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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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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19.12.10 심사기간_2020.01.01-14 게재확정일_2020.01.30

질적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 방법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Language Analysis Method for Qualitative Design Research

이유진_독립 연구자

Lee, You Jin_A Independent Researcher

차례 1. 들어가며

1.1. 연구 배경과 연구 목적 1.2. 연구 범위와 연구 방법 1.3. 선행 연구 검토

2. 후기 비트겐슈타인‘철학적 탐구’고찰 2.1. 일상의 의미는 어떻게 언어에 실리는가?

2.2. 사적 언어는 어떻게 공적 의미와 조우하는가?

2.3. 봄(seeing)의 지각 현상은 어떻게 의미 차이를 만드는가?

2.4. 행위의 구체성은 어떻게 언어에 투영되는가?

3. 일상 언어와 디자인 언어의 의미 관련성 3.1. 사용 그리고 디자인 언어의 가족 닮음 3.2. 일상 언어와 디자인 언어의 상호 연결성

3.3. 전·후기 비트겐슈타인 사유와 디자인 리서치의 관계

4. 질적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 모델

5. 나가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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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 방법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Language Analysis Method for Qualitative Design Research

이유진_독립 연구자

Lee, You Jin_A Independent Researcher

요약 연구 목적은 언어 철학 관점의 의미론으로부터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 모델을 체계화하는 것 이다. 연구 범위는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와 이를 토대로 한 문헌 자료이다. 디자인 연구에서 비트 겐슈타인의 철학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은 연구는 총 4편이었으며, 이중 언어 분석으로 디자인의 질적 조사 방 법을 체계화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 방법은 ‘철학적 탐구’의 주요 개념을 정리하고 이로부터 일상 언어의 의미 와 디자인 언어의 의미 관계를 논의한 후,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의 기초 모델을 구성하는 것 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언어는 사고를 싣는 도구이며, 일상 언어는 사용에 의해 의미가 결정된다.

2) 언어는 언어 게임과 언어의 가족 유사성으로 형성되며, 감정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심적 언어는 구체적인 행 동의 표현이나 표현의 종류로 대치된다. 3) 봄(seeing)의 행위는 문화, 관습 등의 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받으 며, 이는 삶의 형식에 관여하여 언어에 투영된다. 4) 일상 언어와 디자인 언어는 상호 관계가 있으며 디자인에 서 사용의 의미는 용언 중심의 행위 언어로부터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5) 전,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는 의 미의 논리와 의미의 실천이라는 상보적 관계에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사유를 기초로 디자인 리서치의 두 가 지 방향을 정리할 수 있다. 6)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 모델은 외적 언어와 내적 언어 및 상징 언어로 나누어 분석한다. 7) 이중 디자인 의미의 중심은 서술부 용언에 위치한다. 8) 의미 분석 중 인지와 행동 부분, 흥미와 욕구 부분을 통합하여 디자인 의미로 코딩(개념)하고 범주(항목)화한다. 9) 향후 연구 과제는 제시 한 분석 모델을 활용해 특정 디자인에 대한 사용자의 질적인 의미 중심성을 재고하고, 이를 융·복합적 디자인 조사 방법으로 심화하는 것이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systemize a linguistic analysis model for qualitative design research from the semantics of linguistic philosophy. The scope of this study is based on Wittgenstein's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and literature materials. There were four studies based on Wittgenstein's philosophy as a theoretical background in design studies, but there was no study that systematized qualitative design research methods in linguistic analysis. The research method is to organize the main concepts of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discuss the relationship of natural language’s meaning and design language’s meaning, and then construct a basic model of linguistic analysis for qualitative design research. The research results are as follows. 1) A language is a tool for carrying thoughts, and the meaning of natural language is determined by its use. 2) A language is formed by the language game and the family resemblance, and mental language that expresses emotions and sensations is replaced by expressions of specific actions or types of expressions. 3) The action of seeing is influenced by the social context, such as culture and custom, which is projected onto the language in connection with the form of life. 4) A natural language and a design language are interrelated, and the meaning of use in design can be inferred from the inflectional-centered action language.

5) The former and latter Wittgenstein’s reasons are in complementary relation between the logic of meaning and the practice of meaning. Therefore, the two directions of design research can be arranged based on these two reasons. 6) The Linguistic analysis model for qualitative design research is analyzed divide into external language, internal language, and symbolic language. 7) Among them, the center of design meaning is located in the predicate inflectional. 8) During the semantic analysis, the part of cognition and action, and the part of interest and desire are coded(concepts) and categorized(items) in the integration of design semantics. 9) The future research task is to reconsider the user’s qualitative semantic centrality for a specific design using the analysis model presented in this study and develop it to a fusion and convergence design research method.

중심어

경험

디자인 리서치 질적 조사 사용 의미 이론 일상 언어 분석

ABSTRACT Keyword

experience design research qualitative research theory of meaning as use natural language analysis

이 논문 또는 저서는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 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8S1A5B5A070723 21)

This work of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18S1A5B5A07072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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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1.1. 연구 배경과 연구 목적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는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어떤 사용성에 주목하는지 고찰하는 과정이다. 보편적으로 질적 리서치는 사용자의 의식적, 무의식적 행동 관찰 및 면담 자료를 모아 사용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추출하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사 방법을 말한 다. 이때 리서치의 핵심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디자인 대상의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며, 의미는 사용자의 언어를 분석하는 것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자기 생각을 표출 하는 기본 도구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디자인 연구에서 질적 분석 방법으로써의 언어 분석을 근원부터 고찰한 사례가 전무하다. 이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언어 철학의 의미 론적 관점에서 살핀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는 사용자의 경험을 이야기(narrative)와 행위(action) 중심으로 종합하 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브렌다 로렐은 기술이 메타 환경을 이끄는 매개체가 될수록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적 환경 제공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무대, 연기, 이야기’를 토대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간 중심 디자인의 철학을 강조하였다.1) 그가 정의한 ‘무대, 연기, 이야기’는 인간이 개념화할 수 있는 삶의 형식 (form of life)을 기반으로 한다. 삶의 형식에 대한 이해는 질적인 심층 연구로 드러나는데, 광의의 질 연구는 사람의 활동에 대한 깊은 이해이고, 이해는 일상 언어를 통해 최종적으로 표출된다. 일상 언어는 문화의 흔적과 경험의 자취가 함축되어 있기에 우리는 이 세계를 지칭 하는 것에서부터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가장 기본적인 명제 표상인 언어로써 세계와 관계를 맺고 의미를 부여해 나간다. 그러므로 디자인 연구에서 일상 언어의 이해를 배제한 질적 리서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명한(1995)은 언어 표상의 본질이 의미라고 말하면서, 명제적 표상의 조작이 사유이며, 언 어와 사고의 기본 구조는 유사한 명제 표상의 합일(合一)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했다.2) 그러나 일상 언어로부터 명제 표상의 완벽한 합일을 추구하는 것은 요원하다. 그 까닭은 일상 언어가 완벽성을 갖춘 명제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기능 보다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을 넓히는 삶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자가 경험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연구의 질적 깊이를 다지기 위해 일상 언어 분석의 관점을 탐색한 까닭도 사용자의 일상 언어 사용 과정으 로부터 디자인의 실천 의미를 도출하는 방법적 근원을 찾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 연구는 비트 겐슈타인의 후기 철학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 다.3) ‘탐구’는 일상 세계와 언어 맥락에 관한 ‘사용’과 ‘의미’의 관계를 밝힌 언어 철학자의 생각을 담고 있는데, 외견상 그의 견해를 디자인 연구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생소하지만, 기존 사용자 경험 디자인 연구에서 사용자들의 의미 분석을 위한 이론적 배경이 되는 행동주의 심리 학 기반 의미 연구의 기계적 의미 분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기존의 의미 연구는 실증적 의미 연구 전통에 뿌리를 둔 것이기에 현장에서 사용의 언어를 분석하고 행위를 분석하는 질적 연구 방법의 기초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자극 과 반응을 중심으로 한 행동주의설이나 정서적 감정을 양적으로만 측정하는 의미 분별법과 같은 행동주의 심리학 기반의 의미론은 한정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실증 분석을 요구한다.

그러나 연구자는 행동주의 심리학 기반의 의미론 중에서도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사용의 의미 이론(the theory of meaning as use)’이 있고, 이 이론이 사용의 맥락성에 대한 질적 의미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며, 현재 사용자 디자인 의미 연구의 실증적 한계를 넘는 현장 이론의 중추 라고 생각한다.4) ‘탐구’는 사용에 의해 의미가 선택되는 과정을 언어 영역과 비언어 영역의

1) 브렌다 로럴, 유민호·차경애 옮김, 「컴퓨터는 극장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p. 15 참조.

2) 조명한, 「언어심리학」, 민음사, 1995, pp. 29-30 참조.

3) 이하 ‘탐구’로 약칭한다.

4) 예를 들어, 디자인 연구에서 피험자에게 특정 대상을 보여주고 정서적 의미를 점수화하는 연구나 자극-반응의 행동주의적 연구는 조작된 실험 방법에 따라 의미를 한정하고 객관화한다. 그런데 이 의미론은 기계적 분석이므로 인간에 대한 복잡한 의미 및 개별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질적 분야의 연구 이론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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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관점에서 논의한다. 이것은 기존의 의미론이 간과한 ‘현장 중심 디자인 의미 도출’과 ‘열 린 구조의 의미’를 이해하는 기초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이번 연구에서 후 기 비트겐슈타인의 ‘탐구’를 기반으로 언어 분석 과정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이를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의 방법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탐구’는 의미의 활용 측면을 이해하기 위한 언어 철학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사용 의미’ 개념을 정립할 근거가 될 것이다.

1.2. 연구 범위와 연구 방법

연구 범위는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탐구’를 중심으로 그의 언어 철학을 다룬 문헌 자료이다.

이로부터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의 방법을 이끌고자 한다. 자세한 연구 방법 은 아래와 같다.

첫째, 서론에서는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해 언어 철학의 의미론을 살피게 된 까닭을 말하 고,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탐구’를 이론적 근거로 삼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둘째, 디자인 연구 중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를 기반으로 한 선행 연구를 검토하고자 한다. 선행 연구의 내용에서 연구의 한계를 찾고 본 연구와의 차이점을 밝힌다. 셋째, ‘탐구’의 주요 개념인 언어 게임과 언어의 가족 유사성, 사적 언어의 의미 소통 문제, 봄(seeing)과 의미 차이 등을 풀어 쓰고자 한다. 넷째, ‘탐구’의 사유를 종합하여 맥락에 따른 공공시설물 디자인의 사용 의미를 설명하고 디자인 언어와 언어 철학적 사유의 상호 관련성을 밝히고자 한다. 다섯째, 전·후기 비트겐슈타 인의 철학을 종합해 디자인 리서치의 내용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여섯째, ‘탐구’의 내용을 종합 해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에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언어, 디자인의 통합 언어 분석 모델을 제안 하고자 한다. 일곱째, 향후 연구 과제를 밝히고자 한다.

1.3. 선행 연구 검토

국내 디자인 학술 연구 중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한 선행 연구는 지난 20년간 총 네 편이었다. 그중 개인 미디어 작품을 언어 비평적 관점에서 논의한 박제성(2014) 의 연구를 제외하면, 디자인 논문에서 전·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을 근거로 한 선행 연구는 단 세 편이었다.5) 세 편의 선행 연구는 디자인 언어의 주요 연구 대상인 ‘형태’와 ‘색채’

에 대한 의미를 언어 철학적 관점에서 탐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영기(1995)는 전기 비트겐슈타인을 중심으로 디자인의 형태 언어 논리 가능성을 탐색했고 시각 언어를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원자론의 관점에 빗대어 디자인의 형태 언어 논리로 삼았다.6) 한편, 고재성(2014)은 헤겔과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논의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존재하고 이해되는 대상이 디자인 형태이고 디자인된 형태는 추리에 의해 기하학적 도형으로 표현된 언어라고 명명했다.7) 끝으로 최재석(2015)은 색채를 가리키는 언어가 지시적 단순명 제가 아닌 복합명제이기 때문에 어떤 대상의 색채 언어를 하나의 의미로 고정하는 형식 논리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본 후기 비트겐슈타인 논점을 규명한다. 특히 어떤 대상의 색채를 지시 하는 색채 언어는 기계론적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생태적 관계의 대상으로 파악했을 때에만 의미가 드러나는 현상이므로 기계론적 의미보다는 현상적 의미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 다.8) 그러나 선행 연구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논리 원자론의 형태 언어 논리는 추상적 디자인 콘셉트 개념과 구체적 디자인 표현 간의 관계를 연결할 때 설득력을 잃는다. 디자인 형태 언어는 변치 않는 고정 값을 지닌 지시적 대응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형태의 형식 논리 관점의 연구는 형태의 의미가 사회, 문화, 기술 등의 맥락 속에서 파악된다는 맥락 논리를 뒷받침할 수 없다. 이는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형식 논리가 아닌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사용 논리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색채 언어의 현상적 의미는 사회, 문화적 ‘맥락’에 대한 개념

5) 박제성, 「상암 DMC 디지털큐브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의 비평적 타이포그라피 표현 방법론 연 구: 작품 <구원>의 제작 과정을 중심으로」, 『디지털디자인학연구』, 한국디지털디자인학회, 2014, pp. 11-19 참조.

6) 김영기,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분석철학과 형태언어연구」, 『디자인학연구』, 한국디자인학회, 1995, pp. 1-11 참조.

7) 고재성, 「형태의 표현 형식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한국디자인문화학회, 2014, pp. 45-53 참조.

8) 최재석, 「비트겐슈타인의 색채언어에 관한 고찰」, 『한국색채학회논문집』, 한국색채학회, 2015, pp. 29-37 참조.

<그림 1> 연구 과정

(5)

과 ‘삶의 형식’에 대한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논점을 보충해서 설명해야 한다. 세 편의 선행 연구는 ‘탐구’가 인간의 질적 의미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를 형식 논리의 규칙에서만 살폈거나, 언어 그 자체에만 초점을 두어 고찰하였으므로 디자인 언어 의미로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의 ‘경험 의미 해석’ 원리 를 그의 후기 철학 관점에서 재검토하여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할 때 사용자들의 언어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는 모델로 체계화하고자 한다.

2. 후기 비트겐슈타인의‘철학적 탐구’고찰 2.1. 일상의 의미는 어떻게 언어에 실리는가?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는 언어가 일상에서 사용되 는 현장을 주목한다. 그는 언어가 삶의 활동 일부, 삶의 형식 일부를 실어 나르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도구로써의 언어란, 사용에 따라 의미가 선택되는 비본질적인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언어와 주변 맥락에 대한 논의를 언어 게임(language-game)과 언어의 가족 유사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23. 우리가 “기호”, “낱말”, “문장”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는 서로 다른 무수한 종류의 쓰임이 있다. 그리고 이런 쓰임의 다양성은 단 한번 정해진 채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언어와 새로운 언어 게임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생겨나고, 다른 것들은 쓸모없어져 잊혀 진다.9) 24. 여기서 ”언어 게임“이라는 낱말은 언어를 말하는 일이 어떤 활동의 일부, 또는 삶의 형식의 일부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10)

199. 오직 한 사람이 하나의 규칙을 따른 경우가 오직 한 번만 있었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보고가 이루어진 경우, 명령이 부여되거나 이해된 경우 등이 오직 한 번만 있었다는 것은 가능 하지 않다. - 규칙을 따른다. 보고를 한다. 명령을 내린다, 체스 게임을 한다는 것은 관습들(용 법들, 제도들)이다.11)

인용한 바와 같이 ‘탐구’는 의미가 규칙에 따라 주변 상황에 탄력적으로 활용되는 생생한 일상 언어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탐구’는 ‘~을 하다’는 다양한 서술부의 사례를 들어 의미가 언어에 실리는 정황을 설명하면서 특정 상황의 의미는 인간의 원초적 활동 행위와 결합한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내가 언어로 생각할 때, 내 머릿속에 언어적 표현과 나란히 ‘의미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언어 자체가 생각의 수단이다.”라고 언급했다.12) 언어는 인간의 활동과 결합하여 사용되는 현장의 쓰임으로부터 의미를 획득한다. 삶의 현장에서 의미는 결코 고정적이지 않고 움직이는 것으로서 구성원의 약속(관습과 제도를 포함한)에 따라 낡은 언어는 새 언어로 언제든 변화하면서 우리의 생활과 연동한다. 이때 언어는 기본적으로 ‘가족 닮음’의 구조로 형성된다.

66. 만약 당신이 그 게임들을 본다면, 그 모두에 공통된 어떤 것이 아니라 유사성들, 연관성들 그리고 이것들의 전체적인 연속성을 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 생각하지 말고, 보라!

(중략) 우리는 수많은 다른 게임 부류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살펴보고, 유사성들이 어떻게 나타 났다가 사라지는지 볼 수 있다. 이런 고찰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우리는 크고 작은 유사성들 이 겹치고 엇갈린 복잡한 그물망을 보게 된다.13)

67. 나는 “가족 유사성”보다 이 유사성의 특징을 더 잘 표현하는 말을 생각해 낼 수 없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는 다양한 유사성, 이를테면 체구, 용모, 눈의 색깔, 걸음걸이, 기질 등이 똑같은 방식으로 겹치고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게임들’은 하나

9)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승종 옮김, 『철학적 탐구』, 아카넷, 2019, p. 54.

10) 위의 책, p. 56.

11) 위의 책, p. 242.

12) 위의 책, p.317.

13) 위의 책, p. 109-110.

(6)

의 가족을 형성한다.14)

언어의 ‘가족 닮음’이란, 자연 언어가 공통된 특성에 닿은 유사성(언어 및 비언어 기호를 포함) 에 기초하여 의미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 생성이 원형 중 일부 닮은꼴을 취해 새 의미로 나아가는 원리를 보여준다. 엄정식(1998)은 ‘탐구’가 언어의 논리 형식이 아닌 생태 형식을 말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쓰이는 언어는 있는 그대로의 생태 형식을 정당화하는 근거라고 주장한다.15) 한편, 이재정(2006)은 ‘탐구’에서 언어는 중립적 단순 매개체가 아닌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삶의 형식(form of life)이라고 보았다.16) 그는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언어의 표면적 의미가 아닌 심층 의미를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심층 의미 탐구가 필요한 이유는 사전적 언어라 할지라도 현실 맥락에서는 숨겨진 의도와 목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탐구’는 이러한 언어의 본질을 ‘생각하지 말고 보라!’고 말한다. 현장 의 생생한 활동과 함께 언어에 실리는 정황들을 직접 보아야만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를 통해 심층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언어가 쓰이는 현장에서의 비언어적 활동과 더불어 주변 기호들을 함께 읽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2.2. 사적 언어는 어떻게 공적 의미와 조우하는가?

우리는 한 개인으로부터 흥미와 욕구에 해당하는 감정, 느낌을 어떻게 의미화 할 수 있는가?

‘탐구’는 사적인 감각의 언어를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상자 속 딱정벌레에 비유하면서 사적 언어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사적 언어가 타인에게 통용되는 방법은 특정 감정이나 느낌으로 부터 나오는 동작과 상태로부터 추측하는 것인데, 이는 매우 근원적인 행동 표현과 관계되어 있다.

244. 낱말들은 어떻게 감각들과 연관되는가? - 여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날마다 감각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또 감각들에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름 과 이름이 부여된 것 사이의 결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 질문은 다음의 질문과 같다 : 사람들은 어떻게 감각들의 이름이 지닌 의미를, 예컨대 “아픔”이라는 낱말의 의미를 배우는가?

하나의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 낱말들은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표현들과 결합되고, 그런 표현 들을 대신해 사용된다. 한 아이가 다쳐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고 처음에는 외치는 소리들을 나중에는 문장들을 가르친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아픔을 표현하는 새로운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아픔’이라는 낱말이 실제로는 울음을 의미한다는 말인가?” - 그 반대다; 아픔이라는 언어적 표현은 울음을 대체하는 것이지, 울음을 기술한 것이 아니다.17)

246. 내 감각들은 어떤 점에서 사적(私的)인가? - 오직 나만이 내가 실제로 아픈지 아닌지 알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은 그것을 오직 추측할 수만 있다.18)

인용한 바와 같이 아픔의 경험을 말하기 위해 쓰이는 언어들은 직접적인 행동으로 드러나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아픔의 행동에는 ‘울다, 울부짖다. 이마를 찡그리다. 땀을 흘리다. 창백하 다, 고개를 숙이다, 허리를 굽히다’ 등 매우 구체적인 몸동작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우리 몸이 감각의 근원이자, 의미 산출의 기본임을 말한다. 아픔이 공적 의미로 정의되는 과정은 사회적 관계를 익히는 동안 학습된 아픔의 종류와 행위를 습득하면서 얻은 체화된 것들이다. 타인은 나의 깊은 아픔을 언어로써 모두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나도 타인의 아픔을 언어로써

14) 위의 책, p. 111.

15) 엄정식, 「비트겐슈타인의 심미적 가치와 예술철학」, 한국미학회지, 1998, p. 95 참조

16) 이재정, 「'매파'와 '비둘기파'에 대한 일상언어 철학적 개념분석 :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의 관점에서」, 『대한정치학회보』, 대한 정치학회, 2006, p. 3 참조.

17) 위의 책, p. 267.

18) 위의 책, p. 268.

(7)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공적 언어 안에서의 언어 게임에 따라 익힌 행동 표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달렸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감정 표현의 기준과 종류 안에 해당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탐구’의 사적인 언어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온전히 한 개인만이 느낄 수 있는 사적 감정조차 학습된 공적 기준의 행동 표현이 아닐 경우 의미로 허락될 수 없음을 뜻한다. 우리는 타인에게 사적인 감정을 전달할 때 ‘느낀다, 깨닫다’로 기술하는데, 이 내적 감정은 일상에서 ‘직접 해봄’으로 얻은 동작과 상태의 행위 언어와 연결되어 있다. ‘직접 해봄’은 나와 타인 모두 몸이 있고 이 몸의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행위의 표현일 때 비로소 공적 의미와 조우할 수 있는 것이다.

2.3. 봄(seeing)의 지각 현상은 어떻게 의미 차이를 만드는가?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심리학자 제스트로(Joseph Jestrow)의 오리토끼 그림을 통해 ‘~로 봄 (seeing)’의 지각 현상에 따른 의미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18. 나는 한 측면을 ‘지속적으로 보는 것’과 한 측면이 ‘반짝 떠오르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그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거기서 토끼만 보았을 수도 있다.20)

125. 나는 두 그림을 본다. 그중 한 그림에서는 토끼-오리 머리가 토끼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다른 그림에서는 오리들에 둘러싸여 있다. 나는 그 토끼-오리 머리들이 똑같다는 것을 알아차 리지 못한다.21)

인용한 구절은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지각 현상에 따른 경험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국면 전환 의 용어를 빌어 ‘~로 봄(seeing)’이 주변 맥락에 영향을 받아 의미를 선택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 2>에서 우리는 눈을 중심으로 시선을 왼쪽으로 향할 때 오리를 보지만 눈을 중심으로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할 때 토끼를 본다. 우리가 오리를 볼 때 토끼는 보이지 않고 오리만 볼 수 있다. 이것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하면, 시선이 오른쪽을 향했을 때 토끼의 눈과 입이 갑자기 “반짝 떠오르는 것”을 경험한다. ‘~로 봄(seeing)’은 우리의 사고 에 관여해 특정 대상을 보는 선택적 해석 관점을 형성한다.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은 항상적 의미이고 “반짝 떠오르는 것”은 전환적 의미이다. 이중 “반짝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다른 측면 으로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새로운 경험은 우리의 몸(지각)을 통해 앎(봄)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했을 때의 인식 지점이 기존 맥락과 다른 의미를 형성하면서 떠오 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맥락에서 특정 대상을 보느냐에 따라 의미는 다르다. 일상에서의 의미는 지시 대상과 지시 사이의 명징한 관계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며, 이상적이고 균등한 관계로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22)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른 사용의 의미가 생성되기도 하고 사라 지기도 한다. 의미를 담은 언어는 인간의 마음, 문화, 경험이 함께 작용하는 사고의 축약된 보고이고, 인간의 관점마다 차이가 나는 사고의 틀을 이해하는 흔적이다. 그러므로 특정 맥락 에 놓인 일상 언어를 탐구했을 때 특정 상황에서의 의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의미는 속성의 문제가 아니라 보고자 한 사람의 목적과 의도, 관습에서 비롯된 해석의 문제인 것이다. 즉,

“대상 그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기대와 신념으로부터 의미가 결정된 다.”23) 여기에서 우리는 사물을 보며 해석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삶의 역동적 실천 활동 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뿌리를 둔 기대나 신념, 관습이 복잡하게 조직된 총합

19) 그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Joseph_Jastrow#/media/File:Duck-Rabbit_illusion.jpg 20)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승종 옮김, 『철학적 탐구』, 아카넷, p. 568.

21) 위의 책, p. 125.

22) 전기 비트겐슈타인은 사실 관계에서 오직 말 할 수 있는 의미만을 명제로 삼는다. 그러나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의미는 사용에 있 으므로 “명제는 오직 쓰임에서만 뜻을 가진다.”고 밝혔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확실성에 관하여』, 책세상, 2006, p. 20 참조)

23) 박영식 외, 『언어철학』, 1995, p. 345.

<그림 2> 모호한 오리토끼19)

(8)

그 이상이다.

디자인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게슈탈트(Gestalt)의 원리는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로 봄 (seeing)’에 대한 상(相)의 인지를 말하고 있다. 상(相)의 인지는 ‘바탕, 서로, 모양, 이끌다’

등을 함의한다. 게슈탈트의 원리는 단순히 형태의 지각 원리가 형태의 속성에 있는 것이 아니 라 그 형태를 보는 사람의 해석에 따른다는 뜻이다. 임일환은 ‘~로 봄(seeing)’의 국면 전환이 감각적 경험 자체가 변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로 봄(seeing)의 대상’, ‘대상을 보는 주체’,

‘~로 봄(seeing)에 대한 선택적 판단’ 이 세 가지가 지각 경험이며, 지각 경험은 반은 시각적 경험이면서 반은 사유이고, 반은 경험이면서 반은 주체의 의지라고 표명했다.24) 상(相)의 인 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관점이다. 이것은 언어에서 시점으로 드러난다. 하나의 대상을 본다고 해도 나의 시점인가, 타인의 시점인가에 따라 다른 경험으로 기술된다. 경험은 모호한 오리토끼 그림의 바탕처럼 작용한다. 바탕에 토끼 머리와 오리 머리 중 어떤 것에 둘러싸여 있는가에 따라 다른 경험으로 기술될 수 있다. 바탕은 하나의 관점을 형성하고 의미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호한 그림은 같은 대상이라도 삶의 형식이 다르면 의미가 다름을 설명하 고 있다. 그러므로 게슈탈트는 단순히 상(象)에 대한 원리가 아닌 상(相)에 대한 맥락 경험을 말한다.

2.4. 행위의 구체성은 어떻게 언어에 투영되는가?

‘탐구’는 언어의 의미가 하나의 외침(발화)과 더불어 행위 속에 거하며 사용된다고 말한다.25) 이에 대해 신상규(2004)는 언어를 언어 놀이의 다양성과 함축성을 무시한 추상적인 기호 체 계로만 이해할 때 우리의 넓은 문화적 지평은 무시된다고 밝혔다.26) 또한, 이진경(2002)은 언어 실천과 비언어 실천이 교차하는 영역에 의미가 있고, 이것은 특정한 규칙을 따른다고 보았다.27) 그렇다면 언어 발화 중에 구체적 실천 의미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구체적 실천 의미는 행위와 행동을 담은 언어 즉, 서술부와 결부된 언어에 있다. 하지만 모든 서술부가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거나 기술하는 언어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이 여백(의미를 서술부로 모 두 설명할 수 없는 언어적 간극)에 대해서는 행동 관찰을 통해 묘사하거나 기술하는 방법으로 사용의 의미를 대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질적인 현장의 의미를 도출하는 기초 아이디어는 행위의 실천 영역인 서술부의 용언에 위치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의미의 출발일 수 있다. 물론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심리적인 진술과 행동적 태도에 관한 진술을 분석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 다.28) 그가 일상에서 보고자 한 관점은 인과 관계만으로 의미가 구성되지는 않으며, 사회적인 규칙, 이른바 언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규칙 안에서의 행동과 상태의 의미를 보고자 했을 뿐이 다. 이에 대해, 글록은 “인간의 행위는 ‘색깔 없는’ 물리적 운동과는 다른 것이고, 정신적인 것은 허구도 아니며, ‘겉’ 뒤에 숨겨진 것도 아니므로 우리의 행동과 융합되어 있는 그것으로 표현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29) 이처럼 ‘탐구’는 인간이 본 것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며, 의미 는 사회, 문화, 관습의 맥락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므로 원인과 결과에 따른 의미만이 유효하다 는 기계적 의미론을 탈피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한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의 핵심 내용을 집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언어는 비본질적이고 삶의 형식 일부를 실어 나르는 도구.

둘째, 일상 언어는 사용으로부터 의미를 획득.

24) 임일환, 「비트겐슈타인의 지각에 대한 퍼즐」, 『한국미학회지』, 한국미학회, 2002, p, 365-386 참조.

25) ‘탐구’에서는 “석판!”을 외치는 공사장 근로자의 예를 들어 일상 언어의 맥락 사례를 든다. “석판!”을 외치는 소리는 그 뒤에 어떤 행동이 생략되어도 공사 중인 전체 맥락을 이해한다면 행동을 추측할 수 있다. 즉, 공사장의 근로자와 감독의 대화에서 특정 단어 의 외침 뒤에 오는 행위는 가져오라는 뜻인지 전달하라는 뜻인지 던지라는 뜻인지를 상황에 놓인 활동을 봄(seeing)으로써 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철학적 탐구』, 책세상, 2006, p. 31-32 참조.) 26) 신상규, 「철학적 탐구」, 『철학사상』, 서울대학교 철학사상 연구소, 2004, p. 72.

27) 이진경, 『철학과 굴뚝 청소부 : 근대철학의 경계들』, 그린비, 2002, p. 272.

28) 김민철, 「비트겐슈타인의 심리철학에 나타난 ‘생각’의 개념 : 행동, 언어, 상-보기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0, p. 42 참조.

29) 위의 책, p. 44 글록 재인용.

(9)

셋째, 일상에서의 의미는 상황에 따라 규칙(언어 게임)과 유사성(언어의 가족 유사성)에 기초.

넷째, 심적이고 사적인 경험의 언어가 공적으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행위 표현의 언어로 대치.

다섯째, 의미는 ‘보다’, ‘하다’와 같은 구체적 행위와 연관된 서술부에 위치.

3. 일상 언어와 디자인 언어의 의미 관련성 3.1. 사용 그리고 디자인 언어의 가족 닮음

‘탐구’의 사유는 낱말이나 문장의 사용 원리에만 부합하는 것일까? 그의 사유가 언어학이 아닌 언어 철학이란 점에서 ‘탐구’는 일반 언어에 한정된 사유를 말한 것이 아니다. 언어 게임과 가족 유사성을 비롯해 대상의 인지가 상대적으로 해석되는 문제는 공공 디자인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 3>은 ‘소통, 연락’이 원래의 사용 목적이었던 전화 부스 의 다양한 사용을 정리한 것이다. 해당 시설물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사용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일반 공중전화(종로) 미세먼지측정 복합사용(종로) 간이 도서관(노원) 간이 우체국(중랑)

<그림 3> 전화 부스 사례

<그림 3>은 형태의 유사성을 제외하고는 대상물의 안이나 밖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활동의 종류가 다르다. 이는 대상이 지닌 원래 의미가 다른 용도로 정의될 때 주변 맥락과 해당 지역의 상황, 사용자들의 활동과 결합하여 재구성됨을 말한다. 디자인 콘셉트는 <그림 3>의 사례처 럼 디자인 전체 의도와 목적이 추상성을 띤다고 할지라도 형태가 지닌 대상에서의 구체적 실천 행위를 고려해 설계된다. <그림 3> 좌측은 의미의 동일성에 의해 관습적이고 규칙적인 개념 의 원형으로 쓰인 것이지만, 우측으로 갈수록 외관 구조의 유사성이나, 사용 행태의 유사성으 로부터 의미를 재구성해 개념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우리의 언어와 사고에 근거한 활동으로부터 생생한 개념을 건져 올리고, 이 개념은 그 맥락에 있는 사람들의 활동으로부터 가족 닮음을 조사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그림 3>의 구체적 활동은 ‘연락하다, 감지하다, 읽다, 쓰다’에 담긴다. 디자인에서 사용 의미는 언어의 사용 의미처럼 상황 중심적인 활동 안에 서 생성된 행위 언어로 이해할 수 있다. 디자인은 특정한 생활 형식이 언어와 인간 활동 간의 구체적 표현 양식과 연결된 망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언어 게임이다. 이것은 비트겐슈타인이 논고에서 언어가 세계의 그림이라는 이론에서 벗어나 철학이 있을 자리는 인간의 활동에 있음 을 강조한 대목과 상응한다.30)

사례와 같이 디자인의 의미는 사회적 맥락이나 문화적 상황의 조건(언어 게임)에 다양한 쓰임 이 다의적으로 펼쳐지는 일상 언어의 연장이다. 그러므로 만약 디자인에서 질적인 의미들을 찾고자 한다면 해당 대상지나 대상물에 대해 사용자들에게 “특정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 사 용했는가?”, “특정 상황에서 왜 그것을 이 개념으로 대치할 수 있는가?”, 그리고 “특정 상황에 서 대치한 개념으로부터 일어나는 구체적인 인간 활동의 종류와 행위는 무엇인가?”의 핵심 질문에서 의미를 탐색해야 한다.

이밖에도 ‘~로 봄(seeing)’의 국면 전환을 각각 ‘~로 봄(seeing)의 대상’, ‘대상을 보는 주체’,

30)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지칭이나 지시적 대상의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전체 콘텍스트 안의 인간 행위와 깊이 관련되어있 을 때 진정한 철학의 자리가 주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언어에 의해서 야기된 지성의 현혹에 맞선 투쟁이 철학이라고 강조한다.

(신상규,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철학사상』, 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 2004, p. 27 참조.)

(10)

‘~로 봄(seeing)에 대한 선택적 판단’이라고 했을 때 ‘디자인 대상’, ‘사용자’, ‘사용자의 관점과 해석’으로 대치할 수 있다. 아래 <그림 4>는 기존의 항상적 봄에서 전환적 봄으로 재구성한 횡단보도 디자인이다. 좌측은 운전자 관점에서 속도를 줄이는 착시 효과를 활용하였고 우측은 보행자와 운전자를 상호 고려해 스마트 기술을 적용, 반응하는 횡단보도로 설계하였다. <그림 4>와 같이 디자인은 ‘~로 봄(seeing)’의 국면 전환 효과에 기대어 사용자의 행위를 예측 가능 한 의미로 만든다. 국면 전환은 디자인 목표와 결합되어 사용자의 행위를 유익하게 안내하고, 유용한 기술을 보태며, 좀 더 바람직한 삶을 이끄는 새로운 봄(seeing)을 실현한다. 항상적 봄에서 나타난 문제를 전환적 봄의 효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자의 경험 영역은 행위 및 반응과 연결된 지점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므로 동작과 상태의 행위를 담은 언어와 직접 관찰을 통한 행위로부터 디자인의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트릭아트 횡단보도(대구)31) 스마트 횡단보도 스탈링 크로싱(영국)32)

<그림 4> 횡단보도 사례

3.2. 일상 언어와 디자인 언어의 상호 연결성

디자인 언어는 색채나 형태, 재질 등의 디자인 형식 요소로 직조된다. 다음은 디자인에 관한 비유는 아니지만, 확장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 ‘탐구’의 내용이다.

33. 서로 다른 여러 경우를 상상해 보라! (중략) “ 이 파란색은 저기 저 파란색과 똑같은가?

뭔가 차이가 보이는가?” (중략) 우리는 이런 일, 그리고 이와 유사한 일들을 이런저런 것에 주의를 돌리는 동안에 한다. (중략) 생각과 느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체스 게임을 한다.”,

“체스 문제를 해결한다.” 등으로 부르는 상황들에 있는 것과 같다.33)

색채에 대한 생각과 느낌은 ‘~을 한다. ~을 해결한다.’와 같이 행동이 수반된 정황 안에 있을 때 결정된다. 이것은 의미가 행위와 동떨어진 이상성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맥락 안에서 인간의 활동에 근접했을 때 작동한다. 즉, “의미함을 가능케 하는 언어 안의 자리가 중요하고 그 자리는 다른 자리들과 상호 연관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34) 다른 자리들의 상호 연관이란 언어-행동의 확장된 연결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의미는 ‘~을 하다’의 행위를 담은 서술부와 연결된다. 특히 디자인에서 쓰임이 많은 색채 언어는 지시와 지시체가 상황마다 다른데, 이에 대해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색채 언어가 상황이라는 환경 조건에 따라 의미를 사용하는 데 영향 을 미치기 때문에 의미는 맥락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35) 맥락을 확장하면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상황, 언어 사용 과정 등도 의미 차이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해 현장의 사용자 인터뷰를 할 때나 관찰한 것을 기술할 때는 내용의 서술부 용언을 의미의 중심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동사(형용사,

31) 그림 출처, 대구대학교, https://www.youtube.com/watch?v=sfg7rp2k6wA 32) 그림 출처, Tech Insider, https://www.youtube.com/watch?v=tOy0wT1X_9g 3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승종 옮김, 『철학적 탐구』, 아카넷, p. 67-68.

34) 위의 책, p. 72 이승종의 주석.

35) ‘상황’ 대해 비트겐슈타인은 “나는 한 단어가 특정한 맥락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는 표현을 쓴다. 이밖에 색채 언어의 특정 맥락 의미에 관한 사례는 진중권, 『청갈색책』, 그린비, 2006, p. 238-241 참고.

(11)

부사를 포함하여)를 포함한 용언, ‘~하다’에 포진된 언어로부터 의미를 추론해 보는 것이 다.36) 디자인의 의미는 일상에서 언어가 끊임없이 여러 종류의 유사함과 겹치면서 사용에 의해 의미가 선택되는 과정으로부터 생성된다. 디자인 언어는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원자 적 지시와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사용 의미 간의 긴밀한 연결이다. 디자인에서는 형식 논리로 대표될 수 있는 추상성이 하나의 콘셉트 안에 대표되고, 이를 구성하고 있는 디자인 요소들이 맥락마다 미묘한 차이를 띠며 목적에 따라 구조화 된다. 미묘한 차이와 맥락은 일상 언어 철학 에서 말하는 삶의 형식을 떠나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일반적인 언어와 차이가 있다면, 디자인 언어에서는 쓰임과 목적이 분명한 메시지, 시적 압축에 가까운 조형 언어의 형식을 갖춘다는 점이다.

3.3. 비트겐슈타인의 사유와 디자인 리서치의 관계

지금까지 후기 비트겐슈타인 ‘탐구’를 살펴보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디자인 사례에 비추어 보 았다. ‘탐구’의 개념은 그의 전기 철학 ‘논고’의 주요 개념이었던 사실, 사태, 확정의 용어와는 다른 관점이기에 연구자는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전·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사유와 디자인 리서 치의 관계를 <표 1>에 요약하였다.

구분 분류 논리철학 논고 / 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 후기 비트겐슈타인

의미

‘봄(seeing)’의 두 가지 사실 (관계) 형태를 구성하는 사실 관계를 보다

‘봄(seeing)’의 두 가지 사용 (맥락) 형태의 사용과 방법을 상황과 함께 보다

언어

주제 언어 논리의 절대성과 원자성 언어 사용의 맥락성과 공공성

정의 사실, 판단(참, 거짓) 상황, 해석(차이를 해석함)

관점 언어는 세계의 그림 언어는 도구(생각을 싣다), 언어는 비본질적

특성 보편성, 절대성, 규칙성(문법), 추상성 특수성, 상대성, 활용성, 구체성 이론 언어 그림 이론 / 사실 의미 언어 사용 이론 / 사용 의미

중심 의미 고정적 이름씨 (무엇은 ~이다. ~이 아니

다) 능동적 움직씨 (무엇은 ~하다)

중심 문장 언어(기호)의 논리적 사실 언어(기호)의 일상적 사용

중심 개념 사실(명제), 사태(요소명제), 대상(실물) 언어 게임, 가족 유사성, 상의 인지와 해석 차이 의미 초점 지시의 의미 : 언어와 사실의 관계 및 논리 행위의 의미 : 언어와 비언어의 교류 및 실행

의미 관계 일대일 지시적 대응 관계 복잡한 그물망 관계

근거 인용 사실(명제)은 사태들(요소명제)의 존립. 사 태들(요소명제)은 대상들(실물들)의 결합

명령하기, 보고하기, 묘사하기, 기도하기, 질문 하기, 답하기, 어떤 대상을 제작하기 등

전체 성격 사실적, 논리적 생태적, 실천적

디자인 리서치

의미 디자인을 구성하는 형식 요소의 관계 디자인이 적용되는 현장 내용과 사례

콘셉트 영역 콘셉트의 사실과 지시의 영역 콘셉트의 실행과 적용의 영역

조사 유형 수치화나 계량화가 가능한 사실 조사 해석 차이를 알기 위한 맥락 조사

조사 초점 디자인 대상 자체의 구성 요소별 분석 디자인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환경 분석

콘셉트 조사 개념의 지시적 사실 제시 / 사실에 근거한 대표성을 중심으로 일반 개념을 조사함

개념의 실천적 차이 제시 / 활용에 근거한 차 별성을 중심으로 특수 개념을 조사함

근거 인용 명제는 요소명제들의 진리함수 명제는 오직 쓰임으로 뜻을 가짐

조사 대상 디자인 대상의 사실 관계 조사 디자인 대상의 다양한 사용 상황 조사 조사 방향 사실에 근거한 논리적 실증 방향 사용에 근거한 사회·문화적 맥락 방향

<표 1> 비트겐슈타인의 사유와 디자인 리서치의 관계

36) 일상 언어에서는 명사인 사람이나 동물, 혹은 추상명사에 행위를 함축하여 태도나 행동의 전체 표현을 대신하기도 한다. ‘체언+스 럽다, ’체언+답다’처럼 문법을 탈피해 용언으로 만드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12)

전기 비트겐슈타인이 ‘논고’에서 육면체의 모서리에 기호를 부여해 기호와 기호 간의 사실 관 계를 논증한 말할 수 있는 사유의 축을 담당하였다면,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탐구’는 육면체를 통해 ‘~로 봄(seeing)’의 행위가 주변 맥락(사회, 문화적 상황 포함)에 따라 사용 차이를 발생 시키는 사유의 축을 담당하였다.37) 사용 차이는 관습, 문화, 사유, 언어와 연결되는데, 이것은 그가 논고에서 제시한 엄밀한 명제 세계와 다른 역동적 일상 세계 안에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논고’와 ‘탐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그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언어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전자는 형식 논리를, 후자는 사용 방법을 설명한 것이지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세계의 소통 불가능성을 말한 것은 아니다. 전·후기 철학 모두 언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사고, 행위, 세계의 이해를 논의한 것이기에 새로운 기호를 창조하는 디자인 관점에서도 그의 통찰로 써 디자인 사고, 경험, 세계의 원리로 응용할 수 있다. 디자인 언어는 기존 환경이나 대상에 대한 일반화나 관습화로부터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는다. 그 역할은 지금과 다른 변주와 변화 에 주의를 돌리는 일이다. 그러므로 디자인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사용자의 현장 언어로부 터 삶의 형식 변화를 읽고 이해해야 한다.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삶의 형식 변화와 이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가 그 설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그가 설명된 낱말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통해 드러난다.”38)

4.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 통합 모델

본 연구는 협의의 언어학이나 심리 언어학이 아닌 언어 철학을 기본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관찰하고, 인터뷰하며, 사용자들로부터 특정 디자인 대상에 대한 사용의 의미를 도출해 디자인 콘셉트로 개념화할 때조차도 사유한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언어로부터 유리된 개념이 아니다. 특히, 용언 중심의 사고는 디자인 콘셉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용자의 행위를 이해하고 목표를 구체화하는 연결점이기도 하다. 연구자는 ‘탐구’의 사 유를 기반으로 문화, 언어, 디자인을 통합해 질적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언어 분석 방법 모델을 아래에 제시하였다.

<그림 5>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를 위한 사용자 언어 분석 통합 모델39)

<그림 5>는 디자인 대상마다 각자 다른 맥락, 다른 사용자가 존재할 것이므로 제시한 모델 외에 다른 방법 및 상황을 추가한다. 해당 모델은 1, 2단계 용언 중심 의미 추출과 3단계 정교

37) <표 1>의 좌측 육면체 그림 출처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논리-철학 논고』, 책세상, 2006 p. 89. / 우측 육면 체 그림 출처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승종 옮김, 『철학적 탐구』, 아카넷, 2019, p. 566.

38)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승종 옮김, 앞의 책, p. 62.

39) <그림 5>의 3단계를 제외한 1, 2단계 서술부 행위 분류와 행위 예시는 한국학중앙연구원(http://www.asks. ac.kr)과 김현권,

「한국어의 의미」, 『새국어생활』, 2003 참조 후 일부 변경.

(13)

한 맥락 의미 추출 과정으로 구성된다. 특히 3단계는 특정 상황이나 사용에 대해 사용자들이 반어, 모순, 역설, 은유와 비유 등 수사법을 사용한 내용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단계이다. 3단계 를 분석할 때에는 용언이 생략되어 있거나 ‘체언+이다’로 구성된 서술부가 자주 나타난다.

이때 서술부는 이해하기 쉬운 용언으로 대치하여 기술한다.40) 이는 상황에 따라 표현이 같아 도 의미가 다른 점을 고려한 분석 과정이다. 제시한 모델은 의미의 고정화에 목표를 두지 않는 다. 그 까닭은 ‘탐구’가 마음의 문제 즉, 사람의 심리를 폐쇄적으로 정의내리지 않았기 때문이 며, 언어는 의미가 변화하는 유동적 삶의 흔적을 추적하는 도구이므로 리서치 현장에서는 언어 외에 비언어적 행위와 활동에 주목해 맥락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41) 경험 내용 분석에서 1차 코딩(개념)은 서술부 용언 의미 분석이고, 2차 코딩(개념)은 전체 맥락 의미 분석이다. 2차 코딩에서 특정 환경 및 삶의 형식에 대한 개별 정보 윤곽이 드러난다.

2차 코딩은 전체 맥락 분석 및 어감 차이를 탐색해 경험 내용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1, 2차 코딩 모두 한국어의 특성을 살린 분석 방법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 언어는 타 언어와 달리 용언의 활용도가 높고, 용언의 어간 앞에 붙는 접사에 의해 의미 농도가 결정된다.42) 또한, 문장 성분의 위치가 바뀌어도 의미 전달에 어려움이 없다. 문장 성분의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조사이고 시제와 상을 결정하는 것은 어미이다.43) 이러한 까닭에 우리 언어는 용언의 활용이 나 조사 사용에 따른 의미 차이를 구별해야만 적합한 질적 의미 분석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림 6>은 앞서 제시한 <그림 5>의 서술부 의미 분류 경험이 통합되거나 혼합되는 경계 표현을 여러 번 반복, 분석하기 위한 순환 도식이다. 일상 언어에서는 1, 2, 3단계가 중첩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심층 의미는 <그림 6>의 방향과 같이 내용을 반복해서 비교해야만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우산은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해변의 파라솔 같다.”는 표현을 분석하면 1단계 이동의 용도, 2단계 판단의 평가, 3단계 관습화 정도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맥락에 따라 재분석하는 과정이 2차 코딩이다.44) 일상 언어는 한 문맥 안에서도 단계별 언어 분석이 모두 일어나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의미를 추출해야만 사용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분석 영역은 외적 언어, 내적 언어, 상징 언어로부터 행동, 인지, 흥미, 욕구 등의 의미 정보를 추출하는 영역이다. 끝으로 언어 분석 후 디자인의 의미로 구성할 때는 제시한 디자인 목표에 따라 코딩(개념)과 범주(항목)를 나누고 사용의 의미로 추출한다. 디자인에서 사용 의미는 언어와 행동을 함께 이해하는 측면이므로 삶의 형식과 복합 정황을 담은 일상 언어의 서술부 행위 표현으로부터 사용자 중심 특성을 발견하는 것이 통합 모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통합 모델의 기본 사용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누가(사용자), 무엇을(사실) 어떻게(사실의 사용, 혹은 사실의 비유), 왜(디자인 목적)를 중심으로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기록할 때는 사실에 근거하여 기술한다.

㉯ 사용자 행동과 언어 사용에서 서술부에 중심을 두고 의미를 정리한다.

㉰ 사용자는 어떤 동사를 쓰는가? 어떤 형용사로 표현하는가? 서술부의 용언으로 사용된 ‘체언 +이다’가 수사 표현일 경우 이것을 다시 동작이나 상태의 용언으로 대치할 수 있는가?

㉱ 추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해당 언어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하도록 권 한다. 사물에 대해서도 그것이 어떤 것과 유사한지 혹은 다른지 질문한다.

40) 국어는 문법적 오류가 있더라도 문장 성분이 대부분 용언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하늘이 가을하다’ 는 문맥에 오류가 있지만,

‘가을하다’는 ‘하늘이 가을처럼 높고 투명하다’를 함축한다. 이런 함축의 의미는 일상에서 오류가 있어도 사용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런 문법적 허용은 신조어, 새로운 개념, 문학(시) 등에서 자주 발견된다.

41) 예를 들어, 같은 문맥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의미는 다르다. ‘잘 한다’는 상황에 따라 칭찬의 의미로 쓰이지만 비난의 의미로 쓰인다. 이런 두 가지 상반된 의미는 같은 언어라도 다른 상황이 설정되면 의미 차이가 발생하는 화용의 논리를 반영하고 있다.

42) ‘새파랗다’, ‘시퍼렇다’의 ‘새-’와 ‘시-’는 용언의 어간 앞에 붙는 접사다. 국어의 색채 언어는 접사의 사용에 따라 색의 명도 및 채도가 다름을 구별한다.

43) 예를 들어,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를 나는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는 너를’처럼 문장성분의 위치가 바뀌어도 조사가 격을 정 하고, 어미가 시제를 반영하기 때문에 의사 전달에 문제가 없다. 다만, 보편적으로 가장 앞에 오는 문장 성분이 강조의 의미로 사 용된다.

44) 디자인 의미 추출을 위한 2차 맥락 분석의 자세한 과정은 이유진, 「인지 은유 기반의 디자인 IT 융합 과정 연구 : 핀테크 UX 디 자인을 중심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7 참고.

<그림 6> 의미 순환

(14)

㉲ 본 것을 말하게 하라.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서술하는가? 이것이 ‘~로 봄(seeing)’의 핵심 부분이다.

㉳ 관찰을 통해 무의식적 행위를 분석할 때는 언표로 드러날 수 없는 패턴 행위를 글로 묘사하 거나 다양한 그림 기호로 표현한다.

㉴ 묘사의 경우 대상의 구체적인 움직임이나 반응에 관해 기술한다.

㉵ 행동, 행위의 종류와 표현에 대해 세분화할 수 있는가? 또한 그러한 답변을 이끄는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가?

㉶ 행동과 말의 차이를 나누어 표기한 후 가족 닮음의 개념을 인용해 기술하고 유의어나 대치 어로 풀어쓴다.

㉷ 서술부를 ‘체언+이다’는 체언을 동작이나 상태에 해당하는 용언으로 풀어 기술한다. 예를 들어, ‘시간은 화살이다’의 표현은 보통 속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빠르다는 의미이다. 그러 므로 ‘시간은 빠르다’는 구체적 표현으로 대치한다.

5. 나가며

지금까지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를 토대로 경험, 언어, 디자인의 의미를 정리하고 이를 질적인 디자인 리서치의 언어 분석 방법으로 확장해 보았다. 향후 연구 과제는 다음 과 같다.

첫째, 사용자에 따라 디자인 리터러시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제시한 통합 모델을 활용해 실제 디자인 사용자들의 언어 사용과 디자인 대상에 대한 경험 언어를 파악하 여 기계론적 의미가 아닌 삶의 형식을 담은 사용자 중심의 의미를 심층 조사하는 연구 를 진행한다.

둘째, 질적 리서치와 양적 리서치를 상호 보완한 통합 관점의 디자인 연구 방법을 심화한다.

양적 연구와 달리 질적 연구는 흩어진 의미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게슈탈트 안에서 분석하 는 것이므로 사회, 문화 변화에 따라 사용자의 의미 차이는 어떤 모호성과 경계성에 있는지 살펴본다. 질적인 언어 분석은 디자인에서 모호한 경계의 심층 의미를 파악하는 연구로 적합하다.

셋째, ‘~~로 보다’는 행위가 곧 언어와 사고, 의미에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 언어와 사고, 그리고 문화적 특성에 따른 질적 디자인 조사 방법을 심화한다. 특히 타 언어와 비교했을 때 용언 이 섬세하게 발달한 우리 언어의 특성을 고려해 맛과 결을 살린 의미 연구로 나아가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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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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