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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도시는
풀뿌리 도시계획에서부터”
- 강병기 (사)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대표
인터뷰|박재길(국토연구원 지역∙도시연구실장)
강병기(康炳基)
1958년 일본 동경대 공학부 건축학과 졸업 / 1960년 동경대 대학원 공학석사 / 1965년 동경대 대학원 공학박사 /
1970년 한양대학교 공대 도시공학과 교수 / 1972년 건설부 중앙도시계획위원 / 1981년 건설부 중앙도시계획위원, 내무부 정책자문위원 / 1982년 대한국토계획학회 회장 / 1984년 국무총리실 수도권정비심의위원 / 1985년 국토개발연구원 이사 / 1990년 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 / 1991년 Planning Perspective 편집위원(영국) / 199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 / 1996년 구미전문대학장 / 1998년 구미1대학장 / 2000년 한국도시설계학회 초대회장 / 2004년 건설교통부 NGO정책자문위원, 민원∙제도개선협의회 위원장 /
현 (사)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이사장 저서
「도시론」, 「수망도시」, 「도시정책과 도시설계」, 「도시계획론」, 「삶의 문화와 도시계획」, 「서울의 사회∙경제지도」
살고 싶은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저마다 떠올리는 도 시의 모습이 다를 것이다. 혹자는 경관이나 편의시설 등의 외형적인 모습을, 혹자는 복지측면에서 살고 싶은 도시를 생각할 것이다. 이번 호‘이슈와 사람’에서 만 난 강병기 도시연대 대표는 주민들의 주도로 만들어지 는 도시를 살고 싶은 도시로 꼽았다.
▶ 박재길(‘박’):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도시는 너무 급진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오로지 시가지 확장이나 외 부환경수요에 의한 변화에 집중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강병기(‘강’): 1970년 이후 엄청난 도시의 인구 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그동안 부작용도 많았습 니다. 철거문제, 빈민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 났지만 내부적으로 잘 소화해냈습니다. 그 결과 경제 발전의 기반이 되는 도시노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 서 일단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외형적으로 감추 어진 도시문제들이 있었지만 굉장한 발전이라는 점 이 대내외적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르게 적응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반응이었습니다. 매우 다행스 러운 일이었지요. 만약 단독주택으로 신도시를 건설 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도시문제가 더욱 심각했을 것입니다. 신세대들이 이 조류에 잘 적응하긴 하였지 만 익숙하지 않은 아파트 문화가 도입되어 여러 가지 모순이라든가 사회적인 갈등을 안고 있는 상태입니 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 면서 신시가지 방식을 계속 채택해왔다는 사실입니 다. 조강지처라고 할 수 있는 구시가지를 쇠퇴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왔지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양극 화 문제는 도시계획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 야 할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들의 관심 이 신시가지, 신도시, 강남 등지로 몰릴 때 구시가지 에서 쾌적한 생활과 양질의 도시문화를 착실하게 배 양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박: 이제는 도시 만들기가 종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종 전에는 도로건설을 위해 하천을 복개하는 것이 거의 상 식이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다소 불편하고 비용이 들더 라도 청계천 복원사업과 같이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하 천을 다시 살리는 일에 시민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 다. 이러한 변화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무엇 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주셨으면 합니다.
▶▶ 강: 그동안 우리를 지배했던 정치논리, 통치논 리는‘금강산도 식후경’이었습니다. 먹는 문제를 해 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 경 제력이 뒷받침되고 먹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까 박재길
생활의 논리가 서서히 욕구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점차 해외로 많이 여행하게 되면서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시 대적으로 개발보다 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전환 됨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과연 우리가 이렇 게 살고 있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하는 반성이 일어 난 것이지요.
그 다음에는 역시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도시에 대해 좀 더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만족스러웠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시란 우리의 생활을 담는 장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이 도시 내에서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그 중에서 도 환경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는 금강산도 식후경이 라고 해서 어떻게든 도로를 뚫는 것이 좋겠다고 했 는데, 이제는 주변에 산과 들이 있는 것이 삶속에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 박: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 했고 선진국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에도 가입하였 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주5일 근무제도 실 시됨으로써 거주 및 생활공간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 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을 여유 롭게 영위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표출되고 이에 대응하 는 것이 도시 만들기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어떤 것인 지, 여유 있는 삶을 제공하는 도시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강: 도시와 거주자는 교감이 있어야 합니다. 거 주자들이 도시에 애착이 있어야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계승되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일생을 마치고 싶다는 애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고전적인 이야기 같 지만 우선 생리적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성도 갖추어야 하겠 지요. 그 다음에는 정신적 가치입니다. 사회적인 안 정성, 복지, 경관 등이 이에 속합니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히면 서로 노려보는 것이 아니 라 미안하다고 인사할 수 있는 포근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집 뒷산에 산 사태가 나지 않는 것이겠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관계 가 있으니까요. 나머지는 어떤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 이느냐 하는 그 사회의 문화, 교육과 관계가 있는 것 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만족할 수 있는 분 위기를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 점에 대해서 만큼은 영점 수준입니다. 무조건 남보다 더 가져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고 생각합니 다. 주5일제가 자리잡고 더 여유가 생기게 되면 바깥 으로 나갔던 시선이 내 주변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도시 만들기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 ∙ 슈 ∙ 와 ∙ 사 ∙ 람
강병기
공통적인 과제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여건이 다르므로 달리 접근해야 할 과제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교 수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강: 우리는 그동안 흑백논리의 획일적 사회를 살 아왔습니다. 주거형태만 보더라도 아파트만 즐비하 고 단독주택은 변두리에 조금 있을 뿐입니다.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심부에 있는 직장이 있으면 변두 리에 있는 직장도 있어야 하고, 지방에도 있어야 합 니다. 흔히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이 모두 획일적이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도시의 경관 또 한 너무 획일적입니다. 따라서 다양성을 구현할 필요 가 있습니다.
이번 참여정부가 내건 정책 중에 제가 가장 기대 를 걸고 있는 것은 분권입니다. 분권이 되어야만 살 아남는 지방이 생깁니다. 제가 행정전문가는 아닙니 다만, 지방에서 뭔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중앙정부 에서 지원하면 지방도 반드시 살 길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도시계획의 분권이 실현되어야 풀뿌리 도시 계획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박: 우리나라와는 사회적 배경이나 역사적 배경이 다 른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시 사점을 얻는다는 차원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기억되는 외국 도시를 예로 든다면 어디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 도시는 어떤 면에서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하십니까.
▶▶강: 파리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재미있고 다 양성을 가진 도시입니다. 파리의 사람들은 모래알처 럼 흩어져 살지만 독특한 공중문화를 만들어 내곤 합 니다. 최근 파리에 가보니까 도로를 더 좁히고 있었 습니다. 사람을 위해 자동차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석까지 재미있어요. 그런데 요즘 도시재생법 때문에 마을 분위기를 해치고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살기 좋 은 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나고야를 들 수 있겠습니 다. 있을 것은 다 있는데 도쿄보다 인구밀도도 낮고 경관도 뛰어납니다.
▶박: 앞으로 도시 만들기에도 우리 국민들의 기질이 녹 아들어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이미 우리 사회도 권위주의 시대를 벗어나 시민사회, 민주사회로 성숙해가고 있어 다양성과 개개인의 가치관, 표현 등이 더욱 중요시될 것으로 봅니다. 이같은 요소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 추진할 주민 주도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어떠한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강: 그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낙관적이라던가 비 관적이라던가 하는 전망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 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면 너무나 빨 리 확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빨리’라는 것은 풀뿌리의 취지가 아닙니다. 풀뿌리는 시간도 걸리고, 도중에 우여곡절을 겪고 변형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맞냐, 틀리냐의 잣대로 재단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 다. 풀뿌리는 여기서 좋은 것이 저기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런 경우 최선의 방 안을 찾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다만 지방 분권화가 되어 지방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면 상당히 열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보다 앞서 마을만들기 운동인 마치즈쿠리를 전개한 일본의 사례에서 눈여겨 볼 것은 행정이 수동 태라는 것입니다. 다만 받아주는 것이지요. 일본의 행정기관에서는 주민들이 주최하는 세미나나 공청회 등에 열심히 참가합니다. 자기 책임으로 해줄 수 있
는 것은 이야기하고, 소속 행정기관에 돌아가서는 주 민들의 의견을 개진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고쳐지지 않는 한 풀뿌리 도시계획은 어렵습니다. 현재 제도는 마련 되었습니다. 행정기관이 나서면 주민들은 뒤로 물러 서 버립니다. 풀뿌리 도시계획을 위해서는 행정은 뒤 에 숨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요청됩니다.
▶박: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의 추진방식은 과거 권위주 의 시대처럼 관이나 중앙정부의 주도방식으로는 이뤄지 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법 이나 지침, 기준으로 실현되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입니 다.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추진하고자 할 때 유념해 야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강: 국토계획의 경우 처음 수립한 그대로 추진된 적이 없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이‘고 속도로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말하면 고속도로를 건 설했지만 지금은 항상 수정계획이 나옵니다. 계획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년대계가 반드시 옳 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네거티브 리스트 가 훨씬 우수합니다. 이 제안은 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까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정도가 좋습니다. 행정기관 의 창의성을 기대한다면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저는 제도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 리나라 국민은 기다리는 것에 굉장히 소질이 없습니 다. 제도를 위한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한다면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의 의도에 맞도록 끌고가는 시 스템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하도록 옆에서 지원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이 굉장히 중요해요. 주민이 애써 만든 공을 마치 자기가 주도한 것처럼 하는 경우가 있
습니다. 그러면서 잘못은 책임을 안지는 경향이 있습 니다. 그렇게 되면 주민운동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 요. 주민운동을 부추길 수 있도록 기존의 모습과는 다 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상당히 뛰어난 전술전 략이 행정에게 요청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의 행정 은 쉬웠습니다. 고민도 없었고요. 그런데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주민운동을 추진하려면 정말 고 민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풀뿌리 도시계획 밑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면 꼭 필요한 것입니다.
▶박: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강병기 대표는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풀뿌 리 도시계획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사는 동네를 점검하고, 수정하면서 만드는 도시계획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주도로 새롭게 쓰 여지는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의 역사, 앞으로 우리가 써나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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