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미지
창작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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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이미지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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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란?
시에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뛰어난 시는 대부분 뛰어 난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미지는 우리말로 심상(心象)으로 옮길 수 있는데 마음으로 그린 그 림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대상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상 대방의 반응까지도 나타낸 용어”이며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이미지란 사물이나 행동의 전체적인 윤곽에 대한 심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최근 들어 더욱 광범위하게 쓰이는 이미지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용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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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호, 최동호 편저, 『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작가, 2005, 172면.
무엇인가?이미지란
“
”
이미지라는 용어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 기 초반에 대두된 ‘이미지즘’운동*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 니다. 이미지즘 운동의 핵심적인 시인 중 한 사람인 파운드는 “방대한 저작을 남기는 것보다 한평생에 한번이라도 훌륭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영미의 1910년대 이미지즘 운동이 1930년대 우리나라 모더니즘 시 운동에도 영향을 미쳐, 김기림은 “시의 발전에 대세는 항상 회화성을 동경”***해 왔다고 하면서 시각적 이미지의 참신성 속에서 현대시의 주 지적 경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이창배, 「이미지즘과 그 주변」, 『20세기 영미시의 형성』(민중서관,1972), pp97~119.
**E. Pround,Literary Essay of Ezra Pound(London : Faber and Faber, 1954), p. 4.
***김기림, 「시의 회화성」, 『시론』(백양당, 1947), pp.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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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실상 이와 같은 이미지의 중요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특징적으로 이미지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새롭게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루이스가 “참신하고 대담하고 풍부한 이미지들이야말로 현대시의 장점이며 제일의 수호신이다”*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C. Day Lewis, The Poetic Image(London, 1966),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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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멀리 해남 대흥사 한 스님이 부쳐온 햇차 한 봉지 물을 달여 햇차를 끓이다 생각한다
누가 나에게 이런 간곡한 사연을 들으라는 것인가
마르고 뒤틀린 찻잎들이 차나무의 햇잎으로 막 피어나는 것이었다.
문태준 <햇차를 끓이다가-서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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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문태준의 <햇차를 끓이다가-서시> ”
이 시에서 화자는 멀리 해남에서 온 햇차 한 봉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햇차를 끓 이며 차잎이 퍼지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지요. 마른 찻잎이 퍼지면서 부드럽게 풀 리고 녹차 향기가 가만히 올라옵니다. ‘마르고 뒤틀린’ 것들이 풀리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은 시각적인 이미지와 후각적인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다가왔습니다. 녹차를 마 셔본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녹차가 우러나는 순간의 향기와 시각적 체험의 순간 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한 녹차는 단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녹차잎을 키우고 어린 잎을 따고 덖는 과정을 거쳐 오늘 이 자리에서 한모금의 차로 다가온 것입니다. 또한 멀리 서 녹차를 보내온 사람의 정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요. 녹차는 조용히 찻잔에 담겨 있지만 마치 ‘간곡한 사연’을 풀어내는 듯도 합니다. 녹차의 시각과 후각적 이미지는
이러한 시상을 이끌어 가며 독자의 감각적 경험을 되살리고 사유를 확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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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문태준의 <햇차를 끓이다가-서시> 이미지 살펴보 ”
기
이미지는 심상 또는 상(像) · 영상 등으로 번역되며, 복합적 심상으로 또는 문맥에서 의 기능적 측면에서 이미저리(imagery)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합니다. 시에 있어서 어 떤 감각 체험(sense experience)의 재현은 이미저리라고 불려집니다. 이미저리는 단 순히 마음의 그림(mental pictures)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감각의 어떤 것에 호소하게 된다.*
감각의 어떤 것에 호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렬하게 아 니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며 시적 장치일 것입니다. 이미저리가 ‘언 어에 의하여 마음속에 생산된 이미지들’이라고 할 때, 이미지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 용하여 독자의 상상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효과적 수단이 이미저리라고 말할 수 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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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 C. Brooks & R. P. Warren, Understanding Poetry (New York, 1965), p. 555.
이미저리(imag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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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이미지란 “
”
이미지의 종류
상징적 이미저리
(symbolic imagery) 비유적 이미저리
(figurative imagery) 지각적 이미저리
(mental imagery)
지각적 이미저리에서 주된 관심은 독자의 마음에 무엇이 일어났는가인 반면에 비 유적 이미저리와 상징적 이미저리에서는 그 이미저리를 담고 있는 언어 자체와 그것 의 의미에 초점이 주어집니다.
전자가 독자에게 미친 효과에 대한 것이라면, 후자는 그런 효과를 야기시킨 원인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규정들은 확연하게 분리된 것이 아니 며, 단지 이미지나 이미저리를 논의하기 위해 출발점을 마련해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고 하겠습니다.
특히 첫 번째 정의를 좁은 의미에서 이미지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두 번째는 비유 적인 언어, 세 번째는 이미저리를 지칭하는 것이라 구분해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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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이미지의 종류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
지각적 이미지라고 할 때 우리는 시각(명암 · 선명도 · 색채 · 동작 등)
청각
후각(향기 · 악취 등) 미각
촉각(열기 · 냉기 · 감촉 등)
신체조직기능(심장박동 · 혈압 · 호흡 · 소화 등의 인식) 그리고 근육운동(근육의 긴장과 이완 등)으로
세분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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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적 이미지
무엇인가?이미지란“
”
다음 시에 나타난 지각적 이미지 중에서 촉각적 이미지를 살펴봅시 다
• 이 시는 여름날 물이 가득한 논에서 놀던 유년기의 체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큰한 촉감과 여름날의 따가운 햇빛, 물에 적은 몸을 말리는 촉각적 이미지가 구체적 이고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한 몸 이 젖어있는 아이들 앉은 여름날 ‘돌다리’는 햇빛에 따스하게 데워져있는 온기의 이미 지마저 지각하도록 묘사되고 있습니다.
짝새가 발뿌리에서 닐은 논드렁에서 아이들은 개 구리 뒷다리를 구어 먹었다
게구멍을 쑤시다 물쿤*하고 배암을 잡은 늪의 피같 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그웟다
돌다리에 앉어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 들을 물총새가 되었다
- 백석, 「하답」, 전문인용, 『정본 백석시집』 , 고형진 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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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물큰
비유적 이미지의 일반적 유형들은
제유(synecdoche) · 환유(metonymy) · 직유(simile) · 은유(metaphor) · 의인화(personification) · 풍유(allegory) 등
여섯 가지로 대별되며,
이와 관련되지만 좀 다른 성질을 지닌 것으로 상징(symbol)이 있습니다.
이들 비유들은 각각 말해지고(비유물), 의미하면서(실체) 언어장치를 담게 되는데,
비유물이든 실체든 아니면 둘 모두 이미지를 내포하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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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적 이미지
무엇인가?이미지란“
”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면서 쳐다보듯이 오래 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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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안도현의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의 <바닷가 우체국> 이미지 살펴보기
이 시를 읽으면 바닷가 언덕 위에 있는 우체국의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우체국은 바닷가에 있으므로 도회지의 번화가에 있는 우체국과 달리 드 나드는 사람이 적어 한가합니다. 화자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집을 ‘쳐다보듯 이’ ‘두근거리면서’ 우체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직유를 이용한 비유적 이미지에 는 우체국을 바라보는 화자의 정서가 반영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두근거리면서 바라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화자가 묘사하는 이미지의 의미를 이해할 것입니다.
우체국 앞에 서 있는 우체통은 붉은 색입니다. 바다의 색조와 대조되는 이 붉은 색 의 우체국은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라고 묘사되었습니다.
의인화된 비유를 사용하는 이 우체통은 한가한 우체국 만큼이나 바쁜 일이 없을 겁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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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안도현의 <바닷가 우체국> 이미지 살펴보기
우체통은 편지를 보낼 때 사용되지만 편지를 보내는 일이 많지 않은 이 한적한 동 네에서는 늘 이용하는 사람이 적을 것입니다. 이 한적하고 고요한 풍경은 번잡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색다른 경험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우체국은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의 두근거림을 안고, 일상에서 벗어난 바닷가의 한적한 풍경 속에서도 우리는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고 다시 돌아가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그것은 요란하게 자신의 소식을 알리고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편 지 봉투를 혼자서 조심스레 뜯어보듯이 수줍고 설레는 것입니다. 화자가 ‘옛사랑’을 떠올리듯이 우체국을 바라보는 것은 바로 우체국에서 연상된 이미지가 반영되었습니 다.
<바닷가 우체국>은 바다의 풍경과 한적한 우체국 그리고 그 조용한 풍경 속에서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비유적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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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버크(Burke)에 의하면
“시는 시인의 감정적 밀도와 갈등에 의한
가장되고 상징화된 형식을 갖춘 드라마틱한 현시이며, 그리하여 시인의 개인적 삶에 있어서
이러한 강렬함과 갈등을 야기하는 어떤 생각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며,
독자는 그렇게 상징화된 표현에 주의를 집중한다”*
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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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이미지
무엇인가?이미지란“
”
* Alex Preminger, Princeton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Princeton Univ. Press, 1965), p. 368.
김소월 <접동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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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참아 못잊어 夜三更 남다자는 밤이 깊으면
이 山 저 山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접동
津頭江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津頭江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津頭江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김소월의 <접동새>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흰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신이나 삼어줄ㅅ걸, 슲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머리털 엮어 드릴ㅅ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가락 눈이 감겨서 제치에 취한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 <귀촉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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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서정주의 <귀촉도> ”
이미지 창작하기
• 김소월의 <접동새>와 서정주의 <귀촉도>는 공통적으로 접동새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두 시에 나타난 새의 이미지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보고 논의해 봅시다.
•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다른 이미지를 지닌 시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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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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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이미지란
“
김소월의 <접동새>와 서정주의 <귀촉도> 이미지 비교하기 ”
중요한 차이는 ‘누나’와 ‘임’의 이미지에 있습니다. 김소월의 「접동새」에서 우리는
‘누나’를 통해 시인 자신의 유아기적 원망을 담은 여성 이미지를 읽을 수 있으며,
「귀촉도」 의 ‘임’에서 우리는 이승을 떠난 임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젊은 여성의 이 미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귀촉도」 에서는 임이 이승을 떠난 다음 모든 것이 부 질없는 삶을 호소하는 열렬한 사랑의 갈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서정주의 초기시에 나타나는 강렬한 에로티시즘의 이미지가 이승에서의 사랑의 성취가 불가능해짐으 로써 “부즐없는 이머리털 엮어 드릴ㅅ걸”로 나타납니다.
좀더 세심히 살펴본다면, 김소월이 뿌린 진달래꽃이 ‘육날 메투리’로 변용되어 있 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와 같은 유사한 소재의 차용이나 새로운 이미 지의 변주는 시인의 창조적 역량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서정주는 김소 월과 또 다른 귀촉도의 이미지를 창출했으며, 김소월의 「접동새」 와는 다른 시각에 서 성공적인 시를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