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교육과정에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
[첫 번째 이야기] 동물학교 교육과정
옛날 어느 숲 속에 많은 동물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동물들은 팔월 보름에 한 자 리에 모여 축제를 벌였습니다. 축제가 끝날 무렵에 행사의 사회를 맡았던 토끼가 한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늘 본능에 따라 살아왔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후손에게 체계적으 로 전달할 수 있다면 생활이 더욱 풍요하고 윤택해질 것이므로 학교를 세우자”라고 하였습니다.
축제에 참가한 대부분의 동물들이 토끼의 제안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학교를 세울 준비가 착착 진행되어 갔습니다. 학교 건물을 짓고 필요 한 시설을 갖추고 장비를 구입하여 배치하였습니다. 선생님과 행정직원을 뽑고 그 들 중에서 덕행과 명망이 가장 뛰어난 올빼미를 교장선생님으로 선출하였습니다.
이제 학교는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을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 를 갖추었습니다.
교육과정을 결정한다는 것은 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결정을 말 합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교육목적, 교육내용, 교육방법 등 을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학교설립에 대해 맨 처음 제안했던 토끼가 말했습니다.
“숲속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달리기야!’ 달리기는 웰빙 시대에 건강을 위해 서도 필요하지만 맹수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워야만 해.”
딱따구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달리기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날기’를 배우지 않는다면 숲속 생활이 고달플 거야. 날 수 있어야 높은 나무 위에 열린 열매나 나무껍질 속에 숨 어 있는 벌레를 먹을 수도 있고, 자기보다 빠른 맹수의 습격에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어. 따라서 모든 동물들은 날기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옆에서 졸고 있던 고슴도치가 아직 잠이 덜 깬 채로 기지개를 켜면서, “먹을거리 는 땅 위나 나무 위에만 있지 않아. 땅 밑의 세계에도 먹을거리가 가득 차 있어. 또 한 아무리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땅 속은 온도가 적당하여 이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은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동물이라면 당연히 굴을 파고 그 속에 집을 짓는 방법을 익혀 두어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토끼, 딱따구리, 고슴도치의 말에 숲 속의 모든 동물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축제장을 가득 채운 동물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숲 속에서 안전하고 풍족하고 편안 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달리기, 날기, 굴 파기 등을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이는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들이 된 것
입니다.
개학이 되었습니다. 어린 토끼는 달리기는 잘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날기와 굴 파기를 배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날기 연습을 하기 위하여 높은 나뭇가 지 위에 올라갔을 때 토끼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 했습니다. 하지만 날지 못한다면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셈이 되고, 그러면 졸업이 불가능해져서 사회에서 학력 이 부족한 동물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토끼는 눈을 질끈 감고 높 은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토끼는 다리를 심하게 다치고 말았습니다. 토끼는 날기와 굴 파기는 고사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달리기조차 하기 어렵게 되었습니 다. 어린 딱따구리도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딱따구리는 작은 몸으로 달기 연습을 하고 또 하였지만 발전이 없어 자신에게 무척 실망하였습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굴 파기를 반복하다가 부리가 갈라지는 큰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이 제는 그토록 좋아하는 나무줄기 속에 들어 있는 맛있는 벌레조차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어린 고슴도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고슴도치는 달리기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느끼게 되어 세상의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었습니 다. 더욱이 고슴도치에게 날기 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학교 를 졸업하지 못하면 직장을 얻거나 배우자 선택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높은 나뭇가 지 위에서 뛰어내리다가 머리를 크게 다쳐 가끔씩 헛소리를 하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숲속의 어린 동물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는 이처럼 정신이상을 보이거나 신체적으로 불구가 되었거나 자신감을 상실한 동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 이 글에서 숲 속 동물학교의 교육목적과 교육내용, 교육방법은 바르게 선택된 것 인지 토론해 봅시다.
[두 번째 이야기] 교육의 목적과 난점
아득히 먼 옛날 하늘에 상제(上帝)가 있었습니다. 이 상제가 인간을 창조한 뒤에 그 인간에게 인간 백사를 가르쳐 주려고 하였습니다. 상제는 백 명의 하제(下帝)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이 백 명의 하제를 불러서, 상제는 인간 백사를 하나씩 맡기 면서 인간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고 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백 명의 하제는 인간 세계에 내려와서 각각 맡은 일을 인간에게 설명해 주시 시작하였습니다. 대장장이 일을 맡은 하제는 낫이나 호미 등 여러 가지 연장을 만들어 풀 베고 김매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고기잡이 일을 맡은 하제는 그물을 만들어 고기 잡는 법을 가 르쳐 주었습니다. 백 명의 하제 중에는 교육을 맡은 하제도 있었습니다. 1) 그런데, 다른 모든 하제들과 달리, 이 교육을 맡은 하제는 인간 세계에 내려가자마자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제에게 되돌아 왔습니다.
이 하제가 하는 말인즉, 대장장이 일이나 고기잡이 일의 경우에는, 인간이 그 일 을 해 보기 전에도 그것이 어디에 쓰이며 그것이 없으면 어떤 불편이 생기는지를 쉽게 설명할 수 있었고 인간은 곧 그 설명을 알아듣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 의 경우에는, 교육을 아직 받아본 일이 없는 인간들에게 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기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맡은 하제는 일을 시 작하기도 전에 상제에게 되돌아 온 것입니다. 상제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과연 그 렇겠다. 내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구나. 상제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교육을 맡은 하제가 곧 되돌아 온 것은 순전히 상제 자신의 실수 때문이었습니 다. 상제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상제를 교육을 맡은 하제에게 ‘그러면 할 수 없지, 그만두라’라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상제가 교육을 맡은 하제를 다시 인간 세계로 내려 보내지 않으면 인간은 영영 교육을 하지 않은 채 살게 될 것입니 다. 상제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백사 중에서 교육은 대장장이 일이 나 고기잡이 일, 또는 그 밖의 다른 모든 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일 이었습니다. 교육은 상제 자신이 인간을 만든 의도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고, 따라서 만약 인간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상제의 의도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었습니 다.
상제는 머리를 짜내었습니다. 인간도 신성(神性)의 일부를 부여받은 이상, 그에게 순전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2) 한 번도 교육을 받아본 일이 없는 인간 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방법은 인간의 지혜로 보더라도 사실과 거의 분간하 기 어려운, 그럴듯한 거짓말이어야 하고, 또 다소간은 인간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점점 더 사실에 가까운 것을 만들 수도 있는 그런 거짓말이어야 합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여러 가지로 궁리하던 끝에 상제는 교육을 맡은 하제 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하였습니다. ‘다시 가서, 나 상제의 말이라고 하고 인간에게 전하라. 교육을 받지 않은 어떤 개인도 사회적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것이며, 교육을 받지 않은 어떤 집단도 물질적 번영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이 명령을 받고 다시
인간 세계에 내려간 하제는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번영, 더 간단하게 말하여, 돈과 권력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니까, 인간은 곧 교육의 중요성을 납득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그 후 오늘날까지 열심히 교육을 하고 또 받아왔습니다. (출처: 이홍우 저 (1999). 교육의 목적과 난점. 서울: 교육과학사. pp. 30-31.)
* 이 글에서 인간의 돈과 권력만을 위하여 교육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당신의 생각 을 간단히 적어보세요.
[세 번째 이야기] 교육과정적 사고
교육과정에 대한 정의는 각기 다른 관점에서 다양하게 내려진다. 그러나 이와 상 관없이 가장 쉽게 일반적으로 내릴 수 있는 정의는 교육과정이란 무엇을 가르칠 것 인가에 대한 결정 또는 그것을 결정하기 위한 교육학의 한 탐구 분야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공부한다는 것은 이 질문에 대하여 지금까지 이루어진 탐구의 결과들, 즉 다양한 교육과정 이론과 그것을 기초로 개발한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이 해하고 이를 토대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능력 을 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교육과정적 사고란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사고이며, 이를 위해서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과 그것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 그리 고 자신의 결정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 공부는 지금까지 제안된 다양한 교육과정 이론을 배워서 이들이 제 시하는 교육목적과 가르칠 내용, 교수-학습 방법들을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 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직접 선택해 보고 이를 정당화하면서 교육과정적 사고 를 어떻게 전개해 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난 후에는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 인가에 대하여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각자의 관점에서 대답할 수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것에 대답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검토해 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만약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스스로 교육과정적 사고를 전개해 갈 수 있고, 자 신의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된다면 교육과정을 정말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교육과정 이론들을 기억하 거나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교육과정적 사고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간략 히 살펴보기로 하자. 학교나 그 밖의 모든 교육기관은 그들이 교육할 일정한 정도 의 교육내용을 미리 계획하고 있다. 이것은 그 교육기관의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 한 것이다. 학습자는 일정 기간 동안 이들을 모두 공부해야만 졸업장이나 소정의 자격증을 수여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여러분 각자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학 과는 졸업하기 전까지 이수하길 바라는 교육과정,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일련의 교 육내용 또는 교과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학과의 교육과정이 무엇 인지 한번 이 기회에 확인해 보라.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 과목들을 모두 이수하고 실습을 거치면 여러분은 졸업장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 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7차 교 육과정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배워야 하는 국민 공통 기본 교 과로서 국어, 도덕, 수학, 사회, 과학, 기술․가정, 음악, 미술, 체육, 영어 등의 10개 교과와 재량활동, 특별활동, 그리고 고등학교 2, 3학년의 선택과정을 교육과정으로
정하고 있다. 이 모두를 이수하면 우리는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정 교육기관은 특정의 교육내용이나 프로그램을 미리 정하고 있고, 학습자는 그곳을 다니는 동안 모든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우리는 간단히, 학습자가 이수하도록 각 교육기관이 미리 계획해 놓은 교육내용을 바로 그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정해지고 개발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바로 교육과정 을 공부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정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과정 탐구는 어렵고 복잡해진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접근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음에서는 아주 단순화한 교육과정적 사고를 진행시켜 보기로 한다. 우선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자. 우리는 각자 새로운 교육기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것이 대 학의 설립이어도 좋고, 특정학과 또는 대안학교나 사설 교육기관이어도 좋다. 어떤 교육기관을 새로이 세울 것인지는 여러분 각자가 미래에 설립하고 싶은 학교를 한 번씩 상상해 보고 정해 보기로 한다. 물론 교육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교육기관의 설립 목적이 있어야 할 것이고, 누구를 교육 대상으로 할 것인지가 정 해져야 할 것이다. 물론 훌륭하고 바람직한 인간의 양성과 같이 아주 포괄적이거나 이념적인 수준에서 교육목적을 정할 수도 있지만, 유창한 영어 회화의 구사와 같이 아주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정할 수도 있다. 물론 이념적 수준에서의 바람직한 인간 의 형성과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인간이 어떠한 인간인가를 좀더 구체화해야 할 것이 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철학적이거나 사회적 수준에서의 바람직한 인간에 대한 검 토가 필요할 것이다. 바람직한 인간이란 어떤 인간인가? 사회가 요구하는 유능한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런 인간상에 대한 각자의 관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일 교육과정이 여러 사람에 의해서 결 정되어야 한다면 교육과정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일단 설립 목적과 교육 대상이 정해지고 교육받은 이상적인 상태의 인간의 모습 이 그려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교육목 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지? 어떤 교육내용이 목적을 실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서야 한다. 우리는 지금 교육과 정적 사고를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무엇인가? 직업적인 성 공을 거두는 것이 교육목표인 경우에는 취업이나 직업적 수행에 유용한 지식을 가 르쳐야 한다고 할 것이고, 특히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컴퓨터나 영어회화는 무엇보 다도 중요할 것이다. 이와는 다른 교육목표를 가진 경우, 예를 들어, 현대인들의 도 덕심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도덕심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 우리는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학생은 이성과의 교제 또는 인간 관계의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대답하기도 할 것이다. 또 어떤 학생은 국토순례나 세계 일주와 같은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여 직접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할 것이 다. 물론 일부의 어떤 학생은 현행의 교육과정대로 국어, 사회, 사회, 과학 등등의
교과를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대답하기도 할 것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 한 각자의 대답은 어떠한가? 각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물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는가? 그 대답이야말로 각양각색이고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평소의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대답에 어떤 교육적 가치가 있는지를 정당화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 을 수 있다. 왜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다른 것보다 왜 더 중 요한가? 그것은 가르칠 만한 어떤 교육적 가치를 갖는가? 지금 당장에는 절실히 필 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것이 현재의 학습자가 성인이 된 후, 즉 10년이나 20년 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유용한 지식일까? 아니면 그것이 특별히 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 전문적인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 내용인가? 현재 학교에서는 우리의 최고 관심사인 돈 버는 방법에 관해서는 왜 가르치지 않는가? 또는 현행대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과 같은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대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왜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들 지식에는 어떤 교육적 가치가 있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검토는 가르칠 내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문제를 검토하고 각자가 제시하는 가르칠 내용에 대한 정당화가 이루어지고 나면 이와 함께 또 다음과 같은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가르칠 내용은 학습자 수준 이나 지적 능력에 적합한 것인가? 학습자는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접근할 것인가? 언제쯤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인가? 어떤 순서로 가르치는 것이 효 과적인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가? 이러한 질문 외 에도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려고 하면 고려해야 하는 문제들이 수없이 많 이 떠오를 것이다.
각자 어떤 인물을 키우고 싶은지, 그리고 어떠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는지를 생 각해 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선택해 보자. 대개 지 금과 같이 수학, 과학, 역사와 같은 지식을 가르치고자 하는 학생은 그것이 당장의 취업이나 생활에는 쓸모가 없어 보일지라도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식이 갖는 교육적 가치에 대하여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 가? 이러한 대답을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은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일보다는 지식이 란 무엇이며, 그것의 교육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교육과정적 사고의 전개 순서가 달라진다. 즉, 바람직한 인간이라든가 이 상사회와 같은 교육목표를 정하는 일보다는 지식의 본질에 관한 탐구를 우선하게 된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자신의 대답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그제야 비로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매우 복잡한 사고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가치 있고 바람직한 인 간이란 또는 이상적인 사회란, 사회적으로 유능한 인간이란, 지식에는 어떤 교육적 가치가 있는가 등등 교육과정 결정에 앞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특히, 학
습자, 사회, 그리고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과 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 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결정은 이들에 한 관점과 가정에 기초해서 이 루어질 수 있으며 각자가 갖는 관점과 교육적 가치에 따라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에 대한 대답이 달라진다. 또한 그것에 대한 정당화 역시 달라진다. 이러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교육과정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설립하려는 교육기관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단위의 교육기관이라 고 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 이미 설립되어 있는 학교나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결정하거나 아니면 현재의 교육과정을 개정하고자 한다면 무 엇을 교육과정으로 결정하고 개선할 것인가? 이에 관하여 생각해 보고 답해 보는 것도 교육과정적 사고를 훈련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학교가 교육과정으로 결정해 온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 다.
또는 만약에 내가 새로운 대안학교를 세울 예정이고 기존의 학교 교육과정을 그 대로 따르지 않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준 비할 것인가? 만약 대학에 특정 학과를 신설한다면, 어떤 것을 가르칠 것인가? 자 립형 사립학교를 설립한다면 새로운 교육과정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설명을 통해서 여러분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예상 외로 많은 것을 고려 하고 특정의 관점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설명할 다양한 교육과정 이론들을 살펴보는 것은 각각 의 이론이 무엇을 가르칠 것으로 제안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고 이를 어 떻게 정당화하고 있는지, 이들은 이러한 교육과정을 결정하기 위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고려했고, 그것에 대한 관점과 가정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각각의 교육과정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교육과정적 사고를 어디부터 어떻게 접근해 갔는지에 관해서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차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여러분에게는 특별히 이러한 교육과정적 사고가 중 요하다. 대부분의 교사는 국가적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개발이나 교과서 편찬에 참여하지 않는다. 교사는 이미 개발해 놓은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가지고 가 르친다. 그러나 실제 교육과정의 최종 결정자는 바로 교사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사는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반드시 개발된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내용을 검토하고 이를 준거로 수업을 한다. 그러나 교사의 수업준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과정 내용의 검토는 단순히 그것에 실린 내용을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그 내용에 대하여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 다.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 중에서도 특정 내용을 보다 중요하게 간주하기도 하고, 어떤 것을 덜 중요하게 취급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교육목적에 따라 교과서에 제시되지 않은 내용을 더 첨가하거나 수정하여 가르칠 수도 있다. 그런 일은 교사 자신이 갖는 교육적 이상이나 교육받은 인간에 대한 가정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미 다른 사람이 개발한 교육과정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최종적으로 선 택하여 가르치는 일은 교사가 담당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사는 교육과정의 최종 결 정자이며,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 정하기 위한 교육과정적 사고의 훈련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출처:
김경배, 김재건, 이홍숙 공저(2005). 교육과정과 교육평가. 서울: 학지사. pp.
24-31.)
* 이 글을 읽고 아래의 기준에 따라 조별 토론을 통하여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봅 시다.
1) 학교명
2) 학교급(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대학교,대안학교 등) 3) 교육목표
4) 교육내용 5) 교육방법 6) 교육평가 7) 교사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