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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변화와 소용돌이 속에서 공간적 배분과 관 련된 계획활동은 새로운 생각과 틀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세기를 주도해 왔던 계획 패러다임인 합 리적 계획모형은 점점 더 그 적응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공동체의 집합적 행동을 지배 하던 관료와 전문가의 시각 또한 그 지배력을 상 실하고 있다. 대신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 원들의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한 제도화가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역 공간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혐오시설 입지를 둘러싼 행위주 체들간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논 의가 전개되었으며, 점차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관계를 통한 집합적 의사결정을 중시 하는‘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로 발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미권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상 당한 경험을 쌓았고, 새로운 개념과 이론이 활발 하게 등장하여 이러한 현상의 틀을 공고하게 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와 영국의 로데스(R. A. W.
Rodes)의 거버넌스 이론을 비롯한 정책 네트워크 의 강조,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유럽국가들에 있 어서의 복잡성 체계에 대한 이론 등은 오늘날의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접근 방법을 구상함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일단의 계획이론가들이 기존의 합리적 계획모형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접근 법으로서의‘이야기 하기(story telling appraoch)’
서 평
분절된 사회의 협력과 거버넌스
박경원|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협력적 계획
팻치 힐리 지음|권원용·서순탁 옮김|한울아카데미|4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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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던지, 계획활동에 있어서의 합의(consensus)를 강조하고 이를 이루어내기 위 한 여러 절차적 합리성을 제시하는 등의 이론들이 중요한 담론으로 등장하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협력(collaboration)’이다. 진정한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소위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이상적 대화(ideal dialogue)’의 조건이 충족되는 것을 의미한다.
팻치 힐리(Patsy Healey)의 협력적 계획 (Collaborative Planning)은 바로 이러한 이론적 전개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이 책은 모두 3부 9 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에서는 전통적 계획사 상에 관한 주요 논쟁을 검토하고 현대의 공간변화 와 환경계획에 대한 새로운 구상으로서 제도론적 접근(institutional approach)의 이론적 토대를 구 축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현대의 변화하고 있는 도시지역에서 전개되는 일상생활세계, 경제생활 세계, 생물환경세계 등의 역동성을 제도론적 관점 에서 조망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 환경변화에 대 한 우리의 태도 및 행위의 사회적 관계를 검토하 고 있다. 이를 통해 공간계획 활동에 대한 협력적 이고 의사소통적 접근방법의 가능성과 함의를 도 출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거버넌스의 한 유형으 로서 협력적 계획의 사례를 통해 협력적 계획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와 거버넌스의 의미를 검토하고 공 간과 장소의 공동 관심사에 대한 전략과 논쟁과정 을 통해 정치공동체가 서로의 입장과 차이를 동시 에 인정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 막 9장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관리체계의 설
계와 과제를 탐색한다.
이 책은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 이론적 논의들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논의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저자가 한국어판 발간에 따라 이 책의 핵심적 인 내용과 이 책의 출판 이후 제기되어온 비평에 대한 논의들을 잘 정리한 서문을 담고 있어 전체적 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계획이론 분야에 잘 정리된 이론서가 매우 빈 약한 실정이고 특히 이러한 새로운 계획이론에 대 한 소개가 거의 없는 우리의 상황에서 이 책의 번 역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대부분의 역서가 내용 이 아무리 좋아도 번역상의 어려움 때문에 번역 후에도 크게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역자들의 협력적 계획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저자와의 친밀한 교류 덕분에 독자들이 읽어나가는 데 거의 불편함이 없을 정도 로 잘 번역되어 있다. 한참 내용에 빠져 책을 읽다 보면 잠시 번역본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다. 다만 이 분야를 새롭게 접근하는 독자들을 위해 부분적 으로 역자의 설명주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 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공간계획활동 을 둘러싼 여러 변화를 잘 담을 수 있는 협력적 계 획이론이 이 책을 통해 보다 깊게 이해되고 우리 지역공동체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키고 바람직한 집합적 행동을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