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토 시 론
국토잠재력과 국가경쟁력
박삼옥|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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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서 한국사회를 크게 변화시키는 두 개의 큰 축은 지식정보화와 인구고령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할 지식정보사회와 고령사 회의 측면에서 우리 국토를 다시 생각해보면 과거에 약점으로 작용하였던 특 성들이 이제 유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지식의 창조와 확산 및 이용이 국가와 지역의 발전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며 기술을 혁신하고 이를 이용 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바로 국 가와 지역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기술의 혁신은 활발한 지식의 순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 은 문자화할 수 있는 형식적 지식(codified knowledge)의 순환을 급속도로 이 루어지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한편 한국사회는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전체인구의 7%를 상회하여‘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06년에는 고령인구의 비율이 9%를 상회하였으며 2018년이면 고령인구가 14%를 초과하는‘고령사회’가 되며, 2026년에는 고령인구가 20%를 넘는‘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하 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농촌 지역은 이미‘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역이 상당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급속 한 인구고령화의 진행과정에서 100세 이상의 초고령인이 많이 살고 있는 장 수지역은 환경조건이 좋은 중산간지대로 나타나고 있어서 산지가 많고 국토 가 좁은 한국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산지가 많고 경작지가 적은 한국은 농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는 여러 가 지로 불리하였고 경쟁력이 취약했었다. 그러나 과거에 경제발전의 장애요소로 작용했던 좁은 국토와 많은 산지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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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산지가 많은 것은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제공해줄 뿐 만 아니라 등산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다. 국토가 좁아서 지방 소도시에까 지 아파트를 고층으로 건설하는 것은 초고속 인터넷 망을 설치하는 데 엄청난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
한국이 세계 제일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비율을 나타 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 한국은 지방 어느 곳에서든지 도청소재지에 1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도록 도로가 포장되어 있으며 전국이 일일생활권 에 이를 정도로 접근성이 높아졌다. 또한 산지가 많 다는 것은 과거에 교통의 장애요소로 작용했지만 이 제 환경이 좋은 중산간지대는 장수벨트로 거듭날 수 있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국토의 효율 적인 활용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거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했 던 우리 국토는 이제 지식정보사회와 고령사회에서 오히려 유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다. 문제는 어떻게 국토를 발전시키고 조직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국토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국가 발전과 지역발전에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한반도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 하다. 사계절이 분명한 자연환경, 기후가 온화한 남 해안 일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풍부한 해양자 원, 오랜 전통과 문화가 숨 쉬는 농산어촌지역, 대륙 과 해양세력의 교량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 등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잠 재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포함한 경제주체 간의 협력을 통한 공동학습이 필요하고 지식의 순환 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역의 발전은 지식의 창출과 혁신역량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 지역에서 인재의 유
치는 가장 중요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형식적 지식의 전달은 용이해졌지만 신지식 창출에 중요한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전달은 면 대 면 접 촉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에서도 암묵적 지식의 순환이 용이해질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 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상호 작 용을 활성화함은 물론 지식인과 과학자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즉, 과거에 지식인력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나 가고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갔던 두뇌인력 유출 (brain drain)현상을 이제는 이들이 다시 한국으로 그리고 지방으로 돌아갈 수 있는 두뇌인력 순환 (brain circulation)으로 전환해야 한다. 만약 지역의 여건상 이들을 유치하기가 어려운 경우는 적어도 이 들과 접촉을 용이하게 하여,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 유의 자원(예를 들면 전통자원, 문화, 역사 등)을 활 용한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과정에 이 들 두뇌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산업단지 혁신클러 스터, 혁신도시 건설, 지역혁신시스템 구축 등은 산∙학∙연∙관 연계에 더하여 두뇌인력의 순환시 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추진되어야 우리 국토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각 지역의 숨은 잠 재력을 개발하여 지식순환시스템을 작동한다면 지 식정보사회와 고령사회에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가 및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식순환시스템의 개발은 앞으로 농촌, 도 시, 산촌, 해안지역 어느 곳이든 국토 잠재력을 활용 한 정책과제의 핵심적 고려사항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