갑: 식사 시간이 다 되었네. 같이 밥 먹자.
을: 네.
(2ㄱ)은 ‘설명 질문-응대’의 대응쌍이다. 설명 질문 화행이 끝나는 부분이 전이적정지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2ㄴ)은 ‘청유-수락’의 대응쌍이다. 청유 화행이 끝나는 부분이 전이 적정지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3.1.2. 차례 신호
현재 화자가 자신의 발화가 끝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을 ‘차례 신호’라고 한다. 차례 신호 도 전이 적정 지점을 다소 명확하게 찾을 수 있게끔 한다. 차례 신호에는 ‘말하기 속도 변 화’, ‘특정 양식의 대화’, ‘담화에서의 억양’ 등이 있다.
(3) ㄱ. 철수가 와야 할 텐데…….
ㄴ. 이상입니다.
ㄷ. 철수가 갔지↗.
(3ㄱ)은 말하기 속도 변화의 예이고, (3ㄴ)은 특정 양식의 대화의 예이고, (20ㄷ)은 담화에 서의 억양의 예이다.
3.2. 순서 교대 규칙
교환은 두 개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자의 대화가 겹쳐서 혼란을 겪지 않기 위해서 는 순서를 서로 교환할 때 어떤 규칙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교환 내에서 순서가 교대될 때 나타나는 규칙을 순서 교대 규칙이라고 한다.
(4) 규칙 1: 어떤 순서의 전이적정지점에서 적용된다.
ㄱ. 만일 현재화자가 다음화자를 현재 순서에서 선택하면, 현재화자는 말하기를 멈 추어야 하며, 다음화자는 다음으로 말을 해야 한다. 바꾸기는 다음화자 선택 후 처음 전이적정지점에서 일어난다.
ㄴ. 만일 현재화자가 다음화자를 선택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누구라도 스스로 나설 수 있는데, 이 때 최초로 나서는 화자가 다음 순서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ㄷ. 만일 현재화자가 다음화자를 선택하지 않고, 또 다른 누구도 스스로 나서지 않 으면, 현재화자는 말을 계속할 수 있다. (즉, 더 나아가는 순서 구조 단위에 대 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물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규칙 2: 뒤에 일어나는 모든 전이적정지점에서 적용된다.
현재화자에 의해 (규칙 1ㄷ)이 적용되면, 다음 전이적정지점에서 (규칙 1ㄱ∼ㄷ) 이 적용되고, 또 다음 전이적정지점에서 순환적으로 적용되는데, 이 순환적 적용은 화자가 바뀔 때까지 반복된다.
3.3. 순서 빼앗기
순서 교대 규칙을 지키면 좋지만, 때론 그것을 어기고 현재 발화자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를 ‘순서 빼앗기’라고 하는데, ‘순서 빼앗기’란 다시 말하면, 순서 교대 규칙의 체계를 위반하고 순서를 교대할 경우 상대방과 말이 중간에 겹치거나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게 됨으로써 순서의 교대가 부드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의 교대 현상을 말한다.
(5) ㄱ. 갑: 저 열두 시에 출발[1((하나요?)) 을: [1열두 시에 출발하면 될 거 같아.
ㄴ. (옷가게에서)
상인: 이 옷 예쁘죠? ((웃음)) 손님2: 파스텔 있어요?
손님1: 네. 다른 색깔도 있어요?
손님2: 파스텔 있어요? 파스텔?
상인: 없어요. 파스텔은.
(5ㄱ)은 갑의 화행 발화 중에 을이 순서를 빼앗은 경우이다. (5ㄴ)은 상인과 손님1이 대화 하는 중에 손님2가 손님1의 순서를 빼앗은 경우이다. 상인은 손님1과 대화하다가 순서를 빼 앗은 손님2에게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