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공업화학 전망, 제12권 제2호, 2009
건강칼럼
간에 대한 얘기
<민병철 / 대한 혈관 외과 평생회원, 대한 대장 항문학회 평생회원, 대한 외과 학회 정회원, 현 의료법인 운천 의료재단 메디홀스, 외과과장>
간은 신장(콩팥)과 함께 우리 몸의 중요한 종말 처 리장입니다. 섭취한 음식, 약 등이나 몸에서 생긴 물질 을 분해, 처리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도 하고 몸에서 필요한 여러 물질을 생성, 저장하기도 합니다.
간은 중요한 장기이므로 깊은 곳에 아주 잘 보호가 되 어있고(갈비뼈와 복벽 등) 궁금해도 목젖처럼 꺼내 보 여줄 수도 없으니 상태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 기능이 안 좋으면 없애야 할 물질을 제대로 처 리하지 못해 몸 속에 나쁜 것들이 쌓이고 간에서 만 들어내는 물질은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간세포가 파 괴되면 파괴된 간 세포 안의 효소가 피 속에 돌아다 니게 됩니다. 이런, 저런 물질들을 측정하여 간의 상 태를 짐작하는데 간세포가 파괴되면 피속에 증가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AST/ALT (예전에 GOT, GPT라 고 불리웠던 것)이고, 간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을 측 정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알부민이며, 간에서 처리하여 배설하는 것을 측정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빌리루빈입니다.
[한강에 TV, 침대 등이 떠다니면‐ 인체의 경우엔 팔에서 뽑는 피에 특정 효소 등이 보이면-, 아 상류 에 물난리가 났나 보구나 하는 식으로 짐작하는 것 입니다.] 당연히 부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몸안의 다른 장기에 비해 간이 그 효소 수치 가 많은 편이라 짐작만 가능할 뿐이지요. AST (GOT) 와 ALT (GPT)는 세포에 들어 있는 효소의 이름입 니다. GPT는 주로 간에 들어 있고, GOT는 간 말고 심장, 신장, 뇌, 근육에도 있습니다. 간세포가 정상보 다 더 많이 파괴되고 있으면 AST, ALT가 올라가고, 파괴되는 간세포의 양이 많을수록 팔에서 뽑아서 하 는 피 검사에서 그 수치는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러 면 흔히 간기능이 나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간암이
다 퍼진 간의 경우, 피검사상에 간기능 검사가 정상 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더 파괴될 ‘정상’
간조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매번 간이 안 좋을 때 마다 “째서 봅시다.” 할 수는 없고 우리 배에 지퍼가 장착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복부 초음파 검사, 전산화 단층 촬영(CT 촬영), 자기공명영상(MRI), 간 조직검사 등의 방법으로 추가적인 진단을 해야 합니다.
간 질병의 진단이 힘들기도 하고, -거의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기 직전까지 증상이 없는 경 우가 많습니다.-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와 간염 바이 러스의 유행으로 우리나라엔 유독 간 질환 환자가 많습니다. 그래서 걱정을 하시다보니 병원에 오시지 는 않고, 간에 좋다는 약을 실제로 자가 복용 하시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일반약으로 팔리다 보니 밥 먹듯 술 깨는 약인양 먹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국 내에서 많이 팔리는 피로 회복제(?) 우루사만 해도 담즙산의 일종인 UDCA (우루소데옥시콜린산)가 주 성분인데 이 약의 UDCA는 진짜 웅담에서 얻은 것 이 아니고 합성된 것이며, ‘복합우루사’ 등 ‘복합’이란 단어가 있으면 비타민⋅타우린 등 영양성분이 추가 된 제품일 뿐입니다. 사실 이 약들은 담즙 분비가 잘 안되는 간 질환이나 담석증 등 치료에만 ‘일부’ 유용할 뿐 간질환 치료나 피로회복과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만 큼의 거리차이가 있습니다. 간을 걱정하시는 분들은 아 예 (간에 좋다고 세간에 알려진 거의 모든) 약을 안드 시는게 최고로 좋습니다. 퇴근시간 직전에 일감을 더 가져다 주는 상사만큼이나 간에는 미운 존재거든요.
수많은 피로의 원인을 간 질환과만 연결시킨다는 것도 무리고, 정말 피곤하시고 간이 걱정되시면 주무 시는게 (간을 좋게 해준다는) 약을 먹는 것보다도 좋 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