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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에서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는가?:인종간 정신분석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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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P Original Article 精 神 分 析 :第 13 卷 第 2 號 2 0 0 2

J Korean Psychoanalytic Society Vol. 13, No. 2, Page 159~168, 2 0 0 2

정신분석에서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는가?:인종간 정신분석의 경험

兪 載 學

*

Cultural Difference in Analytic Practice?:Experience in Interracial Analysis

Jaehak Yu, M.D.*

서 론

미국에서 분석공부를 하는 동안 유명한 여러 분석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개최되는 Cle- veland 분석 Institute의 Scientific Meeting에 참여하는 연 자들을 통해서 였습니다. 이 분석가들은 금요일 저녁 개최 되는 Scientific Meeting에 본인의 소견을 이야기하고, 토 요일 아침 분석 Institute의 candidate를 위한 또 다른 시간 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에는 candidate들에게 알맞은 논문들을 한 두 개씩 주어서 그것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작년 Philadelphia에서 활동하고 있는 Indian-American analyst인 Dr. Akhtar이 Cleveland를 방문하였습니다. 저 는 개인적으로는 이 분석가의 Scientific Meeting에서 한 panelist로 발표를 하게 되어 있어서 잔뜩 긴장을 하고 있 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석가가 candidate를 위해 준비한 논문을 읽 는 순간 무언가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논문의 제목은“From Schisms Through Synthesis to Informed Oscillation:An Attempt at Integrating Some Diverse Aspects of Psychoanalytic Technique” (Akhtar 2000) 였는데, 아마도 그 동안 제 마음속으로 느껴왔던 우리나라 와 미국의 문화적 차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분석가와 나 사이에 일어나고 있던 어떤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열쇠가 이 논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서구인들에게 정신분석 및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적용 하는 것이 적당치 않다는 이론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동양

인들의 여러 경향 중, 개인화가 적당치 않고(lacked suffi- cient individuation), 자신을 관조하는 능력(the capacity for self-reflectiveness and introspection)이 결여된 점, 영적인 신앙(animistic belief system)에 얽매여 있는 경향, 그리고 가족에 얽매여 있는 경향(enmeshed with their fa- milies of origin) 등이 정신분석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은 이 이론은 인종적인 견 해차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많다고 Akhtar(1999)은 주장 합니다. 그리고 많은 비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정신분석의 성공적인 실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정신분석의 초창기부터 psychoanalytic technique에 관 한 이견(schism)들은 무수히 있어왔고, 이것은 최근에 an- alytic process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classical view와 in- tersubjective view 간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 어는 이런 관점의 차이가 이분법적 논리로 발달되어 oedipal 대 pre-oedipal, psychopathological 대 developmental, one-person 대 two-person, verbal 대 non-verbal, con- flict 대 deficit, 그리고 classical 대 romantic 등의 용어들 이 만들어지고, 정신분석에 있어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접근 방법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Classic 그리고 romantic vision은 Strenger(1989)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사람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나 (intrinsically limited) 훈련(order)과 전통에 의해 좀 더 나 은 방향으로 발달한다는 것이 classical vision이며, 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게 태어나게 되나(intrinsically good), 환 경(circumstance)의 영향으로 문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 romantic vision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제가 생각한 정신 분석의 이론 및 실제에 있어서의 동서양의 차이도 이런 맥 락 속에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논문에서 제가 미국에서 정신분석을 받는 동안 느꼈던 정신분석의 이론 및 실제에서의 동서양의 차이를 기술해 보고 이러한 차이에 대해 고찰해 보려고 하는 것입

*서울시립은평병원 정신과 및 Clinical Candidate, Cleveland Psycho- analytic Center Cleveland, Ohio, USA

Department of Psychiatry, Seoul Metropolitan Eunpyeong Hos- pital,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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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편의를 위해서 소제목으로 1) 동양에 있어서 좀 더 많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그리고 제한된 감정의 표현(More Non-verbal Communication and Limited Expression of Emotions in Orientals), 2) 동양인에 있어서 일견으로 보 기에는 적당치 않은 개별화와 이로 인한 치료시의 가족의 개입(Seemingly Inoptimal Individualization and Involve- ment of Family Members in Treatment in Orientals), 그리고, 3) 언어 및 문화적 차이(Language and Cultural Difference)를 선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은 이 세 가지의 주제는 상호 관련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동양에 있어서 좀 더 많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그리고 제한된 감정의 표현

(More Non-Verbal Communication and Limited Expression of

Emotions in Orientals)

Communication(의사소통)이라는 것은 보내는 사람(sen- der)과 받는 사람(receiver) 사이의 어떤 information(의 사)이 전달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이 communication 의 방법에는 말을 통한 verbal communication 뿐 아니라 body-movement, body-placement, odor, eye-to-eye contact, touching, observation 등의 non-verbal commu- nication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입니다(Campbell 1981).

Roland(1996)는, 미국인 정신분석가로 인도와 일본에서 도 정신분석 활동을 하였는데, 그는 동양인의 의사소통 방 법이 서양인에 비해 non-verbal communication과 indirect verbal communication을 하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하였으 며, Slote(1996)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동양권 사람들은 유교의 영향을 받고 있고 이 영향의 하나로 동양인들은 그 들의 감정적 표현 중 어떤 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되고 어떤 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가 라는 소위 기준을 이미 정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Pine(1997)은 서양의 발 달이론에서는 아이들이나 환자들에게 정신치료의 목표로, 감정(affect)을 이해하고 이것이 무엇인지를 표현하게 하며 (naming), 내적인 경험(inner experience)을 말로 표현하 는 기술을 찾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서양사회에서는 verbal communication과 적당한 감정의 표현을 중요시해 왔던 것으로 이해 됩니다. 동서양의 환자 를 접해 본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말 잘하는 미국환자, 침묵으로 일관하는 우리나라의 환자들을 떠올릴 수가 있습 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우리나라 환자를 대할 때, 환 자가“아니오” 라고 이야기하여도,“예” 로 해석해야 하는 경

우를 겪게 된 경험을 여러분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신분석의 경향은 이러한 non-verbal communication도 verbal communication 만큼 중요하고, 환자에 따라서는 non-verbal communication의 이해 없 이는 환자의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이론입니다.

▶ 예:1) 이것은 Dr. Akhtar(2000)의 case입니다.

한 schizoid한 여자의 분석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하루 는 환자는 session이 시작하자 마자 매우 긴 침묵을 보였습 니다. 이러한 환자의 주저하는 면에 대해 익숙한 나는 어느 정도 기다린 후, 환자에게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힘든 것 같 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침묵은 이어졌고, 나는 다시 환자에 게“아마, 오늘 이야기가 힘든 것이 나에 대한 느낌이나 생 각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군요.”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환자는 그 후에도 몇 분쯤 다시 침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는 환자는 아주 힘겨운 목소리로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 였습니다.“선생님, 선생님은 제가 말하지 않아도 저를 이 해하실 수 있지 않나요? 선생님은 분석가이시구요. 그러니 선생님은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제가 무엇을 느끼는지, 무 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기서 환자는 말을 멈추었고, 나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환자가 다시 말했습니다.“저는요, 선생님 이 저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하라고 할 때가 제일 싫어요. 보 세요, 내가 어렸을 때요, 저는 저의 엄마에게 엄마노릇이 무 엇인가를 가르쳐야 했어요, 적어도요 저는 그렇게 노력했어 요. 그리고 나서는요, 저는 저의 아버지에게 어떻게 아버지 노릇을 하나 하는 것을 가르쳐야 했구요. 그리구요 저는 지 금 여기서도 선생님이 저를 이해하게 하기 위해서 말을 해 야 한다구요. 그건 제가 선생님에게 어떻게 하면 분석가가 되는 것인가 가르치는 것 같아요(이런 일을 계속 해야 한 다니). 저는 속상해요, 정말 속상해요.”

환자는 복수심에 차 있지는 않았지만, 환자의 목소리는

나에게 환자가 나의 말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환자에게 말을

할 것을 강요함으로써 나의 계획(agenda)을 부과한 것이라

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나는 환자 소망 idealizing

aspect을 감지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전지전능하게 환자

의 심리를 알아야 하고 환자는 환자의 노력은 거의 없이 나

아지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약간

skeptical하게 되었고, 이러한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de-

fense일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의 바람은 나를 이

상적인 치료자로 만들어 놓고 내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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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 것에 대한 환자의 나에 대한 반감을 막기위한 것인가?

환자와 2 feet 밖에 떨어지지 않은 나의 신체에 대한 환자 의 erotic feeling을 막기위해 나를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 로 만들어 놓았는가? 이러한 생각들과 함께 나는 어떻게 개 입을 해야 될 것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환자의 이러 한 말들이 어떻게 방어적으로 쓰이고 있나를 환자에게 주지 시키려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해석에 앞서 좀 더 생각을 해보기로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즉, 내 생각이 그럴 듯은 하 였는데, 환자가 이야기하는 material 속에서는 전혀 내 생 각의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환자의 말 속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첫 intervention에 대한 환자의 반응이 transference wish의 좌절로 인한 반응이라고도 여겨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건 강한 ego의 기능을 박탈한데서 오는 반응이라고도 생각되 었습니다. 말하자면, 인간관계에서는 말이 필요 없는 그런 관계도 얼마든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 켜 생각하면 환자는 어린시절 자아가 강화될 수 있는 경험 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경험이 부족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Intrapsychic conflict 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런 경험이 필요한 이 순간에는 어 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나의 의문입니다(중략).

나는 양수걸이(conceptual fork)의 입장이었습니다.

▶ 예:2) 여러분도 잘 아시는 Pokemon 이야기 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유행했었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한때 Pokemon 열풍이 불었었습니다. Pokemon cards를 비롯하 여, Pokemon 인형, Pokemon을 주제로 한 문구들, 특히 저 희 아들은 아직도 이 Pokemon cards를 고이 간직하고 있 습니다. TV series의 하나로 Pokemon이 있는 줄은 알았지 만, 저는 이 일본만화 series를 눈여겨 보고 있지는 않았습 니다. 그리고 몇 년 전 미국에서 이 TV series는 Pokemon movie로 영화관에 등장하게 됩니다. 내가 아는 미국의 아 이들이란 아이들은 모두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부모들을 졸라대고 있었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데리고 이 영화를 보 러 극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영화의 story도 그저 그렇고(주로 공격적 본능, 권선징 악), 만화가 잘 그려져서 신비스럽다고 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음악이 그럴듯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제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거의 모든 영화에 나오는 Pokemon들은 단 한마디의 언어 밖에는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예 를 들면, 피카츄는(노란 색깔의 쥐새끼인데, 싸울 때는 강 력한 전기의 힘으로 다른 Pokemon들을 공격합니다) 사랑

할 때나(love), 감탄할 때나(admiration), 두려워할 때나 (awe), 미워할 때나(hatred), 공포를 느낄 때나(terror), 죄책감을 느낄 때나(guilt), 후회할 때나(remorse), 고무적 기분이 들 때나(inspiration), 언제나 자기의 이름인“피카 츄” 라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그 뉘앙스는 상황에 따라 전 부 틀리겠지요. 어린아이가“엄마” 란 말 한 마디로 모든 엄 마와 의사소통을 하듯, 이 Pokemon들은 소위 global words (발달이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어린아이들은 semantic words를 사용하게 됩니다)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미국아이들이 특히 이런 global words를 사용하는 Poke- mon들을 좋아하는가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 생각은 Institute의 한 seminar 시간에 있었던 논의와 연결됩니다. 주제는 individualization에 관한 것 같이 생각 됩니다. 어린아이가 발달하는데 가르쳐야 할 것 중에 중요 한 하나가 본인의 감정을 잘 구분하고 이것을 verbalization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특 히 서양아이들이, Pokemon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verbalization할 능력이 아직은 없는 아이 들이 피카츄가 구사하고 있는 global words를 선호하고 있 는 것이라는 생각을 얘기 했습니다(reaction formation).

덜 분화된 동양적 분위기를 미국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찾 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이 주제는 더 발달되어 저는 저의 아이들을 키우는데 너 무 허용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저의 아이 들이 더 어렸던 시절 엄마, 아빠의 침대에서 같이 자기를 원 하면(제 아내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애처로운 마음에 저 는 어느 정도 허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저 자신의 어린시절 지나치게 엄격하게 자란 탓에 대한 반응이 아닐 까 생각되었습니다. 또 하나 당시 연상되었던 것은 Robin Williams 주연의 영화“Jack” 입니다. 이 영화에서 한 어린 아이는 태어나면서 매우 빠르게 나이를 먹어가는 병에 걸리 게 되는데, 영화의 한 장면은 겉 모습은 아버지보다 더 나 이가 먹은 성인인, 나이는 7~8세 되는 Robin Williams가 엄마 아버지의 침실에서 같이 잘 것을 요구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두 부부는 마지 못해 이것을 허용하게 되고 그“아 이” 는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서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이고, 두 부부는 어색한 표정에 어쩔 줄을 모르는 장면이었습니 다. 엄마 아버지 그리고 아이의 삼각관계를 잘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Pokemon을 좋아하는 미국아이들의 심

정을 동서양의 차이로 이해하던 나의 생각이 실은 저 자신

의 어린시절 겪었던 엄격함에 대한 반감, 그리고 엄마 아버

지 사이에 끼고 싶은 원망을 대변하는 증거였다고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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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 같습니다.

동양에 있어서 일견으로 보기에는 적당치 않은 개별화와 이로 인한 치료시의 가족개입 (Seemingly Inoptimal Individualization

and Involvement of Family Members in Treatment in Orientals)

Searles(1977)는 그의 환자들을 보며 다음과 같은 관찰 을 하였습니다.“어떤 환자들은 그들의 어린시절을 기억할 때, 나(I) 대신에 우리(we)라는 이야기를 자주 쓴다. 환자 는 언제나‘우리는 이런 이런 일을 했었다.’ 하는 식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러한 환자들의 identity는 기본적으로 sym- biotic한 경향을 갖는 것 같다(재인용 from Akhtar, 1999).”

Babcock과 Caudill(1958)은 전후 일본에서 활동한 미 국 분석가들인데, 일본의 환자들을 본 경험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우리는 환자에게 환자의 부모상(pa- rental figure)에 대한 적대적인 의존(hostile dependency) 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해석해 준다. 우리의 해석은 환자에 게 적절한 individualization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다. 그러 나 환자에게 이러한 해석을 해주면 해줄수록 돌아오는 것 은 정말 지독한 환자의 depression이다.” Roland(1996) 은 이러한 경향에 대해 동양인의 중심적인 psychic stru- cture로서“familial self” 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하였고, 또한 미국에 있는 동양인과 동양에 있는 동양인을 비교해 보면, 미국에 있는 동양인이 본국에 남아있는 동양 인에 비해 서양식의 psychic separateness와 self-boun- dary가 더욱 확고하다고 하였습니다. 즉, 동양 사회는 서양 식의 individuation 대신 감정적으로 가깝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개인은 독립하여 개인적인 individual이 되는 것이 목표라기 보다는, 남들의 신뢰를 계속 받아야 하 는 존재로 남아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동양인은 남과 떨어지지 않고도(without separation) 살아 가는 방법(individuation)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 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양권 환자들의 진료 시간에 찾아오 는 보호자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경험하 나를 말씀 드리려 합니다.

미국에서 첫 정신과 경험은 성인 정신과 입원실 환자였습 니다. 환자를 면담한 저는 한국에서 그랬듯이 보호자를 기 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란 사람을 아무리 찾아 보아도 병동 안이나 병원에서 발견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 다. 답답해진 저는 social worker에게 환자의 어머니나 아

버지를 어디가야 발견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social wor- ker는 황당한 표정을 하며, 환자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면 담하려면, 환자의 동의를 얻어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따로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바로 individuation이구나 하고 있었습니다. 보호자 면담을 하지 않으니, 참으로 편했던 것은 사실 입니다.

이 정신과 병동은 수요일 저녁마다 social worker가 운 영하는 family meeting이 있었습니다. 전공의는 이 주일에 한 번씩 이 meeting에 돌아가며 참여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한 family meeting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영어를 잘 못 알 아 들은 시절이어서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전 혀 모르겠지만, 나의 환자는 아버지와의 대화 도중 그만 울 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도 따라 울구요. 그리고 나서는 저에게 이야기 하길 자기는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으로 아버지와 진정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저 에게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Dr. Akhtar는 얽혀있는 정체성(enmeshed identity)과 familial self를 특징으로 하는 동양권 환자를 정신분석적으로 보는데 있어서 몇 가지 충고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첫째, 아무리 성인환자를 보더라도 환자의 부모나 친척을 개입시킬 수 있다. 적어도 치료 초기에는 꼭 만나 볼 것이 권고되며, 치료가 진행되었더라도 한두 번은 소위 보호자를 만날 수 있다.

둘째, 환자가 생의 중요한 결정을 부모와 상의하는 것에 대해, 이것이 reaction formation일 가능성은 있지만, 자동 적으로 비정상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셋째, 환자는 아버지와 어머니 뿐 아니라 여러 가족 밖의 인물로부터 올 수 있는 multiple transferences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예를 들면 일본환자의 경우,“tea- cher transference” 가 있을 수 있다.

넷째, 일견보기에 적당치 않은 inoptimal individuation이 치료자와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치료자와의 separation이 길어지면, separation 기간에 한두 번은 환자 와 만날 수도 있고, termination phase가 길어지는 것을 염 두에 두어야 하며, 치료 후에 만나는 것을 허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매 시간마다 5분전“5분 남았다” 고 이야기 하는 것 도 좋다.

▶ 예:3) Institute의 case seminar 시간에 있었던 이야 기입니다.

환자는 30대 말의 eccentric하고 schizoid한 환자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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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자는 이 환자의 행동에 매우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치

료자를 당황하게 하는 환자의 행동은 예를 들면 본인의 마 음이 내키는 대로 치료 session에 와서 치료자의 방에 있는 전기 스위치를 조명이 너무 밝다고 하면서 치료자의 동의도 없이 끈다거나, 또 다른 날은 햇빛을 원한다고 치료자 방의 커튼을 걷는다거나 하는 그런 행동들이었습니다. 환자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치료자의 물음에 이 치료 session 들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시간이므로 환자가 생 각하기에는 이렇게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을 할 권리가 있 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치료자가 더 괘씸하게 생 각되는 것은 치료 session 후 환자가 나갈 때, 환자는 본인 이 했던 행동들을 전혀 본래대로 되돌려 놓고 가지 않더라 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 이 환자의 특징은, 치료 시작 후 2~3년이 지나도록 사춘기 이전의 기억에 대해서는 전혀 얘 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는 그저 기억이 없다 라는 이야기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환자의 아버지는 환자가 20대 정도에 사망하였고, 환자의 어머니는 내과적 질병의 말기로 환자와 같이 살고 있었으며, 다른 형제나 친 척은 전혀 없었습니다.

환자의 어린시절 매우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어머 니의 생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는 환자의 어머니를 치료자가 만나 볼 생각이 없느냐고, 그리고 환자 의 어머니가 사망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환 자의 어린시절의 사연들은 영원히 묻혀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환자를 도울 수 있다면 치 료의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환자의 어머니를 만나 보는 것 도 한 방법일 수 있지 않나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의 comment에 대해 seminar에 참석한 다른 candidate들의 반응은 그저 침묵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몇 분이 지나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내심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심지어는 제가 정신분석치료 의 기본인 환자의 psychic reality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로 여기고 저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여 이런 침 묵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사건이 가슴에 박힌 저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공식적 으로 다시 얘기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 고는 정신분석환자를 보는데 있어서 가족의 개입에 대해 쓴 Dr. Akhtar의 책에서도 용기를 얻어, 저는 Dr. Akhtar 의 seminar에서 한 panel로 이 이야기를 할 때 상기의 경 험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seminar를 위한 제 원고에 상 기의 경험을 써놓았습니다. 저의 supervisor 중의 한 분에 게 이 원고를 가지고 갔더니, 상기의 내용은 빼는 것이 좋겠

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로는 이것은 정신분석의 technique 에 관계된 문제이니 이야기될 주제와는 상관 없고, 또 하나 는 제가 institute의 가르침에 반대하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 머물면서 그 이후로는 저는 다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동서양 의 차이를 말하면서 다시금 이 사건이 기억 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예:4) 이것도 Institute의 case seminar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환자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데 환자의 주변상황에 대해 문제가 되었던 case입니다. 치료자는 50 대 초의 여자 candidate이고, 환자는 치료자의 남편이 근무 하는 회사에 다니는 역시 50대의 여자환자 였습니다. 실지 로 Cleveland가 좁아서 이런 일이 가끔 벌어지고 있습니다.

환자는 치료자가 본인의 직장 동료의 부인이라는 것을 모 르고 정신 치료를 시작했으며, 치료자는 neutrality가 손상 되는 한이 있어도 control case를 위해 이 환자를 잡지 않 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치료자는 그의 남 편에게 환자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러나 이 두 부부는 같은 last name을 쓰고 있었으며, 치료 가 진행되면서 당연히 환자는 본인의 치료자와 본인의 직장 동료의 관계를 알게 됩니다. 예상되었던 rage reaction을 환자가 보였고, 그래도 환자-치료자 관계는 유지되고 치료 가 계속 진행되는 그런 case 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치료자에게 아직도 남편이 치료자의 남편의 직장동료를 치료하고 있는지 모르냐고 물었습니다.

치료자가 대답하길 남편은 전혀 모르고 있고 앞으로도 알 릴 계획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치료자 환자 관계 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저 는 저의 경험을 하나 이야기 했습니다. 소위 royalty issue 입니다. 환자를 위하여 남편과의 관계가 자연스럽지 않다 면 결국은 치료자 자신이 불안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 습니다. 저의 질문은 여기서 그쳤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났 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가기 전 치료한 정신치료 case 중의 하나는

20대 말의 미용사였습니다. 환자가 한 session에 와서 저

에게 했던 말입니다.“제가 며칠 전 어떤 사모님 머리를 해

드렸는데요, 그 사모님의 남편이 아마 정신과의사 정도 되

는 것 같더라고요. 그 사모님은 정신과 환자에 대한 얘기를

줄 곳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선생

님도 제 얘기를 부인한테 하세요?” 그 때 제가 어떻게 반

응하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가 저의 아내와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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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에 대해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기억은 하고 있었습니 다. 소위 confidentiality, neutrality, 그리고 부부가 직업에 있어서는 별개라고 하는 individualization의 이론에 기초한 행동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정신분석 환자를 보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환자 와의 사이가 깊어지면서 저는 환자에 대해 저의 아내와 이 야기를 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Supervisor 와는 환자에 대해 정규적으로 이야기하게 되어 있고, 저의 analyst에게도 가서 환자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저녁식사나 식사 후에 제 아내에게 이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기의 case seminar 후 저는 다시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습 니다. 환자의 case seminar를 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case 를 통해서 정신분석의 실제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첫째이 지만, 둘째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emotional share가 중요 하고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데 이 share하려고 하는 대상으로 정신치료계통에 종사하 지 않는 치료자들의“아내”나“남편”이어서는 안된다? 유 명한 New York 분석가의 한 사람인 Dr. Schafer의 부인도 분석가인데, 이분 말씀이 본인이 환자로 인해 어려울 때 남 편의 도움이 컸다는 이야기를 강의 시간에 들은 적이 있습 니다. 이분은 남편이 우연히 분석가여서 이런 share를 하 게 된 것인가? 이런 의문이 들은 저는 한 supervisor에게 부인과의 share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분석가 의 부인은 학교 선생님 출신의 전형적인, 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 할머니였습니다.“선생님은 professional한 이 유로 환자의 이야기를 부인과 전혀 하지 않으세요?” 대답 은 다음과 같았습니다.“어떻게 자기가 중요하고, 온 노력을 기울여 하고 있는 일을 배우자와 share하지 않을 수 있겠 습니까? 그렇다면 부부관계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분석가가 아닌 분석가의 부인들에게 똑 같 은 질문을 하면 본인들의 대답은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서양의 언어와 문화적 차이 (Language and Cultural Difference)

언어도 다르고, 문화가 동서양이 다르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서양에서 태어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이 언어와 문화가 다 른 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우리의 실정에 맞아 떨어지지 않 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정신분석의 초기 founder들은 중부 유럽의 중류계

층 출신이었고, 여러모로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Foster 등(1996)은 정신분석의 보편성(univer- sality)이 지지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세 가지로 들고 있 습니다. 첫째, 정신분석이 나온 19세기 말의 중부 유럽의 여러 학문이 보편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점, 둘째, 지금까지 의 분석이론이 intrapsychic한 면을 너무나 강조해서 문화 의 차이를 등안시 했다는 점, 그리고 셋째로, 종종 시행되어 온 cross-cultural therapy를 수행하여온 사람들이 분석가 이건 피분석가 이건 너무 불안이 심해서 지금까지 이러한 가 능성에 대해 겁을 먹고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석의 이론이 Freud시대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저는 몸소 체험했다고 하 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Cross-cul- tural analysis나 inter-racial analysis가 불가능하다면, 계 층 간의 차이에 있는 경우나(inter-classical analysis), 심지어 inter-personal analysis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 습니다. 우리는 환자와 치료자가 엄연히 다른 것을 상호 인 정하고, 환자의 내적 세계(internal world)의 이해를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 예:5) Dr. Akhtar 책에 소개된 간단한 예입니다.

최근에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 젊은 남자환 자는 미국인 분석가가“들어오시지요(Come on in)”하는 말을 듣고도 분석가의 사무실에 들어오는 문에서 서성거리 며,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분석가는 다시“들어오세요!”라 고 이야기하였고 그제서야 이 일본 환자는 머뭇거리며, 한 발짝 조심스럽게 분석가의 방으로 들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환자의 행동이 의아하기도(puzzling)하고, 불쾌하기 도(annoying) 했지만, 분석가는 일본문화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결정했고, 이런 가운데 환자의 행동은 일본의 문화에 걸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두 번의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기에 앞서 주저했던 것은 일본 식으로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습니다. 분석가는 환 자가 미국 문화에 거짓으로 적응하는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분석가 자신이 일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치료자의 융통성이 돋보이는 예입니다만(중략), 이러한 예는 또한 치료자의 역할이 부모의 역할인가(일본의 문화를 바탕으로 환자를 이해하려는) 혹은 분석가의 역할인가(문화 와 상관 없이 분석에 매진하는)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불 러 일으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 예:6) 미국에서의 저의 case 중의 하나입니다.

환자는 16세의 여자로, 4세 때 한국에서 미국의 중 상류

(7)

兪 載 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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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가정으로 입양되어온 입양아 입니다. 환자는 학교에 가

지 않는 행동, 몇 번의 자살시도, 그리고 입양 후 계속되고 있는 양부모와의 불편한 관계로 저와 치료를 하기로 되었 고, 치료가 진행되면서, 친부모 특히 본인을 버린 친모에 대 한 적개심, Korea-American으로서 미국에서 살아 가면서 의 어려움 등을 환자 자신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환자는 과거에 본인이 한국에 있을 때의 여러 가지 기 억에 대하여 즐겨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특히 환자는 본인 이 어려서 먹던 여러 종류의 음식을 이야기 하기를 좋아 했 는데, 음식의 이름은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했지만 환자가 이야기하면 저는 무슨 음식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를 너무 나 확연히 알 수 있었습니다. 식혜, 김밥, 연시 등이 그 예입 니다. 그리고 환자가 가끔 만나는 한국 교포들이 먹는 음식 속에서 옛날 음식들의 맛을 확인하고는 반가워 한다고 하 였습니다. 환자는 또한 이들 음식을 이야기할 때 그 음식들 의 냄새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 이야기들은 본인이 다른 사람에 비하여 오감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는 관찰과도 맞 아 떨어집니다. 재미있는 또 하나의 예는 환자가 처음 미국 에 와서 맡아 본 skunk의 냄새가 싫지 않았다는 이야기 였 습니다. 세월이 가며, skunk의 냄새를 싫어하게 되었지, 그 자체의 냄새가 싫은 것 같지는 않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음 식 뿐만이 아니고 환자는 본인이 어렸을 적 한국에서 본 comedy program의 한 장면도 저에게 설명했는데, 저도 어 렴풋이 그 장면을 본 기억이 나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환자의 치료자로서 환자가 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위치라면 그 보다 더 좋은 치료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 는 생각에, 그리고 이 환자는 나와 같이 한국에서 온 치료자 를 만난 것이 이곳 현지의 치료자와 작업하는 것에 비하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도 환자와의 어린시절 의 기억에 관한 대화를 즐겨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친부 모가 못 해 주었던 care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것도 여러 번 입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르 는 저의 생각의 또 하나는 결국 이 환자는 이곳 미국에 남 아서 적응해야 할 사람이고,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사 람인데, 과연“식혜” 에 대한 기억이 환자가 미국에서 살아 갈 때 얼마나 필요한 기억인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러 한 저의 생각으로 해서 환자가 미국 생활에 특히 어렸을 적 생활에 얼마나 적응하기에 어려웠는가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skunk 의 냄새가 싫지 않았는데, 그것을 아주 고약한 냄새로 인식 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process)이 진행 되었나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예:7) 제가 저의 Analyst와 겪었던 일련의 사건입니다.

저는 치료 session에서 저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 였습니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런데 저는 내 아내, 내 딸, 내 아들, 내 어머니 식으로 대명사를 써서 이야기하였지 고유명사를 사용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 분석가는 하 루는 이러한 저의 경향을 지적하였습니다. 저는“글쎄요, case presentation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는 고유명사 대 신에 대명사를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고 이야기하게 되었 습니다. 분석가는 그래도 딸 아들을 부를 때, 고유명사를 사 용하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또 저와 친한 사람이라면, 대명 사 대신에 고유명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 다. 그리고 생각하니, 선배 정신과의사 중에 꼭 저의 아이들 이름을 불러 주는 정신과 선배님이 한 분 있었는데, 그분에 게 더 애정을 느낀 것이 사실이라고 얘기 했습니다. 그러자 분석가는 분석가와 저와의 친밀함에 대해 불편함을 느껴 고 유명사 대신에 대명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석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몇 달이 지났습니다. 저의 딸아이에 대해 말 할 기회가 다시 있었는데,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지윤”이가 라고 얘기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나도 당신과 친해지는 데 겁 안내고 있다’ 라는 뜻이었지요. 분석가는“지윤” 을 발 음하기는 하는데 그리 시원치가 않았습니다.“June” 정도 로 발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다시“지윤” 대 신에“내 딸” 이란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몇 달 후(몇 년 후 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New York 사람들과 Cleveland 사람들을 비교하여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깍쟁이 New Yorker들, 그리고 비교적 순 수한 Clevelander들, 때 맞추어 New York에서 만난 분석 가에 대한 좋지 않은 일 까지도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리 고는 Cleveland의 분석가들은 이렇게 나에게 친절하니, 얼 마나 나는 행운아인가 하는 식으로 연상이 이어졌습니다.

분석가는 제가 나의 분석가를 protect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또 몇 달 후, 어떤 기회에 저는 나의 분석

가가 한국 사람이었더라면, 내가 좀 더 자유스럽게 분석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왜 내가 고유명사를 사용하는데 주저하고 있었는가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저의 분석가는 미국인이고 한국어를 전

혀 모르고, 제가 한국어를 구사하여 못 알아 듣는 다면, 그

것은 저의 실망감으로 연결이 될 것이고, 한국어를 모르는

분석가와 친밀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며, 그런 분석가에 대

한 실망감을 피하기 위해 분석가를 보호해야 하고, 그것이

굳이“지윤” 대신에“내 딸” 을 사용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8)

정신분석에서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는가?:인종간 정신분석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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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분석시간에 이런 실망감을 피하기 위해 상대를 보 호하려는 저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렸을 적의 경험 과 연결되어 나누어 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분법적 분석이론의 통합 (Synthesis of Schism in Psychoanalytic Theories)

정신분석의 이론 및 실제에 있어서의 느껴지는 동서양의 차이가 정신분석이 존재하면서 있어왔던 관점의 차이의 하 나라고 이해된다면, 이러한 이분법적 schism을 어떻게 해 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실지로 해결은 잘 훈련 받 은 분석가라면 본인이 알고 하건, 직관적으로 하건(intui- tively) 누구나 다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하면, 언뜻 보기에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 이론 (oedipal 대 pre-oedipal, psychopathological 대 devel- opmental, one-person 대 two-person, verbal 대 non- verbal, conflict 대 deficit, classical 대 romantic, 그리고 서양 대 동양 등)을 분석가들은 양쪽 모두를 이용하고 있 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것을 세 관점에서 기술한다면, 첫째, 우리는 다양한 환자를 접하고 있으며, 분석가는 환자 에 따라 각기 다른 접근방법을 택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 다. 분석이 잘 될 것 같은 신경증 환자라면 우리는 classical approach(oedipal, psychopathological, one-person, ver- bal, conflict, 그리고 western model)를 써서 접근할 수 있겠고, 경계성 인격장애나 자기애적 인격장애 환자에게는 romantic approach(pre-oedipal, developmental, two- person, non-verbal, deficit, 그리고 oriental model)로 접 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한 환자에게 있어서도 치료의 다른 시기에 분석가는 상기 두 가지 접근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치료자와 견고한 동맹관계 를 유지하고 있으면, 우리는 classical approach를 선호할 것이며, 환자가 위기나 퇴보(regression)의 위치에 있을 때 는 긍정(affirmation)과 empathy와 같은 romantic app- roach를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환자의 어떤 연상이 나 행동이 양쪽의 classical approach나 romantic approach 로 동시에 이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에는 분석가 의 입장에서 직관(intuition)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Akhtar 2000). 세 번째의 설명은 Klein의 paranoid po- sition과 depressive position의 이론과도 잘 맞아 떨어집 니다. 환자는 모든 치료기간 동안 paranoid position과 de- pressive position을 오가는데 치료가 긍정적으로 되어감 에 따라 depressive position에 머물러 있는 시기가 par-

anoid position에 머물러 있는 시기보다 더 많아 진다는 이 론입니다. Joseph는 환자가 이런 paranoid position에 있으 면 어떤 해석도 통할 수 없으며, 해석은 depressive po- sition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2002, personal co- mmunication). Settlage(1996)는 정신분석으로 오는 stru- ctural change는 이러한 두 접근방법 즉, psychopathology 의 resolution과 development의 advance의 상호 보완적 인 interplay에 의해서만 이루어 진다고 하며, 분석가의 역 할도 두 가지 즉, transferential object와 developmental object(real object의 개념에 development를 촉진하는 분석 가의 역할을 강조하여 만든 용어로 사료 됨)라고 했습니다.

결 론

저는 이 논문에서 제가 미국에서 정신분석을 받는 동안 느꼈던 정신분석의 이론 및 실제에서의 동서양의 차이를 기 술해 보고 이러한 차이에 대해 고찰해 보려고 하였습니다.

소제목으로 1) More Non-verbal Communication and Limited Expression of Emotions in Orientals, 2) See- mingly Inoptimal Individualization and Involvement of Family Members in Treatment in Orientals, 그리고, 3) Language and Cultural Difference를 선정했고 적당한 예를 두세 가지씩 들었습니다. 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피 했습니다만 문화적 차이를 느끼는 것 자체에 어떤 감추어 진 무의식적 의미(hidden unconscious meanings)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보이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분법적 분석이론의 통합에 관하여 고찰하였습 니다. 제 생각으로는 제가 생각한 정신분석의 이론 및 실제 에 있어서의 동서양의 차이가, 정신분석의 classical view 와 romantic view 사이의 관점의 차이란 맥락 속에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예를 하나 들고 제 글을 마치려 합니다.

▶ 예:8) Institute에 지원할 때 겪었던 일화 하나 입니다.

어떤 분석 연구소나 candidate를 선발하는 방법은 비슷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제가 Cleveland Psychoanalytic In- stitute에 지원했을 때 겪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Institute에 지원을 하려면 우선 자기 소개서, 그리고 경력,

또 하나는 본인이 치료했던 case를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

다. 그리고는 이것으로 심사서류가 끝나고, 심사서류가 통

과하면 하루를 정하여 세 명 내지 네 명의 분석가와 한 시

간 가량의 면접을 하게 됩니다. 제가 서류심사가 통과하였

다고 연락 받은 것은 97년 3월 경이었고 4월 어느날 세 사

(9)

兪 載 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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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분석가를 만나기 위해 New York에서 Cleveland로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첫 번째 분석가는 할아버지 였는데, 저를 한번 이미 본 적 이 있고 저에게 매우 우호적으로 대해 주었습니다. 이 분석 가는 저에게 몇 case를 더 말해 보라고 하고 주로 정신과 적 질병을 약물로 치료할 것인지, 정신치료로 할 것인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정답은 정신치료 였는데 하마터면 per- formance anxiety 환자에게 inderal을 쓰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이라고 말 할 뻔했습니다. 이 분석가와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려 하였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분석 가 였습니다. 지금은 가장 친해진 supervisor 중의 한 명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차가운 인상이었습니다. 처음부 터 저의 영어로 시비가 붙었습니다. 몇 마디 해 보더니, 나 의 영어 실력으로 환자를 분석적으로 볼 수 있겠냐는 것이 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한 시간이 흘러 갔는지 모릅니 다. 제가 이 분석가를 다음에 만났을 때, 실지로 알아보질 못했고, 다른 사람의 소개로 이 사람이 바로 나를 면접한 사 람이라고 가르쳐 주었을 때, 저는 저 자신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분석가는 못 알아보아서 미안해 하는 나 에게“당신이 나를 왜 못 알아보는지 나는 안다” 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세 번째 분석가는 외국 출신으로 저를 많이 지 지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 두 번째 저를 면접한 이 분석가는 Cleveland에서 저를 어떻게 선발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저 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본인들도 제가 잘해낼 수 있을지 잘 몰랐었고, 동서양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데 이런 것이 어떻게 극복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많 이 가졌고, 동양 사람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더욱 곤란했다 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 믿을만한 것은 제가 제출한 case

를 보니, 한국이란 나라의 환자도 미국의 환자와, 즉 본인들 이 보는 환자와 다르지 않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 는 제가 분석에서 동서양의 차이가 있지 않나라는 의구심이 많이 났을 때 들은 것인데, Cleveland에서 분석공부를 계속 하는데 있어서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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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에서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는가?:인종간 정신분석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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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Cultural Difference in Analytic Practice?:Experience in Interracial Analysis

Jaehak Yu, M.D.

In this paper, the author discussed his thoughts about the differences in psychoanalytic theories and practices in Eastern and Western culture, while he was studying in the United States(Western) as a Korean(Eastern) physician.

The author discussed the differences through several subtitles named 1) More non-verbal communication and limited expression of emotions in Orientals, 2) Seemingly inoptimal individuation and involvement of family members in treating Orientals, and 3) Language and cultural differences between Eastern and Western people. Each subtitle included suiting clinical examples. Specific discussion about the examples was excluded, but the vignettes were written so that they somewhat showed “hidden unconscious meanings” when the cultural differences were mentioned.

Synthesis for seemingly schism between romantic and classical points of view in current psychoanalytic theory was briefly discussed. In conclusion, this paper showed the author’s view that the differences between Oriental and Occidental culture in psychoanalytic practice were in the same vein as the dissimilarity between romantic view and classical view in current theory of psychoanalysis.

KEY WORDS

:Interracial analysis·Cultural difference.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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