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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단가인하에 징벌적 배상적용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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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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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부당한’ 단가인하에 징벌적 배상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 난 달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40대 국정과제를 제시하였는데 그 중 하나로

‘부당한 단가인하, 부당한 발주취소, 부당 반품’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 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 니지만 ‘부당한’ 단가인하에 징벌적 배상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징벌적 배상제도는 의도적 가해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도다. 징벌적 배상제도란 피해액의 몇 배를 징벌로 부과하는 것으로 통상 의도적으로 피해를 발 생시킨 가해자에게 부과한다. 의도적으로 가해행위를 한 가해자는 이러한 행위를 은폐하거나 숨기려고 한다. 따라서 가해행위가 모두 적발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경우 피해액만을 보상하도록 하면 가해행위의 기대비용이 피해액보다 적어져 가해 행위를 억제하기 힘들다. 그래서 적발 확률을 고려하여 적발 가능성이 낮을수록 징 벌적 배상액을 크게 하는 게 피해 억제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납품 가격인하는 의도적 가해행위도 아니고 숨 기거나 은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징벌적 배상의 적용 대상으로 부적절한 것이 다. 납품 가격을 둘러싼 대 중소기업 간의 갈등은 이익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일방이 전적으로 피해를 보는 가해행위와는 다른 것이다. 대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거래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대기업은 필요한 부품을 직접 생 산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조달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하도급 거래를 한다.

중소기업도 시장에 내다파는 게 마진이 좋지만 대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안정적 공 급처를 확보할 수 있기에 이익이다.

하도급 거래에 따른 이익 배분에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는 많다. 중소기업이 대기 업에 비해 협상력이 열악하여 하도급 거래의 이익이 대부분 대기업에 귀속된다는 우려가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하도급 의존도가 높고 중 소기업 생산시설의 자산 특수성이 크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항상 유 리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부품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전체 생

'부당한' 단가인하에 징벌적 배상적용은 부적절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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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라인이 멈추게 될 것을 우려하며 중소기업이 납품 단가 인하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하도급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제도 도입은 필요하나, 의도와 달리 중소기업의 납품기회가 줄어들 수 있어

하도급 거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쟁을 줄여 거래를 안정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 는 제도가 마련되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하도 급 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은 필요하다. 하도급 거래에서 구 두계약은 시장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거래의 취소가능성으 로 인해 하도급 거래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그리고 하도급 거래에 나타날 수 있는 기술 유출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하 는 것은 하도급 거래를 증대시킬 수 있으며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에게도 도움 이 된다.

하지만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하도급 거래의 불 확실성을 크게 하여 하도급 거래의 이익 자체를 줄이게 된다. 정부가 납품가격 인 하의 ‘부당성’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부당성’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의 시장가격 하락에 비하여 과도하게 납품가격을 인하하거나 중소기업의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수준으로 납품가격이 인 하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대기업은 미래의 가격하락에 대비한 비용 절감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일정 마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납품 가를 결정하면 중소기업의 비용절감 노력은 약화될 것이다. 이 때문에 하도급 거래 에 따른 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에 징벌적 배상제도를 강력하게 적용할수록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도 나타나지 않겠지만 하도급 거래 자체가 줄어든다.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하도급 거래보다 자신이 필요한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대기 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혹은 상대적으로 분쟁 가능성이 적은 해외 조달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의도와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인해 중소기업의 판매처가 줄어든다. 비록 이익이 크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에 안정적 공급처를 제공해주었던 대기업의 납품기회마저 빼앗아 가버리는 셈이다. 손실뿐 아니라 이익도 가져다주는 경제거래에 대한 법적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 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많은 제도들이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호하 기보다 피해를 주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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