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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대선이 보여주는 유권자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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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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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완료된 미국 대선과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한국 대선. 올 한해 벌어지는 이 두 선거를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두 선거는, 외견상 유사한 점들 이 있긴 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두 선거는 최대 쟁점이 일자리 문제와 같은 경제정책인 점, 상대방 후보의 흠집 을 파고들거나, 중간층 유권자에 대한 구애작전과 같은 선거전략을 구사하는 점에 서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초박빙의 지지율 차이로 선거결과를 예측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도 같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 롬니-공화당 진영은 성장위주의 경제정 책과 정부개입의 축소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반면 에 오바마-민주당 진영은 재분배와 정부개입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큰 정부의 정 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미국대선이 전례없이 큰 주 목을 받는 이유는 이처럼 상반된 정책기조에 대한 국민투표(referendum)적 성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의 대선에서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인식의 차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주로 과거사 들추기나 선심성 공약(空約)들이 난무한다. 대선후보들은 저 마다 복지확대로 민생을 책임지고,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약속경쟁 을 하느라 바쁘다. 마치 비슷한 기본성능에다 각가지 편의기능을 갖다 붙인 냉장고 에 대한 판촉경쟁을 보는 것 같다.

오바마와 롬니 – 상반된 경제정책과 이념적 지향성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 무명인사나 다름없던 오바마는 소수인종층과 경제불안으로 동요된 유권자를 결집시킴으로써 일약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가 단숨에 집 권에 성공한 데는, 뛰어난 말솜씨와 사회적 취약계층을 상징하는 흑인이라는 개인 적 요인도 있었지만,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과 실업이라는 어두운 경제환경이 크 게 작용하였다. 민주당 지지세력과 일부 좌파지식인들은 이를 작은 정부 이념의 패

미국과 한국의 대선이 보여주는 유권자 선택

장대홍 한림대학교 명예교수

201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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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와 정부개입의 확대로 유턴하는 계기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간 선 거뿐만 아니라 금번 선거 기간 내내 상황이 유리하지 않았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 아 재선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의회를 석권한 공화당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반면에 롬니의 경우, 오바마 정권이 밀어부친 의료정책(일명 오바마 케어), 경기부양정책, 사회보장프로그램 확대, 국가부채 한도 상향조정과 같은 정책 들은 철폐되거나 대폭 수정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두 진영은 모두 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을 옹호했다.

외부인의 시각에서 보면, 정부정책에 대해 두 정당의 상반된 정책기조, 따라서 팽 팽한 여론의 대립이 있는 미국의 정치상황이 다소 의아스럽게 보일 수 있다. 미국 은 아직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고, 회복전망도 뚜렷하지 않으며 정부개입 확대를 지지하는 계층의 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민생 문제에 정치나 정부의 개입을 당연시하는 한국의 풍토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일부 언론은 미국의 정치 상황이 유례없이 양극화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다소 과장된 주장이 다.1) 지난 수 십 년간 정부정책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타협한 경우가 많았 다. 특히 외교나 안보에 관한 정책은 실제로 별반 차이가 없었고, 국익보호의 목표 아래 양 정당이 협력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2) 실질적인 정책적 이견은 사회 복지 정책, 조세정책, 의료정책, 교육정책과 같이 주로 개인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 문에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은 롬니-오바마의 대립구도도 이들 부문에 대한 정책기 조의 차이라는 연장선상에 있어 보인다.

양 진영의 상반된 정책기조는 롬니와 오바마가 대표하는 집단의 차이나 성장배경 과 이념성향에서의 개인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먼저 두 후보는 하버드 법대 동문 이라는 점을 빼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롬니는 보수적 백인가정에서 태어나서, 유 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다. 그는 엘리트 교육과정을 마치고, 성공한 사업가에 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모르몬 교도이며, 메사추세스 주지사 시 절에 민주당식 사회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 때문에 공화당 주류층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친시장적이고 보수적인 이념성향을 가지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의 성장과정, 정치적 배경과 성향은 롬니의 경우와 대조적 이다. 그의 부모는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중산층 백인가정 출신의 어머니였고, 부모가 헤어진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외조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정상적인 교육

1) Fiorina, M. P. et al, Cultural War? : The Myth of Polarized America, Longman, 2008.

2) Peroutka, Michel, Constitutional Party Analysis Repor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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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받을 수 있었다.3) 그는 고교 졸업 후 시카고 남부 흑인 빈민가에서 시작한 커뮤 니티 봉사활동을 계기로 정치적 꿈을 키우다가, 하버드 법대를 졸업, 시카고 대학교 수를 거쳐 일리노이주 상원에 진출하게 된다. 이후 공석이 된 연방의회 상원으로 선출되었고, 첫 임기를 끝내기도 전에 대통령직에 도전하고 당선되는 고속성장을 이룬 사람이다. 이런 인종적 특성과 성장배경 때문에 오바마는 소수인종 계층을 대 표한다고 여겨지고 있고 흑인, 소수인종, 노조와 사회적 취약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확실한 친노조, 친사회복지, 친노조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역대 정 치인 중 가장 리버럴한 이념성향을 지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미국적 의미에서의) 리버럴한 이념성향을, 공화당이 보수적 이념성향 을 대표하게 되는 근원은 1930년대의 대공황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암울 한 경제상황에서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과 케인즈식 정부개입주의가 득세하고, 이후 존슨의 위대한 사회정책으로 발전하면서 민주당은 친사회복지-큰 정부를 옹호하는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적으로는 대도시와 사회적 취약계층이 밀집해 있는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를 포함하는 주로 동서부 주들이 민주당의 텃밭이고 소 수인종, 리버럴 지식층, 젊은 층과 사회적 취약계층이 그들의 핵심 지지세력이다.

한편 공화당의 이념적 기반은 건국 당시부터 정부의 개입으로 시민의 자유가 훼손 되는 위험을 경계하는 전통이다. 그런 연유로 그들은 정부규제와 세금부담의 증대 를 싫어하고, 개인적 자유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정책에 호의적이다. 루즈벨트 이 후 민주당을 견제하는 의회세력으로서 공화당은 전통적 가치의 보존을 중시하는 남 부와 중부의 사회적 보수주의(social conservatisms)와 연대하게 되었고, 이후 보수 주의와 작은 정부라는 이념적 성향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미국 대선이 큰 정부와 작은 정부라는 상반된 이념의 치열한 경쟁으로 여겨 지는 사정도 이런 개인적, 역사적 배경에 연유한다. 이번 선거도 종전처럼 이런 이 념적 구도로 전개되었다. 정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 세 차례의 대통령 후보 간 토론 대결, 한 번의 부통령 후보간 토론을 포함해서 후보간 또는 지지자들이 출 연하는 토론 프로그램들은 두 진영의 상반된 시각과 주장, 논쟁들을 여과없이 보여 주었다. 이런 논쟁들은 추상적인 구호보다는 구체적인 사안이나 수치를 사용하는 추궁, 해명과 반박으로 구성된 공방전들이었다. 소모적인 싸움으로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상반된 주장의 허실과 장단점이 노출되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이 입장 을 선택하는 과정임은 분명했다. 선거전은 정치시장에서 유권자들이 바른 정책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의 역할을 한다.

3) 오바마가 하와이의 고등학교 시절에 동급생인 한국인 친구들의 가정생활과 교육열을 부러워했다는 사실 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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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선 - 주요 후보 모두 유모국가(nanny state)의 길을 선택

이제 한국의 대선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 대선은 최근까지 삼파전 구도로 진행 되었지만, 앞서 지적한 대로 세 후보와 그들 진영의 정책적 차이는 거의 없었다. 어 느 후보가 당선되든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민생 돌보기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될 것 이고, 한국사회는 큰 정부가 시민생활을 보살피는 유모국가 (nanny state)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 정치권들은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급급해 정당의 정체 성을 버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의 정책기조였던 줄푸세 정책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좌클릭을 당연시하는가 하면, 당명마저 새누리당으로 신장개업 을 했다. 상당수의 소속의원들은 차라리 민주당에 합류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극좌파세력과 연합하고, 과거 실패한 좌파정책을 재탕하는 것 이외에 는 별로 내세울 게 없어 보인다.4) 일부 의원들은 극좌파 정당인 진보정의당이나 통 합진보당으로 소속을 옮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안철수 진영은 개혁주의자 교수집 단으로 이루어진 아마추어적인 정당 아닌 정당처럼 보였다. 그들이 내세우는 경제 민주화나 사회경제 정책들도 기존 두 정당과 별로 차이가 없고, 이념성향도 통합민 주당의 경우와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러다 보니 같은 정책을 더 과격하게 부풀려 재포장하여 내놓는가 하면, 자신들이 참신하니까 기존의 정치질서를 갈아치울 수 있다고 호언하는 교만함을 보였다.

본격적인 후보 등록이 끝나고 진행되는 선거 운동에서도 주요 후보진영이 모두 정부가 주도하여 경제민주화, 일자리 만들기, 복지확대, 정치개혁을 주장하지만 이 들은 실행과정에서 하나같이 이해집단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별로 실효성이 나 효율성이 없을 수 있으며5),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또한 후보의 능력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책 실행에 직접 관련된 관료나 정치엘 리트들이 위세를 떨칠 것이다. 타당성에 대한 의견일치가 어렵고 실행과정상 다양 한 집단과 방법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이들 정책들은 오직 권위주의적 독재정권만 강행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정부규제는 늘어나는 대신 시 민의 자유선택 공간은 줄며,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성장여력은 줄어들 고6), 부정부패의 기회는 늘어나게 마련이고, 재정부담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4) 예를 들어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에서 들고 나온 경제민주화, 재벌규제 정책은 이전 정권에서 시행하다가 문제가 있어 폐기된 정책을 다소 강화한 재탕 정책들이다. 미국의 경우 어느 정권이든, 정부의 기업의 직 접 규제는 삼가한다. 오바마 정권도 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을 지지한다.

5) 골목상권 보호정책이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소비자 이해와 상충될 수 있 고 일부는 이미 지난 정권에서 시해 중 폐기된 정책의 재탕일 따름이다.

6) 최근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비효율성 때문에 (그리스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Economist, Oct.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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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정치 슬로건으로 가득 찬 우리의 대선

정치권이나 정부는 개인의 영역인 행복추구나 복지향상의 주역이 될 수 없다. 한 국 대선은 주요 후보 진영이 이념적 변신, 정치적 야합, 아마추어적 발상으로 유사 한 정책을 제시하여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는 희한한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선거전은 유권자가 정책의 허실을 판단할 기회를 봉쇄하고, 마음에 맞는 정부를 선 택할 공간을 차단한다. 대화와 소통, 참신성이나 진정성, 구태정치 척결, 사람이 먼 저인 정치, 국민행복을 실현시켜주는 정치, 경제민주화, 창조적 경제와 같은 구호는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는 공허한 정치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어떤 후보의 구호가 더 멋지고, 어떤 후보의 약속을 더 믿어야할지를 짐작으로 선택해야 만 하는 정치현실은 암담하다. 지금 우리 유권자들은 최악의 불리한 선택(adverse selection)에 처해 있다. 이런 불리한 선택에서 벗어날 길은 그리 커 보이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민생문제를 책임질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일 이 선행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면 남은 선거기간 중이라도 제 시된 정책목표나 구호의 타당성, 실현가능성, 실현 방법, 비용과 수익, 부수효과와 부작용을 보다 철저하고 구체적이며 집요하게 따지는 기회와 공간을 더 많이 만들 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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