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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론의 역사, 플라톤에서 니체까지

시작: 플라톤의 문자 비판

문자와 그림과 숫자를 세 가지 주요 매체로 본다면, 역사적으로 숫자에 대한 변호 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림에 대해서는 소수의 변호만 있을 뿐이다. 매체론적인 성찰을 가장 먼저 유발한 것은 문자의 불가사의였다. 초기 이집트 신화와 바빌로니 아 신화가 이미 문자의 발명과 도입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문자는 신의 업적이 라고 여겼고, 문자의 근원은 신성한 것이었다. 즉 문자는 인간과 인간의 영역을 넘 어선다. 문자는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짓고, 문화를 만들며, 인간의 공동생활과 사회 생활의 조건을 이룬다. 다시 말하면, 문화의 모든 특질이 문자와 문자성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문자는 인간의 산물일 수 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자는 필연적으로 창조신 인 데미우르고스의 작품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문자에 대한 지식은 언제나 사회적, 문화적 우월과 연결되어 있었다. 문자 에 통달한 사람은 더 높은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권력 소유를 남다름의 과시로 유지 한 반면, 대다수의 주민층이나 문맹들은 구두로 의사를 전달하고 입말을 연마했다.

이 구술성과 문자성의 갈등을 논한 것 중의 하나가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와 『일곱 번째 편지』에 나오는 문자 비판이다. 최초의 매체 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비판은 매체사 기록의 연대기에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문자의 업적을 회의적으로 본 플라톤 은 입말의 증거력과 문자의 기억 능력을 서로 대립시키고 이를 통해 문자의 신뢰성 과 망각의 변증법을 구사하여 문자를 공격한다. 그러나 흔히들 잘못 주장하고 있듯 이 플라톤은 문자를 완전히 거부한 것은 아니다. 그는 문자를 파르마콘이라고 불렀 다. 용량에 따라 치료제로도 독약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약제라는 뜻이다. 이 표현 은『파이드로스』의 끝에 가서 소크라테스와 시, 에로스, 대화술, 수사학의 지위를 진 리와 연관시켜 이야기한 뒤에야 등장한다. 마침내 두 사람이 문자를 화제에 올리자, 플라톤은 테우트 신이 문자를 창안했다는 내용의 이집트 신화를 대화에 엮어 넣는 다. 논증의 흐름에서 이 신화가 등장하는 논리적인 지점은, 항상 답변이 수반되는 활기찬 입말과 침묵으로 일관하여 마치 독백처럼 읽히는 글과의 관계부분이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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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 플라톤은 대화의 수행성을 글과 글의 기억 기능에 대비시킨 것이다.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언제나 대답을 해야 하고 말한 내용의 신빙성을 책임져야 하지만, 글에서 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담론이라고 주장하는 글의 구조와 설득력을 앞세워 거짓말까지 유포할 수 있다. 따라서 『일곱번째 편지』에서도 그랬듯이 플라톤 은 여기에서도 글이 철학적 사유의 표현에 부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철학적 사유의 매체는 도리어 대화이며, 반론에 부딪히고 변론을 유발함으로써 논증을 날카롭게 만 드는 진술의 현장성이다.

..그리스인들이 문자를 지칭하는데 사용한 graphe, graphein(문자,적다/새기다)또 는 ta grammata(문자)같은 표현의 연상 영역에는 “새김”, “적어넣기”, “파넣기” 의 의미가 따라다니는데, 이것들은 문자가 항상 물체 속에 구체화된 구조를 남기고 이 것은 다시 권력이나 지배와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에 대해서는 특히 자 크 데리다가 그의 책 『그라마톨로지』에서 주목했다.

..이렇게 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플라톤 글의 대목은 문자의 불확실한 매개성 을 지적함과 아울러, 매체에 깊이 새겨진 기술의 두 얼굴이라는 근본적이고 불가피 한 양면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모든 매체는 기술의 뜻으로 정의 되는 한에 있어서는 모두 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플라톤이 의심하듯이 그 양면성 은 올바른 사용이나 잘못된 사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매체에 내재하는 특성 이다. 따라서 기록을 하고 증거를 남기면서도 거기에 못지않게 기록물과 형태로 기 억을 변형시키지 않는 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변형과 예측 불허의 함의가 바로 플라톤의 논제이고 그의 문자 비판 깊숙이 숨어 있는 동기이다. 플라톤의 비판은 문 자 비판이라기보다는 기술 비판이다.

18세기와 19세기의 매체의 은유화: 레싱, 헤르더, 헤겔

레싱의 라오콘

그림과 텍스트의 관계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논의는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1693~1770)의 논문 「라오콘: 시문학과 회화의 경계에 관하여」에서 이루어진다. 여 기서 레싱은 기호론적, 매체 이론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그림은 공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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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구조를 갖고, 언어는 시간과 연속의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림의 매체 성은 정적이고 지형 묘사적인 반면, 텍스트의 매체성은 시간적이고 선적이라고 이해 된다. 레싱은 고대의 라오콘 군상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생각을 전개하고 있는데, 여기서 라오콘 군상은 미술학적 의미를 넘어서서 예술과 시간의 관계라는 철학적 미 학의 핵심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처음 문제제기는 플라톤의 문제 제기와 같아서 매 체 이론적으로 기억의 문제가 중심에 있지만 레싱은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요한 요아힘 빙켈만이 고대의 조각품에서 완전한 “예술의 법 칙”을 찬양했다면, 레싱은 묘사의 순간적인 성격을 주제로 삼는다. 라오콘 군상은 우 리에게 “돌로 화한 순간”을 보여 준다. 레싱은 그 순간을 시문학과 회화의 경계를 탐사하는 계기로 삼으며 여기서 문학과 언어는 결국 그림에 대해 승리를 거두게 된 다. 예술의 서열화는 이렇게 매체 이론적으로 설명된다. 레싱에 따르면, 회화적인 것 은 오직 공간적으로만 배열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림은 시간적인 것을 묘사하는 능력 이 없다. 과정적인 것은 회화에는 생소하며 모든 것은 한꺼번에 보이게 된다. 그렇 기 때문에 미술가는 “계속 변하는 자연에서 오직 한 순간만을 사용하고, 특히 화가 는 그 한 순간을 오직 한 관점에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문학예술은 발전 을 통해 지나가고, 이를 언어 수단을 통해 형상화한다. 따라서 회화에서 순간의 강 조는 결점이 되는 바, 그것은 이익이 아니라 손해다. “미술가가 표현하는 신들과 정 신적인 존재들은 작가가 필요로 하는 신들과 정신적인 존재들과 똑같지 않다. 미술 가의 경우, 그 존재들은 인격화된 추상적 존재이다. 반면 작가의 경우 그 존재들은 실재로 행동하는 존재이다..”

마지막 구절은 그림과 텍스트의 근본적 차이인 정지와 동작을 가리킨다. 레싱은 논문의 중심이 되는 15장과 16장에서 이 문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교차점은 다음과 같다. 본래 회화는 가시적인 두 소재를 똑같이 그릴 수 있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가시적으로 진행되는 행동이며, 행동의 각 부분은 점차 적으로, 시간의 연속 속에서 일어난다. 반면 후자는 가시적으로 정지해 있는 행동이 고, 행동의 각 부분은 공간 속에서 나란히 전개된다. 이제 회화가 그 기호 혹은 오 직 공간 속에서만 연결할 수 있는 모방 수단 때문에 시간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면, 진행되는 행동을 진행되는 것으로서 그리는 것은 회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회 화는 나란히 존재하는 행동 혹은 단순한 물체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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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림과 텍스트를 가르는 경계는 매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차이는 서로 다른 기호 양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처럼 레싱은 매체의 차이를 기호의 특수성에 서 끌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공간적 질서와 시간적 질서의 대립으로 표현되는 것은 기호의 체제 안에서 체계적인 장소를 갖고 있다. 레싱은 텍스트와 그림은 서로 양립 할 수 없으며, 문자를 공간화하고 그림을 시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시간성은 그림에서 설 자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림은 자신의 매체성에 의거하여 시 간의 양식을 처음부터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텍스트적인 형태는 드라 마, 서술적인 것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레싱의 논문에서 중요한 구절을 살펴보자.

이처럼 나란히 배치된 기호는 나란히 존재하거나 그 부분들이 나란히 존재하는 대 상만을 표현할 수 있으며,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기호는 순차적으로 이어지거나 그 부분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대상만을 표현할 수 있다. 나란히 존재하거나 그 부 분들이 나란히 존재하는 대상들은 물체라고 불린다. 따라서 물체는 ..회화의 고유한 대상이다. 순차적으로 이어지거나 그 부분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대상은 통틀어 행동이라고 불린다. 따라서 행동은 시문학의 고유한 대상이다.

참고문헌:

김창남, 대중문화의 이해, 한울아카데미

디터 메르쉬(문화학연구회 역), 매체이론, 연세대학교출판부

마셜 매클루언(김상호 역),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단대문예교육진흥위원회, 문학에의 초대 , 단국대학교출판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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