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 고 학교에 다시 돌아온지도 벌써 두 학기가 지났다. 물론 지금은 학생이 아니라 교수라 는 위치로 돌아오긴 했지만, 다시 돌아온 학교생활은 처음 엔 모든 것이 얼떨떨했고,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학부과목의 공부에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전혀 없 었다. 두 번째 학기를 큰 과오 없이 마감하면서 이 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교육시킬까 하는 것 에 대한 생각도 하면서 나름대로는 제법 여유가 생 겼다. 그리고 직장을 옮기는 큰 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사 한번 못 드렸던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는 것 못지않게 좋은 연구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서 학위를 마치고 사무관(5급)으로 특채되어 정 부에 들어갔다. 정부에서는 전공을 살려 주로 화 학산업 및 바이오산업의 정책수립 업무를 수행했 었다. 산업정책이란 간단히 요약하면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비젼을 제시하고 이의 달 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인데, 이때 의 전략은 단순히 기술 뿐 아니라 세제, 무역, 인 력, 입지, 환경규제 등 기업 활동에 관계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학만 공부한 필자에게 이런 업무는 처음에는 매우 생소한 것이 었지만 학위 과정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연습을 하였고, 특히 다양한 시스템을 해석하여 최적화하는 학문분야인 화학공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새로운 업무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부 내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 학계, 연구계에 계 신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이렇게 필자가 과분한 주목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데 에는 화학산업 정책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에 화학산업을 이해하는 공무원의 수가 절대 적으로 적었다는 것이 주요인라고 볼 수 있으나 필자가 여성이라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 가 되었으리라고 판단된다.
이제 학교로 다시 돌아 온 후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점은 공과대학 여학생 수가 대폭적으로 증가 했다는 것이다. 우선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동국 대의 경우 생명화학공학과만 하더라도 학부생의 55%가 여학생이고, 또한 서울대 공대의 조사결과 (2002년 누적 졸업생 기준 전공분야별 여성인력 배출 비율: 컴퓨터 7.68%, 건축 5.13%, 재료·섬 유 3.46%, 산업 2.99%, 화공·공화 2.11%)를 토 대로 볼 때 건축, 컴퓨터, 산업공학과의 경우에도 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여도 큰 무리가 없 을 듯하다. 이렇게 수적으로 증가한 여학생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부럽고, 또 한편으론 걱정과 함 께 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 솔직한 심 정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여학생들은 필자가 여성 이라는 소수 집단으로서 가졌던 학교생활에서의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22, No. 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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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화학공학인력 양성에 관하여
김 지 현
동국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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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제22권 제4호, 2004어려움은 상당 부분 해결된 반면, 사회생활 면에 서는 필자가 그간 소수 집단으로서 조금이나마 누 렸던 혜택은 축소될 것이며 아직까지도 취업, 경 력 개발·관리 등 근본적인 어려움은 그다지 해결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 고용정책이 시급히 이루 어져야 하지만, 사회전반의 여성인력에 대한 인식 개선 뿐 아니라 대학에서의 여학생 교육도 매우 중 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 에 따른 국가적 위기론과 맞물려 그간 사회적으로 사장되어 왔던 여성인력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 아지고 있다. 정부 및 공공부분에서의 목표 채용제 도입, 「여성과학기술인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및 여성과학자 지원을 위한 연구프로그램 시 행 등 몇몇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국가적 노력이 사회적인 인식의 확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인력의 노력과 모범이 필요하고 여학생 들이 졸업 후 사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 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준비시키는 것이 필 요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 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남학생에 비해 높은 장벽 이 있음을 감안할 때 다양한 role model 및 비젼 제 시, 직업의식 및 리더쉽 고취 등의 교육을 통해 좀 더 경쟁력 있는 인력으로 사회에 배출되는 것이 필 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산업계에서도 여성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성공사례 발굴 및 지 속적인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우수한 여성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 학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또 실제로 교육 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 다. 몇 년 전 서울법대 학생회에서 학교측에 여교수
채용을 요구하여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 의 주장은 균형적이고 완전한 법 해석을 위해서는 남성 뿐 아니라 여성의 관점에서 해석하여야 하므 로 이를 지도해 줄 여교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법대 뿐 아니라 공대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항 이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전문성 뿐 아니 라 다양성, 감성이 중요하고, 또한 어느 한쪽에 치 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시각에서의 판단력이 중요 하다. 또한 성공한 리더의 경우 공통적으로 균형잡 힌 시각과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따라서 공학과 같이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문분야에서는 여성 교수로부터 교육을 받는 것은 단순히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에게도 리더쉽이 있는 인재로 양성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4년제 대학의 화공과에는 총 6 명의 여교수가 계신 걸로 알고 있다. 화공과의 역 사나 그간의 배출인력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놀랄 만큼 적은 숫자이지만 최근 여교수의 필요성에 대 해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매 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조만간 더 많은 여교수들 을 만나 뵙기를 기대하며, 궁극적으로는 단지 여 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거나 평가되는 세상이 아 니라 성별을 떠나 개개인의 능력으로 공정하게 평 가받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저자약력
김지현
1984~1988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1988~1990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석사 1990~1994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박사 1994~1995 서울대학교 공학연구소 특별연구원 1995~1996 미 UC, Davis 화공·재료과학과 Post-Doc 1996~2003 산업자원부 사무관
2003~현재 동국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전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