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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 0 1 5 학년도

석사학위 청구논문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 연구 :

<아이온(AION)>을 중심으로

디 지 털 미 디 어 학 부 김 정 연

2 0 1 6

(3)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 연구 :

<아이온(AION)>을 중심으로

이 논문을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함

2015년 12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김 정 연

(4)

김 정 연 의 석 사 학 위 논 문 을 인 준 함

지 도 교 수 류 철 균

심 사 위 원 김 명 준

한 혜 원

류 철 균

이화여자대학교 대 학원

(5)

목 차

Ⅰ. 서론 ···1

A. 문제 제기 및 연구사 검토 ···1

B.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9

Ⅱ.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요소 ···18

A. 주체로서의 아이러니적 캐릭터 ···18

B. 원인으로서의 상호의존적 관계 ···25

C. 배경으로서의 이중적 가상공간 ···29

Ⅲ.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유형 ···35

A. 제로섬 경쟁과 숙명 서사 ···37

B. 비정기적 보상과 축제 서사 ···43

C. 성장 거부와 투쟁 서사 ···52

D. 보복의 공론화와 제의 서사 ···58

Ⅳ.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구조 ···64

A. 통시적 순환과 공시적 확장 ···64

B. 매개 서사에 의한 현실적 모순 극복 ···68

Ⅴ. 결론 ···73

참고문헌 ···76

ABSTRACT ···81

(6)

표 목 차

<표 1> Tracy Fullerton의 디지털 게임 내 플레이어 상호작용 유형 ···13

<표 2> <아이온>의 데바 전직 퀘스트 비교 ···22

<표 3> MMORPG의 진영 대립 서사 예시 ···38

<표 4> <아이온>의 PvP 발생 지역 ···40

<표 5> <아이온>의 게임 외 이벤트 히스토리 ···45

<표 6> <아이온>의 게임 내외 연계 이벤트 히스토리 ···47

<표 7> <아이온>의 이벤트 유형별 사례 ···49

<표 8> <아이온>의 종족버프 적용조건 및 효과 ···55

<표 9> MMORPG의 조직구조 관련 갈등 ···61

(7)

그 림 목 차

[그림 1] Marko Siitonen의 디지털 게임에서의 충돌 유형 ···12

[그림 2] 서사 가능성의 기본연속 구조 ···26

[그림 3] 서사 가능성의 대위 결합 구조 ···27

[그림 4] 서사 가능성의 공격 서사 구조 ···28

[그림 5] Jesper Juul의 스포츠 게임 공간 ···33

[그림 6] Jesper Juul의 게임 공간 수정 ···34

[그림 7]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 유형 ···35

[그림 8] 숙명 서사의 결합 구조 ···41

[그림 9] 축제 서사의 기본연속 구조 ···51

[그림 10] 서사 가능성의 일관적 연속결합 구조 ···53

[그림 11] <아이온>의 세력비 정보 ···54

[그림 12] 투쟁 서사의 결합 구조 ···56

[그림 13] 제의 서사의 결합 구조 ···60

[그림 14]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반복과 확장 구조 ···66

[그림 15] 이항대립과 매개항의 구조와 서사에의 적용 ···70

[그림 16]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매개서사 생성 ···71

(8)

논 문 개 요

본 연구는 MMORPG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를 다룬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서사는 환경 대상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서사뿐 아니라 플레이어 대상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이야기에 의해 풍성해진 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서로 전투하고 논쟁하고 대립하는 등의 행위는 단 순한 행동이나 사건이 아니라, 충돌의 서사를 형성한다.

플레이어 간의 충돌 서사는 온라인 게임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플레이 경 험을 보여주고 이로써 가상세계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행동 양 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발생 구 조와 유형을 밝히고 고유의 의미 생성 원리를 밝힘으로써 온라인 게임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시도한다.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이야기의 주체인 플레이어 캐릭터에 의해 개별적,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갈등, 대립, 전투 등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돌이라는 표현은 상호관련된 두 주체가 대치하는 정체적 상황과 자극을 주고받는 활동적 움직임을 모두 포괄하는 서술어이다. 온라인 게임의 충돌 서사에서 플레이어는 충돌의 주체로서 영웅성과 현실성을 모두 지닌 아 이러니적 캐릭터가 된다. 그들은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놓여 끊임없이 반복되 는 충돌에 참여하며 이때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게임 공간의 내적, 외적 경계를 넘어 이전되고 확산된다.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각각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만큼 플 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거시적으로 조 명하고 충돌 서사의 분류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 이상적 서사, 우발적 서사의 한 축과 게임 내 공간, 게임 외 공간이라는 또 하나의 축을 이용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이상적 충돌 서사는 플레이어에게 끊임없는 반복 플레

(9)

이를 요구하는 숙명 서사로, 게임 외의 이상적 충돌 서사는 화합과 친목의 장 을 생성하는 축제 서사로 나타난다. 또한 게임 내의 우발적 충돌 서사는 변화 에 순응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의 투쟁 서사로 나타나며 게임 외의 우발적 충돌 서사는 개인적 충돌의 공론화를 통해 공적인 충돌 서사, 즉 제의 서사를 형성 한다.

이러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브레몽의 서사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할 수 있다. 브레몽의 이론에 따라 충돌 서사를 이루는 기본 기능들의 연결 구조를 살펴보면 충돌 서사가 순환과 반복에 의해 통시으로 진행되는 동시에 공간을 넘어 확장되면서 공시적 계열체를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충돌 서사는 주제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서로 이항대립적 가치를 갖 는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토템 신화에서의 이항대립적 가치는 매개항을 통해 중개되기 마련이다.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게 되는 다양한 충돌 서사의 대 립 관계 또한 플레이어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매개 서사에 의해 중개된 다. 이를 통해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서사로서의 구조적 체 계를 갖는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고유의 의미생성 논리를 갖는 사실 을 확인할 수 있다.

(10)

Ⅰ. 서론

A. 문제제기 및 연구사 검토

한국의 MMORPG 개발과 서비스의 역사가 20여 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MMORPG 는 1996년에 출시된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2015년의 <검은 사막> 등에 이 르기까지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꾸준히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점유해왔다. MMORPG는 새로운 매체에서 창작되고 향유되는 서사 행위인 디지 털 스토리텔링의 대표 매체이다.1) 따라서 MMORPG에서는 기반 서사를 바탕으 로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서사적 행위가 발생한다.

MMORPG의 대다수는 서구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캐릭터의 계급 적 질서 또한 중세의 사회 질서를 바탕으로 한다. 게임 세계 안에서 플레이어 는 중세의 기사처럼 묘사되는 스스로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영웅의 모험 서 사를 경험한다.2) 이에 MMORPG에 대한 연구 또한 플레이어가 게임 내 서사를 전달하는 인공지능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플레이 형태에 주목하여 진행되었다.

플레이어는 NPC로부터 퀘스트를 부여받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몬스터와 맞 서 싸우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로망스 서사에 합당한 가상 세계의 영웅적 정체 성을 구축한다.3) 이러한 점에서 MMORPG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서사는 영 웅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플레이어는 세상을 구하는 모험 영웅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1) 이인화, 『스토리텔링 진화론』, 해냄, 2014, p.115.

2) 이동은, 「디지털 게임 플레이의 신화성 연구 – MMOG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디지털 미디어학부 영상콘텐츠전공 박사학위논문, 2013, pp.75-81.

3) 이동은, 「디지털 게임의 영웅, 반영웅, 비영웅 페르소나 연구」, 『한국컴퓨터게임학회논문지』, Vol.26, No.1, 한국커뮤터게임학회, 2013, pp.18-19.

이진, 장정운, 「디지털 게임의 성장 모티프 구현 연구」,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Vol.2008, No.2, 한국HCI학회, 2008, p.530-532.

윤혜영, 김정연, 「MMORPG의 서사 양식 전환에 따른 사용자 정체성 연구 - <블레이드 앤 소울>과

<다크폴>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Vol.15, No.1, 한국게임학회, 2015, pp.50-51.

(11)

그러나 이러한 영웅 서사의 경험은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함께 가상 세계를 공유해 살아가는 MMORPG만이 갖는 특이점이라 할 수 없다. 특히 한국 MMORPG 에서는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이 플레이어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비해 훨씬 활발하게 발생하는 게임 플레이 양상인데,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에서 발생하 는 서사적 경험은 영웅 서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의 MMORPG 플레이는 다 른 문화권에 비해 MMO적 성격이 특히 부각된다.4) 이에 플레이어 간 상호작 용은 플레이어들의 자생적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플레이어 주도의 담화를 만 들어 내며, 궁극적으로는 게임 세계의 내적 경험과 외적 경험을 통합시킨 다.5) 이처럼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는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미 만 들어져 있는 서사를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서사를 창조한다. 따라서 MMORPG에서 발생하 는 서사를 살피고자 할 때는 환경 대상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이야기 뿐 아니라 플레이어 대상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이야기 또한 주목을 요한다.

성장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환경 대상의 상호작용과 달리 플레이어 대상의 상호작용은 대립과 갈등, 즉 충돌의 서사를 형성한다. 이는 개발자에 의해 의 도된 이상적 서사와 계획되지 않은 우발적 서사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 이다.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은 비록 PvP(Player vs Player, 플레이어 간 전 투)6)가 협력이나 협동을 기저에 두고 있다 할지라도 가장 표면적인 상호작용 은 대립과 경쟁, 논쟁과 보복 등의 충돌 행위이다.

4) 한혜원, 「디지털 게임의 다변수적 서사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논문, 2009, p.60.

5) 임수미, 「온라인 게임 웹 페이지의 담화 생성 연구: <아이온> 웹 페이지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 교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영상콘텐츠전공 석사학위논문, 2011, p.64.

6)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의 대립을 뜻하는 PvP라는 용어는 광의로 플레이어 간 갈등을 총체적으로 의미 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플레이어 간 갈등의 다양한 양상을 포괄하여 ‘충돌’이라 부르기 때 문에 PvP라는 용어는 아바타를 매개로 진행되는 ‘플레이어 간 전투’만을 한정적으로 지칭하기로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PvP란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서로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며 체력이 0이 되었을 때 캐릭터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12)

플레이어들이 서로 상반되는 입장에서 충돌하는 현상의 대표 사례로는 <리니 지 2>에서 5년에 걸쳐 발생한 ‘바츠 해방전쟁’이 있다. 바츠 해방전쟁은 한국 온라인 게임문화만이 갖는 특이성을 가장 잘 나타낸 사건이었다. 바츠 해방전쟁 은 <리니지 2>의 바츠 서버에서 발생한 대규모 플레이어 간 전쟁이다. 바츠 서 버에는 DK(Dragon Knights) 혈맹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서버 내 다른 2개 강력 혈맹과 연합을 맺고 혈맹에 소속되지 않은 플레이어들의 사냥을 제한하는 등 독 재가 횡행했다. 이에 바츠를 해방시키고자 했던 플레이어들이 모여 혁명군을 구 성하기 시작했다. 다른 서버에서도 혁명을 위한 연합군에 동참하고자 하는 플레 이어들이 바츠 서버에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여 기본 아이템만을 착용하고 독 재에 맞서는 세력인‘내복단’에 참여했다. 이들은 개인의 레벨과 아이템의 능 력치는 지배 세력 캐릭터들과 비교할 수도 없이 저조하지만, 인해전술을 바탕으 로 DK 혈맹의 힐러를 우선으로 집중 공략하여 무력화하고자 했다.7) 내복단을 비롯한 저항 세력들의 협공이 수년간 지속되자 결국 DK 혈맹은 자진해산하고, 이후 남아있던 거대 세력들도 항복 선언을 통해 평화를 약속함으로써 바츠 서버 는 민중의 승리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바츠 해방전쟁은 정의와 자유를 구현한 민중의 승리이자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숭고한 서사로 평가된다.8) 한국 플레이어들이 바츠 해방전쟁에서 보여준 가상세계에서의 참여적, 행동 지향적 성향은 <리니지 2> 뿐만 아니라 다른 MMORPG에서도 수없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MORPG에서의 플레이어 간 갈등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바 츠 해방전쟁이라는 단일 사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이다. 뿐 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대립하며 만들어가는 충돌 서사는 이러한 투 쟁적 성격에만 한정되지 않고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양화된 사회에 서 플레이어 개인들이 갖는 사회·문화적 가치관과 플레이 성향이 서로 다른 만큼 그들이 형성하는 충돌의 서사 또한 무궁무진한 것이다.

7) 명운화, 『바츠 히스토리아』, 새움, 2008, pp.155-178.

8) 이인화,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 리니지2 바츠 해방 전쟁 이야기』, 살림, 2005, pp.112-119.

(13)

바츠 해방전쟁이 게임 내에서 발생한 플레이어 간의 우발적인 충돌 서사의 대표 사례라면 게임 외 공간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이 나타나는 양상 또한 주 목할 필요가 있다. 바츠 해방전쟁 당시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배 혈맹 을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글,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에게 내복단 참여를 촉구하는 글 등이 게재되었다. 또한 지배 혈맹과 반란 혈맹 간의 논쟁 또한 게시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처럼 게임 내 공간에서 발생하는 플레이 어 간 충돌 서사는 그것이 발생한 공간 안에만 한정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 라 게임 외 공간으로 확장되며 게임 외에서 또 다른 충돌 서사를 형성한다.

즉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순환하고 확장하며 다변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충돌 서사의 주제적, 구조적 특성들은 한국 플레이어들의 적극적이 고 참여적인 성향을 증명한다. 나아가, 국내 플레이어들이 온라인 게임에서 주어진 이상적 서사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며 우 발적 서사를 생성하는 것은 게임 세계의 대안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한다.

이에 본 연구는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 중에서도 게임 내 한정적 자원에 의 해 발생하는 물리적 경쟁, 플레이어의 가치관 차이에 따른 의견 대립 등의 경 우를 ‘충돌’이라는 표현으로 통칭한다. 또한 이러한 충돌 행위에 의해 플레 이어가 경험하는 서사를 ‘충돌 서사’라 정의한다. 이로써 다양한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 양상 중에서도 충돌 서사의 모티프와 생성 구조를 밝히고 그 문 화적 함의를 도출할 것이다.

그동안 MMORPG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은 일반적으로 플레이어 들의 사회·문화적 행위를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다루어졌다. 이때 사회·문 화적 행위란 가상의 재화를 교환하는 경제적 행위, 가상의 공동체를 형성하 는 사회적 행위, 반란과 봉기를 통해 잘못된 사회 체계를 수정하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 마지막으로 기존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

(14)

들어 내는 문화적 행위 등을 총칭한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이 모두 서사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통 해 경험하는 각종 사건은 결국 사용자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에서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에 대한 기존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의의가 있다.

먼저, 플레이어 간 경제 행위는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의 재화 교환 양상이 주목되었다. MMORPG에서 사용자 스토리텔링은 특히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에서 부각된다. 게임 내 가상 재화가 현실의 금전적 가치로 전환되면, 게 임 내의 유희적 경제 활동 또한 실제의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 행위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대표적이다.9)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공동체가 발생한다는 입장은 주로 게 임 디자인과 서비스 측면에서 산업적 효율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논의된 다. 이동은은 플레이어들이 게임 플레이를 통해 가상의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본다. MMORPG에는 게임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는 경쟁과 대립이 자리하지만 이와 동시에 플레이어들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사회적 활동은 플레이어가 다시 게임에 접속하는 동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10) 마찬가지로 박명훈은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과 자발적 인 커뮤니티의 생성이 게임의 성공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MMORPG에 접 근할 때에는 게임 디자인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플레이어의 사회적 네트워크 를 구현할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1)

9) 김용재, 「다수사용자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자 스토리텔링 연구 – 게임내외부의 경제행위를 중심으로 - 」, 경성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기획·행정·이론학과 박사학위논문, 2015, p.105.

이외에도 MMORPG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간 경제 행위를 다룬 연구들은 다음과 같다.

안기진, 「MMORPG의 가상 통화 시스템에 대한 연구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성균관대 학교 일반대학원: 영상학과 석사학위논문, 2012.

임하나, 「MMORPG 개발자 경제행위 연구 : Real Money Trade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 원: 디지털미디어학부 영상콘텐츠전공 석사학위논문, 2010.

박현아, 온라인 「MMORPG 약관의 현금 거래 금지 조항에 관한 유저들의 인식 및 태도에 관한 연 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학위논문, 2014.

10) 이동은, 앞의 논문, p.177.

(15)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은 플레이어에 의한 주체적인 시민 의식의 발현으로 보이기도 한다. 먼저 류철균, 권보연은 바츠 해방전쟁과 우르 디아스포라 사 례를 플레이어의 정치 공동체 형성 행위로 분석했다. 각 사례에서 플레이어들 은 게임 시스템에 의한 계급화와 강력 혈맹의 독재에 저항하여 자유를 찾고자 했으며, 게임 서비스의 공식적인 중단에도 개의치 않고 새로운 가상 세계에 정착하여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플레이어들의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저항 행위는 예술이 현실의 삶에 개입하여 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게임의 진보적 잠재성을 증명한다는 것이다.12)

마지막으로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에 의해 2차적 문화·예술이 발생하는 경우 는 주로 콘텐츠의 재해석, 재생산의 차원에서 논의된다. 송미선은 MMORPG의 사 용자 스토리텔링의 순환 과정을 존재하기(being), 참여하기(participating), 성취하기(accomplishing), 변형하기(reproducing)의 단계를 통해 설명한다.

플레이어가 개발자 스토리텔링과 사용자 스토리텔링을 고루 경험하고 나면 그 들은 게임 외적 공간으로 나아가 자아를 반영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공유한 다는 것이다.13) 오성석, 박성준의 경우 콘텐츠의 재생산을 팬덤에 근거하여 이해한다. 문화가 갖는 필연적인 다의성은 소비자의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적 유대감이 형성되면 팬 공동체 내부의 생산 활동이 촉발된

11) 박명훈, 「MMORPG에서의 이용자 간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시스템 기획」,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 학원: 영상학과 영상공학 예술공학전공 석사학위논문, 2012, p.2.

이외에도 MMORPG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커뮤니티의 사회적 행위에 대한 연구들은 다음과 같다.

유현성, 「MMORPG의 집단 시스템에 대한 연구」, 상명대학교 디지털미디어대학원: 게임학과 게임디 자인전공 석사학위논문, 2008.

신준하, 「사회형 플레이어를 위한 MMORPG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에 관한 연구」, 상명대학교 문화 예술대학원: 게임학과 게임디자인전공 석사학위논문, 2009.

12) 류철균, 권보연, 「디지털 게임에 나타난 미학의 정치」, 『인문콘텐츠』, Vol.-, No.37, 인문콘텐츠 학회, 2015, pp.92-100.

이외에도 디지털 게임을 통한 플레이어의 주체적 사회의식 표현을 다룬 김겸섭의 논의가 있다.

김겸섭, 「포스트 브레히트 시대의 공연으로서의 디지털게임」, 『드라마연구』, Vol.-, No.33, 한국드라 마학회, 2010, pp.23-34.

13) 송미선, 「사회적 네트워크 기반 게임 사용자 스토리텔링 생성 구조에 관한 연구」, 『한국디지털스 토리텔링학회』, Vol.3, No.-, 한국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 2008, pp.7-13.

(16)

다. 즉 머시니마, 팬아트 등의 2차 문화는 커뮤니티를 통한 사용자들의 실천 적 행동에 의해 창발된다.14)

이처럼 선행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MMO적 특성을 강조하여 플레이어들의 사 회적 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보다 매체 내재적인 함의를 도 출하고자 사회적 관점이 아닌 서사적 관점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 다. 디지털 게임에서 이상적 서사와 함께 발생하는 우발적 서사가 게임 플레 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논의가 선언된 이후, 구체적인 우발적 서사의 조직 과정과 결과물로서의 서사 구조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미비하다.

그러나 가상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파악하 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보다 본연적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들이 의식과 무의식 중에 창출해내는 서사를 먼저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플레이어가 기반 서사에 의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영웅적 정체성과 더불어 플레이어 간 전투에 의해 갖게 되는 현실적이고 속물 적인 정체성에 주목했다. 플레이어는 PvE를 통해 로망스 서사를 경험하면서 모험 영웅이 되지만 일정한 성장 이후에는 PvP를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영웅의 자리에서 내려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행동하는 범인(凡人)이 된다.

그들은 인간보다 지극히 뛰어난 신적 존재도 아니며 평범한 인간보다 고귀하 게 태어난 영웅도 아닌 그저 게임 세계에 설계된 플레이어 간 충돌에 끊임없 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로써 게임에서의 경험이 허구에 그친다는 한정적 가치부여는 더 이상 성 립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충돌에 참여해야만 하는 세계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해당 세계를 떠나지 않고 그곳에 정착한다. 언젠가는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연속되는 충돌이야말로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

14) 오성석, 박성준, 「게임 팬덤의 이차 문화 생성 – 머시니마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Vol.9, No.11, 한국콘텐츠학회, 2009, p.133.

(17)

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니체(Nietzche)가 현실의 삶을 초월한 모든 가정을 부 정하고 생(生)을 그자체로 이해하고자 한 것처럼15), 충돌에 참여하는 플레이 어들은 특정한 이상향을 지향하기보다 본인들에게 주어진 세계와 법칙에 충실 한다.

플레이어들이 기계적으로 충돌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은 기반 서사에서 정 립된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가치관이다. 서로 다른 입장 에서 전개되는 퀘스트와 컷씬 등의 개발자 서사에 의해 서로 양립하게 된 플 레이어들은 같은 세계를 소비하더라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이를 인지한다. 또 한 양극에서 대치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중간적 입장은 NPC의 전담으로, 제 3의 입장을 맡아 대립하는 플레이어들을 중재할 기회는 플레이어에게 결코 주 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플레이어 간의 소통과 화해는 시스템 차원에서 불가능 하도록 가로막혀 있다. 같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공존은 그저 임시적일 뿐이며, 서로 다른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결코 끝까지 함께할 수 없는 모순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플레이어들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 가는 충돌의 서사는 가시화된 아바타가 존재하는 게임 내 공간 뿐 아니라 게임 외 공간인 웹페이지에서도 발생한다.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게임 내외의 공간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 로 연계되고 확장되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플레이어 간의 우발 적 충돌 서사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발생한다 해서 그 구조적 형 식마저 플레이어의 수만큼 복잡하고 불확실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게임 의 기반 서사와 각종 시스템에 의해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화될 수 있는 형식 을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를 분류하 고 유형에 따른 주제적 특징을 밝히고자 한다. 나아가 플레이어들이 주체적으

15) Nietzsche, Friedrich, 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2000, p.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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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야기를 생성하고 이를 확장시키는 양상을 살필 것이다. 이로써 플레이어 들이 직접적인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는 서사의 특징을 밝히고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다.

B.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충돌이라는 용어는 상호작용뿐 아니라 대립, 대결, 전투, 갈등 등의 다양한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을 포괄할 수 있는 표현이다. 국내의 경우 게임에서 플 레이어들이 어떠한 근거나 상황에 의해 서로 부딪히는 현상을 표현할 때 싸 움, 대립, 대결, 대치, 전투, 갈등 등의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는 플레이어 간 충돌을 단순한 현상이나 사건이 아닌 서사로 인식하기 때문 에, 기존의 서사 매체에서 등장인물 간의 갈등과 대립의 양상에 대해 다루는 문학에서의 용어 사용을 주로 참고한다.

서사에서 등장인물이 겪게 되는 갈등과 문제적 상황은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강조되어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곤(agon)’이라는 용어가 갈등을 뜻하 는 말로 사용되었는데 이에 그리스 비극의 기본 구조 또한 아곤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여겨졌다. 이후 갈등은 서사에서 매우 중요한 특징으로 주목되어 왔 다.16) 등장인물이 경험하는 갈등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로서의 가치와 감정,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제랄드 프랭스(Gerald Prince) 또한 서사란 비일상적이고 문제 성이 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하나의 텍스트가 갖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건들 은 어떤 유의미한 갈등을 내포해야 한다는 것이다.17)

16) Abbott, H. Potter, 우찬제·이소연·박상익·공성수 역, 『서사학 강의』, 문학과 지성사, 2010, pp.113-118.

17) Prince, Gerald, 최상규 역, 『서사학이란 무엇인가』, 예림기획, 1999, pp.24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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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의 경우 갈등을 창출하는 서사 구성 요소인 모티프(motif)에 주목한 다. 모티프란 오랜 기간 여러 작품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스토리 요소로 그 본 질은 서로 대립하는 양극을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사를 구성할 때 모티 프는 이야기 세계와 그 속의 등장인물들이 누리던 안정 상태를 파괴함으로써 스토리를 전개한다. 모티프는 반복성과 위반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지니지 만 보다 중요한 본질은 위반성이다. 서사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라 이례성을 갖는 경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8) 이러한 위반성은 등장인물 간의 대립과 갈등을 전제한다. 위반성을 갖는 모티프가 스토리를 발 생시키는 최초의 소재라는 점은 서사에서 둘 이상의 인물, 사회, 국가 또는 비가시적인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항상 존재함을 입증한다.

서사에 내재된 갈등이나 충돌의 중요성보다 그 자체의 기능에 집중한 연구 는 다음과 같다. 먼저 조동일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이 경험하는 문제적 상황에 대해 갈등, 대립, 대결 등의 용어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대결’이라는 용 어를 사용한다. ‘갈등’이란 상호 간에 용납할 수 없는 관계를 뜻하며 ‘대 립’은 정적인 대치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이라면 ‘대결’이란 대립 중에서도 특히 동적인 활동을 지칭하기 때문이다.19)

한편 조남현은‘갈등’이라는 표현을 지지한다. 소설이란 이야기에 삽입된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충돌, 대립, 갈등, 긴장을 겪으며 균형과 조화를 이 루어나가는 과정이며, 따라서 소설은 그 자체로 갈등이 얽혔다가 풀어지는 과 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조남현은 ‘갈등’을 모순되고 대립되는 두 가지 욕구 사이의 긴장에서 생기는 내적 상태라 정의했다.20)

이희자는 소설에서 갈등이란 주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이야기 기법이라는 점 을 주목한다. 서사 문학에서 갈등은 소설에 활력을 불어넣고 긴장감을 형성하

18) 이인화, 『스토리텔링 진화론』, 해냄, 2014, pp.81-91.

19) 조동일, 『한국 소설의 이론』, 지식산업사, 1977, p.96.

20) 조남현, 『소설 원론』, 고려원, 1982, pp.19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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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흥미와 서스펜스 요소이다. 이때 갈등은 주체와 객체 간의 상호작용에 의 해 발생하며, 언제나 일정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즉 갈등은 갈등 주체의 개 인적이고 독단적인 행위나 상태가 아니라, 둘 이상의 주체가 상호작용함에 따 라 발생하는 긴장관계인 것이다.21)

문학에서의 갈등은 일반적으로 등장인물 간의 외재적 갈등을 일컫기 때문 에 사회학의 갈등 이론을 참고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나톨 라포포트 (Anatol Rapoport)가 있다. 그는 갈등과 혼용되는 용어 중 싸움(fight), 게 임(game), 토론(debate)을 구별하여 정의 내린다. 먼저 싸움이란 상대가 증 오심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적일 경우에 발생하는 갈등이다. 게임이란 본 연구에서의 정의보다 훨씬 넓은 뜻의 유희적 놀이를 말하는 것으로, 상대와 의 합의에 의해 발생하는 경쟁이며 따라서 그 관계 또한 적대적이지 않고 라 이벌의 관계에 그친다. 마지막으로 토론이란 사상이나 이념 차원의 비 가시 화된 갈등을 뜻한다.22)

이러한 용어 혼용 현상은 게임학에서도 동일하지만, 문학과 사회학에서는

‘갈등’이 많은 동의를 얻은 것과 달리 게임학에서는‘충돌’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는 게임의 상 호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충돌(conflict)을 지목했다. 충 돌은 또한 게임을 정의하기 위한 네 가지 요소인 재현(representation), 상호 작용(interaction), 충돌(conflict), 안전(safety)의 하나가 된다. 크로포드 는 상호작용과 충돌을 서로 다른 개념으로 분리하여 인식하고, 충돌이 모든 게임의 근본이 된다고 말했다.23)

프란스 마이라(Frans Mäyrä), 마르코 시토넨(Marko Siitonen), 케이티 살 렌(Katie Salen)과 에릭 짐머만(Eric Zimmerman) 등도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

21) 이희자, 『박경리 소설의 서사와 갈등 양상 연구』, 박이정, 2014, pp.209-211.

22) Rapoport, Anatol, Fights, Games, and Debates,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1974, pp.180-181.

23) Crawford, Chris, The art of game design, Amazon Digital Services, Inc., 2011,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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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충돌이란 게임 시스템이 역동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구조적 근간이며 이 는 게임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 주장한다.24) 이들은 충돌에 대해 정의 내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게임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대한 유형 분류 를 시도했다. 본 연구에서 참고할만한 충돌 유형 분류는 마이라의 연구를 바 탕으로 환경 대상 충돌, 플레이어 대상 충돌의 한 축과 계획적 충돌, 비계획 적 충돌25)의 한 축을 이용해 다음 네 가지 충돌의 유형을 나눈 시토넨의 연 구이다.

그림 1. Marko Siitonen의 디지털 게임에서의 충돌 유형

계획적인 플레이어 간 충돌은 게임 플레이를 유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다. 이는 근본적으로 두 플레이어가 플레이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상태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이라는 점에서 ‘협력적 충돌’이라 불리기도 한다.26) 한편 비계획적인 플레이어 간 충돌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24) Mäyrä, Frans, An introduction to game studies, SAGE Publications Ltd., 2008, p.20.

Siitonen, Marko, “Conflict”, The Routledge companion to video game studies, Routledge, 2013, p.166.

Salen, Katie, Zimmerman, Eric, 윤형섭·권용만 역, 『게임디자인원론 2』, 지코사이언스, 2011, pp.272-284.

25) 계획된 충돌(intentional)이란 개발자에 의해 계획되거나 의도적으로 유도된 충돌을 말한다. 비계획적 충돌(unintentional)이란 개발 당시 의도된 바 없으나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우발적인 충돌을 뜻한다.

Siitonen, Marko, 앞의 책, p.166.

26) Salen, Katie, Zimmerman, Eric, Rules of play, The MIT Press, 2003,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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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러한 충돌은 플레이어 개인이 가치를 두는 대상이 서로 다르거나 소통 방식의 차이, 개인의 현실적 사정 등이 반영되어 발생한다는 점에서 무궁무진 한 양상으로 발생한다.27) 이를 참고하여 본 연구에서는 플레이어 간 충돌을 보다 상세하게 분류하고, 각 유형의 서사적 특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마크 에스켈리넨(Markku Eskelinen)은 유사한 의미에 대해 투쟁 (struggl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투쟁이 도전과 목표의 두 층위의 융 합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라 표현하며, 세 가지 유형의 도전과 두 가지 유형 의 목표를 융합하여 게임 내 투쟁을 6가지로 분류했다.28)

트레이시 풀러턴(Tracy Fullerton)의 경우에는 상호작용(interaction)이라 는 용어를 사용한다. 상호작용 유형은 7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환경 대상의 상호작용과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으로 나뉜다. 이는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충돌을 분류할 때 적용되는 기준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풀러턴이 말하는 상호작용은 곧 충돌을 뜻한다.

기준 유형 설명

플레이어 대상 충돌 (PvP)

1인 플레이어

vs 1인 플레이어 2인의 플레이어가 서로 충돌

다자간 경쟁 3인 이상의 플레이어가 서로 충돌

팀 경쟁 플레이어들이 2개 이상의 팀(그룹)을

구성하여 서로 충돌

일방적 경쟁 1인 플레이어가 한 팀을 형성한 다른 모든

플레이어와 충돌 환경

대상 충돌 (PvE)

싱글 플레이어

vs 게임 환경 1인 플레이어가 각각 게임 시스템과 충돌

멀티 플레이어 vs 게임 환경

하나의 게임 시스템에 다수 플레이어가 각각 충돌

협력적 플레이 2인 이상의 플레이어가 서로 협력하여 게임

시스템과 충돌

29)

표 1. Tracy Fullerton의 디지털 게임 내 플레이어 상호작용 유형 27) Siitonen, Marko, 앞의 책, pp.169-171.

28) Eskelinen, Markku, Cybertext Poetics, Bloomsbury Academic, 2012, pp.270-271.

29) Fullerton, Tracy, Game Design Workshop: A playcentric approach to creating innovative games, Morgan Kaufmann, 2008, pp.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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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게임에서의 플레이어 간 충돌을 다루기 위해 혼용되는 용어들을 점 검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먼저 갈등이라는 표현은 반목하 는 두 입장 간의 대치 상태나 긴장 관계를 지시한다. 즉 갈등은 주체들이 특 정한 에너지를 주고받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 편,‘전투’라는 표현 또한 물리적·군사적 대립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전투는 온라인 게임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간의 비-물리적 대립 행 위를 포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학에서 충돌이라는 표현은 플레이어들이 어떠한 도전에 직면하게 하는 시 스템적 특성을 가리키는 말로, 서사적 차원을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 서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는 형상을 ‘충돌’이라는 용어로 칭하 며, 플레이어들이 충돌하며 만들어가는 서사를 ‘충돌 서사’로 부르고자 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특징과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한 연구 대상으로는 <아이온(AION)>을 선정했다. <아이온(AION)>은 국내 MMORPG 중 시스템 차원에서 플레이어 간 전투(PvP)가 적극 장려되며 실제로 PvP 활성 화에 성공한 게임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온>에서는 플레이어 간의 게임 세계 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의 대립에 의한 논쟁 또한 활발하게 발생한다.

게임 세계 내의 충돌은 개발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웹페이지, 즉 게임 외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게임 내에서 일단 플레이어 간 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게임 웹페이지에서 공유되면 게임 내 앱센터의 알림 기능에 의해 게임 내 플 레이어들에게 게임 외의 충돌 사건이 빠르게 전달된다. 특히 <아이온>에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CAT 메신저> 에 의해 게임 세계와 PC웹페이지라는 공간 의 경계를 넘어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가 유동적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형성되 었다. 이러한 점에서 MMORPG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를 <아이온>

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것은 충돌 서사의 배경을 밝히고 이에 따른 서사적 특 징을 분석하기 위해 적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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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먼저 2장에서는 충돌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를 캐릭터, 캐릭터 간 의 상호의존적 관계, 충돌 서사의 배경으로서의 공간으로 구분한다. 이는 충 돌 서사의 유형을 분류하여 각 유형의 구조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를 구성하는 주체는 플레이어 캐릭터이다. 플레이어 간 충돌은 개별 플레이어의 의사에 따라 개별적, 동시적으로 나타나며 그 배경 공간 또 한 거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때 충돌은 그들이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며 살 아감에 있어서 서로의 의도와 관계없이 각자의 행동이 반드시 상대에게 특정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진영 간 대립 서사가 존재하는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진영의 상대를 죽이거나 무력화하면 반드시 이 익을 얻을 수 있다. 상충하는 이해관계에 의해 플레이어들은 서로 충돌하며 이로써 끊임없는 충돌 서사가 연속된다. 또한 충돌 서사의 배경인 게임 내외 공간은 서사를 자체적으로 가두지 않고 서로에게 흘려보낸다. 이러한 유기적 구조에 의해 충돌 서사는 고유한 주제적,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3장에서는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유형을 분류한다. 분류체계는 충돌 서 사의 배경공간과 우발성 여부를 두 축으로 삼는다. 먼저 충돌 서사의 배경은 아바타를 매개로 한 플레이가 발생하는 게임 내 공간과 가시화된 육체는 부재 하지만 고유한 형태의 플레이어 간 담화가 발생하는 게임 외 공간으로 나뉜 다. 또 충돌 서사는 개발자에 의해 의도된 이상적 충돌 서사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우발적 충돌 서사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상적 서사란 디지털 게임에서 선형적 동영상 등을 통해 제시된 기반적 서사가 사용자의 게 임 플레이를 통해 실현되면서 발생하는 서사이다. 한편 우발적 서사란 사용자 가 이상적 서사를 전부 소비하고 난 뒤에 스스로 생성해내는 서사이다.30) 이 중 플레이어가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서사를 변별적으로 선정하여 이상적 충돌 서사와 우발적 충돌 서사라 부르기로 한다. 이상적 충돌 서사는 한정된

30) 한혜원, 앞의 논문,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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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쟁의 논리에 의거하며, 우발적 충돌 서사 는 플레이어 간의 가치 대립에 의해 발생하여 권력의 논리에 바탕을 둔다.

네 가지 유형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배경과 우발성의 차이에 의해 그 주제적, 구조적 특징 또한 다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클로드 브레몽(Claude Bremond)의 서사 이론을 참고할 수 있다. 브레몽은 서사의 가장 작은 단위인

‘서사 원자’가 연속하여 어떠한 행동이나 사건이 되는 단위를 ‘기능 (function)’이라 불렀다. 기능이 셋 이상 모이면 ‘기본연속(elementary sequence)’이라는 한 단계 높은 층위의 서사 단위가 생성된다. 기본연속이 결합하여 서사를 구성하면 이를 ‘복합연속(complex sequence)’이라 부를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서사가 조직되는 원리가 구조화된다.31) 기능이 기본 연속이 되고 기본연속이 복합연속이 되는 구조에서 브레몽은 항상 정(正)과 반(反)의 상태를 고려한다. 프로타고니스트에게 있어서 긍정적인 상황은 안타 고니스트에게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논리는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흑 또는 백의 입장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를 분석하기 위한 틀로써 적합하다.

이를 기반으로 추출할 수 있는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특징은 다음과 같 다. 첫째, 게임 내 공간에서 이상적 서사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충돌은 플레이 어 간 전투인 PvP와 진영 간 전투인 RvR로, 승자와 패자 간의 보상과 처벌이 상호의존적인 제로섬 경쟁이다. 이는 곧 플레이어가 PvP로부터 벗어날 수 없 도록 하는 숙명 서사이다. 둘째, 게임 외 공간인 웹페이지에서는 개발사가 이 벤트로 제공하는 비일상적이고 비정기적인 보상에 의해 축제에서의 유희적 경 쟁이 발생한다. 셋째,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고 불규칙적으로 행동 하면서 만들어가는 충돌 서사는 게임 세계와 지배 권력에 대항하는 투쟁 서사 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게임 외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간 우발적 충돌 서

31) Bremond, Claude, 김병욱 편, 최상규 역, 「서사 가능성의 논리」, 『현대 소설의 이론』, 예림기획, 2007, pp.20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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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임 내 충돌이 게임 외적 공간으로 표출되고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이 는 보복과 논쟁 끝에 한 사람의 플레이어, 또는 한 사회집단으로서의 길드가 전체 커뮤니티 안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희생시키는 제의 서사가 된다.

이어 4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구조를 밝힌다. 플 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수많은 플레이어가 각각 사건의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감에도 불구하고 구조화될 수 있는 일종의 체계를 갖는다. 레비-스트 로스(Levi-Strauss)는 신화를 분석함에 있어서 시간의 선형적 축을 따라 이야 기를 읽는 동시에 이야기 속 특정한 시간에 발생한 사건들의 계열적 집합을 함께 고려해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야기의 통시적 구조와 공시적 구조를 구조화함으로써 서로 대립되는 가치관들로부터 진정한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32)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충돌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개별적, 동시적으로 생겨나며 이들 사건은 게임 공간의 연계 구조에 의해 통시적으로 연결된다. 서로 다른 충돌 서사는 모순 적 가치관을 갖지만, 서로 대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개 서사를 통해 모순 을 극복할 수 있다. 즉, 플레이어 간의 우발적 충돌 서사는 토템 신화적 사고 에서 드러나는 인류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해결 구조를 반영한다.

플레이어가 우발적으로 경험하는 서사는 더 이상 잠재적인 가능성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우발 서사는 플레이어들의 실질적인 일상이 되었다.

따라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구조를 살피고 나아가 우발적 충돌 서사의 생성 구조와 그 의미를 밝힘으로써 온라인 게임 서사의 미학적 가치를 재고할 수 있을 것이다.

32) Levi-Strauss, Claude, 임봉길 역, 『신화학 1』, 한길사, 2005, pp.5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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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요소

A. 주체로서의 아이러니적 캐릭터

제라르 주네트(Gerard Genette)에 따르면 서사란 세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글로 쓰이거나 말로 된 하나 이상의 사건이다. 둘째, 실제 또는 허구적 사건의 연속이다. 셋째, 사건에 대한 언급으로서 서술행위이다. 정리하면 서 사란 이야기의 내용, 진술된 텍스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모두 포괄 하는 의미로 사용된다.33) 따라서 온라인 게임의 서사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용하게 되는 기반적 스토리, 기반적 스토리에 의해 플레이어 가 경험하게 되는 연속적 사건, 그리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생성해나가는 우발 적 스토리의 내용적 측면과 이를 생성해가는 플레이어의 행위까지도 총체적으 로 일컫는다.

마크 울프(Mark J.P. Wolf)에 따르면 대다수의 디지털 게임은 기존의 선형 적 서사 매체와 같이 디제시스적(diegetic) 세계를 재현하고 있다. 이때 디제 시스적 세계란 캐릭터가 존재하고 이야기적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을 말한다.

그런데 디지털 게임은 여기에 상호작용을 더하여 플레이어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서사가 조직되도록 하여 플레이어의 행보(passage)가 곧 게임의 서사가 되도록 한다. 다시 말해 목표, 장애물 등의 게임 구성 요소는 서사적 경험을 창출하는 배경 요인이 되며, 플레이어의 행위는 개발자에 의해 주어진 선형적 서사를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시킨다.34)

울프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혜원은 이상적 서사와 우발적 서사의 개념을 제안 한다. 이상적 서사란 플레이어가 게임에 삽입된 기반 서사를 소비하면서 경험

33) Genette, Gerard, 권택영 역, 『서사담론』, 교보문고, 1992, pp.15-17.

34) Wolf, Mark J.P., The medium of the video game, University of Texas Press, 2002, pp.9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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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이야기이다. 이때 기반적 서사란 게임의 세계관, 해당 세계의 역사, 플레 이어 캐릭터의 역할 및 능력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상적 서사의 바탕이 된 다. 그렇다면 2인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어떠한 경쟁, 갈등, 다툼 등의 문제적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를 ‘이상적 충돌 서사’라 명명할 수 있다. 개발자가 만 들어 둔 진영 대립 서사에 따른 PvP, 피케이(Player Killing, PK) 등은 이러한 이상적 충돌 서사의 범주에 포함된다. 한편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개발자에 의해 미처 예상되지 못한 우발적 서사의 형태로 발생하기도 한다. 플레이어 간 우발적 충돌 서사는 주로 의견 대립과 가치관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며, 커뮤니 티에서의 발언권 확보를 위한 권력 갈등의 서사로 특징지어진다.

MMORPG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이상적 충돌 서사와 우발적 충돌 서사는 공통적으로 서사의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발생한 다. 서사 문학에서 사건은 등장인물이 현실화된 것이며, 등장인물은 사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사를 서술함에 있어 인물과 인물의 행위는 불가 분의 관계를 갖는다.35)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게임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플레이어의 개별 행위에 의해 발생하고, 또 그 자체로 서사적 사건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플레이어 캐릭터는 서사의 주인공이자 행위적 주체 가 된다. 즉, 플레이어는 행동자(actor) 또는 수행자(performer)라는 점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의 주체로서의 자격을 확보한다.

기존의 선형적 서사 매체에서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이를 추구하는 자를 프로 타고니스트(protagonist)라고 부르며, 이들은 항상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의 방해를 받는다. 적대자 또는 반동인물로 해석할 수 있는 안타고니스트는 적이나 경쟁자처럼 외면적으로 나타난다. 본래 충돌이라는 것은 대치하고 대 립하는 두 힘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서사에서는 프로타고니스트가 특정한 목적을 추구하는 힘과 안타고니스트가 어떤 이유에 의해 그를 저지하는 힘이

35) James, Henry, 「The art of Fiction」, 『The future of the novel』, Vintage, 1956, pp.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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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한다.36) 선형적 서사에서 주인공과 적대자의 대립은 먼저 주인공과 적대 자를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이해된다. A라는 등장인물이 비도덕적이고 지지 를 받지 못할 만한 캐릭터라 할지라도 그가 주인공이라면 반대 입장에서 악행 을 저지하는 인물 B가 적대자가 된다.

그러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에서는 주인공과 적대자의 관계가 개별 플레 이어에 따라 모두 다르다. A와 B라는 플레이어가 충돌할 때 둘은 각자의 목표 와 힘을 갖는다.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나름대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타당성을 갖는다. 특히 진영 간 대립이 존재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 이어가 상대 진영의 플레이어와 PvP를 하는 이유는 서로 ‘죽이지 않으면 죽 임을 당하는’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어 A가 목표를 추구 하는 행위는 곧 플레이어 B의 목표 달성을 막는 행위가 되며 플레이어 B 또한 이를 저지하기 위해 플레이어 A와 충돌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A는 스스로 를 주동인물, B를 반동인물이라 여기는 한편 B는 스스로를 주동인물, A를 반 동인물이라 여긴다. 이처럼 서사에서 사건의 주체인 인물과 행위로서의 사건 은 분리될 수 없으며 이러한 원리는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야기는 사건적 요소와 사물적 요소가 함께 존재할 때에만 가능하 며, 서사를 구성하는 사물적 요소로서의 플레이어 캐릭터가 부재한다면 충돌 사건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37)

이러한 점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인물 중심적 서사물이 된다. 츠베 탕 토도로프(Tzvetan Todorov)는 서사의 두 가지 범주로 인물 중심의 심리적 서사물과 구성 중심의 비심리적 서사물을 제안했다.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가 속하는 인물 중심의 심리적 서사물은 행위가 인물에 종속되는 것으로 행위는 인물의 성격, 특징, 가치관을 내포한다. 한편 구성 중심의 비심리적 서사물에 서 행위는 인물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38) 그렇다면 개발자가 게임

36) Tobias, Ronald B., 김석만 역,『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풀빛, 1997, p.82.

37) Chatman, Seymour, 한용환 역, 『이야기와 담론』, 푸른사상, 2003,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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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현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두 진영, 또는 세 진영의 대립을 설정하기 위해 만든 선형적 기반 서사는 구성 중심의 비심리적 서사물이다. 그러나 플 레이어들이 경험하는 이상적 충돌 서사와 우발적 충돌 서사는 플레이어의 적 극적이고 주체적인 행동 없이는 아예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물 중심의 심리적 서사물이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주어진 게임 세계 속에서 각자 하나 의 노드(node)가 되어 서로 충돌함으로써 링크(link)를 형성한다. 플레이어가 노드라면 링크는 플레이어들의 만남에 의해 발생하는 개별적 사건이다. 개인 과 개인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링크로서의 스토리는 서사를 구성하는 기본 단 위인 ‘기능’이다. 마리 로르 라이언(Marie-Laure Ryan)은 상호작용적 서사 의 텍스트 구조를 도식화한 바 있다. 이때 상호작용적 서사란 사용자가 서사 매체와 상호작용하는 형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라이언의 도식에서 노드는 ‘사 건’을 뜻한다.39) 그러나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라이언이 말한 어느 상호 작용 서사의 부류에도 속하지 않으며 플레이어가 또 다른 플레이어와 대립하 는 형식이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가 노드가 되며 그들이 충돌하여 링크를 형성함으로써 서사가 발생한다.

이러한 충돌 서사에서 플레이어는 아이러니적 캐릭터가 된다. 대부분의 MMORPG 기반 서사는 중세를 배경으로 구성되며 그 속에서 플레이어는 위기에 처한 마을과 나약한 NPC를 돕는 영웅이다. 영웅으로서의 정체성은 대체로 퀘스 트를 통해 주입된다. 기반 서사를 따라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은 세계의 요청에 맞게 영웅처럼 전장에 뛰어들고 끊임없이 PvE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의 영웅적 정체성을 구축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현실에서와는 다른 것으로 가상의 세계인 게임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갖는 또 다른 정체성, 페르소나로 불린다.40)

38) Todorov, Tzvetan, 신동욱 역, 『산문의 시학』, 문예출판사, 1992, p.77.

39) Ryan, Marie-Laure., Avatars of Story,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06, pp.100-107.

40) Waskul, Denis D., “The Role-Playing Game and The Game of Role-playing”, Game as Culture, Macfarland & Company, 2006,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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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퀘스트를 진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영웅으로서의 칭호와 영웅의 페르소나는 플레이어 간 충돌이 발생함에 따라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즉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에서 플레이어는 더 이상 영웅의 자리에 굳건히 머물지 못한다. <아이온>에서 캐릭터의 영웅성이 증명되는 시점은 데바 전직 퀘스트 가 대표적이다.

천족 마족

퀘스트 이름 데바로 다시 태어나다 데바가 되다

배경 과거 미래

퀘스트 내용 잃어버린 과거 찾기 미래의 예언 보기

퀘스트 임무 용족 NPC 처치 천족 NPC 처치

표 2. <아이온> 데바 전직 퀘스트 비교

퀘스트에 따르면 천족에 소속된 플레이어는 과거를 잊어버린 데바로, 스스 로가 과거에 천족에 큰 영향을 끼친 영웅이었으나 대규모 전투에 의해 기억을 잃은 자이다. 플레이어가 과거로 이동한 시점에서 재생되는 컷씬에는 수많은 천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전투에 지쳐 있다가 플레이어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등장하자 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한다. 이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과거에 큰 영광을 누리던 영웅임을 지시한다.

또 마족의 경우 플레이어는 미래의 예언을 듣는 데바이다. 그가 미래로 이 동하면 컷씬이 재생되는데 이때 그는 천족 NPC들을 죽이는 영웅으로 나타난 다. 이는 그가 천족과 대항해 싸우는 마족의 영웅적 데바가 되는 것이 예정되 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아이온>에서는 전직 퀘스트를 통해 플레이어 캐 릭터의 영웅성이 증명된다. 과거에 그랬고, 미래에 그럴 것이라는 이들 컷씬 은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영웅성을 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폐쇄한다.

이후에 이어지는 퀘스트는 플레이어에게 꾸준히 영웅 페르소나를 주입시킨 다. 퀘스트의 내용이 대체로 이러한 영웅성을 보다 분명히 하는 임무와 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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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트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퀘스트를 제공하는 NPC들은 플레이어에게 ‘세계 가 위협을 받고 있으니’, ‘몬스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니’, ‘나는 약해서 그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나는 무서워서 갈 수 없으니’, ‘듣자 하니 용 사 (플레이어명) 님이 그렇게 유명하다던데’ 등의 이유로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플레이어는 NPC보다 나은 존재, 우월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일정 레벨 이상에 도달하면 PvP를 피할 수 없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플레이어 캐릭터의 서사적 정체성은 점차 변질되기 시작한다. 영 웅이란 존재는 본래 일반인과 다른 예외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이며, 그들은 항상 모험의 마지막에 적대자로부터 승리를 거두고 영광을 되찾는다.41) 그러 나 <아이온>의 플레이어에게 사회와 세계의 악습을 타파하고 영원한 승리를 얻을 기회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영원한 승리를 얻는 순간 게임 세계는 존 재할 가치를 잃으며 플레이어 또한 게임을 지속할 근본적인 이유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패치로 이야기가 이어져야 하는 온라인 게임 특성상, MMORPG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는 노스럽 프라이(Northrop Frye)가 말한 비극의 아이러니에서의 주인공과 유사한 서사를 경험하게 된다.

프라이는 신화를 분석하는 원형비평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가지 뮈토스를 각각 희극, 로맨스, 비극, 아이러니와 풍자에 대입하여 각 서사양식 들의 특징을 밝혔다. 봄과 여름의 뮈토스가 로맨스와 순진무구의 가치를 다룬 다면 가을과 겨울의 뮈토스는 리얼리즘과 경험의 가치를 다룬다.42) 이 중 겨 울의 뮈토스는 크게 둘, 희극의 아이러니와 비극의 아이러니로 나뉘는데 후자 에 해당하는 비극의 아이러니가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와 가장 가까운 형식을 갖는 것이다.

비극의 아이러니는 첫째, 경험의 세계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측 면을 드러낸다. 이는 영웅으로서 지위를 얻으려는 꾸며진 행위가 아니라 보편

41) Campbell, Joseph, 이윤기 역,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민음사, 2004, pp.52-53.

42) Frye, Northrop, 임철규 역, 『비평의 해부』, 한길 그레이트북스, 2000, pp.26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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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고 일반적인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에서 플레이어 들이 만들어 내는 서사는 고귀하고 운명적인 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바츠 해 방전쟁의 사례에서 DK의 독재에 반대하던 연합군은 끝까지 단결되지 못하고 욕심에 의해 내부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는 영광과 자유라는 영웅적 가치 대신 권력과 힘과 부(副)라는 게임 세계의 지배 논리를 추구했기 때문에 발생 한 것이었다. 바츠 해방전쟁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 또한 플 레이어들이 게임 세계의 속물적 논리에 순응하고 힘의 욕구에 충실하기 때문 에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비극의 아이러니는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회전하고 순환되는 삶을 그린다.43)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는 모험을 떠나 전 투를 겪고 난 후 보상을 얻고 귀환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그들 은 퀘스트를 받고, 수행한 후 보상을 얻지만 게임을 멈추기 전까지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한다.

이러한 점에서 플레이어 간 충돌 서사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는 영웅성과 무 력함이 공존하는 아이러니적 캐릭터가 된다. 플레이어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 도 아닌 양면적 정체성을 갖는 것, 즉 그들이 영웅으로서의 외양과 속물적인 인간으로서의 실체가 대조되는 모습을 갖는 것은 현실 세계를 사실적으로 반 영하는 아이러니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44)

이처럼 플레이어들이 아이러니 서사 속의 캐릭터로서 충돌 서사를 형성해갈 때 그들이 대립하는 이유는 같은 세계 속에 살더라도 세계를 받아들이는 관점 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 세계 내외에서 충돌이 연계되는 이유 또한 플레이 어마다 갖는 세계 인식의 관점이 다르고 그 관점의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43) Frye, Northrop, 앞의 책, pp.431-460.

44) Muecke, D.C., 문상득 역, 『아이러니』, 서울대학교출판부, 1986, pp.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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