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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가 부여된 상상력의 공간, 프린스 에드워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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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가 부여된 상상력의 공간,

프린스 에드워드섬

김현주 구암고등학교 지리교사 (geokhj@hanmail.net)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

문학과 공간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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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21 March

‘앤’을 생각할 수도 있다. 소설이건, 애니메이션이건, 미국 드라마이건 마지막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초록박 공지붕 집이 있는 에이번리 마을이 궁금해서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에이번리 마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속 장소,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어떤 곳일까?

북위 46도, 서경 63도 부근에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북아메 리카 대륙의 동부, 대서양의 세인트로렌스만 남쪽에 있는 이 섬은 어디일까? 프랑스의 지배를 받을 때는 생 장(Saint Jean) 이었다가, 영국령 이후 프린스 에드워드(Prince Edward)라 불 리는 이 땅은 어디일까?

프린스 에드워드섬(Prince Edward Island: PEI)은 캐나다에 서 가장 작은 주(州)다. 제주도의 3배 크기지만 인구는 4분 의 1 정도이고, 붉은 대지 위의 감자밭, 한적한 농가, 세인트 로렌스만을 향해 늘어선 모래 언덕 등으로 유명하다. 무엇보 다 「빨간 머리 앤」의 고향, 초록박공지붕 집이 있는 곳이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 가 1908년에 출간한 소설의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s」1), 덜 낭만적(?)인 「초록박공지붕 집의 앤」이다. 누군가는 ‘주근 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떠올릴 것이고, 그보다도 어리 다면 동영상 플랫폼의 (끝에 ‘e’가 있는) ‘앤’을 생각할 수도 있 다. 소설이건, 애니메이션이건, 미국 드라마이건 마지막 장면 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초록박공지붕 집이 있는 에이번 리 마을이 궁금해서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에이번리 마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100년 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속 장소,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어떤 곳일까?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장소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작가와 소설을 제대로 아는 방식일 것이다.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북

쪽, ‘세인트로렌스만 쪽으로 불거져 나와 양쪽에 바닷물이 흐 르는 조그만 삼각형 모양의 반도’에 자리 잡은 에이번리 마 을은 앤이 초록박공지붕 집으로 오기 전과 후로 달라진다.

200여 년 전 대서양을 건너 우연히 섬에 도착한 켈트족 선조 들의 낭만과 모험담,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살아온 원 주민 인디언의 신화가 앤의 상상력으로 되살아난다.

루시와 앤의 고향

문학작품 속 장소는 주인공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동네여서, 작가의 장소 묘사는 그곳이 지도 속 어디엔가 반드시 있을 거

1) 이​책의​국내​번역서는​수십​종에​달함.​이​중​필자는​2002년​발간된​「빨간​머리​앤」(김경미​역,​시공주니어​펴냄)을​참고하였음.

프린스 에드워드섬 위치 자료: 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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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믿게 만든다. 몽고메리는 당장 눈앞에 보일 듯 생생한 묘사 를 통해 앤을 살아 움직이게 했다.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을 법 한, 살아있는 인물로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은 앤의 주소지, 초 록박공지붕 집이 있는 에이번리 마을이 몽고메리가 자란 동 네,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캐번디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몽고메리는 1874년 프린스 에드워드섬에서 태어났다. 소 설 속 앤처럼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읜 후, 재혼으로 떠난 아버 지 대신 우체국장을 하는 외할아버지, 외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외조부는 앤이 만 난 마릴라 아주머니처럼 무뚝뚝하고 고지 식했다고 한다. 대화 상대가 없던 몽고메 리는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눈부신 자연과 남다른 상상력으로 외로운 삶을 견뎌냈을 지도 모른다. 몽고메리는 생전에 20편의 소설을 썼는데, 온타리오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소설 19편 에서 프린스 에드워드섬이 등장한다. 몽 고메리는 자서전2) 첫 장에서 프린스 에드 워드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정말 아름답다. 나 는 개인적으로 이곳이 미 대륙(America)

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믿는다. 물론 더욱 호사스럽고 웅 장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있겠지만, 우리 지역이 풍기는 품 위 있고 평온한 분위기는 세상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리만 치 사랑스럽다. 이곳은 ‘누구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는 신성한 바다에 둘러싸여’ 검푸른 만의 물결 위에 떠 있는 신록의 외 진 땅이요, ‘태곳적 평화가 깃든 곳’이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자서전」 중에서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세인트로렌스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세인트로렌스만(灣)에 있다. 일찍이 섬에 살았던 원주민 믹맥 (Mi’kmaq/Micmac)족은 ‘살랑거리는 물결에 푹 안겨 있는’을 뜻하는 ‘아베그웨이트’(Epekwitk/Abegweit)라는 인디언식 이 름을 붙였다. 프랑스 탐험가의 상륙 이후에는 160년 동안 생 장섬으로 불리며 프랑스 식민지인 아카디아(Acadia)의 일부로 남아있었다가, 프랑스군을 섬에서 몰아낸 영국이 영국식 이름 인 세인트 존으로 고쳐 불렀다. 그 후 프랑스와의 식민지 쟁탈 전에서 승리한 영국은 국왕 조지 3세의 넷째 아들 이름을 붙 였고, 섬의 주도(州都)는 왕비 이름을 따라 샬롯 타운으로 지 은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에드워드 렐프(E. Relph)는 장소 문학과 공간 • 3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되는 초록박공지붕 집

2) 1917년​Every​woman’s​world라는​magazine에​The​Alpine​Path:​The​Story​of​My​Career라는​제목으로​몽고메리의​자서전이​연재되었음.​이후​이​

​​​​원고들을​모아​1974년​미시간대학에서​같은​이름의​책자를​펴냈음.​한국에는​2종의​번역서가​있으며,​이​중​필자는​2007년​「루시​모드​몽고메리​자서전」

​​​​(안기순​역,​고즈윈​펴냄)을​참고하였음.

한적한 농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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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21 March 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야말로 실존 공간을 구축하는 기본 활

동이며 공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북아메리카로 이주한 유럽인 역시 유럽의 지명들을 갖고 와서 북아메리카 에 ‘뿌리거나’ 친근하게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 루시 모드 몽고 메리는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뉴 ‘런던’ 태생이며, 앤 셜리는 소 설 초반에 프린스 에드워드섬 남쪽에 있는 노바‘스코샤’(Nova Scotia)에서 배를 타고 와 매튜 아저씨를 철도역에서 기다렸 다. 노바스코샤는 이름처럼 새로운 스코틀랜드를 뜻한다.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역사성은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다. 스 코틀랜드 출신의 선조들이 새로운 땅에 뿌리내리고자 했던 억 척스러움, 강인함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를 사는 프린스 에드 워드섬의 주민 생활도 엿볼 수 있다.

당근 같은 머리 색깔로 놀림 받는 앤의 빨간 머리는 속설에 따르면 스코틀랜드계에 많다고 하는데, 상상력이 뛰어난 앤마 저도 빨간 머리만은 평생 짊어질 슬픔으로 여길 정도이다. 매 튜 아저씨와 만난 앤은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고 가면서 프린 스 에드워드섬의 붉은 길을 우스꽝스럽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철분이 함유된 사암(砂巖)의 표층이 풍 화되어 붉은 토양으로 덮여 있고, 풍화된 사암이 바람에 날려 만들어놓은 모래 언덕과 해안 절벽이 해안을 둘러싸고 있다.

앤이 농업 수업시간에 왜 붉은 길인지 배우고, 시간이 흘러 자 신의 외모를 긍정하게 되는 과정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앤이 농업 시간에 배운 내용은 감자와 붉은 사암일 것이다. 스 코틀랜드 이민자 출신에게 감자 재배는 운명일지 모른다. 잉 글랜드의 종교 차별을 받던 스코틀랜드 소작농들은 대서양을

건너와 프린스 에드워드섬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감자 농사 에 헌신했을 것이다. 소설 속 매튜 아저씨와 다이애나의 아버 지도 감자 농장을 한다. 현재도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가장 큰 산업은 감자 농사로, 철분이 풍부한 붉은 토양 덕분에 성장기 동안 적절한 양의 수분을 유지하여 양질의 감자를 생산할 수 있다. 전 세계 20개국에 수출하는 섬의 가장 큰 수출품이자, 1700년대부터 이어져 온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생활 방식이다.

또한,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캐나다 자치령 이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바닷가재, 홍합, 굴 등의 어업도 활발하다. 바닷 가재는 감자와 함께 섬의 주요 특산물로, 현지 재료를 사용한 대형 프랜차이즈 바닷가재 버거가 유명하다. 100년도 더 지 난 과거 속 몽고메리의 프린스 에드워드섬 이야기는 현재에 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08년 발간된 소설에는 영국을 ‘고국(home)’이라고 말하 는 마릴라 아주머니와 린드 부인의 대화가 나온다. 1763년부 터 영국 차지가 된 섬은 1799년에 영국 왕자를 기려 개명하 지만, 1864년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

1867년 캐나다 자치령 선포 이후, 프린스 에드워드섬이 1873 년에 7번째 주로 가입했으니 독립한 지 30여 년이 흐른 시점 이다. 마릴라는 입양 아이의 조건으로 앤의 출생지이기도 한 노바스코샤를 포함한 캐나다 ‘태생(native)’을 강조하면서, 식 민지 쟁탈전을 겪은 프랑스계 주민에 대한 반감도 드러낸다.

“거의가 멍청하고 덜 자란 프랑스계 사내아이들을 농장에서 일꾼으로 쓰다 보면 가재 통조림 공장이나 도시로 떠나버린 다”라고 푸념하기도 한다. 캐나다 동부 대서양에 있는 노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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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공간 • 3

코샤, 프린스 에드워드, 뉴브런스윅, 뉴펀들랜드·래브라도 등

‘애틀랜틱 캐나다’는 영어권 문화가 우세하지만 프랑스 문화 유산도 남아있다.

소설에는 이제 막 자치를 시작한 캐나다인의 현실적인 일 상이 드러나 있다. 붉은 대지와 감자 그리고 스코틀랜드, 바 닷가재 등 소설 속 묘사에는 프린스 에드워드섬에 뿌리내리 려는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들의 강한 생활력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캐나다에 정착한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사는 다 소 폐쇄적이고 고집스러운 이 에이번리 마을은 앤이 오면서 어떻게 바뀔까?

잠자는 신화 속 거인을 깨운 앤의 상상력

「빨간 머리 앤」은 상상력 만렙(!) 초긍정 고아 소녀의 성장기이 다. 사실 앤은 섬의 남쪽인 노바스코샤주의 볼링바르크 출신 이지만 열병으로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다. 같은 마을의 여러 집을 전전하다 호프턴에 있는 고아원에 맡겨진 후, 농장 일을 도울 남자아이를 원하는 커스버트 남매네로 잘못 오 게 된다. 수다스럽고 상상력 풍부한 고아 소녀 앤의 엉뚱 발랄 함은 마릴라 아주머니, 매튜 아저씨, 린드 부인, 조세핀 할머니 등 주변 사람들도 조금씩 변하게 만든다. 앤의 실수에 웃고, 고 난과 어려움을 헤쳐나가길 응원하다 보면 앤의 상상력에 공감 하게 되는데, 앤의 상상력은 대자연 모든 사물에 자신만의 이름 붙이기에서 출발한다. 자연을 사람처럼 바라보는 앤은 프린스 에드워드섬을 대하는 몽고메리 그녀 자신이다.

“나는 섬이 가진 이 독특한 매력은 섬의 풍경이 풍기는 순수 함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렇다면 그런 순수함은 어디서 오 는 것일까? 가문비나무와 전나무의 거뭇거뭇한 무늬에 숨어 있을까? 바다와 강이 발하는 희미한 빛 속에 존재할까? 짭 짤한 공기의 상쾌한 냄새 속에 있을까? 아니면 더 깊숙이 파 고 들어가 대지(land)의 영혼(soul)에서 오는 것일까? 대지 또한 인간과 똑같이 개성(personality)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개성을 알려면 대지에서 살아야 하고, 대지와 친구가 되 어야 하고, 대지로부터 육체와 정신의 양분을 빨아들여야 한 다. 그래야만 대지를 이해하고 알 수 있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자서전」 중에서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맺는 앤의 엉뚱한 상상과 공감은 신화 속 인물 글루스캡(glooscap)과 맞닿아 있다. 원주민 믹 맥족 신화에 따르면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글루스캡이 만들었 다. 글루스캡은 땅에 내리친 번개에서 태어나 모래로 빚어진 사람을 닮은 거인인데, 동물들을 형제, 자매라 불렀다. 세상 을 화려하게 칠하고선 모든 색깔을 섞어 붓질하여 만든 땅이 바로 프린스 에드워드섬이다. 붉은 흙으로 섬을 색칠하고, 파

믹맥족 신화 속 글루스캡과 프린스 에드워드섬

자료: https://www.princeedwardisland.ca/sites/default/files/publications/

aboriginal_cultural_connections.pdf 붉은 감자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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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21 March473호 2021 March 픽위트(Epekwitk)’로 이름 지었는데, 유럽인들이 ‘살랑이는 물

결에 푹 안겨 있는’이라는 다소 시적인 의미로 ‘아베그웨이트 (Abegweit)’라고 고쳐 불렀다.

그 옛날 믹맥족이 했던 것처럼 앤이 초록박공지붕 집이 있 는 에이번리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길가에 늘 어선 나무에 ‘예쁘고 신비스러운 베일을 쓰고 새하얗게 차려 입은 새색시’라고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었다. 앤의 하루는 의 미 있는 장소, 사물들로 꽉 차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보니’와

‘눈의 여왕’이 반겨준다. 혼자 걷는 ‘연인의 오솔길’이 끝날 즈 음, 친구 다이애나를 만나 ‘다정한’ 단풍나무 아래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면 ‘버드나무 연못’이 나타나고, 다시 숲속의 ‘제비 꽃 골짜기’와 ‘자작나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한 다. 창문 밖으로는 ‘반짝이는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이처럼 앤 에게 세상은 ‘드루아스 샘’, ‘유령의 숲’, ‘한가한 황야’처럼 도 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진짜 장소들로 가득 차 있다.

“전 제라늄이라고 해도 이름을 갖고 있는 게 좋아요. 그럼 사 람처럼 여겨지니까요. 그저 제라늄이라고 부르면 제라늄이 기분 나빠할지 모르잖아요? 아주머니도 항상 그저 아주머니 라고 부른다면 싫어하실 거예요. 저는 ‘보니’라고 부르겠어 요. 오늘 아침에 제 침실 밖에 있는 벚나무에게도 이름을 지 어 주었어요. 너무나 하얘서 ‘눈의 여왕’이라고 했죠”

-「빨간 머리 앤」 중에서

뭐든 마음만 먹으면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이 아이는 고 아원에서도, 에이번리 마을에서도 장소의 개성을 콕 집어 이 름을 붙이면서 살아간다. 장소가 지닌 본질을 꿰뚫고 친구가 되어 개성 강한 이름을 지어주고는, 가슴 설레면서 교감하다 가 에이번리 마을에서 드디어 진정한 ‘집’을 갖는다. 앤이 이름 을 붙이면서, 에이번리 마을은 켈트족 이민자들이 사는 새로 운 땅에서 그 옛날 원주민이 자연과 어우러져 살던 낭만적이 고 인간다운 공간으로 서서히 변한다. 마릴라 아주머니도, 매 튜 아저씨도, 린드 부인도, 조세핀 할머니도, 에이번리 마을 사 람들도 조금씩 상상이란 것을 하고 솔직해지고 타인에 대한

행복하고 상상력도 가졌어. 저 바다를 봐, 얘들아, 은빛과 그 림자와 어둠에 묻혀 있는 것들을. 우리가 백만 달러를 가지 고 있고 다이아몬드가 수십 개 있다고 해서 저것들이 더 아 름답게 느껴지겠니? …… 난 나 자신 외에는 어떤 사람도 되 고 싶지 않아. 평생 다이아몬드의 위로를 받지 못한다고 해 도. 난 (매튜 아저씨가 사 주신) 진주 목걸이를 한 초록박공 지붕 집의 앤으로 아주 만족해”

-「빨간 머리 앤」 중에서

렐프는 인간답다는 말을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 찬 세상에 서 사는 것, 내 장소를 가지고 그 장소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앤이야말로 에이번리 마을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다. 앤이 사는 에이번리 마을은 원주민 신화가 살아있는, 대지 위에 뿌리내린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 자의 땅이다. 앤의 상상력으로 이민자들이 개척한 척박한 땅 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머리와 가슴은 강하게 대지 와 호흡하는 낭만의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어쩌면 현대인은 집을 잃은 존재일지 모른다. 최근 드라마 제목으로도 유명한 ‘스카이캐슬’, ‘펜트하우스’는 앤이 말하는 언제나 돌아오고 싶은 ‘집’이 아니라 금전적 가치로만 가늠하 는 가짜 장소일지 모른다. 「빨간 머리 앤」의 행동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설랬던 건 진짜 장소들로 가득 찬 곳에 살고 있는 앤 이 부러워서일 것이다. 프린스 에드워드섬은 100년도 더 된 소설 속 초록박공지붕 집을 그대로 재현해놓았고, 해마다 세 계 곳곳에서 소설 속 앤이 되고자 찾아온 관광객들로 넘쳐난 다. 프린스 에드워드섬, 에이번리 마을에 간다고 진짜 장소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장소는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있고, 이름에는 시간과 함께 붙인 사람의 기억, 경험, 추억이 쌓이기 마련이다. 앤처럼 진짜 장소를 갖고 싶다면 지금 우리 동네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애정을 갖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기분 좋은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딱 맞는 이름 짓기를 시작 해보는 건 어떨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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