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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儒家)의 음(音)사유체계에서 나타나는 여음(餘音)담론의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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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가(儒家)의 음(音)사유체계에서 나타나는 여음(餘音)담론의 단서

91)

이 우 영*

❙국문초록❙

이 글은 동아시아 유가

(

儒家

)

에서 논하고 있는 음

(

),

그리고 이것이 은유하고 있는 특수한 사유 체계를 조 망하려고 한다

.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유가의 사상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특징들을 서구 근대 음악론들과 비교해보며 논술하고자 하는데

,

이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동양 음악 문화 속에 존재하는 독특한 담 론들 중에 하나인 여음

(

餘音

, ambience)

의 존재 근저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

주지하듯 유가의 우주론과 음의 관계는 도덕적인 역할과 현실적 인간의 긴장 단계를 상호보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도구적 장치로 간주 되고 있다

.

천인합일

(

天人合一

)

적 자연관에 녹아들어있는 음

(

)

생성론은 자연히 인성론으로 연결되며

,

결과 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자체를 조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

그러한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남아있는 개인성과 음의 이면적 성질을 은유하는 유음

(

遺音

)

이라는 개념이 도출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유음은 개인의 사밀성을 우 회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

음의 근원자체를 인간의 심성에서 발동하고 공명되는 소리로 정의 내린다는 점에 서 강력히 작용하는 개인성의 자유의지를 함유시키고 있는 것이다

.

이때 여음은 자신의 사밀적 내부에서 알맞 게 적절히 향유하고 변주되는 무규정적 움직임이다

.

또 수용 미학적 측면에서 그것은 각각의 개인이 내재된 무의식속에서 미세한 느낌들을 결합시키는 인식작용을 한다

.

여전히 이성주의와 기술문명 속에서 여음은 존재론적으로

,

인식론적으로 불명확한 상태에 놓여 졌기 때문에 언급을 회피하거나 배제되기 쉬운 대상이었다

.

하지만 우리는 동양의 전통 사유 중 매우 영향력 있게 적용되 는 유가사상에서 암시되는 여음의 정체에 대해 올바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

[

주제어

]

여음

(

餘音

),

사운드스케이프

(Soundscape),

유음

(

遺音

),

악기

(

樂記

),

앰비언스

(Ambience),

음악미학

,

유가

(

儒家

)

음악론

❘목 차❘

.

여음이란 무엇인가

.

유가

(

儒家

)

의 음

(

)

.

유가적 개인성

(individuality of Confucianism)

과 음

(

)

.

유음

(

遺音

)

과 여음

(

餘音

) V.

결 론

* 서울예술대학교 음악학부 시간강사 / mochiano@hanmail.net

(2)

Ⅰ. 여음이란 무엇인가

이 글은 동아시아 유가

(

儒家

)

에서 논하고 있는 음

(

),

그리고 이것이 은유하고 있는 특수한 사유 체계들 을 조망하려고 한다

.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유가의 사상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특징들을 서구 근대 음악론들과 비교해보며 논술하고자 하는데

,

이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동양 음악의 정신문화 속에 존재하 는 독특한 담론들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여음

(

餘音

)

의 존재 근저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

여음은 사전적 의미로는 단지 남겨진 음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

사실 여음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 악 속에 언제나 내재되어 있으며 연주되어 왔다

.

여음은 주로 악기의 연주에서 발생되는 특정 현상 중에 하 나로

,

어떠한 악곡을 연주하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잔향

(reverberation)

들의 생성되는데

,

흔히 음간

(

音間

)

사이의 시공간적 현상들

, ‘

음악적 음

이 끊어진 후에도 지속되거나 잔상처럼 남겨져 있다가 사라 져 가는 중에 있는 음형

(

音形

)

들을 의미한다

.

좀 더 넓게 본다면 음장

(

音場

),

혹은 앰비언스

(ambience),

사 운드스케이프

(sound-scape)

라는 공간적 개념을 빌려 음악적 음 외부에 자리 잡는 모든 배경적 환경들을 지 칭하기도 한다

.

물리학적으로 보면 음과 여음

,

혹은 배경음 모두는 단지 고유의 주파수와 스펙트럼의 양적 차이가 있을지 언정 그것은 결코 우리의 인식처럼 확연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

다만 소리현상이 파형형태로 우리 곁에 머 물러 감각으로 인식되는 가운데에서 소위

음악적 음

과 그 밖의 불필요한 소리들을 선별한다

.

그 차이를 가 르는 가장 유력한 기준 중 하나는 연주주체가 직접적으로 통제 가능한 소리인가에 있는 것이다

.

이른바 사전 계획에 의거해 그 일정한 규격들을 연주하는 형태에서 연유된 결과물들을 음악적 음이라고 한다면

,

여음은 연주 현장 주변속의 여러 자연적

,

공간적 그리고 심리적 형태에서 비롯되는 우발적 사건들일 가능성이 큰 종 류의 것들이다

.

미세한 움직임이나 사라지고 있는 음

,

그밖에 불확실한 음

,

음이 끊어지고 난 후에 나타나는 잔향현상들은 극히 통제 밖 불가항력적 비음악적 존재로 간주되어 일반적 음악 이론적 담론 속에는 단지 음악 외적인 환경 적 요소로 배제하고 설명되어 왔다

.

또한 여음은 확실히 객관적인 발음을 통해 누구나 감각적으로 식별될 가 능성을 확실히 보장할 수 없는 미상

(

未詳

)

의 존재들이다

.

다시 말해 청취자들의 청취 환경에 따라서

,

혹은 개 인적 미감이나 인식능력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양과 질이 달라짐으로서 음악 담론 형성에 있어서 중요하게 다 뤄지는 음의 동일성 문제를 결코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

또한 이러한 여음 요소들은 결코 수량화될 수 없 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

불행히도 서구의 근대 기보 체계는 이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적 토대가 극 히 제한되었다

.

그것은 청각 현상의 모든 가능성 전부를 담아낼 수는 없었던 기보 법칙의 메커니즘에 의해 음악 내적 구조에 있어서 합리적 존재로 작용되는 요소들만을 선별하여 왔기 때문이었다

.

서구 근대 음악문 화는 이러한 기보법에 의해 분석되고 발전되어 왔는데 문제는 실제 연주상의 음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 무일 한 매개체의 역할을 독점적으로 담당해왔기 때문에 청각적 감각이 때때로 시각주의의 함몰에 밀려 부차적인 위치로 밀리는 불상사가 흔히 일어나게 되었다

.

사실 여음뿐만 아니라 음이라고 해도 전근대시대에서는 음

(3)

자체에 대한 감각적 인식 능력 등을 매우 특수하고 신비로운 성질과 효력이 있다고 간주하였다

.

왜냐하면 인 간이 음을 인식하는 방법은 일상화된 청각적 감각임은 확실하지만 그것은 공간적 점유를 상상하기 힘든 파형 이라는 비가시적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좀 더 특정한 효과

,

구체적으로 좀 더 후술하겠지만 도덕적

,

사회 적 실효성 등에 집중하였다

.

우리가 일상적으로 읽고 쓰는 기보 체계는 시각적으로 식별하기 쉽게 만든 고안체계였지만 그것이 음의 성분들과 간격들을 전부 물화하여 표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분명 우리 모두는 어디에서나 여음을 듣고 있 지만 그 존재에 대한 규명에 대해 명확히 제시할 수 없으므로 아예 침묵하게 되는 전통에 익숙하다

.

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연주자의 연주행위를 보면서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매우 사밀화된 창조적 의식 행위들 을 매번 확인하고 있다

.

전통 국악인들은 흔히 여음을 동양화의 여백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지만

,

그 비어있는 공간을 휴식

,

즉 휴지부

(

休止符

)

로서 가만히 놔두는 정도의 처리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꾸밈음을 뜻하는 시김새

,

음을 떨 고 흔드는 농현

(

弄絃

),

음의 높낮이를 움직여서 멋을 더하는 진

·

퇴성

(

·

退聲

),

음 사이의 미세한 간격들을 표현하는 미분음

(

微分音

)

등으로 조금은 적극적인 연주 작용 중 하나로 지칭하기도 한다

.

이것들은 결코 기 보되거나 측량할 수 없는 성격의 것1)들이라는 것은 동의하지만 사뭇 일상적인 음악 기술 용어로서 사용되는 것을 본다면 그에 대한 미학적 접근도 시급한 일일 것이다

.

본고는 이러한 여음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정들이나 존재론적 규명 등의 작업을 지면상 상세히 수행할 수는 없지만

,

특히 유가에서의 언급하는 음과

,

음악

,

그 음을 구성하는 여러 사상적 기저들에 관하여 논의하고

,

몇 가지 설득력 있는 여음의 존재 근거들을 도출하고 파악하려는 것이다

.

Ⅱ. 유가(儒家)의 음(音)

공교롭게도 선진 유가의 서술 양식 속에서는 여음이라는 단어를 비롯하여 여음을 의도하는 직접적인 개념 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

이와 같은 문제들은 여음만의 문제는 아니다

.

소위

음악적 음

또한 유가가 단독적인 예술 장르로서 존립되는 음악형태를 보장하지 않는 한에서는 음 또한 결코 올바로 규명될 수 없는 것은 당연 하다

.

다만 전통적인 유가의 사유 방식

,

특히 본고가 주로 인용하는 禮記 「樂記」편에서는 음악적 음이라는 개념이전의 좀 더 원리적인 속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

이른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생겨난다는 표현

,

2) 어떠한 사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생기는 변화의 상황들이라는 표현3)들은 우주적

1)여음을 비롯하여 본질적으로 소리의 형질 자체는 사실 기보될 수는 없다. 하지만 혹자는 시김새나 농현등을 담고 있는 정간 보, 그리고 이를 통해 연주자가 공연을 수행하는 경우들을 언급하며 반문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간보속에 기재된 표식과 정보는 단지 연주 지시를 명령하는 문자 기호일 뿐이며 그 소리의 실제 형태와 정체에 대한 정보까지는 지니고 있지 않다. 2) 禮記 , 「樂記」, 凡音之起 由人心生也.

3) 禮記 , 「樂記」, 感於物而動 故形於聲 聲相應 故生變 變成方 謂之音.

(4)

원리와 분리될 수 없는 총체성을 보여준다

.

그것은 특정하게 성립된 음이 특정 악곡을 위해 조립되고 구성되 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어떠한 물질

,

혹은 감정

,

욕구

,

심지어 윤리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들이 종합되어 결 과적으로 제시되는 움직임들이 비로소 음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그래서 현행 예술제도의 상식 에서 비롯되듯

을 단지

(

)’

을 구성하기 위한 형태적 재료나 질료적 원인

(material cause)

으로 간주하 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

.

또 유가의 음은 단지 생성에서 서술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문자적 형식

(

)

에 의해 각기 다른 속성들을 부여되고 있으며

,

그것은 다름 아닌 음양오행

(

陰陽五行

)

안에서 설명되는 우주론과 의 대응을 의미하는 것이다

.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더욱 큰 우주적 인식론인 율려

(

律呂

)

적 개념으로 이 행할 수 있기 위함이다

.

궁극적으로 결국 음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예악형정

(

禮樂刑政

)

의 치도

(

治道

)

가 결정된다는 표현4)에서 보듯이 궁극적으로 이상적인 악을 추구하고 완결해야 하는 목적성도 강력하게 암 시된다

.

이처럼 선험적 체계를 미리 제시하고

,

이를 위해 적절하게 구성하는 상태가 소위 악

(

)

으로 완결되 는 것은 분명하나

,

이것으로 이른바 음악현상이 어떠한 독자적인 연주행위 같은 특정한 산물

,

결과물의 추구 라는 뉘앙스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

원초적인 소리의 단계인 성

(

)

또한 사물이 움직임에 의해 생겨났다는 표현을 본다면

,

만물의 작용을 상징하는 음이 함께 조화롭게 제시되는 동화

(

同化

)

적 감응으로서 악

(

)

이 출 현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

또 「樂記」에서 언급되는 음악이란 인간의 윤리 도덕률과 구분 없이 일체화 됨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임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이와 같은 맥락은 유가는 현실적인 정 치이념이 갖는 태생적 한계 속에서 정치적

,

교육적

,

윤리적인 실용성을 음악 속에 편입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

따라서 학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유가의 음악론을 주목하는 동시에 고대 그리스의 하모니론

,

혹은 에토스 론에 대해 비견하며 설명하고 있음은 무리가 아니다

.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악 을 단독적인 예술장르로서의 가능성보다는 예악과 종법 집단이라는 의식체계 형태로 지닌 유용성

,

특히 음악 이 지닌 교화적인 기능과 결합하여 해석하려는 노력들인 것이다

.

5) 그렇기 때문에 조송식이 언급하듯 동아시 아의 예술 담론은 주로 도가

(

道家

)

를 중심으로 수행되었고

,

유가에서는 교훈주의 혹은 도구주의에 한정되었 다6)는 단호한 견해를 통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쉬푸관

(

徐復觀

)

은 유가에서는 악

(

)

의 개념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고 지적한바 있다

.

그러면서 공자의 여 러 행보들은 결국 고대의 악교

(

樂敎

)

를 계승하고 있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피력한다

.

7)앞서 언급했듯이 음악 자체에 내재된 여러 사물들의 이상적인 조화

(

調和

)

와 이를 가능케 하는 요건들이 결국 인간의 심성수양에 도 움을 주는데

,

인위적이고 의무적인 교화보다는

감성적

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작용한다는 것이다

.

하지만 유가는 일종의 종법 질서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집단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

박낙규는 예악의 형성단계와 그것을 체화하는 과정에서 결코 개인의 자율적인 태도가 아닌 타율적 작용에 불과하다고 언급하였다

.

8) 송지원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을

사회관계성

이라는 좀 더 차분한 어조의

4) 禮記 , 「樂記」, 禮樂刑政其極一也 所以同民心而出治道也.

5) 國語, 「周語下」, 夫政象樂 樂從和 和從平 聲以龢樂 律以平聲 金石以動之 絲竹以行之 詩以道之 歌以詠之 匏以宣之 瓦以贊之 革木以節之.

6)조송식, 「동아시아 예술론에서 유가 문질론(文質論)의 수용과 변환」, 미학 82: 1, 한국미학회, 2016, 2쪽. 7)장치췬(章啓群)(저), 신정근 외(역), 중국현대미학사,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3, 415쪽.

(5)

단어로 표현하고 요약했는데

,

이른바 음악을 통해 성덕

(

性德

)

과 같은 정신적인 가치들을 투영하기 위함으로

(

현행 음악활동처럼

)

개인의 예술적 결과와 작품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지닌 정치 윤리 도덕 정신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사회적 정서들이라는 것이다

.

9)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가의 우주론과 음은 도덕적인 역할과 현실적 인간의 긴장 관계를 상호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간주되고 있다

.

그렇기 때문에 본고에서 다뤄야 할

음 자체

(

自體

, Das Ding an sich)’

에 대한 관심이나 그 외부에 있는 여음과 같은 소재들은 극히 언급을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

앞질러 말하자면 우리는 어떠한 연주에 있어서 도덕이나 관객

,

극장과 같은 불필요한 외부와 분리된 아주 순 수한

음 자체

를 우선 사유하고 그것을 청취한 후 다시 조립하고 합성하는 인식체계에 익숙하다

.

그런데 이 것은 음과 구분되는 나머지 것들과의 확고한 경계지점을 일단 설정해 내야지만 도출될 수 있는 까다로운 분 석적 사유인 것이다

.

심지어 여음은 그 확실히 도출되어 있는 음을 비롯하여 이들 사이의 있는 여백

,

혹은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생성되고 포착되는 음의 또 다른 이면

(

裏面

)

들이다

.

하지만 형이상학적 담론보다 현실 적 원리원칙에 충실한 초기 유가에서 이와 같은 이면론적 사유체계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이것은 훗날 도가

(

道家

)

와 불가

(

佛家

)

가 영향력이 증대되고 상호 교통하기 시작한 위진

(

魏晉

)

현학

(

玄 學

)

시기 이후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었던 예술론이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

10) 이런 맥락에서 이 글은 우 선 한 대

(

漢 代

)

이전의 유가로 시기적 배경을 한정하여 논술 하려 하고

,

당시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여음의 단서들을 가능한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려고 한다

.

그런데 왜 통상적으로 유가의 음 담론에서 도덕과의 합일을 반복적으로 강조할 수밖에 없었는가

.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

첫째는 유가가 층차적으로 진술했던 성

(

),

(

),

(

)

의 이상적인 양태를 도저히 가시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요청된 현실에 의해서다

.

11)때문에 음악

8)박낙규, 「고대 중국(中國)의 미적 가치(美的價値)의 몇 가지 유형(類型)과 현대적 관점」, 한국학연구 7, 고려대학교 한국 학연구소, 1995, 364쪽.

9) “……유가악론의 맥락은 음악을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관찰하는 논리로서……이는 음악 또는 음악작품이 사회와 무관한, 단 순히 개인의 활동이나 상태의 결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음악으로 드러난 정서는 사회성을 구비 하였으므로, 그 가운데서 한 사회의 정치와 윤리, 도덕정신의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송지원, 「한국유학사상대계에서 음악 사상 분야 서술의 문제점과 대안」, 국학연구 3, 한국국학진흥원, 2003, 379쪽.

10) 박소정에 따르면 도가악론은 유가악론에 대해 비판의식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지적하며, 죽림칠현(竹林七賢)을 대표하는 완적 (阮籍)과 혜강(嵇康)에 의해서 유가악론을 재해석,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박소정, 「嵇康과 阮籍의 음악론 ‒‘聲無哀樂論’과 ‘樂論’을 중심으로」, 도교문화연구 18, 한국도교문화학회, 2003, 248~249쪽.

11) 이것에 대하여 쉬푸관의 견해를 요약컨대, 첫 번째 원인으로는 악(樂)의 정신이 인격을 쌓는 노력 중 가장 최상층에 올려놓 게 되어, 효(孝), 충(忠), 신(信)의 단계에 비해 소외되는 현상을 낳기 쉬웠던 것이고, 두 번째 원인으로는 서양처럼 기보법 이 발달하지 않아, ‘소리 없는 음악’과 같은 이상적인 음악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기록하기에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 기 때문에 세 번째, 악이라 하면 곧 예악(禮樂) 정신의 가장 높은 단계이기 때문에 그 실체를 밝히는 노력은 너무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대신 민간의 속악(俗樂)으로나마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참된 아악 (雅樂)을 부흥을 위해 했던 노력의 대부분은 고문을 통해 악기들을 정비하고, 율법을 검토하는 이른바 비(순수)예술적 단계 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중국에서는 유가들이 유럽의 가톨릭 성직자들이 했던 것과 같은 실제적인 음악 발 전의 노력의 맥이 끊겼기 때문이다: 쉬푸관(徐復觀)(저), 권덕주(역), 중국예술정신, 동문선, 1990, 66~67쪽 참조.

(6)

을 구성하는 형태적 골격에 대한 논의와 연구보다는 음악이 가진 효과에 의해 나타난 상황에 대해 주제를 삼 는 것이 더욱더 손쉬운 일이었고 따라서

(

도덕

)

결과론적 접근의 진술이 훨씬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

둘째

,

종 법 일체화 구도12)와 같은 사회 윤리적 협동을 중요시하는 유가사회의 성격상 개별자의 예술 행위를 온당히 인정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

예를 들어 오늘날 소비되고 감상하는

음악 작품

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의식 활동

(

典例儀式

, ceremony)’

만을 상정하는 것이다

.

반대로 이러한 의식 활동과 대조되 는 활동이라는 것은

작품

(piece)’

이라고 할 수 있는데

,

이것은 우선적으로

개인

의 성립을 인정해야 나타날 수 있는 근대적 사회현상인 것이다

.

마치 현행 예술작품에 대한 의미론적 정의들이 다름 아닌 개인이 만들고 자 하는 욕구 또는 표출하려는 심미체계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관념적 기원은 미적 지상주의

,

자율주의와 같은 근대 사상적 맥락에서 비롯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예컨대

18C

서구 근대의 자율주의 음악 은 신학적

,

수사적

,

모사적 접근으로 귀결되는 종속 이론들을 거부하고

,

음악의 내적

·

합리적 논리구조에 의 해 생성되었다가 종료되는 패턴들이 있는데 이것은 각각 개별화된 독립적 악구

(

樂句:프레이즈

)

들을 이룬다

.

이것의 집합이야 말로

,

즉 악곡

(

오늘날 흔히 감상대상이 되는 단독적인 음악작품:

opus, piece of music)

이 라 선언함으로서 전근대적 음악활동과 구분되는 지위를 확고히 얻게 된 것이다

.

그런데 고대 유가 사상의 악

(

)

이란 자율화된 예술론이기 보다는 사회관계적인 측면에서의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

이것은 대략 두 가지의 이념적 표출을 위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

첫째는 과거의 신화적 사유체계에 불과 했던 유기체적

·

우주론의 측면들은 천인합일

(

天人合一

)

이라는 이성적

,

실용적 개념으로 이행되어 현실 정치 에 도입하려는 것이다

.

둘째는 유가가 추구하는 가치들은 과거의 이상주의적 회귀를 모색하고 있다

.

13)

<그림 1>

<

그림

1>

은 유가가 가진 독특한 음악 수용 구조를 나타낸 도식이다

.

유가에서는 항상 당대의 현실 사회를

난삽하고 어지러운 상태로 인식한다

.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을 올바르게 회복시켜야 하는 사명들을 개개인에 12) 김관도·유청봉(저), 김수중 외(역), 중국문화의 시스템론적 해석 , 천지, 2003, 147쪽.

13) 김관도·유청봉(저), 김수중 외(역), 중국문화의 시스템론적 해석 , 천지, 2003, 152쪽.

(7)

게 의무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

도덕적 하락은 비단 군주나 유생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

보편적 인간 모두에 게 요청하는 것이다

.

또한 엄숙한 자기반성이 요구되는데 그것을 행하는 의식이 다름 아닌 악

(

)

으로 해결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악은 오늘날 음악 감상과 같은 소극적 치유라기보다는 항상 예악

(

禮樂

)

이라는 형태를 가지며 엄숙한 규범적 단계로 진입한다

.

14)

(

공자

)

는 고대의 원시문화를 실천이성

(

實踐理性

)

의 지배하에 귀속시켰다

.

이른바

<

실천이성

>

이 란

,

이성을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세속의 삶과 윤리

·

정서

·

정치사상 속으로 이끌어 들이고 관철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

……중국에서 중시하는 것은 정

(

)

과 이

(

)

의 결합이다

.

(

)

로서 정

(

)

을 절제하 는 평형감각이다

.

사회적

·

윤리적 성격을 띠고 있는 심리

(

心理

)

의 느낌과 만족이다

.”15)

이것은 초기 유가의 미학에 대하여 리쩌허우

(

李澤厚

)

가 개괄적으로 정리한 글인데

,

그에 따르면 고대 중국 예술이 미신과 토템의 숭배물이 바탕이 된 원시시대를 극복하고

,

합리성이라는 토대 위에

실천이성

의 시대 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

그는

실천이성

을 획득하기 위한 다음 네 가지의 특징들을 언급하고 있다

.

첫째 즐거운 감각을 제공하고

,

둘째는 보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셋 째는 윤리성과 사회성의 관계를 맺으며

,

마지막 넷째

,

현실정치와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

16)

하지만 이렇게 다소 긍정적으로 보여지는 평가와 대적하는 결정적인 부작용도 초래함도 알 수 있다

.

유가 가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도덕적 순수성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것은 도덕적 근본주의의 성향도 동시에 내포 하는 것이다

.

이것은 소위 교조주의

(dogmatism)

와 다름이 아니다

.

(

)

역시 근본적으로 악 자체에 도덕 적인 근본이 있음을 인정했기에 그것들을 인간이 효과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교육적 효율성을 우 선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

이런 논제 또한 악교

(

樂敎

)

를 언급하며 피할 수 없는 논쟁이다

.

소리가 글로 되어 나타나면

(

聲成文

),

이를 음이라 부른다

.

이런 까닭에 치세지음은 평안하다

.

즐겁 기 때문에 정치가 화평하게 다스려진다

.

난세지음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

분노하기 때문에 그 정치 가 일그러지게 된다

.

망국지음은 슬픈 기운이 감돌고 있다

.

근심과 걱정으로 인하여 그 백성이 곤핍해 진다

.

소리가 나타내는 진실은 그대로 정치와 통하게 된다

.”17)

리쩌허우는

聲成文

을 소리가 글로 되어 나타나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

문질론에 따르면 어떠한 객체이던 간에 형식적 외관과 내부에 위치하고 있는 내용도 함께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 ‘

(

)’

은 형식적 외관에 불과 했던 聲으로 하여금 비로소 좀 더 고도화된 가능성을 내포하게 만든다

.

14) 禮記 ,「樂記」, 故禮以道其志 樂以和其聲 政以一其行 刑以防其姦 禮樂刑政 其極一也 所以同民心而出治道也. 15) 리쩌허우(李澤厚)(저), 윤수영(역), 미의 역정 , 동문선, 2003, 165~167쪽.

16)리쩌허우(李澤厚), 위의 책, 166~168쪽. 유학이 가진 인문정신과 관련해서 대표적인 공자의 어록은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論語, 「陽貨」, 子曰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17) 禮記,「樂記」, ‘樂本篇’, 聲成文 謂之音 是故治世之音 安以樂 其政和 亂世之音 怨以怒 其政乖 亡國之音 哀以思 其民困 聲音 之道與政通矣. 원문은 이것이며 본문에 수록된 번역은 리쩌허우, 위의 책, 168쪽의 것이다.

(8)

우리는

聲成文

이 보여주는 은유를 통한 정의에서 두 가지의 매우 독특한 음

(

)

의 경향을 발견할 수 있 다

.

첫째는 지식인과 지배계급이 악

(

)

에 대한 제도적 기구나 교육 체제 등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게 되었음 을 인정하는 동시에

,

그것을 이루는 기초적 개념들이 고도로 형식화된 양식으로 승화된 것이다

.

여기서 문자

(

)

를 장악한 소수의 위정자들이 그들의 정치적 견해와 상통할 수 있도록 악

(

)

을 조절할 수 있는

,

이른바

실천이성

의 단계는 곧 통제 가능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18)이러한 측면에서 둘째

,

음이라는 존재 에 대해 소리 그 자체인 성

(

)

과의 층차적 차별성을 두어

,

무분별한 소리의 남발을 억누르고 기술적 규범성 을 강화한다

.

이것은 다름 아닌 악기

(instrument),

기보법

,

음악 실연의 외연적 형태들을 좀 더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

이 과정은 치도

(

治道

)

즉 정치적 맥락과 연결되면서 사뭇 특이한 악론 상식을 강조하게 되었는 데

,

그것은 이른바 성유애락론

(

聲有哀樂論

)

이다

.

19) 이 이론이 지금의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물리적 음형에 불과한 소리를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구분하고 분별한다는 것이다

.

음란한 소리인 악

(

俗樂

)

과 이상적인 고악

(

古樂

),

우아하고 아정한 정악

(

正樂

)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차별화시켰는데

,

이는 역시

오륜

(

五倫

)’

으로 표출된 상하의 위계질서를 교화

(

敎化

)

의 기반으로 삼는다

.

20)

<그림 2>

유가의 일반적인 음악론의 사유 흐름을 토대로 대략 세 가지의 원인들을 (돌출된 상자로) 첨가하여 도식화시킨 것이다. 통합 관계적 사유는 음 자체와 도덕률을 동일시하는 ‘유비관계’를 강력하게 형성한다. 이것은 마치 왕 과 신하, 인간과 금수(禽獸), 중원과 오랑캐 등으로 일컬으며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근거들을 제공한다. 문(文) 이라는 것은 ‘지식권력’ 층을 상징하면서 이러한 근거들을 ‘독점’적인 상태로 장악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좀 더

‘규범화’된 의식 활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이른바 예악(禮樂)이다.

18) 한평수, 「古代儒家의 禮樂思想–樂의 문제를 중심으로」, 철학논구 16, 서울대학교 철학과, 1988, 19쪽.

19) 성유애락(聲有哀樂), 즉 소리자체에 이미 감정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이론은 도덕적 요소 또한 함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서 음악의 교화(敎化) 작용들은 설명하기 위한 기초적 토대이다.

20) “이러한 사고는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종속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근대사회에서 ‘개인’의 의식은 필요하지 않았다. 다시 말 해서 공동생산, 공동소비의 생활양식에서 개인의 이해는 전체의 이해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개인과 집단 간에 경험하게 되는 첨예한 괴리는 느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상환, 고쳐읽는 중국 철학이야기 상, 2011, 51쪽.

(9)

또한 유가의 음 사상에는 천지자연에서 비롯된다고 하는 유비적 접근의 진술이 반복된다

.

21) 인간의 마음

(

)

이 외물과 감응하고 반응하여

(

)

소리

(

)

가 생성된다는 진술에서22) 알 수 있듯이 결코 음에 대한 존재 론적 설명이 아니다

.

존재론적 논증방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념적인 비교

(A = B),

혹은 확연한 차별성

의 표명

(B=not A)

이 선행되어야 한다

.

피타고라스의 경우에는 세계 속에 음을 확연하게 도출시키는 방법으

로서 수

(

)

적 비례라고 선언하여 카오스적 혼돈과의 명백한 결별을 앞당겼다

.

23) 허나 그 실체를 거룩한 삼 각형 테트락튀스

(Tetractys)

로 상정해서 다시 신비로운 우주의 원리로 숭배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유비적 사 고방식으로 회귀한다

.

24)

유가에서 정의내리는 음

(

)

은 단독적인 실체이기보다는 관계적

(

통합적

)

측면에서 비롯된 음으로서 굳이 타물과의 엄밀한 구분은 불분명하다

.

25)도리어 인간의 마음과 외물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한 서술대상인 것이 지만 마음과 외물의 구조간의 상통성이 어떠한 인과적 과정이나 구체적 원리에 의해서

,

인간과의 감응되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 그 근거는 우선 언급되지 않는다

.

26)

Ⅲ. 유가적 개인성(individuality of Confucianism)과 음(音)

이러한 천인합일

(

天人合一

)

적인 자연관에 녹아들어있는 음 생성론은 원래의 목적인 인성론적 습관으로 연 결되며

,

인간의 본유적 마음인 심

(

)

과 성음

(

聲音

)

의 관계를 구체화시켜

,

이것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조명하 려 하는 것이다

.

하지만 타물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적

,

차등의식 때문에 묵가

(

墨家

)

나 도가

(

道家

)

를 비롯한 여러 제자백가

(

諸子百家

)

들에게 공격받을 수밖에 없는 빌미가 제공되었다

.

그래서 이러한 비판을 방어 혹은 일부 순응하며 탄생된 순자

(

荀子

)

의 樂論 은 오히려 악교

(

樂敎

)

가 지닌 긍정적 기능에 대해 더욱 더 정밀한 설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

이것의 의도는 묵자의 비악

(

非樂

)

론이 실제 실행된다고 하면

,

27) 세상은 상상도 못

21) 禮記 , 「樂記」, 樂者 天地之和也 禮者 天地之序也……樂由天作 禮以地制……明於天地 然後能興禮樂也. 22) 禮記 , 「樂記」, 樂者, 音之所由生也, 其本在人心之感於物也.

23) “수가 사물들의 실체라는 견해는, 수학이 구체적인 사물들 속에 존재한다는 관계들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김완수, 「플라톤 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학적 대상의 존재 방식에 관한 연구」, 대동철학 9, 대동철학회, 2000, 55쪽.

24) 테트락튀스는 1·2·3·4로 이루어진 완전수이며, 각종 만물들 중, 행성의 운행과 관계가 깊은 음(정확히는 음정)은 테트 락튀스를 구성하는 수의 비례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놀라운 존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각형의 대각선의 값, 무 리수(無理數) 등은 불확실성으로 규정되며 불성하게 간주하였다. 김완수, 위의 논문, 56~57쪽. 그러므로 피타고라스의 음악 론에서의 모든 음은 물질, 객관적 실체로서 정태적이고 정합적이여야만 하며, 그것이 즉 우주의 정신이자 진선미이다. 하지 만 이러한 유비논증은 끊임없이 경험론자(empiricism)와 실험주의자들에게 공격받고 검증받게 되는 위기를 겪는다. 예컨대 아리스토크세노스(Aristoxenus, BC 350 ~ ?)라는 인물은 당대 플라톤주의나 피타고라스학파의 사변적, 초월주의, 신비주 의적 사조에 반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음(音) 논의에 있어서도 형이상학적 개념이나 사유, 도덕과 같은 전통적 논의에서 벗 어나 5개의 범주적 피라미터에 의해 음을 분류하는 등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일어냈다. 그의 생애와 음악론은 다음의 논문을 참조한다. 김춘미, 「아리스토크세누스와 그의 Elements of Harmony」, 낭만음악 22, 낭만음악사, 1994, 72쪽 참조. 25) 禮記 ,「樂記」, 故樂者 天地之命 中和之紀……禮樂刑政 四達而不悖 則王道備矣.

26) 이것을 관계논리라고 한다. “관계논리란 대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명하기보다는 그 대상이 여타의 대상과 어떤 관계를 맺 고, 또한 맺어야 하는가에 관심의 초점이 놓인다.” 박상환, 위의 책, 43~44쪽.

(10)

할 난세

(

亂世

)

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이다

.

따라서 순자가 음악의 당위성을 좀 더 세분화 시켜 심리 본체

(

心理本體

)

적 접근인 인성

(

人性

)

과 더욱 강하게 연관 짓는다

.

28)

순자의 인성론에 의하면 인간은 크게 성

(

)

과 심

(

)

이라는 두개의 측면으로 구분된다

.

성이란 본성 혹은 본능을 말하며 야만의 단계에 해당한다

.

심의 기능에 따라 개별적 욕망을 조절하고 감정의 실현과 인지적

(

認 知的

)

이성을 결합하는데 이 단계 또한 자체로는 매우 불완전한 사유주체로 인식한다

.

마음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희고 검은 것이 바로 앞에 있다 하더라도 그의 눈은 보지를 못하고

,

천 둥소리

,

북소리가 옆에서 들린다 하더라도 그의 귀는 듣지를 못한다

.

하물며 마음이 딴것에 부림을 당 하는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

……그러므로 욕심에 가려지기도 하고

,

미워하는 마음에 가려지기도 하며

,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

모든 만물은 서로 다른 한편만을 생각하면 서로 가려지 지 않는 것이 없다

.

그것이 마음을 쓰는 술법

(

心術

)

의 공공연한 환난이다

.”29)

순자는 이러한 혼란을 징지

(

徵知

),

즉 사물과 세계를 오관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심의 특수한 능력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감각을 통한 경험에서 관념의 집합들을 연결시키려는 원리를 본 능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비드 흄

(David Hume, 1711~1776)

의 자아 감각 다발론

(ideas imprinted on the sense)

이 연상되는 것은 흥미롭다

.

다만 순자의 인간관에서는 심

(

)

자체가 도덕적 실천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반대로 병폐에 의해 타락할 수 있는 여지 또한 강하다

.

때문에 좀 더 엄격한 자기관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감정과 도덕을 분리시킨 흄의 도덕 감정론

(moral sentiment)

30)과 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

순자가 보기엔 항상 인간은 도덕적 위기에 처해있는데

,

그 해결의 방법으로는 올바른 심

(

)

의 작동과 통 제를

허일정

(

虛壹靜

)’

이라고 통칭하며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

또 허일정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대 청명

(

大淸明

)’

이라고 선언한다

.

31) 순자의 음악론과 인성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간략히 정리하면

(

)’

이란 도덕적

,

인식적 본체이지만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엄격한 수행을 통한 실천을 주장함으로서

,

기존 사회

27) 사실 묵자가 음악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고, 예악이론의 비현실 비생산성을 특히 주목하여 민중에게 오히려 해악을 끼치고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墨子, 「非樂」, 是故子墨子之所以非樂者,非以大鍾鳴鼓,琴瑟竽笙之聲,以爲不樂 也……然上考之不中聖王之事. 下度之不中萬民之利. 묵자의 비악론에 관한 논의는 이운구, 「선진제자의 「악론」 비판 ‒ ≪묵 자≫ <비악>편을 중심으로 ‒」, 대동문화연구 24,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1990, 227쪽 참조.

28) 荀子, 「樂論」, 夫樂者樂也,人情之所必不免也 故人不能無樂. “음악이란 즐기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으로서는 없을 수가 없 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서는 음악이 없을 수가 없다.” 번역은 김학주(역), 荀子 , 을유문화사, 2009, 684쪽을 인용 하였다.

29) 荀子 , 「解蔽」, 心不使焉,則白黑在前而目不見,雷鼓在側而耳不聞,況於蔽者乎……故爲蔽,欲爲蔽,惡爲蔽,始爲蔽……凡萬物異則 莫不相爲蔽,此心術之公患也. 번역은 김학주(역), 위의 책, 705~706쪽을 인용하였다.

30)흄의 도덕론에 관해 간략히 요약하자면 도덕적 판단은 이성에 의해서가 아닌 지각작용에 의한 감정이며, 이것은 쾌, 호, 승 인 및 불쾌, 불호, 불승인 등의 여과등을 거쳐 어떠한 (도덕적)행위의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31) 이는 도가(道家)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결론이라는 의견이 있다. 윤지원, 「순자(荀子)의 수양론 연구 ‒‘심心’ 개념을 중심으 로」, 동양사회사상 26, 동양사회사상학회, 2012, 36~55쪽 참조; 장파, 유중하(역),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푸른숲, 2003, 389~390쪽 참조.

(11)

관계적 사유에 있던 음악을 개인적 수양을 수행하는 과정으로 이행시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하는 것은 개인 속에 있는 어떠한 작용들을 통해 강력한 도덕적 활동

,

혹은 비도덕적 타락을 전제 한다는 점이다

.

이것은 분명

개인

이라는 단독적 존재를 내포하고 있다

.

32) 이에 따라

도덕적 주체

를 직접 자각하는 천인분이

(

天人分異

)

개인

33)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일단 논의의 편의를 위한 개념어로서 이른바

유가적 개인

(individuality of Confucianism)’

34)이라는 명칭이 과연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

.

유가적 개인

에게 의무적으로 때론 감성적으로 예악이라는 전례의식을 참여케 한다

.

하지만

악자위동

(

樂者爲同

)’

이란 명제를 떠올려 보면 다소 다른 측면에서의 해석 가능성을 요청한다

.

35) 악은 군신

(

君臣

),

부 자

(

父子

),

부부

(

夫婦

)

등으로 일컫는 관계적 조화 속에 형성되지만 결국 각각의

개인

이라는 정체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상기시키는 것이다

.

개인

은 이른바 보편적 의식주체

(

意識主體

)

로서 참여하는 동시에 본인과 타 자

,

그리고 군주나 신하 또한 똑같이 성심

(

性心

)

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여 타율적이고 숙명론적 인간이해에서 벗어난 실존적 존재로 바로 설 수 있게 만든다

.

Ⅳ. 유음(遺音)과 여음(餘音)

이 부근에서 유음

(

遺音

)

라는 개념을 대입하면 음의 개념이 사뭇 다르게 이해된다

.

유음에 관해서는 이상우 가 선행 연구를 시도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유음이란 마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함께 섭취하고 있지만 하나하나의 재료들의 맛이 입안에 머물러 있다고 비유되는 유미

(

遺味

)

에 비견될 수 있다 한다

.

36) 그렇다고

32) “‘화이부동’은 기본적으로 개별자의 존재가치가 인정되고 존중되면서 개별자 사이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정상봉,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유가적 성찰 ‒ 和而不同을 중심으로」, 통일인문학 61,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3, 524쪽·527쪽. 박윤미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근거로 유가에서 사회 적 관계를 우선시한 측면에 대비하여 개인과 그 개인의 도덕적 자유를 전제하고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論語,

「爲政」,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박윤미, 「유가의 도덕적 자유에 관한 연구」, 철학논집 39,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2014, 299쪽·302쪽 참조.

33) “오랫동안 이원론적 서양에 비해 모호한 일원론적으로 해석되어온 경향이 있지만, 순자나 왕충의 사상에서 천인분이 사상을 찾을 수 있다. 천인합일은 분이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박상환, 「천인합일(天人合一)적 사유와 주체 ‒ 객체 대립의 관계 에 대한 인식론적 연구 ‒‘동양철학(자)’의 현실정치참여문제 고찰」, 한·독사회과학논총 9: 2, 한독사회과학회, 1999, 284~287쪽.

34)벤자민 슈워츠에 따르면 공자 시기에 이미 칸트(I.Kant)적 개인주의가 발견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 이유는 유가는 위 정자들의 정치능력에 대해 판단하고 심판할 자주적 권한, 도덕적 잠재력을 타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 가난한 자나 부 자인 자, 즉 혈통적 구분보다도 인간 본연의 가능성을 긍정하는 교육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향 때문인 것이다. 벤자민 슈 워츠, 나성(역), 중국 고대 사상의 세계 , 살림출판사, 2004, 178쪽.

35) 禮記 ,「樂記」, 樂者爲同 禮者爲異 同則相親 異則相敬.

36) 이상우는 樂記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유음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유음(遺音)은 음악의 감상에 있어서 ‘남겨 진(餘)’ 또는 ‘다하지 않은’ 운치에 대한 체험을 말한다.……문자나 형상 또는 소리로 못다 전한 여운을 말하는 것으로……” 라고 하였고, 유음과 함께 쓰인, 남겨진 맛이라는 뜻의 遺味를 “모두 감관이 즉각적으로 느끼는 맛이 아니라 감관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이 끝난 연후에 천천히 느껴지는 맛이라는 뜻”으로 설명함으로서 유음을 화려한 선율과 감각적 자극에 의한 음악이 아니라, 절제되고 담담한 자극을 통해 수용자의 능동성을 유발시켜 음악본유의 내용을 음미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상우, 「 악기(樂記) “유음(遺音)” 개념에 대한 연구」, 미학 50, 한국미학회, 2007, 2쪽·18~19쪽.

(12)

해서 음양오행

(

陰陽五行

)

과 동양의 질료적 음 체계

(

)

라 할 수 있는 율려

(

律呂

)

그리고 이를 통해 구체화된 악기

(

樂器

)

가 표현해내는 멜로디 상태

(

)

가 분명 조화인건 분명하지만 이 조화가 합성물

(compound)

과 같 이 전혀 새로운 성분을 창출해내는 것이라 이해하면 부적절하다

.

단언컨대 조화는 개별적인 두 개 이상의 음 이 모여 이루는 합성적 결과

,

예컨대

3

완전

5

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國語 에서는

소리가 서로 감응하면서 보존되는 것을 화

(

)

라고 하며

,

……큰 소리가 미세한 소리를 눌러 그것을 귀로 구별할 수 없다면 조화롭지 못하다

.”

37)라고 진술한다

.

이를 참고해 본다면

,

조화

(

)

란 마냥 결 합되어 섞여있는 소리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오히려 개인에게 남겨져 있는 개별적인 음의 미세한 성질

,

즉 유음을 상기해야

(

그래야만

)

조화

(

)

롭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또한 수용자 측면에서

개인

각각은 소리를 인지할 자격이 있는 개별적 인식주체38)임은 분명하지만

(

유가적 사유체제에서

)

소리란 완벽히 자신 과 분리되어 있는 외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서술했다

.

소리란 그들 각자에게서부터 외물과 감응되어 공명 되는 것이 맞다면 각자가 지닌 동일한

본성

(

本然之性

)’

에서부터 발현되어 나타나는 결과 또한 동일하다고 해 야 자연스럽다

.

결국 타인과 함께 수행하는 예악

(

禮樂

)

은 같은 가치관이나 사회 의식적 목표를 상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서로가 친할 수 있게 되는 작용을 할 것이다

(

同則相親

).

이런 점에서 조화란 소리자체나 여타의 소리들이 혼합되어 있는 상황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인식하는 개인의 의식

(

意識

)

간에서부 터 시작된다

.

中庸 에서 언급하는 조화 또한 다르지 않다

.

39) 다만 주의해서 살펴볼 점은 지금까지 언급한 조화는 고대 서양에서의 하모니론과 비견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간주했지만 결정적으로 분명한 차이점이 존 재한다

.

피타고라스 음 이론의 맥락에서 서술하자면 서양에서의 조화란 이질적인 외부의 요소들의 집합

,

그 리고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창출을 의미하고

,

이때 사용되는 원리가 다름 아 닌 수

(

)

적 비례

(

比例

)

라는 것이다

.

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음색은 몸체

(body

:나무

)

와 현

,

활의 물질적 마 찰력 등이 적절한 혹은 신비로운 비율적 결합에 의거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청각적 신호로 표출된다

.

지금의 우리는 바이올린의 음색을 이해하고 소리의 특징을 구분할 수 있지만

,

처음부터 바이올린의 구성

(

나무

,

,

,

,

마찰력

)

으로 그러한 소리를 접할 것이라 누구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이런 맥락 에서 각각의 객체의 운동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었을 때 올바른 소리로 표현될 수 있는데 그 조화의 방법 체계가 지금 언급하는 물리적 비율이다

.

조건을 알맞게 갖춘 청각 신호가 일정한 식별 체계 내에 존재 하는 특정한 음을 연주하게 된다면

,

어떠한 외적 영향과는 상관없이 그 이상적인 음 세계를 가리키는 지표로 활용된다

.

이때 바디

(

나무

)

나 활과 같은 재료로서 과거의

원인

은 주요 논의에서 일단 제외된다

.

다만 인과적 과정을 일정하고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형식이 주요한데 이것을 필연적 과정

,

,

비례라고 간주된다

.

이 지표의 집합

,

즉 질료들은 곧 과거와 생소한 형식들을 창조한다

.

그것은

(do)’

라는 음

(

)

그리고

(mi)’

37) 國語 , 「周語下」, 聲應相保曰和……細抑大陵 不容於耳 非龢也.

38)일단 (적어도 고대사회에서) 소리란 객관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외물이 아니다. 외부에서 어떠한 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청각적 해석방식에 따라 각자 다르게 이해된다.

39) 中庸 , 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13)

라는 음

,

이 두 개의 음은 높낮이를 비롯하여 이질적인 파형 형태 요소들을 가진 별도의 음들이다

.

각각은 완전무결하게 독립적인 조건들에서 존립하는데 어느 날

가 결합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또 다른 이질적인 존재로 변해버린다

. ‘

3

도 음정

이란 생소한 명칭과 함께 이 존재가 지니고 있는 음형은 또 다른 새로운 음악적 체계를 예비시키려는 것이다

.

여기서 중요한 점은

3

도 음정

이라는 존재가 막 드러난 순간 부터

라는 개별 음이

(

방금

)

동시에 발음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중시되지 않는다

.

두 개의 이질적인 성분들이 결합하여 구성하고 있지만

,

전혀 새로운 측면에서 미적개념의 범주로 포괄되며 이는 돌이킬 수 없 는 비

(

)

가역적 성향을 지니는 것이다

.

, ‘3

도 음정

이라고 하는 별도의 명칭을 지닌 새로운 완벽한 체제가 갖는 의미는 기수적 체계

(cardinal)

이다

.

40)

하지만 유가의 전통에서 음과 같은 존재적 성향이 외부의 이질적인 대상과의 비율적 결합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

장파

(

張法

)

는 이러한 비가역적 성향을 서구 미학 체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변증법적 구 조라고 정리하고

,

중국의 것을 총체성

(

總體性

)

이라고 규정한다

.

41)

총체성에 대한 이해에 쉽게 접근하기 좋은 예로

,

유가에서는

황종

(

黃鍾

)’

이라는 특정 음이 결코 악기

(

樂 器:

instrument)

들의 필연적인 작용

,

이를테면

기술적

인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

다시 말해 각기 이질적인 악기의 몸통

(body)

과 현

(

),

활 등과 같은 물적 요소들이 외적 마찰력에 의해 황 종이라는 음을 발생시킨 것은 물리적으로 분명한 사실일지는 모른다

.

하지만 그것이 인위적 과정들에 의해 황종이라는 별도의

새로운 형식

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

황종은 단순히 음의 명칭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유기체적 우주 존재론에서 대략 다섯 가지로 분화

(

五行

)

되는 과정 속에 속하는 어떠한 한 상황을 의미한다

.

예컨대 황종은 궁

,

황제

,

중앙

,

질서

,

노란색 등을 의미하 긴 하지만 이것들이 훗날 타물과 결합되어 서수적

(ordinal)

인 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없다

.

이를테면 황종을 발생시킨 원인이 만약 가야금

(

)

이라는 악기라 한다면 이는 여덟 가지의 사물 재료

(

八音

)

중 하나인 사

(

)

의 특성과 같이 작용되어

,

공존하고 있는 상태를 일러주는 것이다

.

편경

(

編磬

)

에 의해 연주 되었을 경우에는 석

(

)

의 특성과 함께 하고 있는 상황 자체인 것이다

.

이것이 이른바 감응

(

)

된 상태인 것 이다

.

42)

40) “이데아적 수란 기수적(cardinal)특징만을 지닌 수이다. 순서를 나열할 수 있는 서수적(ordinal) 특징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위의 모임(congeries of uinits)이 아니다. 완전한 단위로서, 부분을 갖지 않는 이데아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공간과 시 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스스로 그 자체로 존재하고, 다른 원리요소, 이데아로부터 도출되지 않는 수 자체를 말한다.”, 김 진, 「스페우시포스의 ‘수학적 대상’과 ‘이데아적 수’」, 철학탐구 39,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2015, 176쪽.

41) “총체로부터 객체를 부단히 독립시킴으로서 서구인은 결국 총체성의 허황함과 개체의 독특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개체가 문

화적 기호의 세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장파, 위의 책, 46쪽. 즉 장파가 이해하는 서구는 일단 개체 성으로 보고 있다. 음악담론으로 연결시켜 보자면 각 음(音)을 이루는 성분 개별자들은 각기 다른 독특한 모양으로 구성되 어 있다. 이것들은 언제나 상위 구조에 편승할 수 있는 조각으로 사용될 준비를 한다. 마치 블록 장난감 조각처럼 개별적 요소들은 기능과 내용에 따라 그 형태가 알맞게 조립되는 것이다. 조립이 가능하다는 것은 분리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 것이 개체성이 지닌 주된 성질이다. 하지만 (동양의) 총체성의 입장에서의 음은 다양한 이질적 요소들의 결합된 상태나 상 황을 의미하며, 일부분만을 취하기 위해서 쪼갤 수도 다른 종류의 성분과 묶여질 수도 없다. 가령 음은 신화적 상상과 우주 론적 구조와 끊어질 수 없는 연관성이 있으며, 그것은 서구인들 인식 속에서 허황함이라고 표명한 것이다.

42) 禮記,「樂記」, 樂者 音之所由生也 其本在人心之感於物也. 감응(感)에 대하여 김희정의 견해를 소개한다. 그는 감응관념을 형성하게 된 원천을 생기론적 세계관에서 기원을 둔 풍(風)과 기(氣)로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시경(詩經)의 첫 번째 장은

(14)

그렇다면

황종

(

黃鍾

)’

이라는 음과

임종

(

林鍾

)’

라는 음이 동시에 연주되어 결합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

그것은

여덟율정

(

律程

)’

43)이나

완전

5

라는 새로운 이름과 별도의 형질이 탄생하였다고 할 수 있을까

.

그 렇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

조화와 화음

(harmony)

은 전혀 다른 개념인 것이다

.

(

)

에 의해 황종이라는 음률이 생성될 때

(

쉽게 말해 편경으로 황종을 연주할 때는

),

필연적 인과율

(causality)

적인 질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

황종이라는 상위시스템을 위해 일부러 석의 요소를 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44)

이에 대해 김희정이 언급하기를 동시성

(

同時性

)

이라 한다

. “

관찰자에 의해 감지된 내용이 인과적 연결 없 이도 외부 사건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

을 의미하는 것이다

.

45)조셉 니담

(Joseph Needham)

도 이와 관련하여

신비한 공명

(resonance)’

이라고 표현하였다

.

46) 좀 더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 보면

,

팔음

(

八音

)

47) 은 조화되어야 하면서 서로의 다른 영역들은 침범할 수 없다고 논했고

,

48) 음악은 일기

(

一氣

)

에서부터 이체

(

二體

),

삼류

(

三類

),

사물

(

四物

),

오성

(

五聲

),

육률

(

六律

),

칠음

(

七音

)

등등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어울 려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

이것은 마치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성되어 새로운 성분 체계를 가지는 세계를 창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들 사이에 공존하는 상태에 놓여 있음을 사유하는 것이다

.

이것으로 요약컨대 전통 유가에서는 다음 두 가지의 측면에서 음의 발생을 은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첫 번째는 자연

(

)

에서 발생되는 본성

(

本性

)

적인 측면이고

,

두 번째는 인간 내부

(

)

와 자연이 감응되는 상황인 것이다

.

그리고 유가적 논리에 의하면 자연

(

)

과 인간

(

)

은 별도의 연장으로 위치해 있 지 않다

.

이 부근에서 유음을 다시 상기해 봄으로서 두 가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

첫째는 음 자체의 본성

(

本性

)

이 즉 덕성

(

德性

)

이며 이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자각하기 위해서이다

.

둘째는 외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개인을 절제시키기 위해서이다

.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

이 마주치는 과정에서 요청되는 가장 은밀한 심 적 장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49) 「악기

(

樂記

)

」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

국풍(國風)이란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숨(pneuma), 바람 등의 이미지가 노래의 의미로 변화하면서, 가시적 사유의 제약을 확장할 수 비가시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무한한 상상과 경외감과 함께 마찬가지 로 비가시적 음악 또한 우주적 영감을 일으키는 믿음으로 된다는 것이다. 김희정, 「중국 고대 – 感應觀의 형성–주요 개념과 의 관계를 중심으로」, 동양철학 26, 한국동양철학회, 2006, 82~83쪽 참조.

43) 율정(律程)이란 서양음악의 음정과 같이 율과 율 사이의 거리를 수치화 한 것이다. 44) 國語 , 「周語下」, 聲應相保曰龢 細大不踰曰平.

45) 김희정, 위의 논문, 86쪽.

46) Joseph, Needham,

Science and Civilsation in China

vol 2,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54, 280~281쪽. 여기서 는 김희정, 위의 논문, 87쪽 재인용.

47) 金, 石, 土, 革, 絲, 木, 匏, 竹으로 구성된 총 여덟 개의 악기 재료를 의미한다. 48) 書經 , 「舜典」, 詩言志歌永言 聲依永律和聲 八音克諧無相奪倫.

49) 이 점에 대하여 ‘樂由中出’, 즉 음악은 중(中)에서 나온다는 구절과 대입시켜 볼 수 있다. 반면 서구의 음 관념은 인간이 창 조해낸(정확히 말하자면 원인이 된) 어떠한 음과 그 집합들이 특정한 체계를 만들고, 이러한 과정들은 무수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계론적 상황들이 실현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범주를 뛰어 넘기 때문에 ‘미적거리 (aesthetic distance)’가 형성되어 미적 대상으로 인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서구음악사에서는 대체로 이것을 두 가지 태도 를 가진다. 첫째는 이상적(理想的) 측면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로 인식하고 경외하는 태도이며, 둘째는 그러한 원 인을 만들게 되는 원인자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소위 서구 관념론과 경험론의 대립적 음 사조(思潮)이다.

(15)

악은 안에서부터 나오고

,

……악이 안에서 나오는 까닭에 고요하다

.

……대악이란 반드시 쉬운 것이 다

.50)

더욱이 유음

(

遺音

)

은 음이 가진 본유의 것

,

덕성

(

德性

)

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음악에서의 가장 높은 경지인 적막

(

)

의 단계를 직시 할 수 있게 한다

.

인간에게는 선험적 본체

(

)

와 외물을 보고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감정

(

)

에 의해 행위가 발동된다

.

그러나 감정 또한 본성이라는 맹아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본다 면

,

이 둘은 사실상 구별하기 힘들다

.

이런 가운데 음악은 다시금 순수한 성

(

)

을 발현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본 관점이다

.

음악

(

)

또한 감정

(

)

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면

,

51) 마찬가지로 본성에서부터 음악 은 추구된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

이를 반대로 말하면 결국 음악이 궁극적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곳은 성 의 덕

(

性德

)

이라는 것이다

.

52) 적막은 곧

소리 없는 음악

이라는 경지를 일컫는 것이다

.

소리는 객관적인 것 이다

.

하지만 소리자체가 없는 음악이란 다름 아닌

개인적 내면세계

의 울림이다

.

이것은 전체 속에 속박되 지 않는 무의식의 지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유가에서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물질적 음

(

律呂

)

과 와는 또 다른 별도의 인식을 요청하는 음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즉 음악적 무의식과 연계된 여음

(

餘音

)(

잔향 현상

,

정신적 고요 등

)

의 강력한 단서들 또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이런 논증이 성공적이었 다면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유가 악론의 상식을 다소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유가에서 언급하는 음과 성분구조는 과연 도덕률과 같은 사회관계적 효율성으로만 작용하는가

,

아니면 개 인적 의식에서 성립된 별도의 생산물인가

.

다만 여기에서의 개인을 근대적 개념으로서의 작품과 그것의 창조 행위자로 이해하면 아직 성급하다

.

그래서 본고는

유가적 개인

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명명했다

.

(

)

과 악

(

)

의 문제에서도 단순히 예악형정

(

禮樂刑政

)

으로 정리될 수 없는 미세한 사밀적 빈틈

(gap)

이 존재한다

.

그 것을 유가적 개인의 책무이자 도달해야 할 도

(

)

이자 덕

(

)

으로 채색하는 것이다

.

유가적 개인과 함께 감응 되는 음에 대한 주관적 관조에 대해 유미

(

遺味

)

와 유음

(

遺音

)

이라는 비유가 적절하다면

,

그들은 음에 대한 진 정한 조우

(

遭遇

)

가 가능할 것이다

.

V. 결 론

여음이란 연주자의 의도만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다

.

아니

연주

되지 않는다

.

그렇지만 결코 여음이 존재하 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이것은 연주 행위 수준을 넘어서서 나타나는 현상적인 것이다

.

연 주라는 것은 사전에 계산되고 계획적인 배치 행위이다

.

하지만 여음은 이러한 체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 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

意識

)

밖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

때문에 연주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차원을 훨씬

50) 禮記 , 「樂記」, 樂由中出……樂由中出故靜……大樂必易. 51) 禮記 , 「樂記」, 情動於中 故形於聲.

52) 禮記 , 「樂記」, 論倫無患 樂之情也.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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