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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고 놀라고 경이로워 할 수 있도록 Max van Ma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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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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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 34, No. 1, pp.129-133

<서평>

궁금하고 놀라고 경이로워 할 수 있도록

Max van Manen『‘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이 영 옥(성은학교 교사)

승용차를 구입하고 운전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운전을 할 때면 긴장하게 된 다. 특히 낯선 길을 가야 할 때면 그 긴장도가 더 높아져 불안한 마음에 지도를 확인하고 예상 경로를 따라가 보기도 한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목적지까지 가는 길과 주요 교차로 를 알아두었음에도 막상 차를 끌고 나서면 도로 위의 복잡한 상황에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목적지까지의 경로가 명확하고 단순하게 표현되는 지도 위의 길과 온갖 차들이 뒤얽혀 예상 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현실 속의 길 사이의 까마득한 간극... 이러한 상황을 마주할 때면, 특수교사를 꿈꾸던 시절에 막연히 생각하던 학교와 교사로서 마주하게 된 현실 속의 학교의 모 습이 겹쳐 떠오른다.

학생으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삶의 많은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가르치고 배우면서 보냈 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불빛 하나 없는 낯선 도로의 복잡하고 어려운 길을 더 듬더듬 헤쳐 나가는 것과 같은 막막한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너무도 다양한 교육적 요구 를 지닌 학생들과 중도·중복 장애학생의 증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도전행동과 학교를 믿지 못 하는 학부모님들, 종잡을 수 없는 교육정책과 사업을 남발하는 교육 행정 기관과 그로 인해 증 가된 각종 업무들까지...

Max van Manen의『‘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는 이렇게 길을 잃고 헤메던 순간에 만난 시원한 샘물 같은 책이었다. 특수교육 관련 전문 도서도 아니고, 현상학을 공부하다가 우연히 만난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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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이었지만 교사에 대해, 그리고 교사의 교육 행위에 대해 무심코 지나치 던 것들을 의미 있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 책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 것는 역자 서문의 다음과 같은 구절 때문이었다. ‘교사란 어 떤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이렇게도 명쾌한 답변이라니...

나는 ‘교육’ 혹은 ‘가르침’을 섬세하게 구분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막연히 학생 앞 에서 학생에게 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만난 한 아이 에게 내가 여러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이에게 훈육을 하면 나는 그 상황과 순간에 부모로 존재하며, 시시비비를 가리면 판사로, 잘못에 대한 벌을 가 하면 경찰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교사가 되려면 주어진 상황에 처해 있는 학생이 그 상황에서 진정 뭔가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어떤 상황에 처한 우리는 모두 여러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여러 모습 중 교사로 존재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교사는 어떤 상황을 교육적 상황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고, 그가 처한 상황에서 교육할 수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학생이 뭔가를 배울 수 있게 해야 하는 사람이다.

‘교사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게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이 물음에 대 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교육학적 민감성’과 ‘교육적 행위 능력’이라는 말에서 나름대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교육학적 민감성’은 전문적 지식에 배려를 더한 특별한 지식을 바탕으로 교육에 대한 감각을 습득하고, 이렇게 습득한 감각을 교육 행위가 필요한 순 간에 발휘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아는 것, 상황에 맞추는 것으로 다양한 상 황에서 아이를 만나면서, 그 아이에게 귀를 기울이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습득할 수 있다. ‘교육 적 행위 능력’은 학생과 학생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여기에 교육적으로 적절하게 개입할 줄 아는 능력으로 교사가 해야 할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 짚고 넘어가야 할 것과 그냥 넘어가 도 될 것을 알고 아이들을 세계에 교육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이다.

Max van Manen은 실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시로 제시함으로써 이에 대 한 이해를 돕고 있는데, 무심코 지나쳤던 학교에서의 수많은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학교 현장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 역시 그것을 제대로 인식 할 수 있는 감각, 즉 교육학적 민감성이 있을 때야 제대로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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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학생들을 범주화하고 학생들에 대해 추상적인 방식으로 일반화함으로써 학생 개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특히나 나의 경우에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장애 종류와 정도, 특징 등을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하고 이에 따라 학 생을 대하고 가르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 적 특징 때문에, 혹은 바쁜 업무에 밀려, 정작 학생 개개인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 진정으로 응답하고 귀 기울이는 것에 소홀해 지는 경우도 있다. Van Manen은 이 책에 서 ‘본다는 것’ 을 강조하며, 교사로서 학생을 보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진짜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안다. 주저하는 것, 분위기, 기대감을 알아차린다. 이런 면에서 교육적으로 보는 것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이다. 나는 내가 맡은 학생을 볼 때 온몸으로 본다. 나의 온몸을 통해서 학생이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을 감지한다. 그리고 학생은 교사의 시선을 경험한다. 따라서 학교 일과의 시작과 끝에서 학생을 지켜보는 것, 그것은 학생에게 선생님의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모든 학생과 매일 두 번씩 악수를 하고 미소를 보내며 적절한 인사말을 나누는 것, 이런 일은 성가시고 귀찮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에서 손으 로 악수하고 말로 인사하는 것은 학생과 개인적으로 접촉하려는 교사의 교육행위다.

(중략) 교사는 악수를 하면서 학생의 존재를 느끼고, 동시에 만남의 형태와 내용을 공유한다. 훌륭한 교사는 부끄러운 악수, 소심한 악수, 활기찬 악수, 형식적인 악수, 자 신감 있는 악수를 분간한다. 또한 훌륭한 교사는 손을 통해서 말해야 할 것, 넘어가야 할 것 알아 둬야 할 것을 감각적으로 안다.

등교 시간의 잠깐 동안의 눈 맞춤과 인사, 악수는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등교하 는 학생들을 빤히 보면서도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거나, 다른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혹은 대충 한 번 눈을 맞춰 주고는 신발과 알림장 정리를 시키는 교사들은 이것 을 결코 알아차릴 수 없다. 어떤 교사에게는 기적일 수 있는 매 순간이 또 다른 교사에게는 그 저 귀찮은 일과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관찰과 이를 통한 이해는 학생 개개인의 의미 있는 배움과 연결된다. Max van Manen은 배움에서 ‘궁금하고 놀라고 경이로워 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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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사물의 이름을 물으면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탐구한다. 아이는 사물 의 이름을 부르면서 세상과 어울려 있는 자기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아이가 “저게 뭐 야?”라고 묻는 것은 대화하자는 것이요, 생각할 시간, 경외할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중략) 배움은 궁금할 때 시작된다. 궁금해 하도록 가르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린이를 궁금하게 할 수 있는가? 스스로 궁금하게 할 수 있는가? 궁금함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놓고 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는 은총과 같은 것이다. (중략) 아이에게 좋은 답은 그 아이와 관계있는 답이다. 다시 말해 좋은 답은 질문 속에 있는 아이의 흥미를 상기시 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는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고, 스스로 답을 발견해 나가기 위한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고 있는 것일까? 어리다는 이유로, 지적 능력이 부족 하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기에게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그것들이 왜 필요한 것인지, 그 배움과 자신을 어떻게 연결해 갈 수 있 을지 스스로 궁금해 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토 마나부 교수와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배움을 ‘대화’로 본다. 수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친구와 함께 표현하고 공유하며 그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하는 것을 배움 의 본질로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을 때 그 경험에서 교육 내용의 의미 가 구성되고 교사나 친구와의 관계가 재구성되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배움’이란 단순한 지식이나 기능의 습득이 아니라 학습자가 사 물이나 사람을 매개로 활동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일이기에,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제되 지 않은 가르침은 학생의 의미 있는 배움으로 연결될 수 없다. 오히려 가르침을 가장한 폭력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이 작은 책의 가장 커다란 가치는 작은 사진을 확대해서 보듯이 무심코 지나치쳐 온 교실 속의 풍경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다. 학생과의 아침 인사, 수업 시간의 눈 맞춤, 생각 없이 내뱉은 칭찬이나 질책의 말들, 매일매일 반복되는 수업까지... 이 모든 것들이 저마다의 의 미를 가지고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교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교사는 척박한 현실과 희미한 가능성의 혼돈 속에서 길을 찾는 존재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현재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그 아이가 지닌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 몸부림치 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몸부림은 나침반의 흔들림과 닮아 있다. 어떠한 곳에서건 북쪽을 가리 키기 위해 흔들리는 나침반의 바늘처럼, 교사는 매 순간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교사로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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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고민한다. 그 흔들림이야말로 van Manen이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교육학적 민감성’과 ‘교육적 행위능력’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