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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신저자 : 강진아 / 서울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박사수료/ (01797) 서울시 노원구 화랑로 621 Tel: 02-970-5876 / E-mail: [email protected]

해석의 과정으로서의 부부 정체성 연구

강 진 아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기독교학과)

한국 사회는 OECD 주요국가의 나라별 이혼 건수 및 조이혼율 통계에서 매우 높은 이혼건수를 가 지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유교적 가치가 결혼 후 두 사람의 심리 내적인 공간에서 느끼 는 부부로서의 감각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가족 해체의 현실과 부부들 이 겪는 어려움을 마주하는 가족상담의 현장에서 ‘부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부터 시 작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상담자들과 임상에서 만나는 가족들에게 가족의 갈등과 위기를 부부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재인식하도록 돕는데 있다. 이를 위해 에릭슨의 개인 정체성 연구에서 출발하여 가다머의 해석학적 관점으로 나아가는 부부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시도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감에 있어 부부의 갈등과 위기는 결혼 생활에서 부부로서의 정 체성을 재창조해 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공 하였다. 이를 통해 임상에서 상담자들에게 가족상담의 지향점이 부부 정체성을 세워나가는 재창조의 과정으로 공감될 필요가 있음을 제안 하였 다.

주제어 : 정체성, 부부 정체성, 가족상담, 에릭슨, 가다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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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부부의 정체성이 빈약한 한국 사회

필자는 가족 상담의 현장에서 가정 폭력으 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이혼을 위해 숙려 기간을 갖고 있는 등 갈등과 위기의 부 부들을 만나며 ‘부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보 다는 ‘부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라는 질문 을 갖게 되었다. 다시 말해 부부라는 본질의 문제보다 부부가 서로 상대방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해석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부부 는 잘 건축된 집과 같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 되어 고정적인 모습을 띠는 것이 아님을 깨닫 게 되었기 때문이다.

임상 현장에서 개인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지만 아내나 남편으로서 가정을 이루고 난 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 나게 된다. 이는 결코 개인의 건강함이나 행 복이 결혼 생활에서 부부의 행복으로 바로 이 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새 로운 삶의 단계를 거치면서 비록 개인에게는 연속성의 과정에 있을지라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질적으로 달랐다. 부부는 결혼 이후 가 족생활주기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뀌거나 새롭 게 형성되기도 하는 연속적이면서 매우 역동 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경직된 가족의 이 미지는 다양한 생각을 장려하지 않는 분위기 이다. 가족하면 대부분 자녀들과 함께 부부가 웃고 있는 정형화된 모습을 가족의 행복한 모 습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획일 화된 사고의 틀 안에서는 차이로 인해 발생하 는 역동성을 담아주기 어렵다. 따라서 위기를 만나면 결국 가정 폭력이나 이혼과 같은 가족

의 여러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가 족이 개인의 내면과 외부 현실 사이에서 어떻 게 만나고 갈등하는지에 대한 에릭슨의 통찰 이 우리에게 필요한 지점이다.

최근 80세(1936년생)의 김귀남(가명) 할머니 가 가정 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로 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소에 오셨다. 결혼 후 55년 동안의 그녀의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시집을 보내며 친정어머니는 “너는 굶어도 남편 밥은 꼭 차려줘야 한다. 자식들 앞에서 남편을 받 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식이 잘 된다.”라는 말 을 수차례 당부하였다. 노름으로 돈을 가져가 도, 생활비를 주지 않아도, 언어폭력에 이어 신체폭력까지 당해도 아들 셋을 위해 참았다.

그것이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에 최선을 다해 참았다. 그렇게만 알고 살았 던 그녀에게 질병으로 인한 막내아들의 죽음 은 남편을 받드는 당연한 인생을 뒤바꿔 놓았 다. 아들이 죽은 후 남편의 신체적 폭력이 있 던 날 집을 나와 이혼 소송을 위해 마지막 힘 을 내는 그녀의 모습은 필자에게 유가적(儒家 的)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2014)>에 따르 면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황혼 이혼 이 전체 이혼에서 26%를 차지하였다. 참고로 2011년까지는 결혼생활 4년 미만인 신혼 이혼 이 가장 많았었으나 2012년부터는 황혼 이혼 이 더 많아져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조선일 보(2014)에서는 이러한 황혼이혼이 사회의 결 혼관이 크게 바뀌었고, 고령화 현상으로 부부 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 때문이 라고 보도하였으나 이러한 이유는 너무 보편 적인 이유일 뿐이다. 그러한 일반적인 결과로 황혼 이혼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회의 한 단면 을 표면적으로만 보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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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될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그녀는 가족들이 잘되기 위 해서라는 명분 아래 남편을 받드는 것에만 최 선을 다했지, 일방적으로 남편을 받드는 것이 결국 관계를 어떻게 왜곡시켜 갔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여유가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 녀는 말을 할 때마다 “우리 때는 다 그랬어 요.”라는 말을 덧붙이긴 하였지만 자신의 선택 을 위해 용기를 내어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녀 외에도 비슷한 신념을 가지고 살다가 노년 기에 절망에 이른 황혼 이혼 부부가 얼마나 많은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황혼 이혼에 대한 통계로도 이미 드러나고 있 다.

그녀가 물려받은 유교적 가치는 부부 두 사 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써의 결혼 생 활이 아닌 갑과 을의 관계로 만들어 정체성을 세워가는 데 방해가 되고 있었다. 가부장적인 가치를 바꾸지 못한 우리 사회는 가족 구성원 들의 정체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여성은 어머 니, 딸, 아내 등 가족 내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회이다. 이렇게 정형 화되어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가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없 게 만들어 버렸다.

단지 사회의 관습에 따른 역할의 수행은 부 부 사이를 연결시켜 주지 못한다. 부부가 역 동적인 관계가 아닌 역할에 대해 순응적인 관 계로만 유지해 가는 경우에는 결혼 생활을 마 치 남은 형기를 채우는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결국 공유된 정체 성이 형성되는 심리적 공간의 부재는 이혼에 이르거나 부부 관계를 훼손하게 되는 결혼 생 활의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중 년기 이후 배우자의 유무가 삶의 만족도와 매

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 회에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자신이 하지 못했던 효도를 배우자를 통해 실천하려고 한다든지, 결혼 후 에도 부모와 자녀사이에서 각자의 가정에 대 한 경계가 없다든지, 과도하게 일에만 몰두 하여 가장으로서 도구적 역할만을 하는 것 등 은 부부 사이의 심리적인 내적 공간을 만들 에너지를 고갈시켜 부부의 정체성을 세워가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단지 부여된 역할을 수 행하는 것이 아닌 부부가 공유하는 심리적 공 간으로서의 부부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 요하다.

김경희와 정혜정(2012)은 중년 남녀의 결혼 생활을 통해 부부 정체성을 ‘은행나무 길’이라 는 풍경도식으로 재구성하였다. 이러한 풍경 은유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며 부부가 새로운 관점을 구성하고 실천해가는 부부 정 체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혼생활을 단지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을 지양 하고, 경험 안에서 가능하지 않았던 내러티브 적인 이해와 사회문화적인 영향아래 부부 정 체성이 부부가 새로운 관점을 구성하고 실천 해 가는 것임을 은유적인 풍경도식으로 잘 조 명해주고 있다.

필자는 부부의 정체성을 갈등과 위기의 영 향력이 내재되어 있는 부부사이의 거리 인식 을 통해 관계에 대해 몰두하는 가운데 심리내 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부로서의 감각으로 구성하였다. 그렇다면 부부의 정체성은 어떻 게 세워져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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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선행연구

한국 사회에 유교적 전통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대해 강남순(1998)은 비록 유교 경전들이 읽혀지지 않고 제례가 축소되었다 하더라도 유교적 관습과 태도들이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인도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유 교적 가치는 남성 지배적인 인간관계를 강조 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창조성을 극도로 제 한하고 있음에 대해 비판하며 아버지와 아들 이 가장 중요한 권위로 간주 되는 유교적 가 족 윤리가 여성의 철저한 순종과 의존성을 필 연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사 회는 ‘여성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

는 것이 매우 명확한 사회이지만 ‘가족이 여 성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페미니스 트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생소한 사회이 다.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위기가 극 복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이상 유교적 효에 근거한 위계적 가족 윤리가 아닌 상호 평등적 인 새로운 가족과 효의 개념을 형성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정희성(2011) 역시 한국사회의 가족은 변형 된 가부장제나 새로운 가부장제의 영향아래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며, 핵가족이 급격히 증가하였음에도 여전히 부계가족의 연계망 속 에 있음을 이야기 한다. 따라서 실제 내용면 에서 유교적 가치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혼은 결혼 생활에 내재했던 모순 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2015)에도 충, 효와 같은 우 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대한 이진우 교수의 주장이 실렸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죽어야 할 신으로 충과 효와 같은 유교적 가치를 꼽 았다. 기독교적 가치가 짓눌려졌을 때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외쳤듯이 결혼 생활에서도 유 교적 가치가 어느 한 배우자를 짓누른다면 역 할만이 남은 순응적인 결혼 생활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남아 선호 사상이라는 유교적 가치에 노출되었던 가부장적인 문화가 가정 폭력의 가해자로 만들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 자가 되는 역할을 순환적, 반복적으로 재연하 는 경우가 많다. 송미화와 전영주(2013)는 사 회가 부부를 바라보는 방식과 부부 스스로 관 계를 규정짓는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전문적 인 부부치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부부치료로서 부부의 심리 적 공간이 필요함에 대해 주목하면서 긍정적 인 면을 강조한 연구들도 있다. Gottman은 지 난 40년 동안 4천 쌍의 부부들을 연구한 결과 행복한 부부와 이혼하는 부부의 원인이 성격 차이나 경제력이 아니었음을 증명하였다. 이 를 위해 Gottman은 부부의 심리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관계 안에서 긍적적인 시도를 하 여 수많은 부부들을 치료하고 위기를 극복하 게 하였다. 그는 부부관계를 행복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부부들이 정서적 연결감을 가 지는 건강한 상호 의존성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Gottman & Silver, 1999).

정신분석가인 Bion(2012)의 담는(Container) 모 델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관계가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닌 심리적인 공간에서 ‘공명’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녀 사이에도 정서 적 담겨짐과 정서적 실패는 내면에 이미지화 되어 서로 공유되는 심리적 영역에서 공명이 발생한다고 본다. 남녀가 서로를 선택하는 과 정도 매우 정신역동적인 측면이 있는데 심리 적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Bion은 정서적 경험을 저장하고 다시 소통하는 ‘공명적 자기’

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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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살아가면서 만나는 고통스러운 감정 의 거부나 생각에 대한 거절은 사고의 발달을 가로 막으며 만약 이러한 과정이 습관적으로 굳어질 경우 정신적인 성장을 차단하게 될 수 있다. 갈등과 위기를 회피하거나 형기를 채우 는 것처럼 포기하는 결혼 생활이 아닌 두 사 람이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가정생활에서 심리 적 공간이 어떻게 부부의 정체성으로 세워질 수 있는지 Erikson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부부 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Gadamer의 해석학적 통찰을 제안 하고자 한다.

Ⅲ. 부부관계에서 정체성 개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1. 에릭슨을 통해 본 정체성 이론: 성취인 가? 과정인가?

부부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의 행동을 이 해하는 하나의 관점인 연속성에 대한 접근으 로 살펴보고자 한다. Erikson의 심리 사회적 발 달 이론은 사람들이 출생 후 부터 노년기까지 겪는 삶의 갈등과 평생을 두고 달성되어야 하 는 심리적인 과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Erikson은 인생의 각 발달 단계마다 일어나는 어떠한 심리적인 투쟁이 한 사람을 구성해 간 다고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 은 한 사람 안에는 그 시대와 역사 문화가 자 연스럽게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Erikson은 역사가와 정신 분석가는 한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그 사람 나름의 논리가 있음 을 잘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 어떤 특정한 역 사 속에서 상호의존 하는 가운데 하나의 공통 된 논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배워야한다

고 주장한다(Erikson, 1964).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발달의 의미를 한 세대에서 다음세대로 이어가는 것과 더불어 과거의 역사 속에서부 터 자아를 초월하는 것으로까지 확대하고 있 다.

한 개인의 연속성은 가족 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어느 가족이나 그 구성원들만이 가지게 되는 집안의 분위기나 가족 규칙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안에서 성장하며,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을 습 득해 나간다. Satir는 그러한 생존 방법이 우리 의 의사소통 방식에 잘 드러나 있음을 지적하 고 있다. 자신이 자란 원가족의 영향력으로부 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으며, 그 윗세대로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내려오는 세대적인 전수 가 우리의 신념, 가치, 열망, 기대 등을 형성 해 간다(Satir, Banmen, Gerber & gomori, 1994, 한국버지니아사티어연구회 역, 2004). 사람들 은 이러한 우리 안의 심리 내적인 기저들을 감정과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 중에 개인의 역기능적인 한 예로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신체, 언어, 경제, 정서적인 측면에 서의 가정 폭력 역시 세대 간 전이가 되는 순 환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에 한 개인의 발달은 연속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회와의 연속성은 너무 당연해서 오 히려 자신이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사회로 부터 받는 영향력을 알고 있어야 자신의 삶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 사회의 높은 대학 진학률에 비해 더 높은 청년 실업률은 청년들의 자아상 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서는 성형수술까지 감행해야 하는 것이 당연 한 분위기가 되어 마치 사회의 영향력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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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고 개인이 더 노력하고 더 투자해야 성취할 수 있다는 가치가 자리 잡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Erikson은 개인의 신체적이거 나 심리적인 것과 더불어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와 문화, 역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부를 이해하기 위해 선행 되어야 할 인간 행동의 또 하나의 관점인 역 동적인 모습 역시 Erikson의 정체성 개념을 통 해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인생 초기의 자아가 인생의 후반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정신분석적인 측면과는 조금 다르게 성인기에 서도 변화 가능한 역동적인 모습으로 인간을 이해하기도 하였다.

Erikson은 정체성을 완성이나 해결이 아닌 문제나 위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실마리로서 보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함께 발을 담가야 하는 부단히 계속되는 ‘운동’처럼 보았다 (Erikson, 1968). 사람들은 일상적이고 평온할 때에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잘 생각하거 나 질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이 어떤 오해를 받거나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뒤따르 지 않거나 자신이 다룰 수 없는 영역에서의 위기가 닥칠 때 자기 자신과 환경을 돌아보기 시작하며 그 끝은 자신에 대한 궁금증과 성찰 로 이어지게 된다.

인간 발달 이론에서 Erikson이 사용한 정체 성이라는 용어는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을 벗 어나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근간을 이루는 개 념이 되었다. 하지만 정체성은 너무나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Erikson은 ‘사물을 보는 (여러 가지 중 의) 한 가지 방식(견해)’이라고 하며, ‘개인의 핵심’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 문화의 핵심’이라 는 두 가지가 확립되는 과정으로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생의 초기에 획득한 좋은 관계에 기초하여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술과 도구 를 갖게 되는 사춘기의 출현과 함께 시작하기 도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정체성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무언가 형성된 개념이 아니다. 오 히려 개인과 공동체가 가진 사회문화 사이의 어떤 거리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 한 거리가 오히려 개인의 정체성을 잘 드러나 게 한다는 것이다(Erikson, 1963).

Erikson은 정체성을 불변하는 어떤 모습을 띠거나 형태 안에서 달성되는 성취가 아니라, 인간 생애를 통하여 계속되는 역동적인 과정 으로 보았다. 어린아이 시절에 기본적으로 형 성되어 인생의 단계마다 매번 해결되어야 하 는 갈등, 그 개인에게 있어서는 결정적인 의 미를 갖는 갈등을 Erikson은 ‘갚아야 하는 계산 서’와 같은 것으로 보고 루터라는 인물을 통 해 그가 중세에 적응해 간 것이 아니라 자신 의 계산서를 지불하기 위해서 시대를 그에게 적응시킨 것으로 보았다(Erikson, 1964).

이처럼 정체성은 자기감에 대한 관심과 더 불어 시작되는데 획득되는 어떤 결론적인 것 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인 것 그 자체가 흔들 리는 상황’으로 설명하고 있다. Erikson은 자아 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숙달해 가는 유 기체로 보거나 개인의 개성을 지켜가는 것으 로 이해하였다. 하지만 정체성이 성과로서 달 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충분히 달성 된 정체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이나 위기 속에서 생성해 가는 정 체성과 더불어 항상 변하지 않는 연속적인 정 체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목할 것은 이 두 가지의 정체성이 어느 한 쪽에 포함되는 구조라 하더라도 어느 한쪽 의 구성원으로서의 합병은 아니다. 이 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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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은 통합된 결과이자 동시에 통합하는 기 능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부부의 정체성 역시 결혼을 통해 생기하는 부부의 정체성과 개인의 역사 속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정 체성 사이에서 구별이 없어지는 합병 상태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이지 않은 상호 관 계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개인의 정체성이라 할지라도 어떤 단일체가 아닌 ‘자 기 스스로가 인식하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 양식에서 이해하고 해석되는 나’ 사이에 어떤 거리를 가진 이중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부부 역시 서로 다른 두 인격 체의 관계성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거리 로 인한 차이가 오히려 부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나게 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인간의 실존에 대해 Erikson 이 말하는 상호성과 상대성으로 더 잘 이해해 볼 수 있다. 그는 우리 안에 있는 자기감 안 에는 항상 의미 있는 타인의 영향력이 함께 내재해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이 가진 취향, 생각, 가치관이 순수한 자기의 것이 아 닌 타인의 영향으로 부터 온 것임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개인에 따라 많거나 적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타인의 것을 가지고 자기감을 확대해 간다. 내가 누군가를 볼 때 보는 사람은 그 대상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바라보는 그 대상 자체도 영향을 받는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발달 과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쌍방간의 인 격적인 상호성과 전체성이 서로 얽혀지고 조 절되는 과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킬 때, 어떻게 연합된 정체성에 대한 감각을 획득하 는가? 이에 대해 Erikson은 자아를 내면과 외 면 양자로부터의 요구를 적절한 방식으로 통

합하는 심리적인 과정과 능력으로 보았다. 이 는 정신분석학 초기에 자아를 대행기관으로 보았던 Freud의 흐름과 같이 한다. 또한 어떻 게 개인이 계속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방향성 의 감각을 유지하는가? Capps(1983)는 Erikson의 이론이 순환 주기라는 점에 대해 주목하며 변 화하는 과정 속에서도 어떤 방향성이 중요하 게 강조가 됨을 주목한다. 에릭슨의 환경을 이해할 때 우리는 실체(reality)와 현실(actuality) 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에게 있어 환경은 실체의 의미를 현실로 구현한 것인데 실체는 관습적인 수준에서 지각되는 현상학적인 경험 의 세계이다. 반면에 현실은 최소한의 방어와 최대한의 상호촉진을 타인과 공유하는 참여의 세계다(이정기, 2004). 이 경험과 참여의 세계 가 매일 매일의 결혼 생활 안에서 일어나게 된다. 이 때 부부가 서로의 거리를 인식하고 상호성을 인정해 간다는 것의 의미가 결혼 생 활을 단지 사회적 담론에서 주어지는 의무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순응해 간다면 진정 으로 부부의 정체성을 세워가는 과정이 되기 는 어려울 것이다.

2. 해석학으로 나아가는 정체성

‘나’가 누구인가는 개인 그 자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애 발달에 따른 각 단계와 자 신과 관계 맺는 의미 있는 타자에 의해 결정 된다. 또 한편으로는 ‘나는 같은 나’이어서 일 생을 통해 동일성과 중심성을 갖게 되기도 한 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은 주 양육자가 어머 니와 같은 의미 있는 타자이지만 결혼을 한 후에는 상대 배우자와 맺는 관계가 ‘나’를 결 정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에 근거한 상 대방과의 차이에 대한 감각이 옳고 그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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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차별의 감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에서는 부부가 갈등을 겪게 되면 어떠해 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기준으로 부정적 정체 성을 상대방에게 투사함으로 스스로의 정체성 을 형성해 가기도 한다. 우리들 안에는 자신 의 감각을 형성해 갈 때 항상 누군가와의 관 계를 세워가는 경우가 많은데 내 자신의 생각 인 줄 알고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것이 아니고 타인과 외부 세계에서 영향을 받은 것 일 때가 많다.

한 예로 한국사회가 가진 다문화 가정들에 게 보여주는 배타적인 태도는 타인의 정체성 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가진 부족한 유연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결혼 이주여성을 타자 화 시키는 담론을 형성 하였다. 만약 사회문 화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이 충실하게 된다면 타민족을 배제하여서 자신의 안정감을 확보하 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 에서 일어나는 배타적인 태도 역시 내적으로 자신의 불안정감과 불안을 드러내는 정체성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안에 대해 Erikson은 우리가 생을 살아가는 과정 가운데 만나게 되는 위기가 결 단이 필요한 시간임을 이야기한다. 상처를 입 고 혼돈에 빠지거나 혹은 보다 나은 통합을 이루거나 하는 것인데, 가장 상처를 입기 쉬 운 지점에서 성장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위험 만이 있는 지점에서는 자기-초월이 발생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위기를 만날 때 우리는 심 리적인 안정감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정 체감은 개인의 정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 다(이정기, 2004).

따라서 Erikson은 “위기 속에서만” 인간은 참된 존재가 됨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더 위험하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으며 위기

가 더 깊으면 그 인간 존재는 더 위대한 존재 가 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위기 속에서 인 간은 전체성을 지향하며, 자신이 속한 세계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소유하게 되면서 결국 그 들 스스로 인간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 한 인간에게 일어나는 위기 중에서도 소외에 대해 Shin(2012)은 심리 사회적인 관점으로부터 나아가 경제적 빈곤이 만드는 자기소외의 영 향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외와 같은 연약함이 희망을 찾아가는 내적 용기가 될 수 있음을 전태일의 사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Erikson은 겉으로 보기에 비연속적인 듯이 보인다고 할지라도 전적으로 서로 의존 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연속성에 대해서 Erikson이 주는 본질적인 이해는 모든 단계가 바로 앞에 단계에서 시작되더라도 그것은 질 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삶에서 어떤 위기를 만나더라도 인간의 생명과정 속에서는 위기가 어떤 질병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힘이 보다 높은 통합 속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 존재의 성장과 전체성은 긴 장과 투쟁이 조화될 만한 비율로 존재하고 있 는데 그것이 어떻게 건강하게 혹은 병이 들게 되는가는 인간의 삶의 특성에 달려있다. 따라 서 인간의 발달은 언제나 상승하는 것이 아니 라 위기의 지점이 성장의 지점이 된다. 따라 서 인간 존재는 새로운 단계를 지향하기 위해 낡은 단계를 포기해야한다. Erikson은 인간 발 달 단계에서의 “졸업”을 익숙한 위치에 대한 포기라고 말한다(이정기, 2004).

부부 역시 모순적인 현실에서 건강한 부부 정체성의 과정으로 나아가든지, 황혼 이혼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지의 여부는 그들 이 다룬 위기와 긴장사이에서 그들이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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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무의식적인 심리내적인 공간과 그 사용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살면서 위기 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데 이때가 성장 의 지점이 된다는 인식이 있다면 부부들의 경 험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Erikson은 “사물을 보는 방 식”에 대해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적인 질문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생각하 는 견해, 즉 사물을 보는 방식을 대상화하지 않고 동시에 함께 하고자 했던 Erikson의 아이 디어는 그의 경험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자신이 하는 연구의 역사적 과정 속 에서 일부가 되어 관찰자로서의 반응이 또한 관찰 도구가 되기도 함을 그는 알고 있었다.

객관적인 연구 대상에 대한 연구이지만 동시 에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연구자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반성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갔던 그의 연구는 임상에 있어서도 그 핵심을 훈련 된 주관성에 두었다. 이처럼 참여적이고 주관 적인 견해로써 사물을 대할 때 연구자 자신을 반성적으로 대상화 하면서 동시에 스스로가 그 일부가 되어 관계적으로 역사 속에서 자기 를 보는 Erikson의 입장은 Gadamer의 해석학과 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Erikson의 경우 항상 정체성의 긍정적인 면 과 부정적인 양쪽 측면 모두를 보았다. 심리 사회적 위기 이론의 기본 입장은 축복과 불행 을 씨줄과 날줄이 교차로 짜여 지듯이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의 정 체성에 대한 연구를 확장시킨 몇몇의 연구들 은 정체감 위기를 해결해 나감에 있어 친밀감 의 달성 여부가 중요함을 이야기 한다. 그는 성인기의 유사 친밀감(pseudo-intimacy)은 관계 성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것은 부부와 관련하여 관계 안에서 자신을 잃

어버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 수 있는데 이는 배우자에게도 자녀에게도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체성은 완성이 없고 초월적인 면도 있어서 이러한 과정이 꼭 실패 로만 나타난다고 보는 것은 한정적일 수 있다.

물론 회피가 아닌 두 사람의 내적 공간 안에 서 관계성을 향한 몰두가 필요하다. 단지 부 부로서의 친밀한 관계성에 대한 희망으로만은 어느 순간 바로 현실이 될 수는 없다. 부부들 의 어려움이 드러나는 임상 장면에서 서로의 거리에 대해 인식하게 될 때 부부관계의 회복 은 목적이 아닌 결과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 이다.

이러한 Erikson의 관점을 통해 결혼 생활을 이해한다면 부부들이 결혼 생활에서 만나는 갈등과 위기는 부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 정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갈등과 위기뿐 만이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가 두 사람의 정체성에 대 한 탐색과 성숙을 위한 여정으로 재인식된다 면, 그 긴장 사이에서 견디어 가며 부부 관계 를 재창조 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Ⅳ. 해석의 과정으로서의 부부 정체성

1. Gadamer의 해석학과 부부 정체성

필자는 Erikson의 개인 정체성에 대한 이해 로 부터 조금 더 나아가 해석학적 통찰을 통 해 부부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로 확장시켜 보 고자 한다. Gadamer를 통해 부부를 본다면 어 떻게 볼 수 있을까? 결혼을 통해 부부로서 만 난 두 사람이 갖게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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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과 분리된 경험이 아니다. 부부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경험의 차이는 결국 서로에 대해 질문하기 시 작하는 지점인 동시에 가야 할 종착지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은 쌍둥이로 태어났다 할지라 도 두 사람이 경험하는 환경은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곧 두 사람의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뜻한다. 하물며 서로 다른 환경에 서 자란 부부 두 사람이 만나 이루어 가는 결 혼 생활은 서로의 차이가 유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일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서로에게서 낯선 거리를 인 식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때 우리는 궁금증을 가지고 서로에게 질문하게 되며, 자 신이 가진 이해의 구조 속에서는 용납하기 어 렵고 불편한 긴장감을 만나게 된다. 또한 그 러한 긴장감은 우리를 자극해 불안을 유발시 키기도 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른 부분에 대해 보다 쉽게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긴장 감을 어떻게 부부관계의 재료로 사용하느냐는 부부가 그러한 차이가 만들어 내는 거리를 어 떻게 인식하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따라서 서둘러 쉽게 서로의 차이를 평등이라는 개념 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맞추려는 접근은 두 사 람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생산적으로 다루기 어렵다.

부부의 관계는 일치가 될 때 보다는 불일치 하는 차이에서 서로의 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인식되어 진다. 왜냐하면 부부 각자는 자신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 일치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상대에게 집중 하게 된다. 그런데 Gadamer는 그 선입견이 우 리가 속한 현재의 지평을 형성하게 됨을 상기 시킨다. 이 때 부각된다는 것은 언제나 상호 관계를 가리키는데 오히려 이해라는 것은 서

로 무관하게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상이한 지 평들의 상호 융합과정이라는 것이다(Gadamer, 1999, 이길우, 이선관, 임호일, 한동원 역, 2012).

우리는 우리가 가진 막강한 선입견의 영향 력 아래 있으며, Gadamer는 선입견이 선이해 를 규정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선입견을 극복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위해서는 오히려 자기 자신이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에 대해 알고 있 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부 부는 자신의 원가족의 역사와 새롭게 이룬 자 신의 가족 사이에서 서로 배타적으로 분리되 지 않고 부단히 합쳐질 때 부부로서 공유하는 지평의 융합을 확보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임상에서 만난 부부들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상대 방의 입장을 고려하기 때문에 상대방은 애초 부터 말한 사람의 고유한 입장이 무엇인지 접 근하기 어려웠다. 어떤 상황이라는 것은 그 상황에서 객관적 거리를 두기 어렵기 때문에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Gadamer는 해석학적 상황에서 어떤 상황을 해 명한다는 것에 대해 그 상황이 결코 완수될 수 없는 과제임을 뜻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완결 불가능성은 성찰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속한 본질에서 발생하는 데 우리가 역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곧 자 기 인식이 결코 종결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부부의 정체성 역시 부부가 속한 결혼 생활 안에서 완성이나 종결 이 아닌 본질적으로 부단히 해명을 향해 나아 가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Gadamer, 1999).

이렇게 서로에 대한 해명의 과정에서 이해 가 일어나지만 이해는 선입견을 전제로 하며, 선입견은 이해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 받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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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적 거리를 필요로 한다. 예술작품이 창조된 그 시대의 특성이 소멸할 때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비로소 보편적 의미가 가능해지기도 하는 역사적 간격에 대해 Gadamer는 역사적 관심사로만 기억될 만큼 충분한 시간이 경과 했을 때에야 객관적 인식이 가능하다고 하였 다. 따라서 시간적 거리는 탐구대상에 내재하 는 온전한 의미를 드러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특수성으로 인한 선입견을 소 멸시켜 주기도 하며, 진정한 이해를 위한 선 입견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기도 하는 시간적 거리는 부부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 진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서로 를 이해하도록 돕는 선입견과 오해를 불러일 으키는 잘못된 선입견을 구별하게 해 주는 거 리가 되기 때문이다.

부부가 선입견을 유보하려면 두 사람 사이 에서 물음이 일어나야 한다. 물음이 없이는 어떠한 경험도 할 수 없음에 대해 Gadamer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물음의 본질은 물음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진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의미란 방향성을 가진 의미이다. 물음 의 의미는 이미 합당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방향을 함축하는 것으로 물음과 더불어 그 물 음의 대상은 특정한 관점에서 포착된다. 따라 서 물음과 더불어 그 질문대상의 존재 자체가 드러나는 셈이다.

또한 물음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이다.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과 대화중에 자신 의 선입견에 의문이 생긴다고 해서 바로 상대 의 선입견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입견에 대해 질문을 받고 도전을 받 음으로써 오히려 본격적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선입견이 상대가 건네 오는 말에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상대방이 이

야기하는 진리를 경험할 수 있고, 상대방 역 시 자기주장을 온전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 다. Gadamer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상대 방을 통해서도 새로운 현재의 선입견을 형성 해 갈 수 있다는 이해의 순환적인 과정을 이 야기한다.

이러한 이해의 조건이 되는 선입견과 이해 의 순환 속에서 Gadamer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현재의 지평이 끊임없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현재의 지 평은 과거 없이는 생겨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부부 두 사람 각자에게 그들의 원가족에서 자란 역사성을 바라볼 수 있는 관 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Gadamer는 인간 현존재의 역사적 역동성으로 인해 진정한 의 미에서 완결된 지평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Gadamer, 1999). 역사적 지평이라는 것은 어느 시점에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우리 가 들어가 함께 움직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부는 과거가 인과론적으로 현재의 나를 형성했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적으로 함께 구성해 가는 가능성을 향해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부부가 서로의 역사적 지평 속으로 들어가 함께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 각자가 가 지고 있는 세계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낯선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아니며, 탐구의 대상으 로 삼는 상대방의 과거 역시 내 자신의 과거 와 마찬가지로 결혼 생활의 기초이자 정체성 을 형성해 가는 역동적인 지평인 것이다. 하 지만 그러한 역동적 과정이 자신의 관점을 포 기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며, 자신의 관점을 다른 상황으로 바꾸어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도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만 가능하다 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결혼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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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나간다는 의미는 한 사람의 가치 기준을 상대의 가치 기준에 종속시키는 것은 결코 아 니다.

Gadamer는 한 사람의 개인적인 특수성과 상 대방의 개인적인 특수성까지도 뛰어넘어 더 높은 보편성으로 고양되는 것은 타인의 처지 가 되어 볼 수 있을 때 상대의 고유한 개성과 타자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올바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부 부는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 되어 성급하게 상대방을 자신이 기대하는 바 에 맞추지 않아야 한다. 이는 부부의 정체성 이 어느 한쪽으로의 합병이 아닌 지평의 확대 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Gadamer, 1999).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Gadamer는 영향사라는 개념으로 근원적인 역 사성을 설명하고 있다. Gadamer가 예술경험을 다룬 이유는 과학의 객관주의적인 방법론에서 가장 벗어나 있기 때문이었다. 자연과학을 중 심으로 하는 방법론적인 방법으로는 검증될 수 없는 진리가 드러나는 방식을 탐구하고자 할 때 이해의 근원적인 역사성을 영향사라는 개념으로 이야기 하였다. 진정한 역사적 사 고는 자신의 역사성에 대한 성찰에서 온다.

Gadamer는 객관주의적인 방법론에 대립되는 예술경험이 주관성의 표현으로 수렴되는 과정 을 비판하며 예술작품의 진정한 수용은 과거 의 단순한 복원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의 주관 적 투사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과거의 지평과 현재의 지평이 한 층 더 고양되고 확장되어 새로운 진리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Gadamer의 예술작품의 진정한 수용 에 대한 이해는 부부가 서로를 수용하고 진정 한 해석학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

과 영향사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게 해준다.

진정한 예술작품이 당대에 인정받고 그 의미 가 드러나기 보다는 시간이 그것의 의미를 구 별하게 해준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Gadamer 역시 참된 의미가 드러나도록 비본질 적인 것을 제거하는 것이 시간의 기능이라고 한다. 그 때 시간적 거리는 일정한 선입견들 을 사라지게도 하고, 진정한 이해로 이끄는 선입견들을 드러나게도 한다.

Gadamer에게 영향사적인 과정은 결국 이해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그 이해는 본질적 으로 선입견적인 성격을 갖는다. 역사가 우리 에게 속해 있기 보다는 우리가 역사에 속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족과 사회, 국 가가 미친 영향 속에서 해 온 상호작용을 통 해 알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선입견은 매우 강력한 개인 의 역사적 현실성을 규정하게 된다. 이처럼 부부도 자신의 역사 안에서 상대방을 자기 자 신의 타자로 인식하고 파악함으로써 자기와 더불어 타자를 동시에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Gadamer는 진정한 역사적 대상은 그저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통일체이며, 상호작용 을 일으키는 관계로 이해의 과정에서 드러나 는 역사적 현실을 영향사라고 이야기하고 있 다(Palmer, 1977, 이한우 역, 2012).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서로 다른 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 가운데 부부 정체성을 세 워 나아가려면 두 사람의 심리적 공간에서 단 순한 재생이 아닌 통합이 일어나야하는데, 상 대방의 존재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인식함으로 써 낯선 대상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이러한 영향사를 인식하기 위해 Gadamer는 반 드시 경험이 필요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즉, 상대방과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옳고 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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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확인하려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결국 자 기 자신에 이르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경 험이 상대방을 통해 스스로를 역전시키며 새 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일어나게 되는 경험의 본질 은 이처럼 상대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함으 로써 자신의 경험 속에 있던 선입견이 계속 뒤 바뀌며 자기 자신과의 통합이 일어나는 과 정으로 경험되어야 할 것이다.

Gadamer가 주장하는 핵심은 의식이 부단히 역전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인데 이는 부부 의 정체성을 세워 가는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 해주고 있다. 부부가 서로에 대해 다양하고 진실한 경험을 하게 되면, 이미 경험한 것들 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들을 향해 열려있는 존재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 계의 경험은 두 사람의 심리적인 공간을 통해 확대되고 재창조되는 것이다.

단지 상대에 대한 지식적인 앎에 대한 경험 이 아닌 스스로 이해하는 좀 더 총체적인 것 으로, 앞에서 에릭슨이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위기나 부정적인 경험들을 통해 성숙에 이르 게 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가 마 주하는 현실에서 부부의 경험들은 부정적일 때가 많아서 오히려 경험은 기대에 대해 온갖 좌절을 수반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경험으로 남아 부부 관계에 통찰을 제공하게 된다. Gadamer는 통찰을 어떤 과정을 통해 이 르게 되는 것으로 보았으며 무언가를 통찰해 야 하고 통찰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궁극 적으로는 인간 존재 자체의 소명이라고 보았 다.

2. 부부 정체성의 지향점

부부 정체성을 세워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 우리는 차이나 거리가 의식될 때 긴장 을 하게 된다. Gadamer는 이러한 친숙함과 낯 섬의 긴장관계가 주는 차이의 인식에서 지평 의 융합으로 나아감을 이야기한다. 어느 한 지평에 정복당함이 없이 지평의 확대로 가는 융합을 위해서는 차이 인식에서 끝나고 순응 하는 것이 아니라 지평의 융합이 일어나야 부 부의 정체성으로 세워져 나갈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심리적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부부로 서의 감각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심리적 공간이 부부에게 서로를 향 한 열린 자세를 갖게 만든다. 나와 다르기 때 문에 생기는 거리는 당연하다. 부부는 나와 분리된 타자가 아닌 나에게 말 걸어오는 타자 이자 나를 남편이자 아내로 존재하게 하는 타 자인 것이다. 단지 차이에 대한 확인에 그치 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평이 만나 융합 의 과정이 일어나야한다. 그런 여정이 되어야 지평의 확대로 나아갈 수 있다. 차이에 대한 인식은 선 인식, 영향사 인식을 이해하고 존 중하며 배워 가는 과정 중에 드러나는 거리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고 이러한 지 평 융합의 과정은 결국 부부의 정체성을 세워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타자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에 있어 Gadamer의 해석학이 보여 주는 다음의 세 가지 방식은 부부들에게 서로 를 어떻게 이해하고 부부로서의 정체성을 세 워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향점을 제공하고 있다(Gadamer, 1999).

첫 번째 지향점은 상대방과의 소통하는 경 험을 상대방의 역사 속에서 그 의도를 읽어내 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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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전형적인 사건을 이해하듯이 같은 방식 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 을 이해하고자 할 때 어떤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하며, 역사적인 이해 속에서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주관 적 동기들을 배제함으로써 그 안에 담겨진 내 용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을 인격체 로 인정하고 상대의 경험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과정에서 상대를 인격체로 인식할 때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 지향점은 상대방의 인격적인 측면 을 고려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이해가 자기 스 스로의 주 관심사가 되도록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상대방을 단지 계산적으로 고 려하고자 하는 인간에 대한 태도보다는 객관 적일 수 있지만, 상대방을 미리 알아서 이해 해야한다는 요구가 실제로는 상대방의 요구를 사전에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실에서 전통과 맞물려 있는 관계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으려는 사람은 전통의 진정한 의미를 놓친 다. 자신의 선이해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함께 사 유해가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거와 의 부단한 상호매개 작용’을 하는 이해의 과 정을 이해의 장인 역사를 향해 확장시켜 가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자신과 상 대방의 거리를 인식하는 시작이 되며, 부부 두 사람의 역사 속에서 통합의 과정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지향점은 영향사적 의식이 전통을 향해 열려있음에 대해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 이다. Gadamer는 상대방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 려있는 자세가 요구되는데 이는 두 사람이 서 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이해한다는 뜻이나 단순히 상대방 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따른다는 뜻은 아니라 고 한다. 상대방을 향해 마음이 열려있다는 것은, 굳이 나한테 자기주장을 펴려하지 않아 도 스스로 내 뜻을 굽힐 줄 아는 자세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Gadamer는 가설과 실험적 검증만을 따르는 자연과학의 객관주의와 인식의 대상과 정신을 동일시하는 관념론적인 정신과학으로 양분된 두 가지 흐름이 모두 인간 경험에 있어 다양 성과 우연성이 함께 빚어내는 풍요로움을 오 히려 방법적인 틀로 제한하여 진리를 은폐한 다고 보았다(Gadamer, 1999). 하물며 결혼 생활 을 영위하는 부부의 생생한 경험을 각자의 역 사성에 대한 이해 없이 특정한 가치의 잣대로 가늠한다는 것은 너무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는 것이다.

개인의 과거 역사에 대한 복원을 시도하며 그 안에서 해방적 성찰을 시도한다는 하버마 스의 심층 심리학적 차원에서의 정신분석학에 대해 Gadamer는 의사와 환자의 특수한 관계를 넘어서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물론 정신분석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과 정이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의사와 환자 사이에 서 일어나는 공동의 성찰 작업이라는 것은 인 정하지만 체계적으로 왜곡된 의사소통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신분석학적인 구조는 일반적 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는 의사라는 권위가 주는 신뢰와 인정이 전제 되지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대해서 저항이 일 어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가족 상담에서도 정신분석적 접근을 하다보 면 과거로부터 기인된 어떠한 영향이 지금 현 재에 까지도 미치고 있음을 만나게 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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럴 때 상담자로서 느낀 한계는 현재 만나고 있는 내담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하버마스 가 말한 특권적 인식 능력을 부여하는 비판적 인 성찰마저도 완고한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Gadamer의 해석학적 경험에 대한 이해는 과거의 역사적 유산을 그대로 복 원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현재적 관심사에 의 해 자의적으로 가져오는 것 중 어느 한 쪽으 로도 치우치지 말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과거 와의 열린 대화를 통해 이해의 지평을 부단히 확장해나가는 Gadamer의 이러한 개방적인 생 각은 부부 두 사람 사이의 역사와 현재 사이 에서 발생하는 이해의 지평을 형성하는 존재 론적인 구조로 나아가야함을 보여주고 있다.

고미영(2011)은 가족치료에 포스트모던 실천 원리에 대한 적용을 고찰함에 있어 진정한 대 화는 상호간의 의도나 독특한 사고를 공동의 이해와 대화의 결과물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 았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를 사용한다는 것이 한국 문화에 위배되는 반문화적인 실천을 요 구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의 삶에 존재하는 허술한 틈새 와 의미의 부재에 함께 참여하여 협상해 나간 다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내는데 의미의 협 상이 매우 유용하고 적절하였음을 보고하고 있다. 결혼 생활에서 부부가 서로의 역사에 대한 이해의 과정에 참여함으로 스스로를 형 성해가고 자신의 선 이해를 지속적으로 수정 하며 보다 통합된 의미를 확보해 나가는 이해 의 순환 구조 역시 단지 방법론적인 차원이 아닌 존재론적 구조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이다.

Ⅴ. 나아가며: 부부 및 가족 치료 임상에의 제안 및 제한점

가족 상담을 하면서 부부의 어려움에 어떻 게 다가가고 공감할 것인가는 상담자 마다 매 우 다른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이 혼율을 가진 한국 사회라는 환경 속에서 필자 는 가정 폭력 상담과 숙려 기간 중인 부부의 이혼 상담 그리고 결혼 이주 여성의 부부 상 담과 같은 임상 경험을 통해 부부의 정체성이 세워지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가족들이 가지고 오는 어려움과 갈등 가운데 부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서 시작된 논의를 Erikson의 정체성에서 출발 하여 Gadamer의 해석학적 통찰로 확장하여 보 았다.

그 가운데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연속성 과 역동성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가 진 가족의 경직된 가치는 현 시대의 부부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 너 무 익숙해서 간과 되고 있는 유교적 가치는 한국 사회에서 부부의 정체성이 세워지기 어 려운 결과를 낳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빈약한 부부의 정체성을 세워나가기 위해 우 선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인 Erikson의 인간 발달 이론을 통해 정체성은 성취가 아닌 역동 적인 과정으로 사물을 보는 하나의 견해임을 살펴보았다.

또한 부부가 세워가야 하는 정체성이 어떠 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위해 한 개인의 정체성일지라도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를 통해 형성된 자기 자신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자기감을 세워가는 것은 항상 타자 와 외부 세계의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인 것이 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한쪽으로의 합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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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상호 관계적인 연합된 정체성에 대한 감 각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현실에서 흔히 문제라고 생 각하는 위기와 갈등이 성숙의 지점이 된다고 하는 Erikson의 주장을 살펴보았다. 위기 속에 서만이 인간은 참된 존재가 된다는 그의 견해 는 부부들이 결혼생활 가운데 만나게 되는 어 려움이 부부가 정체성을 재창조해 가는 기회 가 될 수 있다는 도전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Erikson은 갈등이나 위기를 통해 인간이 성숙 한다고 보았으며, Nietzsche는 익숙한 것으로부 터 떠나는 것을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라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가는 발 달과업은 어느 한쪽의 획득과 같은 결과론적 인 성취라기보다는 한쪽이 강화되거나 우세해 지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전쟁과 같은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신뢰 보다 불신이 더 우세하게 되었을 때 인류가 얼마나 위험에 빠질 수 있는가를 알았기 때문 에 오히려 신뢰가 지배적이 되면 개인은 물론 인류가 행복할 것이라는 소망 역시 가지고 있 었다. 이러한 Erikson의 반성적 사고는 Gadamer 의 해석학적 통찰에서도 이어진다.

Gadamer는 두 사람이 느끼는 서로의 낯선 거리에 대한 진지한 인식과 그 차이에서 발생 하는 긴장을 생산적으로 다룰 때 서로 상이한 지평들의 융합을 통한 확대가 일어난다고 한 다. 부부관계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상대 방의 역사적 맥락과 관계 사이에서 새로운 선 입견을 형성해 가는 이해의 순환적인 과정인 것이다.

인간의 본질 역시 완결이 아닌 부단히 해명 해 나가야 하는 과정으로 두 사람 사이에 물 음이 일어날 수 있을 때 상대방의 존재가 드 러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가

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새로운 선입견을 형성 해 가며 서로의 지평이 끊임없이 확대되어가 는 과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대방의 역사 속에서 그 의도를 이해하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자신의 주 관심사가 되도 록 가져오는 것과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 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함을 이야기 하였다.

위에 제시한 Erikson과 Gadamer의 논의를 중 심으로 가족 상담에 있어 부부의 정체성을 가 족과 부부를 이해하는 중요한 하나의 패러다 임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한 개인의 건강함이 관계의 건강함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부부가 원하는 행복하고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는 부부로서의 두 사람이 갖는 인식과 감각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족 상담은 가족의 어려움 안에서 부부의 위기를 성숙의 기회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상담자들 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세워 갈 수 있는 상담을 제공하는 가운데 그 어려 움을 도울 수 있다.

부부 정체성이란 갈등과 위기의 영향력이 내재되어 있는 부부사이의 거리 인식을 통해 관계에 대해 몰두하는 가운데 심리내적인 공 간에서 상호작용 하는 부부로서의 감각이다.

이러한 부부의 정체성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갈등과 위기가 부부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재창조의 과정이 되어야 함 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부부의 빈 약한 정체성을 세워가는 재창조를 경험하는 상담으로 진행된다면 사회와 상담자 자신의 선이해에 갇혀있던 것으로 부터 인간에 대한 성찰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보다 확장시켜 줄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상담자가 견디어 줄 수 있는 매우 공감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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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우선적으로 부부의 정체성을 세워나감에 있어 그 근거와 지향점을 찾는 것 에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후속 연구를 통해 실제 세워져 나가야 하는 정체성에 대한 보다 다양한 대안적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임상에서 출발한 질문이기에 그 과정을 보다 구체화 하여 사회과학적인 연구방법을 통한 효과를 검증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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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접수일 : 2015년 07월 02일

□ 심사시작일 : 2015년 08월 17일

□ 게재확정일 : 2015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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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orming Marital Identities with Hermeneutics

Jin A Kang

(Department of Christian Studies, Seoul Women’s University)

Objectives: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help families define their marital identity through family counseling. Methods: Drawing on Erikson’s identity theory and Gadamer’s hermeneutics, the researcher conducted an in-depth qualitative research study of a married couple’s life experiences. Results: Because of the change in support of Korean society’s Confucian values, married couples required family counseling to help them find a new perspective of their marital identity and achieve a satisfactory marriage.

Conclusions: Family counseling can significantly help married couples recreate their marital identity.

Keywords: identity, marital identity, family counseling, Erikson, Gadame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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