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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Positive Effects of Horror Adventur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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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 및 디자인

호러어드벤처게임 <화이트데이>의 순기능성에 관한 연구

이재홍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email protected]

A Study on the Positive Effects of Horror Adventure Game“White Day”

Lee, Jae Hong

Dept. of Digital Storytelling, Game Education Center, Sogang University

요 약

우리 게임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호러어드벤처게임인 <화이트데이>는 흉측한 몬스터들 과 음산한 분위기의 스테이지를 디자인하고 있는 잔혹한 호러가 아니라, 귀신 소리를 효과음으 로 나타내는 청각적인 공포를 활용하여 한국적인 공포를 디자인해내고 있다. 본고는 <화이트데 이>의 구성요소들을 통해 순기능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파악해 보는 것이 연구 목적이다.

연구 결과, <화이트데이>는 배경, 사건, 인물이 매우 탄탄한 시나리오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설계구조와 스토리텔링구조는 서구형 호러게임이 지닌 스플레터 적인 호러를 모방하지 않고 순기능적인 요소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플레이 어에게 미미크리와 일링크스가 내재된 놀이요소를 제공하여 인터랙티브한 재미성을 확대시켜주 고 있는 <화이트데이>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성을 느끼는 순기능적인 게임의 표본이다.

ABSTRACT

“White Day”, a horror adventure game that has gone down in the history of the Korean gaming industry, is not a cruel horror game with hideous monsters and spooky mood, but a Korean-style horror game with auditory effects of ghastly sound. This paper aims at identifying the positive story-telling structure through the components of the game. This study found that the game is based on a well-organized scenario by the background, events and characters. In addition, its design and story-telling structure turned out to reinforce the positive effects of the game, by not imitating the western-style splatter games. As it provides players with playful components that bear mimicry and ilinx to maximize interactive fun, White Day is a prime example of positive games that are strongly needed in this era.

Keywords : horror game(호러게임), White Day(화이트데이), positive games(순기능게임)

접수일자 : 2012년 03월 16일 일차수정 : 2012년 05월 09일 심사완료 : 2012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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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론

놀이하는 인간의 유희성을 말하는 호이징가 (Johan Huizinga), 놀이의 본질을 주장하는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 게임학을 설파하는 곤살로 프라스카 (Gonzalo Frasca) 등을 통해 우리가 이 해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이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역기능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인류의 여가시간에 휴 식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순기능적인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게임산업이 진정한 문화콘텐츠로 정착되기 위해 서는 산업 스스로가 역기능적인 오해를 불러 일으 킬만한 요소들을 약화시키고, 순기능성이 강화된 게임을 생산해 나가며,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해 나 가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게임의 순기능성 강화를 위한 연구방향은 장르적인 측면, 소재적인 측면, 시스템적인 측면, 설계적인 측면, 스토리텔링적인 측면 등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다루 어져야 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적인 세계관을 매우 섬세하 게 표현해 내며, 순기능적인 측면에서 호러물을 다 루고 있는 호러어드벤처게임(Horror Adventure Game) <화이트데이>[1]를 선택하여 연구 텍스트 로 삼고자 한다.

호러의 기원은 18∼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 고딕문학을 들 수 있다. 이들 문학은 인간 내면 의 억압된 갈등과 욕망으로부터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를 창조시켜 세상에 내놓았다[2]. 그 리고 ‘공포’를 소재로 한 게임이 처음 등장하기 시 작한 시점은 애플 컴퓨터 기반의 공포를 소재로 한 텍스트 어드벤처가 출시된 1980년경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3]. 그로부터 2년 후, 북미에서 공포 를 소재로 <트랜실바니아>[4]와 같은 원시적인 그 래픽 어드벤처 게임들이 PC와 콘솔 기기 등을 통 해 출시되기 시작하였으며, 곧 일본에서도 <호러 하우스>라는 그래픽 어드벤처게임이 출시되었다.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 및 악마에 깃든 이야 기를 소재로 하는 오컬트 영화(Occult Filim)의 공

포적 분위기와 칼, 도끼, 망치, 전기톱 등과 같은 극도로 잔인한 도구가 활용되어 피와 흐트러진 살 점들이 난무하는 비주얼과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된 스플레터(Splatter)호러[5]분위기를 게임에 적극 활 용한 것은 북미와 일본의 게임사들이다. 바로, <어 둠속의 나홀로> 시리즈[6], <바이오 하자드> 시리 즈[7], <사일런트 힐> 시리즈[8] 등이 대표적인 호 러게임이다. 이들 게임은 플레이어들로부터 인기를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호러물의 잔혹성이라는 역 기능적인 면에서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와 같은 게임들에 비하여 <화이트데이>는 흉측한 몬 스터들이 등장하거나 음산한 분위기의 스테이지를 디자인하고 있는 스플레터적인 호러가 아니라, 귀 신 소리를 효과음으로 나타내는 청각적인 공포를 활용하여 한국적인 공포를 디자인해 내고 있다.

본고의 연구 목적은 <화이트데이>의 구성요소 들을 통해 순기능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2. <화이트데이>의 개요

<어둠속에 나홀로>[9]가 신호탄이 되어 본격적 으로 호러어드벤처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2001년에 <화이트데이>

가 출시된 후, 테크모의 <영 제로>[10]가 뒤이어 출시되면서 동양적인 정서를 띤 호러어드벤처게임 들이 속속 등장하였다. 국산 최초 호러게임인 <제 피1>[11]과 함께 국산 PC 호러게임의 양대 산맥 으로 일컬어지던 <화이트데이>는 <어둠속에 나홀 로> 시리즈나 <사일런트 힐> 시리즈 등과 같은 스플레터적인 호러게임과는 다르게, 동양의 원시 신앙 및 종교의 대상인 범신론적(汎神論的)인 존 재라고 할 수 있는 귀신의 공포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귀신은 민중의 생사관에 투영되어 영과 육 의 문제에서 초인간적이며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 하는 주체다[12]. 육체와 분리된 혼령, 처녀귀신, 달걀귀신, 몽달귀신 등과 같은 귀신들은 극히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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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공포물의 상징적인 캐릭터들이다. 이들 캐릭 터의 원형은 구비문학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며, 원 한을 갚기 위해 복수하는 귀신, 은혜를 갚기 위해 복을 주는 귀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둔갑하고 변신하는 귀신, 인간으로부터 퇴치당하는 귀신 등 과 같은 유형으로 나타난다. <화이트데이>에서 구 현되는 공포는 이러한 귀신들로 인하여 발생하는 심리적인 무서움에서 극대화된다. 1인칭 캐릭터의 등 뒤에서 몰려드는 섬뜩함과 시각적인 면보다는 효과음과 배경음악으로 조성되는 음침한 분위기에 서 공포가 조성되고 있다.

<화이트데이>는 화이트데이 전날 밤에 연두고 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 다. 동양적인 공포를 잘 살린 수작이라는 좋은 평 가를 받았으나, 와레즈(warez)[13]로 인하여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여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 하게 된다. 그래서 개발사인 손노리가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손을 뗀 원인이 되었다[14]. 작품의 소재 로 작용되는 화이트데이는 단지 게임의 모든 사건 의 문을 열어주는 시간적인 의미로만 작용된다.

<화이트데이>를 플레이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 용되는 키워드는 ‘음양오행설’이다. ‘음양오행설’에 관한 설정은 오행의 결계들과 각 부적들의 성격에 맞추어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여있다.

학교의 강한 기운과 결계로 인하여 꼼짝없이 갇 힌 신세가 된 주인공은 학교 안에서 출현하는 유 령들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작 품의 주제는 학교에 갇힌 영혼들의 한풀이며, 학교 에 존재하는 오행의 결계를 부수는 것이 주인공의 역할이자 게임의 목표다.

또 다른 게임의 특징은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운드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이다. 긴장감 있는 시 나리오와 캐릭터들의 활약에서 나타나는 공포적인 상황들-그래픽적인 배경에서 묘사되는 공포적인 분위기-은 황병기씨의 <미궁>에서 드러나는 음산 하고 소름끼치는 분위기와 어우러져 공포감을 극대 화시키고 있다. 그밖에 방향키와 마우스만으로 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독창적인 선택화면들이 간편한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지퍼를 열고 닫는 가방은 주 인공이 획득한 다양한 아이템들을 가지런하게 담아 두고 있는데, 이는 사용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불편 을 덜기 위한 것이며, 아이템을 분류하여 배열시키 는 인터페이스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데 집 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당시의 어드벤처게 임으로는 드물게 플레이어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인터넷 랭킹 서비스를 지원하는 버전을 내놓 기도 하여, 다른 게임과의 차별성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다.

일본의 스플레터적인 호러게임들은 주로 신체부 분을 손상시키는 액션성으로 공포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기법이다. 좀비나 몹을 타격하여 신체의 일부 를 토막 내거나, 유혈이 낭자한 장면을 구성하여 공포를 연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데이>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잔인성은 극도로 절제되고 있 으며, 오직 음향효과를 활용하여 심리적인 공포를 이끌어내는 공포분위기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작품 에 출현하는 귀신들은 타 호러게임과는 달리 물리 적인 폭력성의 작용이 드물기 때문에 순기능적인 스토리텔링이 잘 구현된 호러물이다. 지금부터

<화이트데이>를 플레이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작 품의 순기능적인 스토리텔링의 사례를 분석 및 연 구해 보고자 한다.

3.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의 순기능

<화이트데이>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 코>(1960)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정신병자 노먼 베 이츠(Norman Bates)의 역을 소화해 내는 앤서니 퍼킨스의 광기와 지구상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연쇄 살인사건의 살인마들의 행동들을 종합적으로 표현 해 내는 사이코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괴물이 나 좀비 등을 제거해 나가는 호러물과는 달리, 근 접하는 귀신을 피하며, 결계를 풀어가는 형식의 공 포를 형성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독창적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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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페이스와 게임시스템을 구현해내고 있다. <화이 트데이>의 인터페이스에는 유사한 공포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들이 전개되고 있다.

첫째, <화이트데이>는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1인칭 시점은 다른 시점에 비하여 상하 좌우로 보이는 시야가 극히 제한적이다. 보이는 부 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 시키기에 가장 알맞은 시점이다. 3인칭 시점의 게 임인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인지할 수 있는 구조인 반 면, 1인칭 시점의 게임인 경우에는 전방을 주시하 는 일과, 일일이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돌려세워야 주변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따라서 전방을 주시 하고 있는 1인칭 상황에서 들려오는 음산한 배경 음악이나 효과음은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의 등 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심리적 긴장감을 유발시킨 다. 이와 같이 시야가 확보되지 못하여, 예측 불가 능한 상황에서 귀신이 나타난다거나 수위가 나타나 는 것은 플레이어의 심리적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화이트데이>만의 독특한 공포유발 방법이다.

둘째, <화이트데이>의 좌측 하단에는 주인공의 체력을 나타내는 심장 모양의 아이콘이 생성되어 있다. 이 심장아이콘은 주인공의 행동 여하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표 1] 체력 표현 시스템

보통 상처받음 치명적임

[표 1]처럼 ‘GOOD’상태에서는 건강한 활동이 가능하지만, 오랫동안 달리거나, NPC로부터 공격 을 받게 되어 상처를 입게 되면 ‘HURT’상태가 되 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위기를 방 어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면 가장 치명적인 ‘FATAL’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화면이

흐릿해지게 되고, 급기야는 화면이 까맣게 변한 후, 주인공캐릭터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이러한 현 상은 바로 게임 오버로 이어진다. 심장의 아이콘 상태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각종 회복아이템의 사 용으로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플레이어는 스스로 공포에 대한 심리적 긴장감을 느끼게 되지만, 오히려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셋째, <화이트데이>는 게임진행에 필요한 액션 들을 커서액션시스템으로 간소화시키고 있다. 커서 액션시스템이란,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커서가 변 하여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즉, 주인공이 다음 행 동을 취할 수 있도록 미리 예시해 주는 시스템이 다. 때문에 주인공의 복잡한 액션 커맨드가 필요 없이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표 2]와 같이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을 경우의 ‘불가’

커서, 사물을 만지거나 들기, 문열기 등과 같이 손 을 사용하는 ‘행동’커서, 사물을 확대하거나 조사하 는 ‘조사’커서, 대상과 의사소통을 하는 ‘대화’커서 등이 그 사례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 이 행동을 취하는 사이에, 향후 전개될 사건에 대 한 호기심 자체가 공포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침착 해 질 수 있는 상황을 유도하고 있다.

[표 2] 커서 액션 시스템

불가 행동 조사 대화

이밖에도 인터페이스 상에서 아이템을 보관하는 인벤토리는 지퍼를 여닫는 형태로써, 마치 가방을 여닫는 듯한 구조다. 학생이 주인공인 만큼, 현실 적으로 책가방을 여는 듯한 효과음에는 귀신과 수 위를 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민첩하게 행동 해야 하는 심리적 긴장감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핸드폰아이콘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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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플레이어에게 도움말을 주는 ‘MSG시스템’과 게 임내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와 진행상황을 자 동적으로 기록해 주는 ‘DIARY시스템‘이 있다. 또 한 1인칭 시점의 게임인 만큼, 주인공 캐릭터가 어 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수시로 지도를 통해서 주인공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MAP시스템’도 활용되고 있다. 이러 한 시스템들은 스토리의 진행을 이해하기 쉽도록 유도하는 독특한 진행 시스템인 반면에 플레이어들 의 공포감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이 전체적인 인터페이스 및 시스템 구조 로 볼 때, 1인칭 시점에서 유발되는 긴장감이나 체 력표현시스템 혹은 커서액션시스템 등에서 유발되 는 긴장감은 폭력적인 공포보다는 잔잔한 심리적인 공포로 유도되어, 플레이어들이 지니고 있는 원천 적인 공포의식을 희석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폭력적인 상황으로 연출되는 공포를 놀이형식으로 유도하여, 공포물로부터의 정신적 폭력성을 희석시 킨 시스템의 순기능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4. 고딕적 세계관의 순기능

호러 게임의 전용 호러모드 맵들은 대개 중세의 고성(古城)을 배경으로 설계되거나 혹은 옛 고성에 서나 느낄 수 있는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공 포감을 끌어 올린다. 최근의 FPS게임인 <스페셜 포스>의 호러 맵인 ‘다크캐슬’이 그러하거니와,

<어둠속의 나홀로>나 <사일런트 힐>의 공간적인 배경들이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중세의 공간적인 배경을 차용하는 게임들은 성곽의 지형이나 건축 물, 어둠 속에서 빛나는 횃불, 성곽과 바깥세계를 경계로 나누는 창살, 이동의 수단으로써의 계단과 도르래 등이 사건의 연결 선상에 나열되며, 게임의 매개요소들을 밀착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세시대의 공간적인 배경을 취하는 호 러물에서는 오래된 성이나 저택을 작품의 배경으로 즐겨 차용하던 고딕소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관습적으로 반복되는 고딕소설의 모티브들은 주로 공포심과 신비감을 유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음침 하기 짝이 없는 중세의 성과 수도원, 묘지, 납골당 등과 같은 고딕적 배경[15]이 고딕소설의 관습 (Gothic convention)이 되면서부터, 호러물의 배경 적인 원형을 이룬다.

[표 3] <화이트데이>의 배경스토리 연두고등학교는 흔히 풍수가 좋다고 알려진 명 당자리에 지은 건물이다. 그러나 건물을 지은 뒤 풍수의 기운이 역행하여, 건물 안의 사람들은 생 기를 빼앗기게 된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 로 죽어나가자, 학교 관계자들은 뒤늦게 대책을 세워 풍수사에게서 도움을 구한다. 풍수사는 복 숭아나무로 만든 부적으로, 다섯 개의 진(陳)을 만들어 나쁜 기운이 흐르지 못하도록 각각 제 1, 2 본관과 신관, 강당에 결계를 쳤다. 그러나 결계 는 오히려 학생들의 기를 빼앗고 영혼들을 가두 는 역할을 하게 되어 버린다.

새로 부임해온 음악교사는 학교의 비밀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었고, 학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 한 기운을 역이용하면 사람을 되살릴 수도 있다 고 믿었으며, 그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 다. 어느 날, 1998년에 있었던 가정실습실 화재사 건에서 천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일으켜 죽었 던 성아가 나타나 음악교사에게 자신을 환생시켜 주기를 요청한다. 환생의식은 음악교사 자신이 맡고 성아가 되살아날 그릇으로 지목된 나영과 함께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식은 실 패로 돌아간다. 얼마 뒤, 나영이 목을 메어 자살 하자 음악교사 또한 죄책감을 안고 자살한다. 희 민이 전학 올 무럽, 이미 결계는 한계에 달했고, 안에 갇힌 넋들의 기운이 결계보다 더 강해지고 있었다[16].

<화이트데이>의 배경스토리토리에 드러나는 공 간적인 배경은 결계가 쳐진 연두고등학교의 제1,2 본관과 신관, 그리고 강당이다. 오래되어 낡은 흔 적이 많이 남아 있는 연두고등학교 본관의 낡은 벽, 칠판과 책걸상 등에서 풍기는 낡은 이미지들은 현대적인 시설에서 고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여 어 두운 내부로부터 발산되는 음산하고 싸늘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 반면에 신관과 강당은 깔끔하고 정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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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현대적 분위기 속에서 연출되는 썰렁함과 삭막 함이 또한 공포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본관 1구역 에서부터 시작되는 게임플레이의 이동은 [표 4]와 같이 나타난다.

[표 4] 주인공의 본관 1구역 진행경로 여자화장실 -> 기계실 -> 가정실습실 -> 서무실 -> 학적부실 -> 2층 계단 -> 방송실 -> 체육 창고 -> 2학년 4, 5, 7, 12반 -> 체육창고 ->

사진 동아리방 -> 동아리방 -> 1층 나무귀신 교실 -> 2층 교실 -> 제2본관

현실 속에 존재하며 대립되는 상대적인 공간구 조는 경계공간을 중심으로 미적인 분위기와 감정적 인 분위기로 정면 대립되어 나타나는데, 플레이어 는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에서 희열과 분노를,

‘높은 공간과 낮은 공간’에서 이상과 현실을, ‘밝은 공간과 어두운 공간’에서 희망과 좌절을 느낄 수 있게 된다[17]. 작품에서는 화이트데이 전날 밤이 라는 어두운 공간에서 수위와 귀신, 그리고 3명의 여학생들과의 만남을 반복하며 결계를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열린듯하면서도 닫혀 있고, 밝은듯하면서도 어두운 학교라는 공간 은 중세 고딕 서사에서 드러나는 성곽이나 폐허와 같은 공포의 공간과 같은 동질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 내재된 어둠에 관하여, 신화에 나타난 이미지의 순환적인 상징성은 노드롭 프라이가 비극 적 움직임을 지향하는 리얼리즘(하강 미토스)으로 해석[18]할 수 있다.

그로테스크한 괴물이 출현하는 공간은 타자(괴 물)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와 중첩되었을 때 형성되 는 공간이다. 따라서 괴물이 출현하는 공간은 현실 의 공간과 타자(괴물)의 공간과 현실에서 타자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경계공간으로 나눠진다[19].

<화이트데이>의 교실 밖의 현실공간과 결계에 걸 려 영혼이 갇혀 있는 교실이라는 타자(귀신)의 공 간 사이에 놓인 복도는 현실과 타자의 경계공간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경계공간은 게임상에 서 현실의 세계와 타자의 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신비의 공간이다. 주인공이 결계를 풀기 위해 퀘스 트와 퍼즐을 완수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타자 의 공간은 수위의 출현과 귀신의 출현으로 반복 중첩되는데, 현실에서 타자의 공간으로의 이동에는 반드시 예고가 뒤따른다. 수위가 주인공의 가까이 에 다가올 때마다 수위의 발자국 소리, 수위의 허 리춤에서 울리는 열쇠꾸러미 소리, 수위가 불어대 는 호루라기 소리, 귀신이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귀 신울음소리, 그리고 음침한 배경음악의 반복이 갑 작스럽게 발생하는 공포[20]로부터 플레이어를 보 호하는 스토리텔링이다.

<화이트데이>에는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밤새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플레이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지만, <사일런트 힐>이나

<어둠 속에 나홀로>와 같은 공간에서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고딕적 공포보다는 학교라는 평범한 공간에서 은근하게 노출되는 고딕적 공포가 오히려 플레이어들의 재미성을 자극하고 있다.

5. 테러고딕적 호러사건의 순기능

고딕작품에는 왕위찬탈을 둘러싼 잔인한 복수와 갈등, 신의 저주와 파멸, 연약한 여성과 사악한 남 성사이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과 난투극, 출생의 비밀과 파멸, 납치와 극적탈출, 지하 감옥의 세계, 겁탈과 근친상간, 고문과 복수, 생과 사에서 기인 되는 혼귀(유령)의 초자연적인 현상 등이 주된 요 소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공포담론에 유입되었을 때, 공포의 성격과 정도에 따라 고딕소 설은 비교적 온화한 테러고딕(Terror Gothic)과 보다 강하고 무시무시한 호러고딕(Horror Gothic) 으로 구분된다[21].

갓 전학 온 주인공은 같은 반 여학생 한소영에 게 호감을 갖게 된다. 주인공은 교정의 벤치에 앉 아 책을 읽고 있는 소영을 발견한 후, 그녀에게 다 가간다. 때마침 바람이 세차게 불자 소영의 사진 한 장이 주인공 앞으로 날아왔다. 주인공이 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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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두 명의 여학생이 다정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급히 달려온 소영은 주인공의 손으로부터 사진을 황급히 낚아챈다. 당황한 주인공과 자신의 돌발 행동에 잠시 당황해 하는 소영. 그러나 때마 침 친구인 지현이 나타나자 소영은 재빨리 지현과 사라지고 만다. 주인공은 소영이 놓고 간 다이어리 를 발견한다. 주인공은 다이어리를 통해 소영이 2 학년 8반임을 알게 된다. 화이트데이 전날 밤, 주 인공은 소영의 자리에 다이어리와 사탕을 몰래 넣 어주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한 후, 학교 로 숨어든다. 그러나 결계로 인하여 주인공은 학교 에 갇히고 만다. 공교롭게도 소영, 소영의 친구 지 현과 성아도 함께 갇힌다. 귀신에 홀린 수위가 호 루라기를 불며 맹렬하게 사람을 쫓아다니고, 주인 공은 여학생들과 함께 미궁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하며 게임은 전개된다.

이러한 <화이트데이>의 스토리는 다변수서사 (Multivariant narrative) 형식으로 전개된다. 주인 공은 보조 캐릭터로 등장하는 소영, 성아, 지현과 의 대화를 통해 호감도를 쌓아 가는데, 그 호감도 에 따라 스토리의 흐름은 분기되고, 분기된 채로 엔딩을 맞게 되는 전형적인 분산형 다변수서사[22]

형태다. 분산형 다변수서사는 오프닝 단계에서 메 인스토리가 한줄기로 전개되지만, 중간에 여러 줄 기의 스토리로 분기되어 각각 독립된 엔딩을 보이 는 분산형 서사전개를 일컫는다. 각각의 엔딩은 소 영과의 호감도 구축여부에 따라 해피엔딩, 노멀엔 딩, 배드엔딩으로, 성아와의 호감도 구축여부에 따 라 해피엔딩, 노멀엔딩으로, 지현과의 호감도 구축 여부에 따라 해피엔딩, 노멀엔딩으로 이어진다. 각 캐릭터들은 각자 독자적인 루트로 스토리를 전개시 키지만 전개과정에서 가끔 세 여성 캐릭터들이 공 통루트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분적 으로는 회귀형 다변수서사 구조가 개입되기도 한 다. 이러한 다변수서사 구조는 서로 친구라는 캐릭 터간의 공감대를 유지하고, 상호 유대관계를 형성 함으로써, 서사의 짜임새를 탄탄하게 이어나가는 구성의 힘으로 작용한다. 또한 플레이어의 말초신

경을 자극하는 공포적인 요소를 희석시키며, 플레 이어가 이야기의 흐름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순기능적인 스토리텔링이다.

<화이트데이>의 사건의 특징은 학교라는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모든 사건이 이루어지는 단순 서 사 구조라는 점이다. 주인공이 화이트데이 전날 밤, 학교에 갇히게 되고, 탈출을 위해 배회하다가 귀신 들을 목격하게 되고, 그 귀신들의 한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사건들을 24시간 동안 전개시키는 구 성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주는 공포적인 배 경은 교정 여기저기에서 출몰하는 귀신들과 학교를 지키는 수위만으로 연출된다. 전형적인 학원 괴담 물의 형태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작품의 사건은 효 과음과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때로는 보이거나 때 로는 보이지 않는 귀신들을 등장시키며 공포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좀비나 몹 과 같은 외형적인 실체로 공포의 강도를 강화시켜 호러고딕을 연출하는 스플레터적인 게임의 공포감 과 차별을 두고 있다.

이처럼 귀신을 등장시켜 공포감을 확대시키는 사건은 <여고괴담>시리즈와 같은 학원물이나 <전 설의 고향>시리즈와 같은 납량특집 드라마에서 즐 겨 써 왔던 극히 한국적인 공포심 유발 방법이다.

특히, 한국적인 귀신들은 현실세계의 인간들과 숨 바꼭질하는 형식으로 실체를 드러내지만, 대부분의 귀신들은 인간에게 다가설 경우에 흐느끼는 소리, 울음소리, 기괴한 웃음소리 등과 같은 다양한 목소 리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게임상에서 주인공과 호감도를 쌓아 나 가는 캐릭터인 성아라는 캐릭터도 귀신이다. 성아 는 학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목숨을 잃었지 만, 자신이 유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음악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다. 그래서 인간으로의 환생에 집착하 는 유령이 되었다는 스토리라인이 서구의 고딕적인 공포와 차별성을 지닌다. 그리고 마치 귀신처럼 학 교를 돌아다니며 공포를 유발시키는 수위는 주인공 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와 야구방망이를 휘두른다.

수위는 물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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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플레이어는 가끔 일 명 똥침이라는 코믹스러운 공격으로 수위를 괴롭히 지만, 더 이상의 공격은 불가능하다. 주인공은 수 위를 피해 도망 다닐 수밖에 없는 비폭력적인 사 건 구성이 <화이트데이>의 순기능적인 매력이자 한국적 호러물의 코믹성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공포요소들이 <화이트데이>가 추구하는 테러고딕 (Terror Gothic)적인 특징이다. 이는 온화한 테러 고딕 게임을 추구한 <화이트데이>의 순기능적인 노력이며, 플레이어가 감수해야 할 공포의 고통을 상쇄시키는 스토리텔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6. 비공포적 캐릭터의 순기능

일반적으로 TV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재현되 는 호러물의 신체 표현들은 사회적으로 결정된 육 체의 본질적인 규범과 정체성의 한계를 벗어나 부 조리한 관계를 부각시키며 그로테스크(grotesque) 한 유형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인터랙티브한 특성 을 가진 호러게임에서 드러나는 캐릭터들 역시 대 체적으로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으로 표현되어 플 레이어들의 심리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긴 시간을 두고 진화를 거듭하며, 전형적인 틀을 형성해 온 인류의 형체가 그로테스크한 신체로 변형되었을 때, 인류는 육체에 깃든 전통적인 규범과 권위[23]

에 도전하는 연출에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게 되는 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공포감으로 나타난다.

<화이트데이>의 주인공은 특별한 재능이 보이 지 않는 아주 평범한 고교생이다. 소영에게 첫눈에 반한 주인공은 화이트데이 전날에 사진과 선물을 전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오게 되는데, 결계에 갇히 고 만다. <화이트데이>의 진행은 학교라는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음양오행의 결계를 풀어나가는 주인 공(이희민)의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호 러판타지 세계에서 주인공이 조우해 나가는 캐릭터 들은 게임진행을 도와주는 보조 캐릭터와 주인공의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적대역 캐릭터로 나눠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귀신캐릭터들도 역시 일부 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보조역할을 하고, 일부는 주 인공을 공격하는 적대역할을 하는 캐릭터군으로 나 누어진다.

주인공을 도와주는 보조캐릭터는 3명의 여학생 (한소영, 김성아, 설지현)과 나영귀신이다. 한소영 은 언니를 잃은 후, 폐쇄적인 성격이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하고 냉정한 편이다. 김성아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며, 때로는 다혈질적이어 서 거칠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성아는 3년 전에 나영을 기다리다가 화재로 인해 질식사한 후, 원혼 이 되었으며, 환생을 꿈꾸는 캐릭터다. 설지현은 약간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며, 주인공에게 호의 적인 캐릭터다. 한나영은 한소영의 언니며, 자신의 실수로 성아가 죽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던 도 중, 성아를 살리려는 의식이 실패로 돌아간 후, 자 살하고 만다. 한나영은 플레이 중간 중간에 등장하 여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지만, 게임 진행에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는 보조캐릭터다.

적대역 캐릭터들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을 끝까 지 괴롭히는 수위,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주인공에 게 데미지를 주는 은미와 다수의 귀신들이 적대역 캐릭터군이다. 수위 이봉구는 귀신에 홀려 일정한 경로로 순찰을 돌고 있다. 주인공을 발견하면 호루 라기를 불며 맹렬하게 추격하는데, 주인공이 일정 반경에 근접하면 곤봉을 내리친다. 수위는 보통 사 람보다 힘이 세고 빠르며,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김성아의 엄마(은미)는 성아가 죽은 뒤, 성아를 살리기 위해 직접 의식에 참여해 죽은 자 를 소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의식에 실패하 자 미친 채로 학교를 맴돌고 있는 캐릭터다. 귀목 이라는 ‘나무귀신’은 화분목을 키우던 여학생(희진) 이 죽은 후, 그녀의 영혼이 화분목으로 옮겨진 귀 신이다. 그리고 임신한 여학생이 죽어 원혼이 된 거대한 ‘아기귀신’은 엄마 토우 인형을 완성시키는 퀘스트를 부여하고 있다.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는 신관 무용실에서 나타나는 귀신이며, 오디오에 CD를 넣으면 거울을 두드리는 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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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타나 주인공의 게임 진행을 방해한다. 두 손과 발을 천장에 붙이고 기어 다니는 ‘거미귀신’은 긴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얼굴이 등 쪽으로 돌아 가 있다. 이 외에도 머리귀신, 칠판귀신, 발소리귀 신, 인체모형 귀신 등이 등장한다[24].

일부 적대역 귀신들 중에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내는 귀신도 있다. 그러나 귀신들은 한결같이 주인 공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피해를 입힌다. 다른 호러 게임들에 비하면, 애교스러울 정도로 그 데미지는 체력을 올려주는 포션으로 치료가 가능한 폭력이 며, 공포로 나타난다.

적대역 캐릭터들의 퇴치방법을 살펴보면, 퇴치 불가능한 캐릭터와 퇴치 가능한 캐릭터로 나눠진 다. 우선 퇴치 불가능한 캐릭터는 ‘수위’와 ‘머리귀 신’이다. 주인공은 수위가 접근하면 무조건 피하고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노멀모드 이상에서는 가 끔 예외의 경우가 있다. 본관2구역 생물실에서 획 득되는 위생장갑을 끼고 수위에게 똥침을 가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수위가 몇 초간 기절을 할 뿐이다. 본관1,2구역의 모든 교실, 체육실, 방송 실 등에서 출몰하는 ‘머리귀신’을 만나는 경우에도 플레이어는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다음은 퇴치 가능한 주요 캐릭터들이다. ‘거미귀 신’은 태극패로 각도를 조절하여 빛을 반사시키면 증발한다. ‘나무귀신’은 화학용제로 알을 없애면 퇴 치된다. ‘아기귀신’은 흙인형을 만들어 주면 사라진 다. ‘수맥귀신’은 L자 막대로 퍼즐을 풀면 퇴치된 다. ‘도플갱어’ 역시 라디오 스피커를 이동시켜 무 용실 거울을 깨지게 만들면 퇴치된다. 이와 같이 퇴치 불가능한 캐릭터들이든, 퇴치 가능한 캐릭터 들이든, <화이트데이>의 적대캐릭터들은 주인공에 게 극단적인 공포를 가하지 않는다.

야밤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화이트데이>의 사 건들은 플레이어들로부터 신음소리를 자아낼 정도 로 음침하고 무섭다. 이러한 호러어드벤처에 등장 하는 인간와 귀신으로 구성된 캐릭터들은 잔인하지 않은 호러게임, 코믹적인 호러게임, 스토리가 재미 있는 호러게임, 인간의 서정이 넘치는 호러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귀신들의 다양한 형태에서 느껴지는 코믹스러운 부분들은 호러게임에서의 코 믹적 요소가 극단적인 공포 효과와 폭력성의 강도 를 완화시키는 완충적인 역할을 한다[25].

좀비와 싸우는 주인공의 혈투를 그린 서바이벌 호러 액션게임인 <어둠속의 나홀로> 시리즈, <바 이오 하자드> 시리즈, <사일런트 힐> 시리즈 등 에 비하면, <화이트데이>는 전혀 공포의 농도가 다른 호러게임을 연출하고 있다. 기존에 출시된 호 러물에는 대체적으로 괴기하고, 극도로 부자연스럽 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흉측하고, 그로테스크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공포성이 대폭 강 화되어 있다. 그만큼, 인간의 육체에 깃든 전통적 인 규범과 권위에 도전하는 신체적 변형을 지속적 으로 유도하여 플레이어에게 긴장과 공포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이트데이>의 테러고딕적인 사건을 연출하는 캐릭터들은 캐릭터들의 훼손이나 변형을 극도로 자제하며, 청소년들의 심리적 호기심으로 공포감을 끌어 올리는 학원물공포영화처럼 감성적 인 공포 연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비공포적인 캐릭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작가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은 공포 영화가 관객에게 힘을 발휘하려면 피로 떡칠하는 것 이상의 특별한 무엇인가가 담겨있어야 한다[26]

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포 이상의 특별한 요소가 있 어야 한다는 의미다. <화이트데이>는 좀비를 등장 시켜 잔인무도한 살상이 펼쳐지는 스플레터호러를 추구하기보다 오히려 친밀도가 높은 한국적인 귀신 들을 등장시켜 호러의 재미성을 추구하는 순기능적 인 캐릭터 스토리텔링의 산물이다.

7. 결 론

게임은 인류의 휴식을 즐기는 놀이문화다.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는 놀이요소를 아곤(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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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아(Alea), 미미크리(Mimicry), 일링크스(Ilinx) 로 분류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경쟁 의지 를 나타내는 아곤, 우연에 의지하여 기대심리를 나 타내는 알레아, 흉내내기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 는 가상성에 몰입하는 미미크리, 스릴과 현기를 맛 보며 감각에 충실하게 되는 일링크스가 내재된 놀 이요소는 최상의 재미를 확대시켜주고 있다[27].

호러게임의 생명력은 플레이어가 접하는 공포요 소를 어떻게 재미요소로 바꾸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화이트데이>는 고딕적인 공포 분위 기가 강하게 표출되는 <어둠속에 나홀로>, <바이 오 하자드>, <사일런트 힐> 등과 같은 공포물보 다 잔인성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은근하게 공포적 인 분위기가 강하게 연출되는 호러게임이다. <화 이트데이>가 분명히 호러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평 범한 어드벤처게임이라는 착각이 드는 이유는 은근 한 공포유발요소로 플레이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기법 때문이다. 또한 공포를 느끼면서 도 공포를 느낄 틈이 없이 아이템들을 획득해야 하고, 퍼즐을 풀고, 퀘스트를 풀어가는 일들에 유 저들의 관심을 이끄는 설계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플레이어가 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여전히 비명 을 지르며 수위의 추격으로부터 달아나기 바쁘다.

이렇듯이 플레이어들은 극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 는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게임이라는 인터랙티브한 시스템이 제시하고 있는 허구적 공포 속에서 느끼 는 즐거움(Jouissance)[28]을 만끽하는 게임이 바 로 <화이트데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곤이나 알레 아와 같은 놀이요소보다 극도로 절제된 공포 분위 기에 미미크리와 일링크스를 놀이요소로 접목시킨 고도의 재미스토리텔링 때문이다.

본고는 <화이트데이>의 구성요소들을 통해 순 기능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파악해 보는 것이 연구 목적이었다. 세계관은 학교라는 평범한 공간 에서 은근하게 노출되는 고딕적 공포로 인하여 오 히려 플레이어들에게 재미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사건에 내재된 공포감은 비교적 온화한 테러고딕(Terror Gothic)적인 구성으로 나

타나고 있다. 또한 캐릭터는 좀비를 등장시켜 잔인 무도한 살상이 펼쳐지는 스플레터호러를 추구하기 보다 오히려 친밀도가 높은 한국적인 귀신들을 등 장시켜 호러의 재미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구 성은 작품의 순기능성을 배려한 노력이며, 플레이 어가 감수해야 할 공포의 고통을 상쇄시키는 스토 리텔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화이트데이>는 배경, 사건, 인물이 매 우 탄탄한 시나리오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 악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설계구조와 스토리텔링 구조는 서구형 호러게임이 지닌 스플레터적인 호러 를 모방하지 않고, 순기능적인 요소를 강화시키는 테러고딕적인 호러게임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에게 미미크리와 일링크스가 내 재된 놀이요소를 제공하여 인터랙티브한 재미성을 확대시켜주고 있는 <화이트데이>는 이 시대에 가 장 필요성을 느끼는 순기능적인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본고를 마무리하며, 불법복제의 최대 희생양이 되어버렸던 <화이트 데이>를 위해 숙연한 마음을 가져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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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어드벤처게임, 인포그램즈 ,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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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ul Wells, 앞의 책, p.42, 2011

[26] Stephen Edwin King, 조재형 역, “죽음의 무도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황금가 지, p.14, 2010

[27] 하남길, “움직임 예술과학의 이해”, 대한미디어, p.70, 2002

[28] 윤장원, ‘공포게임에서 유희적 공포요소와 플레 이어의 반응에 대한 연구’, 한국게임학회지 Vol.6 No.1, pp.37-40, 2009

이 재 홍 (Lee, Jae Hong)

1984년 숭실대학교 전자공학과(학사) 1987년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1992년 東京대학교 종합문화연구과(석사) 1998년 東京대학교 종합문화연구과(박사수료) 2010년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현재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교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관심분야 : 디지털스토리텔링, 게임스토리텔링, 게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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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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